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인 너징을 보는 김민석 07
w. my soul
[미안, 따뜻한 건 다음에 사줄게.]
몇 십번은 더 본 문자창을 들어갔다가 나왔다가 했어.
모르는 번호로 왔지만 바로 알 수 있었지. 이 사람이 민석오빠라는 걸.
뭐라고 답장해야할지 모르겠어서 그저 멍하니 침대에 누워있었어.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잠들었던 것 같아.
곧 다른 곳에서 깨어났거든.
...
해가 떠오르고 난 일어났어.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학교에 갔고, 고3이라는 명분으로 공부를 했지.
하지만 자습시간이 되면 난 잠이라는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었어.
오늘도 역시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잠들어 버렸지.
난 깨어나자마자 잠이 든 내 자신을 원망했어.
오늘도 시내에서 깨어날 줄은 몰랐거든.
왜 자꾸 오빠랑 접점이 생기는 건지... 오빠한테 미안했어.
애초에 나랑 마주치는 일이 없었더라면 상처를 더 후벼 파는 일은 없었을 테니까...
그래도 다행인 건 오빠를 살릴 수 있었다는 거? 이정도 일뿐, 오빠한테는 미안한 마음이 제일 컸어.
그래서 오늘은 시내에서 깨어났지만 오빠를 마주칠 자신이 없었어.
나 때문에 더 무너져야 했던 오빠를 볼 자신이 없었다는 게 더 확실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더 이상은 마주치지 않는 게 오빠를 위한 일인 것 같기도 했고...
그래서 오빠가 알바를 하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어.
뚜렷한 목적지 없이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어느새 익숙한 장소에 도착해있더라.
오빠와 내가 현실에서 처음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그 공원이었어.
오늘은 오전이라서 그런지 엄마와 산책을 나온듯한 아기들이 많이 보였어.
티 없이 하얀 웃음을 짓는 아이들을 보니까 괜히 코끝이 찡해지더라구.
나도 엄마 보고 싶다...
한 번 우울한 생각이 드니까 사람이 끝없이 우울해지는 거 있지?
내 상태가 처량해 보이기도 하고, 내 이런 상태를 원망하고 있었어.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나봐.
내 발 끝을 적시는 물자국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어.
"울지 마."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게 한 것은 바로 민석오빠의 목소리였어.
고개를 드니까 오빠가 손으로 내 눈물을 닦아줬어.
근데 그런 오빠의 행동에 더 눈물이 나는 거야.
나 때문에 오빠가 더 힘들어 졌는데, 정작 위로받아야 할 사람이 나를 위로해주고 있으니까 더 미안했어.
펑펑 우는 나를 오빠는 다 괜찮다는 듯이 안아줬어.
오빠 옷이 내 눈물로 젖어가는 데도 말없이 안아줄 뿐이었어.
눈을 마주치지 않고 있으니까 울기만 하던 내 입도 열리기 시작했어.
"오빠... 미안해요..."
"......"
"나, 때문에..."
"괜찮아. 다 괜찮아."
뭉개진 발음으로 미안하다고 말하면 더 꽉 안아주는 오빠였어.
사람이 이렇게 착해도 되는 건지.
오빠는 미안하다는 내 말에 괜찮다는 말만 반복했어.
내 등을 규칙적으로 토닥여주는 오빠덕분에 눈물도 점점 멎어가고, 안정을 찾고 있는 나였어.
오빠 앞에서 눈물을 보인 게 조금 민망하기도 해서 고개를 옆으로 돌렸어.
그런데 공원에 있던 몇몇 사람들이 오빠를 이상하게 보더라구.
아, 맞다. 나 지금 영혼상태였지...
"오빠. 사람들이 오빠 이상하게 쳐다봐..."
"괜찮아. 다 울었어?"
"...응."
아직 물기가 서려있는 목소리로 오빠한테 이야기를 하니까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투로 다 울었냐고 물어보더라구.
조금 민망해져서 뜸을 들이고 대답하니까 오빠가 내 두 볼을 손으로 감싸고 내 얼굴을 봤어.
아직 약간 고여 있는 눈물도 닦아주고, 오빠의 옷을 보니까 엄청 젖어있었어.
"아 어떡해... 오빠 옷 다 젖었어."
"말리면 돼. 괜찮아."
아니 아까부터 자꾸 뭐가 괜찮은 건지, 내가 하는 말마다 괜찮다는 오빠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어.
내가 빤히 쳐다보니까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왜? 하고 묻는데 얼이 나갈 뻔했어.
나에게 묻는 말투에서조차 나에 대한 원망이란 건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았어.
