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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그의 어머니는 그를 타박했다. 심지 곧은 사람이 되야지. 아무리 고된 길이어도 사내라면 가야하지 않겠니?     

     

타쿠야. 그런 배짱이 있어야 한단다.     

     

하지만 스스로 알고 있는 말과, 스스로의 됨됨이는 다른 말이다.     

     

이따금 그는 무수히 많은 인파에 휩쓸리는 상상을 한다. 저보다 머리 하나는 작은 이들. 그러나 빼빼마른 저와는 달리 튼튼한 몸으로 와아아- 하며 저를 밀쳐내는 이들. 그들과 반대방향을 보면서도 뒷걸음질 치는 그런 자신.     

     

이런 상상을 하는 순간은, 눈앞에 있는 장벽에 부딛힐때다. 생각하는것을 말로 내뱉지 못할 때. 답답할때. 결국, 휩쓸릴것 같을때.     

     

타쿠야는 무언가에 늘 약했다. 작은 강아지, 고양이, 울고 있는 어린 아이, 길 잃은 노파, 어울리지 않는 디자인을 강요하는 직원, 주문 할때까지 옆에 서있는 식당 주인, 대놓고 덤터기를 씌우는 장사꾼.     

     

그는 대체로, 강요당하는 것에 약했다. 늘 수동적이고 정적인 그를 부던히도 바꾸고자 노력했던 본인마저도 결국, 알아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기를 바랄뿐이었다.     

     

그런 그가 요즘, 더 커다란 것에 휩쓸리기 시작했다.     

     

     

*     

먼 타지에서의 삶이다보니 어쩔 수 없이 혼자하는 식사가 많은 타쿠야였다. 외로운 일이지만 건장한 성인 남성에게 그리 힘든일은 아니었기에 익숙해지데는 긴 시간이 필요 하지 않았다.     

     

그런지, 요즘 갑자기 식사를 혼자하지 않게 되었다.     

     

*     

     

처음의 시작은 잦은 회식자리였다. 유부남들이야 고사하고, 한창때의 청년들이다보니 몇시간의 녹화 끝에 늘 허기짐에 회식을 빙자한 술자리를 가졌는데,     

     

거기서 점차 식성이 갈리다보니 자연스레 파생되어 식사자리가 나뉘게 되었다. 술을 함께하길 원하는 사람,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고자 하는 사람, 커피와 술이 부담스러워 든든한 식사만 원하는 사람등으로 나뉘었다.     

     

쿨하게 서로의 식사를 인정하며 돌아서며 타쿠야는 늘 둘만 남게되는 자리가 조금 쑥쓰럽다고 느꼈다. 피곤한 기색의 그는 자주 가는 근처의 식당으로 손짓하며 간단한 동의를 구했고, 타쿠야는 그 뒤를 따르는 것으로 긍정했다.     

     

식사를 하면서 장위안을 곁눈질로 살폈다. 저도 모르게 생긴 몹쓸 습관이었지만 고쳐지지가 않았다.     

     

타쿠야가 생각나는건, 자꾸 지난주의 주말이다. 그리고 지지난주에도 있었던 일이다. 사실 그 중간 중간에도 있던, 장위안과의 만남이었다.     

     

장위안은 이따금, 시간이 괜찮으면 식사하자고 연락해왔다. 별다른 스케쥴이 없는 상황이라 저도 모르게 밖으로 나서면, 같이 식사를 하고 사라졌다. 저는 숙소에서 멤버들과 있지만, 장위안은 아예 혼자 자취를 하다보니 아무래도 비교적 거리가 가까운 그를 식사팀으로 자리매김 시킨듯 했다.     

     

여기까지면, 그도 장위안과 놀랍게 호전된 관계에 기꺼워하면서 넘어갔을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식사가 이어지면서, 대화의 물꼬가 트였다. 어색함에 몸을 뒤틀다보니 어느순간부터 방언터지듯 나오는 괜찮는 대화 주제가 그들의 입에서 오르내렸다. 사실 늘 대화의 시작은 타쿠야였다.     

     

그러다가, 그러다가 그들은 심야영화를 보게됐다.     

     

대화주제를 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잠이 오지 않는 상황에서 기꺼운 일이기는 했지만, 타쿠야는 무언가에 휩쓸리는 기분이 들었다.     

     

*     

     

"일본은 딱 정해져있거든요.."     

     

사귄다 안 사귄다 말도 없이 둘의 관계를 어찌 해석 한단 말이지. 이해 안 가고 신기하다는 사족에 금발의 푸른 눈을 가진 친구들은 제법 그럴듯한 답변을 해준다.     

