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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트/수열] Daily 2 | 인스티즈

자다가 선선한 바람에 깨어 몸을 일으켜 앉았다. 머리맡에 놓인 책을 집어 들었다. 일기처럼 글이 적히고 사진이 페이지마다 박힌 책을 읽다보니 일기가 쓰고 싶어졌다. 책을 끝 페이지까지 다 읽고 곱게 책장에 끼워 넣은 뒤 대충 몸을 씻었다. 공책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필기구마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이참에 새로 마련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막, 나갈 준비를 마치고 폰을 집어 들었다. 뭐해? 하고 연락이 와있는 김명수에게 나가려고, 하고 대답을 해 준 뒤 옷을 정리했다. 스트레칭을 쭉 하고 문을 열고 나왔다. 징- 하고 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응, 왜?”

-어디 가?

“그냥, 공책이나 필기구 같은 거 사려고 나가”

 

 

...같이 가도 돼? 조심스럽게 묻는 김명수에게 선뜻 그러라고 대답을 해주고 정류장으로 향했다. 저 멀리서 헐레벌떡 뛰어오는 김명수가 보였다. 헉헉거리며 내 앞에 선 김명수가 잔뜩 흐트러진 머리를 하고서 해맑게 웃어보였다. 살짝 손을 내밀어 머리를 정리해주고 버스 시간을 확인했다. 갑작스레 더워진 날에 김명수는 벌써 반팔을 입고 있었다. 괜히 나 혼자 반팔 위에 가디건까지 걸치고 있는 것 같았다. 다른 곳에 눈을 두고 더위를 추스르던 김명수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안 더워?”

 

 

손을 뻗어 내 가디건 자락을 살짝 쥔 김명수가 자락을 살살 흔들며 물었다. 그 까맣고 깊은 눈이 올곧게 나만을 보는 모습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더워 보인다. 손을 뻗어 내 뺨을 살짝 쓸어내린 김명수가 슬쩍 웃어보였다. 안 더워, 하고 대답해 준 뒤 가디건을 좀 더 여미었다. 기분 좋은 웃음을 얼굴에 건 채 내 옆으로 살짝 붙어선 김명수가 내가 타려는 버스가 오자 나를 살짝 건들었다. 김명수를 따라 버스에 올랐다. 사람으로 가득 찼을 것 같던 버스 내부는 더위 때문인지 한산했다. 두 자리가 붙어있는 좌석으로 가 김명수와 나란히 앉았다.

버스가 덜컹거리며 제 노선을 따라 서서히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내릴 정류장까지는 한참이 걸리는 걸 알고 아직 졸린 눈을 감았다. 덜컹거림에 따라 내 머리도 살살 움직이기 시작했다. 살며시 다가온 손길에 고개가 김명수의 어깨로 기대어졌다. 살짝 눈을 떴다가 다시 눈을 감았다. 살며시 깍지를 끼어오는 김명수에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

 

 

잠을 떨치고자 살짝 눈가를 비비고 정류장에 섰다. 내 옆에 가만히 서 있는 김명수를 데리고 팬시점으로 향했다. 졸졸졸 따라오는 김명수가 꼭 강아지마냥 느껴졌다. 구지 일기장 같은 걸 사야하는 가 싶어 그냥 공책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스프링 노트를 이것저것 꺼내들었다. 새파란 하늘이 펼쳐진 표지를 가지고 있는 노트를 집어 들었다. 이제는 필기구가 필요하겠구나, 하고 생각해서 볼펜이며 샤프며, 그런 것들이 늘어져있는 곳으로 향했다. 샤프를 살까, 하고 생각하다가 그냥 까만색 볼펜 몇 자루를 꺼냈다. 계산을 하고 갈까, 생각을 하는데 김명수가 안보였다. 주위를 둘러보다가 일단 계산 먼저 하자는 생각으로 계산을 했다.

 

 

“성열아!”

 

 

손에는 영수증 같은 것을 들고 헐레벌떡 뛰어오는 김명수를 보다가 살살 다가갔다. 어디 갔다 왔어. 영수증 같은 것을 주머니로 밀어 넣은 김명수가 히죽 웃었다. 왜 웃어. 눈을 가늘게 뜨고 김명수를 빤히 보고 있으니 김명수가 내 손을 잡아끌었다. 김명수를 따라 팬시점을 나왔다. 배 안고파? 설레설레 고개를 젓고 김명수를 쳐다봤다. 조금 곤란하다는 듯 나를 보는 김명수를 보다가 물었다. 시간을 때울 곳이 필요한 거야, 아니면 배가 고픈 거야? 어떻게 하지, 하는 표정으로 나를 보던 김명수가 시간, 하고 대답했다.

