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인 너징을 보는 김민석 03
w. my soul
안녕! 오늘은 처음부터 예고를 하자면 내가 하려는 이야기 중에서 가장 무거운 화가 될 것 같아.
무려 어제 있었던 일인데, 조금 심각한 상황이 연출됐거든.
너무 무겁진 않아야 할 텐데.. 일단 써볼게!
.
이건 어젯밤의 일이야.
내가 도로 다음으로 무서워하는 곳이 물가인데, 이유는 물귀신들 때문이야.
도로의 영혼들보다는 멀끔하게 생겼지만 그래도 무서워...
내가 물가 이야기를 하는 이유를 알겠어?
맞아. 어젯밤엔 물가에서 깨어났어. 그것도 바닷가에서.
눈을 뜨니까 바다위에 얼굴들이 둥둥 떠서 보이는데 그것만큼 공포스러운 건 없어...
그리고 난 도로에서처럼 다른 영혼들의 주목을 받았지.
바다 위에 떠 있는 머리들의 눈이 나를 향하는데, 소름이 끼쳤어.
그대로 몸이 굳어버려서 움직이질 않는 거야!
머리로는 눈을 감으라고 외치는데 몸이 따라주질 않았어.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까 더 무섭더라구.
점점 고조되는 공포심에 눈물이 조금씩 나려던 참이었어.
나를 향했던 수백, 수천 개의 시선이 갑자기 다른 곳으로 일제히 돌아가는 거야!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나도 그 쪽으로 시선을 옮겼지.
시선을 옮긴 곳에는, 어떤 남자가 바다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어.
딱 직감이 드는데, 저 사감은 죽으러 가는 거구나. 하고 느껴졌어.
걸음걸이가 비틀비틀 했거든. 그리고 힘이 없었어.
마치 모든 걸 놓아버린 사람처럼.
그걸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데 너무 고통스러웠어.
내가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잖아.
난 영혼상태이니까...
내가 소리를 지른다 한들 들을 수 없을 거고,
내가 저 사람을 잡으러 들어가도 나한테 잡히지 않을 거란 말이지.
그야말로 난 저기 바다에서 머리만 내밀고 남자를 지켜보는 영혼들과 별다를 게 없었어.
남자는 어느새 발목이 잠길 정도로 바다에 들어갔어.
그리고 나는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몸이 굳어가는 걸 느꼈지.
난 사람의 죽음에 대해서 엄청 예민하거든.
그런데 내 앞에서 사람이 죽어가는 걸 지켜봐야만 하잖아.
그건 싫었어. 너무 싫었어.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
저 사람이 술을 마셨다면? 혹시라도 내 목소리가 들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그리고 냅다 소리쳤지.
"멈춰!!!"
그랬더니 남자가 살짝 멈칫하는 거야!
난 가능성을 느끼고 또 한 번 외쳤어.
"그런다고 뭐가 달라져!"
약간의 충격 요법이 필요할 것 같아서 최대한 자극적인 말을 외치려고 노력하다보니 저 말이 나왔어.
내 말이 또 들렸는지 그 남자는 이번에,
"......"
고개를 돌리더니 내 쪽을 보는 거야!
그런데 잠시만, 익숙한 얼굴이야.
도로에서 한 번, 시내에서 한 번 본 적이 있었던...
바로 그 남자였어.
난 곧바로 남자를 향해서 뛰어갔지.
도로에서의 상황을 떠올리곤 이 남자라면 나한테 잡힐 수 있겠구나 싶었어.
이 남자는 물속에서 나올 생각이 없어 보였거든.
그래서 내가 잡아서 끌고 나와야겠다고 생각했지.
"저기요, 위험, 해요. 아 숨차......"
"......"
"얼른 안 나오고 뭐해요!"
"......"
남자의 손목을 붙잡고서 가쁜 숨을 내쉬며 무작정 이야기를 했어.
그런데 남자는 나올 생각이 아예 없는 건지 요지부동인거야.
그래서 얼른 나오라며 내가 손목을 우악스럽게 잡아끌었어.
사실 좀 망설이긴 했어.
순간적으로 눈이 마주쳤는데 도로에서 봤을 때보다 더 슬픈 눈을 하고 있는 거야.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난 죽음에 대해서 아주 예민해.
그 표정을 억지로 무시한 채 바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마련된 벤치로 갔지.
남자를 벤치에 앉히곤 나도 따라 앉았어.
끌고 올 때는 몰랐는데 옆에 앉으니까 술 냄새가 조금씩 풍기는 거야.
어쩐지, 쉽게 끌려오더라니.
막상 끌고 오기는 했지만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서 그저 가만히 있었어.
남자는 고개를 푹 숙이고만 있었지 자는 것 같았어.
그저 작게 들리는 파도 소리만이 정적을 메우고 있었지.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남자가 갑자기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힘없이 웃었어.
"술에... 취하니까 헛것도 보이고..."
"......"
"너, 그냥 내 얘기나 들어주라..."
이 남자는 나를 자기가 술김에 만들어 낸 환영이라고 믿는 것 같았어.
그리곤 온통 물기가 서린 목소리로 이야기를 꺼내는데 내가 감히 끼어들 수가 없더라구.
"내가, 진짜, 지인-짜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어."
