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 우리의 FM |
[현성] 우리의 FM
W. 담녀
12
거실에 놓인 전화기 앞에 앉은 성규는 수화기 윗부분을 톡톡 치며 한숨을 내쉬었다. 우현과의 마지막 전화 이후로 일주일이나 지났다. 솔직히 그날 주고받은 것은 그저 알고 지내 온 형, 동생 사이에 할 수 있는 단순한 '반말'이었지만, 조금은 다른 감정을 갖고 있는 성규에게는 그 한마디가 단순하지 않았다. 상대방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런 감정을 갖는 다는 게 참 우습기도 했지만 이미 빠져버린 걸 어쩌겠어, 하고 마음 편히 생각했다.
잠시 우현의 생각을 하던 성규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떻게 말을 꺼내고 반응을 해야 할까, 하는 생각에 계속 전화번호를 누르지 못하고 걱정만 하고 있는 게 벌써 몇 번째 인지. 답답한 제 자신에 화가 나기도 했지만 제 손가락은 머리의 명령을 거부하기라도 하는 건지 한 번도 제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눈썹을 축 늘어뜨리며 울상을 지은 성규는 옆에 놓인 시계가 벌써 12시를 가리키고 있는 것을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라디오가 끝나면 좀 나아지겠지. 전화기에서 멀어진 성규가 신발을 챙겨 신고는 집을 나섰다.
정작 수화기는 손에 들지도 못한 채 고민만 하는 것이 일주일 째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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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현은 소파에 앉아 테이블 위에 놓인 팸플릿을 보고 있었다. 우현이 우승을 차지한 사진 대회의 주최 측에서 보내온 독일의 유명 대학과 스튜디오, 숙박 서비스 등에 대한 자료와 계약서 사본들 이었다.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보던 우현은 한숨을 쉬며 손에 들고 있던 마지막 팸플릿을 내려놓았다. 오랜만에 이것저것 따지면서 머리를 쓰다 보니 이젠 지끈 거리며 아파오는 것 같았다.
괜히 관자놀이를 몇 번 꾹, 하고 누른 우현은 이젠 제 분신과 같이 들고 다니는 성규의 핸드폰에 시선을 주었다. 그 때 그 반말 사건 이후로 아직 성규에게서는 한 통의 전화도 오지 않았다. 그때 성규에게서 제 이름을 듣고는 너무 떨리는 마음에 마지막에 지른 반말이 역효과가 났나. 초반 며칠은 그렇게 생각하며 아쉽지만 전화를 기다리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이게 일주일 째 계속 되다보니 화를 내도 좋으니까 그저 목소리만 이라도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제 머릿속을 꽉 채웠다.
'우현아.'
이젠 시도 때도 없이 알아서 재생되는 성규의 목소리에 우현은 울상을 지었다. 지금 전화해주면 바로 고백할 자신 있는데. 독일 유학, 그까짓 거 포기하고 한국에 남아있을 자신도 있는데.
"으아아악-!!!"
잠깐 든 성규의 생각에 빠르게 뛰는 제 심장을 움켜 쥔 우현은 소파에 누워 발을 동동 굴렀다. 이게 무슨 청승이야, 남우현. 다른 번호라도 알고 있으면 내가 먼저 연락을 할 텐데……. 응? 다른 번호? 순간 든 생각에 몸을 벌떡 일으킨 우현은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악!!! 내가 왜 진작 다른 번호를 알아놓을 생각을 안했지?! 왜?! 우워얽-!!!"
격하게 몸부림을 치던 우현이 별안간 울상을 지은 채로 축 늘어졌다. 이미 지나간 거 어쩌겠어……. 다음에 전화하면 물어봐서 내가 먼저 연락해야지. 그리고 유학 가서도…….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하던 우현이 아직까지 테이블 위에 얌전히 놓여있는 팸플릿들을 바라봤다. 유학, 을 가야되나? 한참 동안 팸플릿을 바라보던 우현이 두 눈을 감았다.
머릿속에서 엉켜있던 생각의 실타래가 더 커진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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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규, 출근했습니다!"