진짜 괜찮은 건가, 싶을 정도로 너무 아무렇지 않아보였어.
정말 아무렇지 않은 건지, 아니먄 아무렇지 않은 척을 엄청나게 잘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걸 보니까 나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과연 내 선택이 옳은 건지는 앞으로도 미지수일 것 같아.
"주말에 시간 돼?"
"아마도요. 왜요?"
"나랑 어디 좀 같이 가자."
"어디요?"
"비밀."
치- 그게 뭐야. 내가 입술을 삐죽이면서 팔짱을 끼니까 오빠가 내 입술을 잡고 흔들었어.
꿀밤 맞을 때도 느낀 거지만 이 오빠는 안 그렇게 생겨서는 힘이 셌어.
오죽하면 오빠가 잡고 있던 내 입술을 놨는데 무슨 보톡스 맞은 것처럼 부어 있더라구? 하하.
진짜 오빠만 아니었어도...(부들부들)
오빠는 부어오른 내 입술을 보고 얼음을 주겠다며 내 손을 잡고 이끌었어.
근데 영혼상태일 때는 그런 게 별로 효과가 없어서 됐다고 사양했지.
오빠가 그럼 심심하면 카페에 와서 앉아있으라고 그러더라구.
보니까 오빠는 알바를 하다가 내가 있는 곳에 온 것 같았어.
근데 어떻게 알았지?
차마 물어보지는 못하고 오빠 뒤를 따라서 카페로 향하고 있었어.
그러다 몸이 흐릿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오빠를 부르니까 오빠 눈이 동그래졌어.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싶은 욕구가 가득했지만 난 무소유상태니까...^^ 아쉽다.
어쨌든 오빠하고 주말에 보자는 인사를 하고서 헤어졌지.
...
주말이 되었어!!!
어딜 가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오세훈을 제외한 남자하고는 처음 놀러가는 거였기 때문에 무척이나 들떠있었지.
어젯밤엔 무슨 옷을 입을지 고민도 엄청 했어.
결국 꾸민 듯 안 꾸민 듯 무난하게 옷을 입고 화장도 옅게 했지.
어제 오빠가 문자로 1시까지 시내 옆의 공원으로 오라고 해서 시간을 맞춰서 나가려고 했어.
근데 문을 열고 나가니까 오빠가 우리 집 앞에 서있는 거야!
내가 언제 나갈 줄 알고 와있었던건지... 손끝을 보니까 빨갛더라.
"말을 하지 그랬어요... 그럼 빨리 나왔을 건데."
"별로 안 기다렸어. 얼른 가자, 춥다."
오빠가 내 어깨를 감싸고 발걸음을 재촉했어.
내 어깨에 올라온 손이 빨개서 나는 혹시 몰라 주머니에 넣어뒀던 핫팩을 꺼내서 오빠 손에 쥐어줬어.
그러니까 오빠가 눈을 크게 뜨더니 곧 웃어보이더라구.
그 웃음에 나도 따라 웃어보였어.
오빠는 우리 집 근처의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더니 한 버스가 오는 걸 보고 나를 이끌었어.
버스를 타고 내가 창가에, 오빠가 통로 쪽에 앉았어.
어디를 가는 건지 아까부터 물어봤지만 자꾸 말을 돌리는 오빠여서 그냥 포기하고 있었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까 졸음이 몰려오더라구.
내 목소리가 점점 늘어지는 걸 느꼈는지 잘래? 하고 물어보는 오빠였어.
난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지만 점점 감기는 눈꺼풀의 이유를 설명해주실 분...?
결국 나는 오빠의 어깨에 기대어 잠들었어.
오빠가 나를 흔드는 느낌에 눈을 뜨니까 도착했나봐. 내릴 준비를 하래.
근데 생각해보니까 나, 영혼상태로 깨어나지 않았어...
저번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 도서관에서.
유독 오빠랑 있으면 일어나는 이상한 일들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오빠를 따라 내렸지.
앞서가는 오빠를 따라서 가니까 보이는 풍경에 말을 이을 수 없었어.
여긴, 납골당이었거든.
나는 발걸음을 멈췄어.
오빠가 무슨 생각으로 날 여기 데려온 건지 알 수가 없었어.
오빠는 내가 따라오지 않는다는 걸 느꼈는지 뒤를 돌아서 나에게로 왔어.
"왜 그러고 있어?"
"...왜 데리고 온 거예요?"
"소개해주고 싶어."
주어가 빠진 소개해주고 싶다는 오빠의 말은 날 혼란스럽게 했어.