 

 

“그러면 구지 밥을 먹으러 갈 필요는 없지”

 

 

이번엔 내가 먼저 김명수를 이끌고 근처에 있는 카페로 갔다. 커피 두 잔을 시키고 자리로 가 앉았다. 가만히 카운터에서 뭘 빤히 보던 김명수가 뭘 더 시키는지 돈을 건네고 자리로 돌아왔다. 진동 벨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턱을 괸 채 나를 빤히 보는 김명수의 눈에 시선을 맞췄다. 이번에는 김명수가 먼저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채로 시선을 돌렸다. 우리 이거 먹고 잠깐 어디 좀 들렸다가 가자. 김명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커피와 김명수가 시킨 것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징징 거리는 진동 벨을 쥐고 부리나케 뛰어가 트레이를 받아온 김명수가 테이블 위로 그것을 내려놓았다.

 

 

“케잌?”

 

 

치즈 케잌 두 조각이 한 접시 위에 나란히 놓인 채 트레이 중간에 놓여있었다. 포크를 내 손에 쥐어준 김명수가 얼른 먹으라면서 히죽 웃었다.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고 치즈 케잌을 조금씩 먹었다. 말없이 커피를 마시다가 어느덧 커피와 케잌이 다 사라지고 김명수와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트레이를 정리하고 나온 김명수가 내 손을 잡고 어딘가로 향했다. 사람이 북적거리며 지나는 그 길 중간에서 사람들에게 집중을 받지 않은 채 우두커니 자리를 잡고 있는 사진관 안으로 들어섰다.

 

 

“사진?”

 

 

아까 주머니에 넣었던 영수증 같은 것을 건네고 반투명한 봉투를 받은 김명수가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이제 가자. 손을 잡은 김명수가 먼저 앞장서 나갔다. 소중한 것이라도 되는 것 마냥 봉투를 꼭 쥐고 히죽이죽 웃어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손을 뻗어 김명수의 손에서 봉투를 빼앗으려고 했다. 인상을 팍 쓰면서 손을 이리저리 뻗어대는 모양에 더 짜증나 봉투를 낚아챘다. 얼굴이 시뻘게져서는 내 손에서 봉투를 다시 가져가려는 모습에 얼른 봉투 안에서 사진들을 꺼냈다.

 

 

“어...”

 

 

사진을 번쩍 들어 올려 쳐다보고, 무슨 사진인지 파악이 되기 무섭게 김명수가 내 손에서 사진뭉치를 휙 빼앗아갔다.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봉투마저 가지고 가 정리를 해 넣는 얼굴을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내 얼굴과 김명수의 얼굴이 가득 들이 찬 사진. 과연 다른 사진들마저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돌리고 있던 고개를 김명수에게로 돌렸다. 민망하다는 듯 볼을 긁적이고 있는 모습을 보다가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가자”

 

 

고개를 끄덕인 김명수가 봉투를 살며시 주머니에 집어넣고 내 손을 잡았다. 근데, 그거 왜 숨겨? 묵묵히 앞만 보며 걸어가다가 툭 질문을 했다. 그냥.. 부끄럽잖아, 이렇게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니가 없는 게 없으니까. 김명수가 잡고 있는 손에 힘을 더 주었다. 정류장에 도착해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김명수는 나와 떨어진 곳에서 사진들을 한참이나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실실 웃는 김명수의 얼굴을 빤히 보다가 저 멀리서 버스가 오는 걸 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김명수에게 다가가자 김명수가 화들짝 놀라 사진을 봉투에 담았다.

버스 오는데. 고개를 대충 끄덕인 김명수가 버스를 타기 위해 움직였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덜컹거리는 버스에 올랐다. 이번에는 자리가 없었다. 나란히 김명수와 손잡이를 잡고 섰다. 이제 가서 일기나 써야지, 하는 생각으로 공책을 바라봤다. 과연 이걸 언제까지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끈기가 없었다.

 

 

“성열아, 나 너네집 가도 돼?”

 

 

고개를 끄덕이고 김명수를 쳐다봤다. 옅은 미소를 띠우고 있는 그 얼굴이 너무 좋아 빤히 쳐다봤다. 그러면 그럴수록 히죽 웃어주는 것이 좋았다. 조심스럽게 내 머리를 쓰다듬어준 김명수가 고개를 돌려 창밖을 쳐다봤다. 내게서 창밖으로 옮겨간 그 시선이 아쉬웠다. 그렇게 김명수의 옆모습을 한참을 보다가 버스에서 내렸다. 달랑달랑 손가락 끝에서 흔들리는 팬시점의 문구가 박힌 종이봉투와 반대쪽 손에 잡히는 김명수의 손. 살랑살랑 바람이 불어왔다.

 

 

 

오예,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

데일리 2편으로 돌아왓습니당...힣... 데일리는 하나도 이어지는 편 없구요! 그냥 제 맘대로 싸지르는 글입니당ㅎㅎㅎㅎㅎㅎㅎㅎ

 

사실 저거 일기장에다가 쓰는 글 하나씩 써서 올릴까 생각도 하고있는데....어떻게 할까요...ㅠ,ㅠ?

 

으앙 오랜만에 와서 뭔가 되게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네요... 구독료! 사실 걸고 싶었지만... 똥글이라서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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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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