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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 있어?"

 

 

 

 

 

 

갑자기 귓가에 대고 소리를 쳐서 화들짝 놀라 서있는 호원이를 올려다보니

허리에 손을 얹고서는 무언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보고 있다. 

 

 

 

 

 

 

"어? 뭐가?"

"언제지…….음, 그, 그저께부터 계속, 이렇-게 하고 있잖아." 

 

 

 

 

 

 

손끝으로 눈을 집어서 아래로 쭉-잡아 내린다.

그리고는 입을 삐죽삐죽, 내가 끅끅거리며 웃으니 민망한지 내 팔을 툭 건드리고 내 옆에 앉았다. 

 

 

 

 

 

 

"우리엄마가, 예전부터 계속 했던 말이 있는데-"

"푸흡, 그게 뭔데?"

"엄마가, 다 있는 대로 보는 거랬어,

지나간 건 지나간 거고 이제 오는 건 아무도 모르는 거고, 무서운 건 무서운 거고,

속상한건 그냥 어쩔 수 없이 속상한 거고, 그런 거야." 

 

 

 

 

 

 

중딩주제에 너무 어른스러운 발언에 땅만 쳐다보던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씩, 웃고는 갑자기 벌떡, 일어난다. 

 

 

 

 

 

 

"그니깐, 이겨야지!!!!나 형 시켜준다며! 이러고 있으면 남우현은 언제 이겨!!" 

 

 

 

 

 

 

그래, 그놈의 축구, 그게 내일이었지.

원래 알던 이호원처럼, 나보다 더 안타까워하고, 안아주는 건 아니지만.

혼자서 슬슬 생각을 정리해가고 있던 차에 이 별것도 없는 중딩이 또 내가 헤매는 동안에도 기다려줄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분명 나는 변태가 아닌데, 점점 마음에 차오른다. 

 

 

 

 

 

 

 

 

 

/

이호원은 나를 하루에도 네다섯 번씩 닦달해댄다.

축구해야지, 축구하러가자 축구축구축구축구츄꾸추꾸추꾸....

얘가 이렇게 징징대는 이유이자

남우현, 그 꼬맹이가 부잣집아들답게 주말에 일본을 다녀온다니 뭐니 하면서 지멋대로 3주 가까이 미룬 축구내기가 오늘이다.

동갑주제에 뭐가 그렇게 중요한지, 자기가 형 소리 한번 들어보겠다고 눈에 불을 켜고 연습을 시켰던 건 물론,

심지어 오늘아침에는 자기가 먼저일어나 나를 깨웠다. 

 

 

 

 

 

 

"그럴 정성으로 내일 있는 니 시합이나 챙기지?"

"내일 그거야 뭐....큰 경기긴 하지만 내가 뛸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아, 여튼 이겨줘, 형아!!!!" 

 

 

 

 

 

 

무슨 전국중학교 축구현회에서 주관하는 전국단위 토너먼트라는데,

계속 자기는 못 뛸 거라며 다른 좋은 애들이 얼마나 많은지까지 주저리주저리 설명한다.

무슨 안 어울리는 열등감이야, 지주제에. 당당해야지 이호원은!

내가 힘내라는 의미에서 어깨를 손으로 툭툭, 두드리니 숙은 고개를 들어 해맑게 웃는다. 

 

 

 

 

 

 

"야 이호원, 형님이라 부를 준비는 됐냐?"

"아잇...너야말로, 미리 연습은 하고 왔지?"

"뭘? 너한테 형님소리 듣는 거? 그게 뭐 연습이 필요한가―당연한 거지……."

"야이!!!!!!"

"아, 그리고 심판을 한분 초빙했어. 야, 들어와" 

 

 

 

 

 

 

귀여운 신경전을 구경하다가 누군가의 발소리에 뒤를 돌아 얼굴을 확인하는데…….

 

음......어........어........저.......,그니까, 남우현은.....바본가?

심판이랍시고 당당하게 걸어 들어온 사람은 민지였다, 그 민지.

호원이 쫓아다니는 그 민지.

 

지난번 시험 마지막 날 데이트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는지 들어오자마자 눈이 휘둥그레 해져서 달려든다.

당연하게도 깜짝 놀라 도망치는 호원이. 

 

 

 

 

 

 

"아아악!!!얘는 또 왜 온 건데!!"

"호원아~거기 서봐아-응?"

"뭐야, 너네, 원래부터 아는 사이였어? 언제!"