솔직히 이 상황, 말도 안 되는 거잖아.
날 그분께 소개시켜준대도 이상한 거고, 그분께 날 소개시켜준다는 건 더 이상했어.
도저히 의중을 알 수 없는 오빠의 행동을 잠자코 지켜보기만 했지.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떼어내서 오빠를 따라갔어.
입구에서 국화꽃 한 송이를 산 오빠는 약간은 느린 걸음으로 그분이 계신 곳으로 향했어.
내가 따라가는 게 맞는 건가, 싶었지만 입구에서부터 내 손목을 잡은 오빠의 손에 조금씩 힘이 들어가는 걸 느꼈어.
그리고 오빠를 따라 그분에게로 향했지.
오빠는 어느 한 곳에서 멈춰 섰어.
그리고는 어떤 분의 공간에 국화를 꽂았어.
한 손으로는 여전히 내 손목을 잡고 있었지.
아까보다 더 힘이 들어간 듯한 손으로 느낄 수 있었어.
오빠가 지금 눈물을 참고 있다는 걸.
"나... 왔어."
"......"
"...거긴 많이 따뜻해?"
"......"
"미안해..."
오빠의 목소리에는 이미 물기가 서려있었어.
난 고개를 숙이고 울리는 오빠의 목소리를 들었어.
"소개, 시켜줄게."
"......"
"여긴... 내가 사랑한 여자친구, 이지은."
"......"
"그리고 여긴, ...000."
"...안녕하세요."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소개를 시켜준다는 오빠의 말에 놀라서 고개를 들어 오빠를 쳐다봤어.
오빠는 개의치 않는지 지은이라는 분과 내 이름을 말했어.
그리고 나는 왠지 인사를 해야 할 것 같아서 몸을 숙이면서 인사를 했지.
그런 내 행동에 오빠는 내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고는 다시 숨을 가다듬고 말했어.
"힘들었어... 많이. 너 없이도 돌아가는 세상이 미웠어."
"......"
"그리고 내가 나쁜 생각을 할 때마다... 이 아이가 나타났어."
"......"
"네가 보내준 거라고 생각해.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오빠의 말을 잠자코 들었어.
오빠는... 그런 생각을 했구나.
그래서 내게 그때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 한 건가 싶었어.
그리고 오빠는... 한참을 서서 숨죽여 울었어.
...
"미안해. 괜히 시간 뺏은 거 아닌가 싶네."
"아녜요. 괜찮아요."
"우리 밥 먹으러 갈까?"
오빠는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어.
아직 눈물자국도 다 마르지 않았으면서...
바보 같은 오빠의 모습에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신경이 쓰였어.
그리고 느꼈어. 오빠가 그분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래서 슬픈 눈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밥 먹으러 가자는 오빠의 모습을 보고 느낄 수 있었어.
오빠는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니라, 아무렇지 않는 척 하는 것에 익숙하다는 것을.
...
밥을 먹는 동안에는 별 말이 오가지 않았어.
분위기도 한 몫 했지만, 오빠의 눈이 아직도 슬퍼보였기 때문에 말을 걸 생각을 하지 않았어.
조용히 밥을 먹으면서 오늘 무난하게 꾸미고 온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어.
밥을 다 먹고 다시 버스에 올랐어.
올 때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오빠가 내 어깨에 기대어 잠들었어.
아무래도 아까 운 것 때문에 지쳤나봐.
나는 잠든 오빠의 얼굴을 보면서 기도했어.
오빠가 더 이상 힘들지 않기를. 항상 행복한 일만 가득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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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soul 입니다!ㅎㅎ
오늘은 밝은 분위기로 오겠다고 했는데... 작가를 매우 치세요ㅠㅠ
하지만!! 다음 편은 민석이 번외라는 거!
민석이 번외가 오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전개였어요..ㅠㅠ
번외가 좀 빠른 감이 없지 않아 있긴 하지만ㅎㅎ 제가 이런 거에는 빠른 전개를 좋아해서ㅠㅠ
그리고 민석이 번외가 지나면 꼭 달달ㅠㅠㅠㅠ로 올게요..흑흑
나는 왜 달달을 쓰지 못하는 것이야!!!(책상엎)
어쨌든, 오늘도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시는 모든 독자님들께 감사해요!♡
[암호닉] 아퀼라님, 면봉님, 너구리걸님, 소쿠리님, 32.6도님, 승승장구님, 메론빵님, 우울님, 솔님! 모두 감사합니다ㅠㅠ 하트 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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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중에 남편이 시계를 맞춰달라고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