"......"
"아니지, 지금도 사랑하는데... 근데......"
"......"
"왜, 왜 대체 나만 살려준 거야...?"
"......"
"왜. 대체 왜... 나만..."
남자는 얼굴을 두 손에 묻고 흐느꼈어.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감당하기 힘든 슬픔을 안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여행을 가고 있었어. 그러다가 사고가 났는데, 사고가... 났어."
남자는 울다가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또 저 말을 내뱉곤 더 이상 말하기가 힘든지 가슴을 쿵쿵- 두드렸어.
나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의미를 담아서 남자의 등을 쓸어주며 살짝 안아줬어.
그 의미가 전달되었는지 남자는 그렇게 한참을 울더라구.
남자의 말을 조합해보면 대충 이런 뜻인 것 같았어.
남자와 연인 관계였던 여자가 있었는데, 그 여자와 여행을 가다가 사고가 났다.
그리고 그 사고에서 여자는 죽고, 혼자 살아남았다...?
그럼 그때 시내에서의 그 여자는 누구지?
더 이상은 생각하기도 벅차서 이 남자의 등을 쓸어주다가 주위를 둘러봤어.
잠시만, 또야.
영혼들이 보이지 않아.
울고 있는 남자에게서 손을 떼었어.
이 남자랑 마주칠 때마다 생기는 이상한 일들에 조금 두려워졌어.
물론, 다른 영혼들이 보이지 않는 일은 기쁘지만 기분이 이상했어.
뭔가 더 다가가면 안될 것 같은 느낌?
남자는 내 손길이 사라지자 고개를 들었어.
마침 해가 떠오르고 내 몸은 흐릿해지기 시작했어.
그 남자는 흔들리는 눈으로 나를 봤지.
나는 이제 더는 마주치지 말자는 의미를 담아 최대한 지을 수 있는 표정 중에서 가장 해사한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했어.
내 의미가 전해졌을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우리, 더는 마주치지 말아요.
| 숨은 이야기 |
00가 사라지고 난 후에도 벤치에 계속 앉아있던 민석은 헛웃음을 흘렸다. 바로 00가 사라지기 직전 지었던 표정이 계속 생각났기 때문. 술이 깬지는 이미 오래 전이다. 머릿속이 복잡한지 머리를 계속해서 쓸어넘기던 민석은 한숨을 쉬며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듯이 혼잣말을 했다.
"나 어떡하지. 어떡할까, 정말."
어떡하냐는 말만 계속 되풀이하다가 결국 머리를 헝클인 민석은 어느새 밝어진 하늘에 자리를 뜨려다가 무엇인가를 발견한다. 그것은 바로, 여자의 발 크기처럼 보이는 작은 발자국 하나와 자신이 신고 있던 신발자국 그대로 찍힌 물 자국이 말라가고 있는 것. 민석은 그것을 바라보다가 등을 돌려 걸어가고, 민석의 신발이 지나가는 곳마다 마른 모래가 떨어져 자리 잡는다.
|
.
다음날 학교에선 하루 종일 멍했어.
오죽하면 수정이가 나한테 이야기를 하는데도 못 듣고 있다가 등짝을 맞았겠어.
"야, 너 내 말 듣고 있어?"
"어, 어? 악! 왜 때려!!"
"넌 맞아도 싸, 이년아. 사람이 말을 하면 좀 들어!"
사실 그 남자 생각이 자꾸만 났어.
물기가 어린 목소리도 머릿속에서 자꾸만 반복재생이 되고, 이 세상의 슬픔을 다 짊어진 사람처럼 짓고 있던 표정도 계속 맴돌았어.
그리고 제일 잊을 수 없는 건, 그 남자와 내가 닿았을 때마다 영혼들이 보이지 않았던 거...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더 생각이 났던 것 같아.
바닷가에서 다시 현실의 내가 깨어날 시점에 다시는 마주치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지만 자꾸만 생각이 나니까 미쳐버릴 것 같았어.
한 번 더 보고 싶은 것 같기도 하고...
아, 미쳤나봐. 내가 지금 뭐라고 지껄이는 거지?
"야 너 미쳤어? 왜 머리를 쥐어뜯어!"
"어? 내가 내 머리를 왜... 어, 진짜네."
나도 모르게 내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나봐.
수정이가 기겁을 하면서 날 말리더라구.
황급히 거울을 보니 반기는 건 산발이 되어버린 내 머리...ㅎ
그리고 수정이는 혀를 끌끌 차면서 정신 좀 차리라고 말하고는 화장실에 다녀온다며 나갔어.
혼자 앉아서 가만히 있는데도 계속 생각나는 얼굴에 머리를 흔들었어.
얼마나 세차게 흔들었는지 반 아이들이 나를 이상한 애 보는 것 마냥 보더라구..?
그런데 어쩌겠어. 자꾸 생각나는걸..
또, 보고 싶고... 뭐? 아 나 또 뭐라는 거야!
나, 어떡하면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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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ㅎㅎ my soul 입니다!
글이 짧다고 하셔서 오늘은 조금 더 길게 써봤는데 그래도 짧은 것 같네요..ㅠㅠ
다음화는 더 길게 쓰도록 해볼게요!
항상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오타지적 받아요!
[암호닉] 아퀼라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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