"당연하지! 우리호원이랑 내가 모르는 사이일 리가 있나-아이, 호원아, 좀 서봐봐, 어?! 야 이호원!!!" 

 

 

 

 

 

 

아, 집에 가서 왕과비 재방송 봐야 되는데…….

그게 보기에는 진짜 촌스러운데 은근히 재미있더라. 그거 끝나면 허준으로 갈아타야지.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고.

 

언제까지 이러고 있냐고,

여전히 술래잡기하고 있는 민지와, 호원이와 민지에게 공정해야한다고 빽빽, 소리치는 우현이……. 

 

 

 

 

 

 

"다 그 자리에 스탑!!!!!!!!!!"

"..........?"

"뭐야, 왜"

"빨리 뭐든 하자고-흐하핫.."

"어, 형!!왔어?히히힛" 

 

 

 

 

 

 

 

 

/

그렇게 겨우겨우 다 모여서, 산만한 가운데 간곳은 꽤나 넓은 축구장.

나는 그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막 들어와도 되냐고 조심스럽게 물으니 무려 자기 아빠꺼란다.

오늘 내기 경기한다고 하루 빌렸다나…….

세상 불공평한건 옛날이나 지금이나…….

아무튼, 그래서 넓은 구장 안에 덩그러니, 서있게 된 나와 우현이네 형.

우현이와 호원이는 벤치에 나란히 앉아 투닥거리고 있고

어쩌다 그런 건지는 도무지 모르겠지만 심판이 된 민지가 필드 중간에 덩그러니, 서있다. 

 

 

 

 

 

 

"자-들었죠, 다들? 일대일~ 먼저 골 넣은 사람이 3점 먼저 가져가고, 승부차기 각각 5번씩. 성공하면 1점!

둘 다 성공하면 둘 다 점수없는거야! 반칙하면 무조건 지는 거예요!"

"응! 알겠어,"

"..그럼, 시-작!" 

 

 

 

 

 

 

삑-호루라기소리가 맥아리없이 울리고,

정중앙에 있던 공을 곰 같은 고딩이 뻥, 찼다.

저 멀리 날아가는 공.

이런, 아, 이걸 뭐 어떻게 이기라고, 기술은 때려치우고 축구도 결국 다 힘인 거야…….

그래도 뺐어보려고 반대편으로 막, 뛰어가면서 흘긋 보니 손을 꼭 모아 쥐고 집중해 보고 있는 두 꼬맹이.

그래 이씨, 호원이 너한테 내가 형소리 한번은 들어보게 해준다!

공을 어줍잖게 드리블하고있는 고딩에게 얼른 뛰어가서 가볍게 공을 빼오니 저-뒤에서 조그만 함성소리가 들린다. 

 

 

 

 

 

 

"어, 아, 이씨……."

"우리 형 잘한다!!!!!!" 

 

 

 

 

 

 

막, 공을 끌고 와 차려는데 그사이 와서 공을 쏙, 가져간다.

동시에 벌떡 일어나 폴짝폴짝 뛰는 우현이. 아오, 내가다 얄밉다 진짜.

오늘따라 무슨 짱구패션인지 빨간 카라티에 노란반바지를 입고와가지고, 귀엽긴 귀엽다만....칫, 

 

 

 

 

 

 

"오오오오!!!!!!!!!" 

 

 

 

 

 

 

골을 다시 잡아서 반대편으로 곧장 달리는데, 눅눅했던 어제와 다르게 선선한 바람에, 날리는 머리칼, 괜히 기분이 좋다. 

 

 

 

 

 

 

"우와, 어, 어어……."

"아, 형, 뭐해!!더 빨리!!!더더!!!" 

 

 

 

 

 

 

어렴풋이 들리는 무거운 뜀박질소리를 뒤로하고, 그물을 가르는 공.

골대를 쳐다보다가 뒤로 도니 벌써 다 이긴 것 마냥 신나서 뛰어오는 호원이 

 

 

 

 

 

 

"아이, 야, 살살 뛰어, 다쳐-"

"우와아아아!!!!!!!!"

"호원아!!축하해!!!" 

 

 

 

 

 

 

민지는 어느새 이리 와서 호원이와 얼싸안고 콩콩 뛰고, 우현이는 형에게 매달려서 거의 울듯이 징징거리고 있다.

좋아 이기세로 아주 완승까지! 호원이와 지낸 탓인지 나도 모르게 없던 승부욕이 생기고 있는 것 같다. 