밝게 인사하며 스튜디오로 들어온 성규에게 모두의 시선이 꽂혔다. 뭐야, 오늘도 일찍 왔어. 벌써 일주일짼데. 수근수근. 바로 소파에 앉아 성열에게 받은 대본을 체크하는 성규를 보던 스텝들이 머리를 맞대고 작은 목소리고 수군거렸다. 그 이유인 즉슨, 호원에게 엄청 혼이 나고서야 하루 이틀 정도 일찍 출근을 하던 성규가 근 일주일간은 한 번도 지각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기분이 좋아서 그런가, 하기에는 너무 평소와 똑같고, 저번처럼 우울한 것도 아닌 성규의 상태에 갈수록 코난에 빙의하며 나름의 추측을 늘어놓는 스텝들이었다.
사실 성규도 그런 스텝들의 시선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저를 잘 알던 사람들이라면 이게 무슨 해가 서쪽에서 뜨는 소리냐, 하며 기겁할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이런 반응을 예상하지 못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주위사람들에게 지금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기도 애매하고-어느 누가 '목소리만 아는 남자와 썸을 타고 있었는데, 그 사람이 나한테 형이라고 하니까 설렜어요! 왜죠? 흑흑.' 이라고 말하겠는가.- 모두에게 신경을 쓰기에는 제 머릿속은 이미 전화를 할지, 안 할지에 대한 생각으로 꽉차있어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오늘 따라 더 눈에 들어오지 않는 제 오프닝 멘트를 쭉 읽어보던 성규는 조그맣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은 웬일인지 무언가를 결정해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상하게 초조해지는 것도 그렇고, 느낌도 이상한 게 자꾸만 자신에게 전화를 하라 재촉을 하는 듯했다. 잠시 앞에 놓인 테이블에 대본을 내려놓고 눈을 감은 성규가 생각을 정리했다. 그래. 아무렇지도 않은 척, 전화하자. 그게 뭐 대수라고.
"자, 방송시작 5분 전! 다들 자기 자리로 가서 점검 한 번씩 해봅시다!"
순간 들려오는 호원의 목소리에 눈을 뜬 성규가 대본과 가방을 챙겨서는 라디오 부스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무래도 오늘 컨셉회의는 빠져야할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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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크기의 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목에 걸고는 밖으로 나온 우현이 버스 정류장 앞에 섰다. 그 후로도 한참을 소파에서 뒹굴 거리며 고민을 하던 우현이 버릇처럼 라디오를 듣고는 명수의 작업실에 가던 길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꽤 되는 거리였지만 방송국 쪽을 돌아서 천천히 걸어갔을 텐데, 오늘따라 축 처지는 기분에 버스를 선택했다.
괜히 제 목에 걸린 무거운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던 우현이 곧 버스가 온다는 안내에 조금 거리 쪽으로 나왔다. 이내 도착한 버스에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카드를 찍으며 버스에 올라탄 우현이 맨 뒷자리로 가 자리에 앉았다. 버스는 고등학교 생활 이후로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았다. 사진학과로 진학하고서는 가까운 곳에서 자취도 할 겸, 항상 사진연습을 한다는 핑계로 카메라를 들고서는 골목골목을 걸어 돌아다녔었는데. 괜히 제 나이가 많아 진 듯 한 느낌에 어깨를 으쓱한 우현이 창밖을 내다보았다. 한창 여유로운 저와는 달리 제 일을 하며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였다. 천성이 여유로워 일이 많거나 바빠지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오늘따라 창밖의 사람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저렇게 열정적으로 될 수 있을까?"
조그맣게 중얼거린 우현은 이내 못 말린다는 듯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안 어울리게 진지한건 뭐야, 남우현. 하지만 여전히 제 일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눈을 땔 수는 없었다.
한참 멍하니 밖을 바라보던 우현은 제 눈에 보이는 익숙한 풍경에 고개를 들어 정류장 이름을 확인했다. 앞으로 두 정거장만 지나면 명수의 작업실이 있는 곳이었다. 내릴 때 편하기 위해 조금 앞쪽으로 자리를 옮긴 우현이 다시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때 갑자기 제 허벅지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우현은 살짝 얼굴을 찡그리며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성규의 전화였다. 오랜만에 온 연락에 놀란 우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 조심스럽게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아, 우현씨. …오랜만이에요.'