     

"밥 같이 먹어보고 대화 통하면 취향맞는 심야영화도 한 편 때리고, 그 사이 손잡아보고 눈치봐서 입도 맞춰보면 사귀는거지!"     

     

명쾌한 해답에 스튜디오 사람들은 "뭘 때려, 뭘." 하고 깔깔댔다...     

     

*     

     

타쿠야는 팝콘을 먹으려 뻗은 제 손을 잡아오는 장위안을 바라봤다. 심각한 얼굴의 장위안은 스크린을 응시하고 있다. 팝콘이 아까운건 아닐테고, 현재 나오는 커플의 키스신이 무서워 잡은것도 아닐테다.     

     

허면 이 행동은 뭐란 말인가.     

     

손목도 아니고 손등을 잡힌채 물끄러미 장위안을 바라보는데 점점 생각이 산으로 갔다. 설마...설마? 하는 사이 키스신이 끝났는지 그제야 장위안의 시선이 타쿠야를 향했다.     

     

"형..?"     

     

단단하게 옥죄인 손을 비틀어 빼면 무례하게-     

     

     

보일....라...형 왜 다가와요?     

     

     

*     

     

만약 타쿠야의 머리를 누가 열어본다면 새하얀 백지를 가득 채운 검은 물음표만이 보일 것이다. 깊게 입을 맞춰오는 장위안의 손이 어느순간 그의 볼을 단단히 죄고 있었다. 밀쳐낸다는 선택지도 떠오르지 못하는 공황상태의 타쿠야가 정신차린 것은, 영화의 크레딧이 올라가며 불이 켜질때였다. 그와 동시에 떨어지면서 장위안이 팝콘과 콜라를 챙겨 자리에서 일어나 출구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뭐야?"     

     

이게 뭐야?     

     

이게 뭐냐고?!     

     

*     

     

그의 혼란과는 상관없이 만남은 이어졌다. 느닷없이 거절하기에도 뭐하고, 유난 떨기에는 상대가 너무 담담하다. 저가 영화를 보며 꿈꿧나, 하기에는 직후에 들린 화장실에서 메이크업한듯 붉어진 입술이 항변한다. 더 이상했던건, 그날 숙소의 화장실 변기에서 그걸 떠올리며...부풀어 오른 자신의 앞섬이 더욱 기괴했다.     

     

연락해오는 장위안을 기다리며 점점 타쿠야는 자신이 바뀌는 걸 깨달았다. 연락을 기다리고, 연락이오면 입을 옷도 준비해둔다. 매일 샤워 후, 나가기 직전 향수를 꼭 뿌린다. 개인적인 약속도 잡지 않고 점점 잦아지는 그의 연락을 기다리게 되는것이다.     

     

*     

     

"우리가 지금 사귀는건가? 하고 물어봐고 이 관계에 투자할지 않할지를-"     

     

     

또 다른 푸른 눈의 친구 말이 떠오른다. 타일러말이 맞다. 이건 물어봐야 해. 우리가 무슨 관계인지. 그 키스는 일시적인건지,     

     

아니면..     

     

     

*     

     

"우리가..."     

     

마주해오는 눈을 보며 타쿠야가 침을 삼켰다. 사귀는 건가요?어떤 관계죠? 아직까지 갈피를 찾지 못했다.     

     

"우리는..."     

     

덤덤한 눈이 작은 용기마저도 앗아간다. 마른 입술을 축이며 마지막 시도를 해봤다.     

     

"우리..."     

     

작은 눈깜빡임에 휩쓸려 결국 말을 내뱉지 못했다. 한숨을 쉬며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또 다시 누군가에게 휩쓸렸다. 옳지 않다. 이건. 늘 끝이 안 좋다. 지금도 이렇게 전전긍긍한다.     

     

"좋아해."     

     

"네?"     

     

거침없는 타쿠야의 반문에 장위안이 목을 죄는 넥타이를 풀면서 생각했다. 식사를 했고, 대화도 통했다. 영화도 보고 손도 잡아봤더니 안 빼길래 키스도 충독적으로 해봤다. 피하려나 싶었는데 얼떨떨한 기색으로 연락하는 족족 나오길래 어쩔까 싶었는데, 이제 관계를 정립해야할 시간이 온것 같다.     

     

"그래서 키스했어."     

     

멍한 얼굴의 타쿠야의 눈을 마주하며 생각했다. 이제보니 이마도 잘생겼네.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이마를 쓸어본다. 흔들리는 그 눈도, 다시 보니 더 예쁘다.     

     

     

"나는, 늘 누군가에게 휩쓸렸어요."     

     

침묵을 기다려주던 장위안이 목메인 목소리의 타쿠야를 보며 느낀 것은 우습게도 욕정이었다. 낑낑거리는 모습이 강아지같아서 귀엽게 느껴지는데 한 켠으론 침대에서 들릴법한 허스키한 목소리여서 섹시하다고 느꼈다.     