 

 

 

 

 

 

 

 

/

".........어째 쉽게 이긴다했다?...."

".......흐하하.." 

 

 

 

 

 

 

멋쩍게 웃으며 쳐다보니 입을 댓발 내밀고 툴툴댄다.

쨍쨍, 내리쬐는 햇볕에 무거워보이는 앞머리를 슬쩍, 넘겨주는데 괜히 내손을 탁, 쳐낸다. 

 

 

 

 

 

 

"어떻게 다 지냐, 싹다-?"

"아니, 나도 이럴 줄 몰랐지이.." 

 

 

 

 

 

 

아니, 내가 일부러 그랬냐고…….먼저 따낸 점수,3점으로 기분 좋게 시작한 거에 비해 승부차기는 그야말로 똥망이다.

세 번이 고딩의 승, 한번은 둘 다 골을 넣어 무효. 이제 기회는 한 번씩 남은 게 다라는 거다.

스코어는 참 나답게 3:3. 쉽게 되는 게 없지 진짜.

선수보호와 긴장감조성을 위해 가진 잠깐의 쉬는 시간이 끝나고, 호원이가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났다.

우리의 차례가 먼저라 둘이 나란히 골대 쪽으로 걷는데 그렇게 자존심이 상하는지 나를 잔뜩 째려보며 꼭 이기라고 강조를 한다.

공을 내려놓고 정면을 보니 같은 말을 들은 건지 나랑 비슷한 표정을 하고 있는 고딩.

그러고 보니 이름이 뭐였더라....진 이랬나.....음....남 진.......풉, 

 

 

 

 

 

 

"아, 빨리해-"

"알았어―," 

 

 

 

 

 

 

내 발만 노려보고 있는 고딩, 남진씨.

괜히 긴장해서 발을 구르며 가볍게 뜀박질을 하고, 고딩의 몸이 틀어져있는 반대편구석으로...보내는척하며 가운데로 꺾어 찼다.

 

그러나, 의도와는 다르게 너무 많이 꺾여 들어가는 공.

아..저러다가 골대 맞고 나오는 거 아냐?

공을 차고 그 찰나의 순간동안 온갖 안 좋은 생각이 머리를 헤집고 있는데. 

 

 

 

 

 

 

떵. 

 

 

 

 

 

 

진짜, 골대 맞았다. 

 

 

 

 

 

 

 

 

 

 

"우와아아아아!!!!!!!!"

"와아아악!!!!!!"

"아, 형!!!!!!" 

 

 

 

 

 

 

가볍게 맞고 들어갔다.

다리가 풀려서 나는 주저앉는데 호원이는 또 막 뛰어온다.

덩치는 그래도 이맘때 중딩치고 큰 편인데 꼭 초딩처럼 폴짝폴짝, 뛰며 기뻐한다.

아이쿠, 넘어질라. 아까부터 좀 살살 뛰라고 그렇게 말을 했는데, 무릎 안 깨먹는게 신기하다. 흐하하하 

 

 

 

 

 

 

"아, 아직 안 끝났어, 빨리 이리와-우리 형 바빠!"

"바쁘긴, 축구연습이나 하라 그래, 물론 너도 같이, 이 형님한테 이겨보려면 연습 열심히 해야지~?"

"야!!아직 너 안 이겼거든?"

"잘해봐야 동점인데 이긴 거지!!"

".....왼발로 차서 들어가면 2점, 어때"

"왼발로.....?"

"그래, 동의한 거다? 형, 빨리 넣어버려 빨리!"

"아, 야 잠깐만!!" 

 

 

 

 

 

 

왼발로 차는 게 쉬운 줄 아냐,

눈이 마주친 호원이에게 눈으로 씩, 웃어주니 안심이 되는지 얼른 우현이에게 고개를 꾸닥꾸닥,한다.

지루하게 발을 바닥에 끌며 기다리던 민지가 호루라기를 또 한 번 삑, 하고 불고.

고딩이 공을 왼발로 뻥, 찼다.

아무래도 어려운건지 밋밋하게 날아오는 공.

이거야 껌이지.

 

얼른 몸을 날려 두 손으로 공을 턱, 잡았는데 너무 방심한 건지 발이 미끄러졌다.

덕분에 지탱할 곳 없이 공의 힘에 넘어가는 몸.

아, 완전 아프겠다. 