네,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네. 우현씨는요? 저도 잘 지냈어요. 반가운 성규의 목소리에 살짝 웃음을 지은 우현이 계속 성규에게 이것저것을 물었다. 그에 조곤조곤 잘 대답해주는 성규의 모습에 우현이 계속 싱글벙글 이었던 건 당연했다.
"아, 근데, 성규씨. 언제 시간 되세요?"
'네? 그건 갑자기 왜…….'
"이거, 핸드폰 돌려드려야 되잖아요."
'아…….'
"조금 천천히 만나 뵈려고 했는데, 제가 일이 좀 생길 것 같아서요."
네? 일이요? 무슨 일 있으세요? 걱정스러운 성규의 말투에 혀로 입술을 축인 우현이 어, 하고는 살짝 입술을 물었다.
"…사실, 제가……. 유학을 가게 될 것 같아서요."
'…네?! 유학이요?!'
"네. 아직 결정 된 건 아무것도 없지만……."
'어, 언제요? 어디로 가시는 데요?'
"언제 가게 될지는 모르고요, 독일로 가게 될 거에요."
아……. 아쉬움이 섞인 성규의 말투에 슬쩍 웃은 우현이 잠깐 앞을 바라보던 시선을 다시 창밖으로 옮겼다.
"…제가 유학 가는 게 아쉬워요?"
'다, 당연하죠! 우현씨를 제가 얼마나 조…! 아니, 어, 의지하고 있었는데요…….'
성규의 말을 가만히 듣던 우현의 머릿속에 순간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고백. 언젠간 꼭 하고 싶었던 고백. 너무 저 혼자 치고 빠지는 계획인데다가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지만 우선 질러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답은 조금 더 나중에, 자신도 생각을 정리한 후에 받으면? 잠시 생각을 하던 우현이 입술을 살짝 물었다.
"음……. 그럼 제가 안가는 방법 하나 알려줄까요?"
'네! 뭔데요?'
그니까 제가요……. 살짝 붉어지며 달아오르는 듯 한 얼굴에 손을 대고 부채질을 슬쩍하던 우현이 큼큼, 하고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아씨, 어떻게 얘기하지? 눈을 도르륵, 굴리던 우현이 주먹에 힘을 주어 꽉 쥐었다.
"어, 그러니까, 되게 뜬금없겠지만……."
'…….'
"제가, 성규씨를 좋아해요."
'…네?'
"내가, 아는 거라고는 이름하고 목소리밖에 없는 성규씨를 좋아한다고요."
…네에?! 성규의 격한 반응이 귀여워 크게 한번 웃은 우현은 제 손에 든 성규의 핸드폰을 고쳐들고는 아직도 멍한 듯 대답이 없는 성규를 향해 입을 열었다.
"나도 잘 몰랐는데, 어느 순간부터 성규씨가 좋아졌어요."
'…아…….'
"그래서 독일로 유학 가는 것도 지금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다, 성규씨 때문이에요."
'아……. 저, 그게.'
"나한테 엄청 좋은 기회인데, 근데, 성규씨가 내 마음 받아주고 가지 말라고 하면, 나 안갈거에요."
'헉, 아니, 저…….'
급하게 숨을 삼키는 듯 한 성규의 반응에 작게 웃은 우현이 슬쩍 눈을 돌려 버스 정거장의 이름을 확인했다. 아, 이번에 내려야하네. 안내방송에 따라 하차 벨을 누른 우현이 봉을 잡고는 하차문 앞에 섰다.
"당황한거 알아요. 저도 지금 엄청 부끄럽거든요? 바로 대답 달라고 안 해요."
'아니, 그게 아니라,'
"3일 후에,"
'…네?'
"3일 후에, 내가 전화하면, 그때 알려줘요. 나도 마음에 준비라는 걸 좀 해놔야죠. 거절당하면, 나 진짜 울 것 같거든요."
'어, 아니, 우혀,'
"어, 저 지금 버스에서 내려야 돼서요. 잠깐 있다가 제가 전화하면 성규씨가 바로 받을 수 있는 번호 좀 알려줄래요?"
'아, 네. 그건 그런데, 저기,'
"아, 잠깐만요."