     

"이번에도...휩쓸린거면 어떡하죠? 내가..그저..흔들린거면?"     

     

이성과의 문제가 아니니 조심스럽다는 의견이다. 장위안이 어깨를 으쓱이며 벽에 기댔다. 불안한 얼굴의 타쿠야가 눈치를 살핀다.     

     

     

"그럼 그냥 쭉, 나한테 흔들려."     

     

계속 휩쓸리고, 무너지고. 결국 넘어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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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ㅠ ㅠㅠ 결국 넘어 오겠지라니ㅠㅠㅠㅠ
9년 전
독자2
결국넘어오겠지...찬양하라 넘어오겠지..
9년 전
독자3
와 대박 ㄷㄷㄷㄷ 대사 엄청나 와우
9년 전
독자4
아진심...마지막대사가 ㅠㅠㅠ 끌려 넘어오겠지라니ㅠㅠ
9년 전
독자5
ㅜㅜㅠ와ㅜㅜㅜㅜㅜㅜㅜㅠㅜ대박이다ㅜㅠㅜㅜㅜㅜㅜㅜㅠㅜㅠㅜㅠ
9년 전
독자6
헐 좋아 ㅠㅠㅠㅠㅠ 그대로 넘어가면 될듯 ㅠㅠㅠㅠ
9년 전
독자7
엄마...(입을틀어막는다) 장저씨 박력ㅠㅠㅠㅠ마지막대사ㅠㅠㅠㅠㅠ 쓰니야 사랑해ㅠㅠㅠ
9년 전
독자8
으아 이거 좋다.....하트
9년 전
독자20
아 휩쓸리다가 가락가락님것이었다니....후.....진짜 ㄱㅊ에서 맨날 영업하고 다녔는데...!!!!!!!!!!!!!이거랑 다른 작품들도 함께....와 대박이다!!!!!!!!!!!!!!!!!!!!난 댓글 달아놓고 왜 몰랐을까........진짜 또봐도 좋아요 담담한 느낌이 딱좋아요
9년 전
독자9
그래 넘어와 ㅠㅠㅠㅠㅠㅠㅠ 잉잉 쓰니야 잘읽었어
9년 전
독자10
나도 이런거 좋다ㅠㅠㅠ근데 딱히 뭐라고 정의 할ㅅ수가 없ㅇㅓ ㅠㅠㅠ
9년 전
독자11
와..진짜 명작이야...ㅠㅠㅠㅠㅠ
장저씨 성격 너무좋아....적당히 매너있고 저돌적인게ㅠㅠ 맘에들면 과감하게 키쓰할 수 있는 패기..! 진짜 잘 읽었어유ㅠㅠㅠ

9년 전
독자12
너정 글 짱 잘 쓴다....헐...이런 글 써주셔서 고맙스니다....
9년 전
독자13
여기눕는다 슼슼도한다
9년 전
독자14
취...향...저...격.........후
9년 전
독자15
헐...ㅠㅠㅠㅠㅠㅠㅠ장저씨멋있어ㅠㅠㅠㅠ
9년 전
독자16
와 이거 대박이다ㅠㅠㅠㅠㅠㅠ 금손
9년 전
독자17
결국 넘어오겠지ㅠㅠㅠㅠㅠㅠㅠㅠ이거너무좋아ㅠㅠㅠㅠㅠ너정진짜금소뉴ㅠㅠㅠ슼하고 계속 봐야지ㅠㅠㅠ사랑해금손정♥♥♥
9년 전
독자18
추천 타고 왔어영ㅠㅠ 으흑........진짜!!!!!!대박!!!!으헝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영화관 장면ㅠㅠㅠㅠㅠㅠㅠㅠㅠ!!!!!설레고 넘 좋다...ㅠㅠㅠ 타쿠가 맘속으로 하는 혼잣말.. 진짜 느낌 그대로 표현해서 와닿고 좋탕ㅠㅠㅠㅠㅠㅠ 마지막 대사들도 어쩜 저렇게........ㅠㅠㅠㅠㅠㅠㅠㅠ 타쿠 지켜주고 싶은 느낌이야ㅠㅠㅠ 장저씨 진짜 멋있다ㅠㅠㅠㅠㅠbbb 글 써줘서 고마웡ㅠㅠ♥
9년 전
독자19
와글잘쓴다진심
9년 전
독자21
허걱 두준두준 설리설리한 장탘♡♡♡♡♡
정말 로맨티스트 같네요 장저씨ㅎㅎ
잘 봤습니다^^

9년 전
독자22
어머나 장탘 영업당했어요 헐대박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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