 

 

 

 

 

 

"으아악!!아야야……."

"아이씨,뭐야!!"

"들어갔어, 들어갔어!!!형아!!!이겼다아!!!!!!!!"

"아냐, 뭘 들어가, 잡았는데!!!"

"골라인 안이거든?!!!" 

 

 

 

 

 

 

내가지금 바닥에 처참하게 뒤로 자빠져 팔꿈치가 다 까질 지경인데 둘은 공이 들어갔네마네 하기 바쁘다.

저런걸 믿고 살고 있었나 내가…….

나와 똑같이 뻘쭘해보이는 곰 같은 고딩, 진이가 나를 일으켜줬다, 

 

 

 

 

 

 

"아...고마워."

"조용히해 둘 다!!!무승부야!"

"왜!!!!!!!"

"왜, 왜!!!!!!!!"

"내, 내가 심판이잖아-.......이씨잉……." 

 

 

 

 

 

 

한마디에 둘이 동시에 돌아보며 잡아먹을 듯 몰아붙이니 민지는 얼굴이 새빨개지고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이다.

저게 진짜…….

나도 따라 공을 들고 꼬맹이들 쪽으로가 민지를 거들기 시작했다. 

 

 

 

 

 

 

"뭘 왜야, 무승부야무승부."

"왜왜!!골라인 안넘었어!"

"무슨 소리야 넘었어, 넘었다고!!!"

"반반이었어, 반반-무승부야무승부."

"그래 무승부야, 남우현, 계속 우길 거야?"

"응?....아니이...형,근데에……."

"무승부야, 비겼어, 자, 둘이 악수해."

"에이........"

"아이씨........." 

 

 

 

 

 

 

사이좋게 손을 겹쳐놓고 악수까지 시켰는데도 맘에 안 드는 건 어쩔 수 없는지 서로 노려보며 손이 으스러지도록 잡고 있다. 

 

 

 

 

 

 

"야, 남우현."

"아-알았어,..씨잉...." 

 

 

 

 

 

 

겨우겨우 무승부로 마무리 짓고, 이제 누가 더 형이냐를 놓고 둘이서 이런저런 내기를 또다시 짜기 시작한다. 

 

 

 

 

 

 

"대신, 내가 짜장면쏜다!!!"

"우와아아아!!!!!!!!"

"에이...겨우 짜장면.."

"야 남우현, 그래서 안먹을거야?"

"우와아아!!우리 형 멋있다!!!" 

 

 

 

 

 

 

짜장면같은 건 우스운 건지 잔뜩 실망한 표정으로 지었다가,

배에서 꾸르륵소리가나고, 금세 태도를 바꾼다. 으-귀여워.

12년 후에 이 꼬맹이는 대체 뭘 하고 있을까.

볼을 잡아 죽-늘이니 고개를 막 저으며 손에서 벗어나서는 소리를 지르며 입구 쪽으로 뛰어간다. 

 

 

 

 

 

 

 

/

"다녀왔습니다―오, 무슨 냄새예요? 맛있는 냄새-"

"어, 너희 왔니? 누가 이겼어, 누가?"

"무승부-치, 근데 진짜 맛있는 거 해 엄마?"

"내일호원이 너 경기잖니- 너희 도시락쌀려고 재료 샀는데 너무 많이 남는 것 같지 뭐니, 고로케먹을래?" 

 

 

 

 

 

 

방금 짜장면 한 그릇을 깔끔하게 비웠는데도

바삭바삭해 보이는 고로케를 보니 침이 고이는지 아줌마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식탁의자를 빼어 앉는다.

음, 뭐, 나도 마찬가지. 

 

 

 

 

 

 

"맛있겠다!!!"

"많이 먹으렴―그나저나, 내가 내일 못가서 어떡하니, 우리 호원이 골 넣으면 내가 찍어줘야 하는데-..

왜 하필이때 지방에서 미팅이 잡혀가지고는-……."

"제가 대신 찍으면 되죠!!저 그런 거 잘해요!"

"그러니? 다행이다~그래도 최대한 일찍, 저녁 먹기 전에 올게-알겠지? 호원아, 입 다 덴다. 천천히 먹어, 아들."

"으응-으하하하"

"내일은 대신 저녁 맛있는 거 해줄게-알았지?"

"네에-" 

 

 

 

 

 

 

 

 

 

/

꾸벅꾸벅, 고개가 앞좌석에 부딪힐 듯, 끄덕거린다.