잠깐 핸드폰을 귀에서 땐 우현이 뒷주머니에 다시 넣어놓았던 지갑을 꺼내 카드 단말기에 대었다. 마침 버스가 멈추고 문이 열렸다. 재빨리 버스에서 내리려다 실수로 봉에 손을 퍽, 하고 부딪힌 우현이 아파하며 반대 손으로 부딪힌 손을 감싸 안았다.
"아오, 아파……."
살짝 눈물이 맺힐 만큼 세게 부딪힌 우현이 멍이 들것 같은 느낌에 울상을 지었다. 이게 무슨 봉변이야. 앞으로 버스를 탈 때는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한 우현은 조금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뭔가 손이 허전한 것 같은데…?
콰직-
등 뒤에서 버스가 출발함과 동시에 들리는 효과음에 고개를 돌린 우현은 경악에 찬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안 돼-!!!"
소리를 치며 도로로 달려간 우현의 앞에는 이미 버스의 무게를 못 이겨 부서진 성규의 핸드폰이 놓여있었다.
--
'뚜-뚜-'
"응? 우현씨? 우현씨!"
갑자기 끊긴 전화에 놀란 성규가 계속 우현의 이름을 불렀다.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은 성규는 이내 걱정스럽다는 듯 여전히 기계음만 내고 있는 수화기를 바라보았다. 아니, 갑자기 왜 전화가 끊기지? 혹시 제 핸드폰의 배터리가 다 나간 것이 아닐까, 했지만, 한 달이 넘는 시간동안 우현과 전화를 주고받았던 것을 보면 그건 또 아닌 듯했다. 수화기를 내려놓은 성규는 혹시 우현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에 입술을 살짝 물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떠오르는 기억에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우현의 갑작스러운 고백. 솔직히 기대하지도, 짐작하지도 못했던 일이라 놀란 성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었다. 물론, 순간 너무 세게 뛰어대는 심장을 추스르지 못한 탓도 있지만. 그러다가 겨우 정신을 차려서는 대답을 하려고 하는데 그 것을 막는 우현이라니. 토라진 듯 입을 비쭉 내민 성규는 그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다시 돌아가서 똑같은 고백을 받게 되면 크게 소리쳐서라도 나도 같은 마음이라고 말을 해줬을 텐데.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계속 제 기억을 더듬던 성규는 이내 같이 떠오른 우현의 한마디에 마음을 가라앉힐 수밖에 없었다.
"유학……."
아니, 겨우 마음을 알았나 했더니, 유학? 이게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야. 우현은 제가 잡으면 남겠다고 했지만, 그 기회를 어떻게 자신이 막을 까. 성규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뭐. 잡을 수도 있지 근데, 문제는…….
'3일 후에, 내가 전화하면, 그때 알려줘요.'
"…대체 언제 전화를 해야하는 거야? 아니, 그보다, 전화는 할 수 있는 거...?"
또 다시 넘어야할 산이 생겨버렸다.
"누구나, 어떤 사연으로도 참여할 수 있는 실명 고백타임! <네 마음을 보여줘!>. 오늘의 마지막 사연입니다!"
성규가 찌푸리고 있던 표정을 풀며 말했다. 어제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눌러버린 제 번호였건만, 정작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딱딱한 여자의 안내 목소리였다. 그것도 그냥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말이 아닌, 착발신이 불가하다는 안내. 그러면 자신의 핸드폰이 고장 났다는 건데……. 여러 가지로 생각이 많아진 성규가 살짝 아파오는 머리를 꾹꾹 손가락으로 눌렀다.
사실 제 핸드폰은 약정기간도 다 끝난 상태라 새로 핸드폰을 사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만, 앞으로 우현과 연락을 할 수 있을 지가 걱정이 되었다. 고백까지, 아니, 고백만 받았는데, 이 상태로 인연이 끝이라고? 다시금 복잡해지는 머리에 찌푸려지려는 얼굴을 겨우 푼 성규가 전화연결이 됐다는 호원의 표시에 상대방에게 말을 걸었다.
"아, 닉네임 없이 전화번호 뒷자리로 사연 신청해 주셨네요. 한번 연결해 볼까요? 6036님, 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네, 6036님. 반갑습니다! 사연 신청해주셨는데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고요?"