살짝 당겨 내 어깨에 놓으니 잘도 잔다.

침 흘리지는 않겠지. 어쨌든 내 옷도 아닌데 말이야…….

호원이는 어젯밤에 너무 설렌다면서 잘라치면 내일 내가 뛸 수 있을까?

또 다시 잠들 때쯤에 내일 무슨 옷 입고 가지?

반쯤 잠에 취한채로 유니폼입어야지-그러면 또 아-그렇지, 그리고 또 좀 있으면 내일 배탈 나면 어떡하지?.…….

 

결국 이불을 덮은 채로 거의 날밤을 세웠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 이 상황.

 

 

드디어 경기장에 도착 했는지 멈춰선 버스.

아이들이 차례차례 내린다. 우리 빼고. 

 

 

 

 

 

 

"야, 야. 호원아-일어나, 다 왔어. 경기 안 갈 거야?"

"응? 우음.......졸려으어어……."

"일어나, 일어나-" 

 

 

 

 

 

 

나름대로 깨보겠다고 고개를 휘휘, 저으며 흔드는데 눈에는 아직까지 잠이 더덕더덕 붙어있다.

억지로 일으켜 끌고내리니 정면에 보이는 경기장.

진짜 큰 경기긴 한지 경기장자체도 규모가 꽤 크다. 

 

 

 

 

 

 

"우와아!!!이거 나 꿈에서 본경기장 그거다! 진짜로! 많이!" 

 

 

 

 

 

 

참나, 그 잠깐 자는 사이 꿈까지 꿨냐, 눈을 크게-뜨고서는 그렇게 외치고, 나를 버려둔 채 경기장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혼자 도시락 다 까먹어버릴까.......나없으면 밥도 못 먹는 게……. 

 

 

 

 

 

 

"같이가-흐하하." 

 

 

 

 

 

 

 

/

잠만 자는 호원이를 보면서 와서 그런가. 경기장이 자고 있는 것 같다.

잔디도 자고. 도시락도 자고, 심지어 심판님도 자는 것처럼 보인다.

지루해-.......흐아아암...하품을 크게 하고 벤치 쪽을 살피니 나와는 다르게 아주 집중해서 경기를 보고 있는 호원이.

음. 그러고 보니 이경기가 준결승이랬나…….

그런 것치고는 너무 지루한데? 전반전 내내 득점도 하나도 없고. 슈팅을 날려도 다 뻔하게 막혀버리고.

전반전이 끝나고 잠깐 쉬러온 호원이도 확실히 긴박감이 떨어지는걸 아는지

요깃거리로 준비한 샌드위치와 고로케에는 손도안대고 물만 한통을 비우고서 작전회의니 뭐니 하면서 뛰어나갔다.

선수교체가 있는지 들어오는 아이 하나.

좀 빠릿빠릿한 애로 바꾸지. 이왕 온 거 이기고라도 가야지....... 

 

 

 

 

 

 

"어, 어? 어?!!!호원아!!!!이호원!!!!" 

 

 

 

 

 

 

교체되어 나온 선수는 무려 호원이었다. 

 

 

 

 

 

 

/

교체돼서 나온 건 참 좋은데......

이제야 상대편아이들이 얼마나 덩치가 산 만한지 알 것 같다.

내가 작은 탓인지는 몰라도 중학교 1학년치고는 꽤 크다고 생각했던 호원이가 진짜 말 그대로 '꼬맹이'처럼 보인다.

3학년인가…….덕분에 운 좋게 공을 패스 받아도 몸싸움에 밀려 뺏기기 일쑤.

아니, 근데 애들끼리 축구하는데 저렇게 격하게 해도 돼?

아주, 씨, 다리 다 나가겠네.

불안하게 보고 있는데, 우리 편에서 공을 잡았다. 상대편골대로 달려가는 우리 편의 중딩.

어느새 앞까지 헤치고 달려온 호원이에게 패스.

그대로 공을 받아 있는 힘껏 찬다. 

 

 

 

 

 

 

"아.........." 

 

 

 

 

 

 

나 골대맞히는거 많이 봤다고 그게 탐났는지 정확하게 골대를 맞고 튕겨 나왔다.

아이…….야, 나는 그래도 골대 맞히고도 골 넣었잖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전광판을 보니 아직까지도 0:0. 5분밖에 안 남았다.

그 순간, 갑자기 커지는 사람들의 함성.

급하게 다시 쳐다보니 공을 다시 상대편에게서 뺏어 질주하고 있는 아까 그 중딩.

쟤는 뭔데 저렇게 잘해. 완전 축구계의 유망주구만?

막 알고 보면 미래의 국가대표고 그런 거 아닌가…….

등에 쓰인 이름을 읽어보려고 아무리 눈을 크게 떠도 상대편을 피해 이리저리 움직이는 몸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

아, 괜히 궁금하게…….

 

어쨌든 거의 골대 가까이 온 중딩은 또다시 다른 중딩에게 패스. 그 중딩은 또 다른 누구에게로 패스.

그리고 그 공을 받았다. 골대 가까이 있던 호원이가.

나도 모르게 손을 꼭 모아잡고 호원이를 주시했다.

제발...제발, 제발 제발 들어가라. 제발 한 골만 넣어라,

채 3분도 안남은 후반전, 호원이가 오른발으로 공을 차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을 꼭, 감았다. 제발,골 넣어라!

 

 

 

 

 

 

삐익-

 

 

 

 

경기종료를 알리는 호루라기가 울리고,

사람들의 기쁜 함성소리가 들려온다.

눈을 살짝, 조심스럽게 뜨니 여러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호원이가 보인다.

손등으로 땀을 닦으며 정신없이 하이파이브를 받아주고 있는 모습.

거리도 엄청 멀어서 잘 보이지도 않을 텐데 내가 있는 쪽으로 브이를 그린다.

아하하하하, 괜히 내가 다 벅차다.

이래도 그냥 축구 쪽으로 나가는 거 아니야? 나 못 만나게.

그러면 안 되는데-으하하하하항 

 

 

 

 

 

 

쿵.

 

 

 

호원이를 보며 흐뭇하게 웃다가 갑자기 뒤쪽에서 큰소리가 들려서 놀라 돌아보려고 하는 순간,

머리가 띵, 해져온다. 머리한쪽이 쿵, 쿵, 맥박 뛰듯이 울려오고, 울렁거리는 속.

 

아...왜 이러지,

이 느낌, 겪어본 것 같은데…….

눈앞이 핑, 돌며 손에 들고 있던 물병을 손에서 놓친 채, 눈을 감았다.

 

 

 

 

 

 

 

 

/

뚝, 뚝뚝, 톡톡.

 

웬 빗소리? 날씨 진짜 맑았는데…….

뻑뻑한 눈을 꿈뻑거리며 뜨니 눈앞이 어둡다. 먼지 냄새가 가득해서 재채기가 나오려고한다. 

 

 

 

 

 

 

"으.......으에이취!" 

 

 

 

 

 

 

여기가 어디야, 난 축구장에 가서, 호원이가 골을 넣고,

음.....아,......뭐지. 무슨 인신매매 이런 거 아니야?

내가 쓰러진 사이 날 들어서 스타랙스에 처넣고 이리로 옮긴 건가? 그러면.

막 장기적출 그런 거 하려고?

 

조심스럽게 손을 더듬,더듬 하면서 널부러진 몸을 일으켰다.

눈이 어둠에 적응되자 내가 앉아있던 곳이 슬슬 눈에 들어온다.

아래에는 뭔지 모를 계단이 있고, 그 반대편에는 철문이 하나 굳게 닫혀있다.

어디 옥상인가. 이 문을 열고 나가면 막 어깨부터 허리까지 문신해놓은 형님들이 있는 건 아니겠지.

여차하면 빠르게 닫고 도망치려고 살짝, 조심스럽게 문을 여는데 아까 했던 생각이 맞는지 빗소리가 들린다.

높이가 꽤 있는 건물 같은데…….

 

문 앞을 살펴보니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아 문을 다 열고 나와 살펴보니 학교 같다. 고등학교.

누가 간 크게 학교에...............아, 설마.

이미 한번 겪었던 하나의 가능성이 떠오르고,

학교면, 달력이라도 있겠지. 적어도 하나는.

문을 다시열고 나가려는데, 옥상 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후우............." 

 

 

 

 

 

 

누구지? 학생인가.

주룩주룩, 내려오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난간 쪽으로 걸어가는데,

옥상 저 쪽 끝에, 사람이 하나 보인다.

키가 큰,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

맞네, 고등학교.

 

근데 그게 문제가 아니라. 난간 위에 서있다. 아슬아슬하게.