'아, 사실 제가 몇 주 전에 횡단보도에서 핸드폰을 하나 주웠는데요…….'
두근. 성규의 마음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조금 전 까지만 해도 계속 축축 쳐졌던 몸과 아파왔던 머리가 순식간에 멀쩡해지는 느낌이었다. 아직은 정확히 상대방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익숙했다. 지금 대화를 나누고 있는 상대의 목소리도, 분위기도,
'…계속 주인분하고 핸드폰으로 통화하고 약속을 잡았는데, 못 만나서요. 오늘, 어…좀 일이 있어서 이제는 제가 전화를 드리려고, 다른 번호를 물어보려고 했는데……. 제가 버스에서 급하게 내리다가 그만 핸드폰을 떨어뜨려서……. 버스 밑에 깔려버렸거든요.'
…소심한 듯 남자답게 말하는 말투까지도. 성규의 입가에 자신도 모르는 자연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순식간에 기분이 좋아졌다.
'…핸드폰 값은 꼭 물어드릴테니까, 꼭 다시 연락이 되었으면 해서요.'
"…풉……."
푸하하. 성규는 그만 큰 소리로 웃어버리고 말았다. 아, 남우현, 진짜 이렇게 섬세한 면도 있었어? 성규의 웃음소리에 부스 밖에서 있던 호원도, 성열과 성종도 당황하고 말았다. 아니, 아까부터 우울하던 사람이 왜 저렇게 웃어? 이거 방송사고 난다고, 이 사람아!!!!!
호원의 날카로운 눈초리와 성종의 황당한 표정이 신경 쓰이지도 않는 지, 성규는 끊지 않고 끅끅 거리며 웃어대기 바빴다.
'…어, 뭔가 잘 못 됐나요?'
"푸하학, 아, 아니요…흐끄극……."
'그, 그럼 왜 그렇게 웃으시는지…….'
우현의 당황한 말투에 겨우 정신을 차린 성규는 눈초리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며 숨을 몰아쉬었다. 어휴, 어휴. 몇 번을 심호흡을 하고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성규는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
"지금, 사연 보내신 분 성함,"
'…네?'
여전히 상황파악이 안 되는 우현의 목소리에 성규는 다시 웃음이 터져 나올 뻔 한 것을 겨우 참고는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이 없던, 함박웃음을 지었다. 막혔던 무엇인가가 뚫리는 느낌이었다.
드디어,
"혹시, 우현이, 너니?"
닿았다, 너에게.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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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영화를 모티브로 한 팬픽입니다:)
안녕, 담녀에요.
생각보다 일찍 마지막편을 들고 찾아오게 됬네요.
정말 시원섭섭해요. 처음에는 긴가 민가 하는 마음으로,
내 글이 정말 자랑스러워서 보다는 소재가 너무 아깝다는 마음에 질러버린 글이지만,
예상외로 많은 사랑을 받은 것 같아서 정말 행복한 날들 이었어요.
솔직히 제가 처음부터 차근차근 다시 글을 읽어봤는데,
...하...
정말 너무 창피하기만 하네요...
이런 작품을 봐주신 그대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근데 마지막인데 뭐 결말이 저래, 하시는 분들...
어허허, 죄송해요ㅠ
근데 원래 영화 결말이 저래요. 아 진짜, 정말이라니까요?
아참, 현성이들의 꽁냥꽁냥을 원하시는 분들! 뭐, 그대들을 위한 선물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고?ㅋㅋㅋ
어쨋든, 담녀는 한달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맞나?) 같이 달려 준 그대들,
그리고 FM 속 사진작가 우현이와 DJ 성규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면서 이만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대들 모두 사랑해요♥♥♥♥♥♥♥♥
다음편은 QnA가 올라 올 예정입니다.
<원작에 관한 질문/'우리의 FM'에 관한 질문/개인적으로 담녀에게 하고 싶은 질문>
이 있으시면 댓글을 쓰신 후 답글에 'Q.'를 쓴 후 질문을 남겨주세요.
질문이 많다면, 성규와 우현이가 진행하는 라디오를 볼 수도 있고?ㅎㅎㅎ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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