아무 미동도 없이 서 있다가, 아래를 한번 내려다본다.

설마...........

 

 

고개를 다시 들어 비가 오는 하늘을 쳐다보고, 휘청. 

 

 

 

 

 

 

"아,안돼!!!!!!!!!!" 

 

 

 

 

 

 

잡았다.

힘들게 잡긴 했는데, 같이 뒤로 넘어져버려서 콘크리트바닥에 찧은 날개뼈가 완전 아프다. 

 

 

 

 

 

 

"아야야야야...."

"너 누구야,"

"어린 게 뭐가 그렇게 살기 힘들다고 죽을 생각부터 해. 너네 부모님은 너 이러고 있는 거 아시냐?

배 아파서 낳아놨더니 이딴 짓이나 하고 아 팔꿈치 아파죽겠네, 완전 까졌잖아-피나……."

"너 누구냐고"

"아, 내가 누구인 게 뭐가 그렇게 중요……."

"......?"

"..........너......이호원?" 

 

 

 

 

 

 

그래. 비에 젖어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밤색머리. 무표정한 눈. 이호원이다.

문제는 26살도 아닌, 14살도 아닌, 고등학생이라는 거.

난 또 왜, 어디로 온 건데.

당황한 내가 머뭇거리는 동안, 이 처음 보는 호원이는 젖은 머리카락을 넘기며 일어나 옥상을 나간다.

 

 

 

 

 

//

또 일주일만이네요..ㅠㅠ..이번회는 긴대신 퀄리티가 영....그래요...

바로 다음주가 시험이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후에 저의 흑역사가 될지 아닐지는 모르지만, 뭐든 열심히하는거죠!ㅎㅎ

늘 양보다는 질이라고생각했는데...가능하다면 이번회는 나중에 텍스트본만들때 수정해야할것같아요...ㅠ^ㅠ..

죄송합니다..대신에 매주 주말에 올린다는 다짐은 꼭꼭 지켜나가고있어요!ㅠㅠ

늘 봐주시는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글을 보시다가 마음에 안들거나 걸리는부분이있다면 과감하게 찔러주세요!^^

 

소설속의 동우는 드디어 호원이를 만났네요ㅎㅎㅎㅎ이제부터가 본론이죠!

...이제부터가 본론인데 총 텍본의 용량은 벌써 100kb에 가까워져간다는거...

얼마나 긴팬픽이 될지 저도 짐작이...ㅋㅋㅋㅋㅋㅋㅋㅋ..즐겁게봐주세요! 내년까지는 끝나야할텐데..ㅠㅠ..

좋은 저녁보내세요 피드백이필요한 유자차 드림. 물결하트

 

 

근데 이거 글잡은 독자님들 댓글에 제가 댓댓글달아도되는거네요?ㅋㅋㅋㅋㅋㅋ

저 방금알았음...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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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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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진짜재밋어요! 첫편부터잘보고있어요ㅋㅋ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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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차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해요~S2..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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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감성 이에요!!!벌써부테다음홰가기대되네요 ㅠㅠ이번에도무원이는 장똥 을기억못하네요다면한사실이지마...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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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차
음...그럴까요.....ㅎㅎㅎ늘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해요ㅠㅠㅠㅠ좋은 새벽보내세요 감성그대~_~불토네요ㅋㅋㅋㅋㅋㅋ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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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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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차
고마워요ㅠㅠㅠㅠ다음회도 얼른 들고오겠습니다!!ㅎㅎㅎㅎㅎ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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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조팝이에요. 오! 드디어 고딩 호원이를 만났군요. 꼬꼬마 호원이는 굉장히 귀여웠는데 고딩 호원이는 뭔가 시크한 느낌? 잘 읽었습니다!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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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차
으아 조팝그대 반가워요ㅋㅋㅋㅋㅋㅋ생김은 모바일로 틈틈히 잘보고있어요.....ㅠㅠ제가 리턴만 안썼어도 여유있게 읽었을텐데....미안해요그대...댓글조차없는 저를 용서해줘요ㅠㅠㅠㅠ재미있게 읽어줘서 고마워요!ㅎㅎ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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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그대 저 개깜으로 기억해주세요ㅠㅠ제가지금 고기를 먹어서..하하하....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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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차
네!ㅋㅋㅋㅋㅋㅋㅋㅋ강제육식..ㅠㅠ...힘내세요! 댓글고마워요!ㅎㅎㅎㅎ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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