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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르미홍 전체글ll조회 505

자살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

 

 ……더이상은, 말하면 안돼는데……. 재진이의 말에, 원빈이는 자신을 붙잡고있는 승현이를 거칠게 밀어내고서 순식간에 재진이에게 달려들었다. 씨발, 이재진 너 말 다했냐?! 소리지르는 그의 얼굴에서도,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봇물터지듯 흘러나오고 있었다.…아아, 제발, 제발 그러지마……울지마, 나때문에 울지마. 싸우지도 마, 나같은 거 때문에…서로 미워하고 상처입히지 말란말이야……. 나를 죽인건 너희들이 아니야, 이름모를 병도 아니고, 그냥 나 자신의 나약함일 뿐인데……결코 소리가 되어나올 수 없는 못하는 격한 떨림이, 가슴 속에서만 멤돌아가고 있었다.

 

 

 「그 새끼 목이 망가진것도, 결국엔 자기책임이야!! 가수가 목 관리하나를 똑바로 못해서…큭…그렇게 노래하는게 좋았으면, 행복했으면!!…자기 인생을 걸 만큼 소중한것 정도는, 자기 힘으로 지킬 줄 알았어야 할 거 아니야!!!!」

 

 

 …응, 그래. 전부 한심하고 병신같은 내 탓이니까……오원빈, 제발…그렇게 울지마. 니가 날 비난하는것도, 전부 진심이 아니라는 거 알고있으니까……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너도 견딜 수 없을테니까. 제발,그만…이재진이랑 그렇게 싸우지 마. 더이상은 나때문에……상처받지 마.

 

 

 「윽…유전이라잖아!!! 홍기형네 아버지도, 똑같은 병으로 돌아가셨다잖아!!! 목감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점점 길어지고, 어렸을때부터 지켜봤던 아버지랑 같은 증상이 자기한테도 나타나는 걸 보면서…홍기형은, 홍기형은 얼마나 불안했을지!!! 웃고있지만 그 속이 얼마나 타들어가고 있을지…그런건 생각도 안해본거야?! 우리가!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 큰 불안감을…홍기형은 혼자 떠안고, 혼자 죽어간거잖아!!!!!!」

 

 

 퍽, 하고. 결국에는 주먹이 날아가고 말았다. 원빈의 밑에 깔린 채 멱살이 잡혀 켁켁거리면서도, 눈물이 줄줄 흐르는 눈을 똑바로 뜨고 원빈이에게 소리치던 재진이의 고개는 너무나 힘없이 옆으로 돌아가버렸다. 주륵- 하고. 재진이의 입가에서 실같이 얇은 핏줄기가 흘러내림과 동시에, 언제나 침착하던 재진이가, 싸움은 야만인들의 멍청한 해결방식일 뿐이라고, 폭력은 절대로 싫다고 주장하던 재진이가……원빈이에게 달려들었다. 얽히고 섥혀 서로 에게 주먹질을하는 두 사람을 보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건지, 꽤 멍한 얼굴로 나가떨어져있던 승현이와 민환이가 각각 원빈이와 재진이에게 달려들어, 겨우 두 사람을 때어놓을 수 있었다.

 

 

 「씨발…놔, 송승현!! 놓으라고!! 이재진 저 개새끼, 내가 오늘 죽여버리고 말테니까…!!」

 「누군 주먹 쥘 줄 몰라서, 남들처럼 싸울 줄 몰라서 지금까지 조용히 있었는줄알아?! 놔, 최민환!! 놓으라니까!!!!」

 「형, 형 제발…원빈이형 제발 그만 좀 해!!!」

 「재진이형까지 왜그래…! 형 안그랬었잖아, 진정해, 제발. 응? 제발!!!」

 

 

 …!…너네 지금 뭐하는거야!! 멍해져있는 기자들과 팬들 사이를 비집고 헐레벌떡 뛰어들어오던 희철이형이 지른 소리에, 순식간에 이목은 그쪽으로 전부 집중되어버리고 말았다. 지금…지금 여기가 어디라고 그렇게 싸우고 있는건데?! 잔뜩 열이받은 희철이형의 볼에 남아있는 희미한 눈물자국에 시큰거리는 가슴을 부여잡을 사이도 없이, 원빈이와 재진이는 희철의형의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는건지 아직도 서로를 보며 으르렁거리기 바빴다.…씨발……. 나즈막한 중얼거림이, 다시한번 귓바퀴를 따라 흘러들어왔다.

 

 

 「너네가 한심하게도 이러고 있는 꼴 보면, 이홍기가 존나 좋아서 춤이라도 추겠다?!」

 

 

 원빈이와 재진이의 기세에 눌려 말릴수도, 그러니 이대로 지켜볼수도 없어 안절부절하던 연예인들과 이걸 찍어야하나 말아야하나 망설이는 기자들이 웅성거리고, 잔뜩 흥분한 원빈이와 재진이가 여전히 서로를 바라보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그 뒤에서 승현이와 민환이는 울며 두 사람을 말리기 급급해 완전히 난장판이 되어있던 식장이 그 한마디에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는것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급기야는 희철이형의 눈에서도 눈물이 뚝 뚝 흘러내리고 있었다.…저 형이, 그렇게 강하고 밝았던 형이, 울고있었다.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다른 누구도 아닌……순전히 나때문에.

 

 

 “…….”

 

 

 여전히 소리는 낼 수 없었지만 ─사실 '고통'을 받는 중에도 소리는 나왔지만, 목이 막힌 듯 갑갑해서 나는 차마 소리를 낼 수 없었다.─ 눈물은 계속해서 흘러나왔다.……말도할 수 없을만큼의, 굉장한 죄책감. 그 죄책감이 가슴 한구석에 자리잡아, 주위에 모여드는 절망을 야금야금 갉아먹으며 그 자리를 늘려가고 있었다. 소리없이 떨어지는 눈물을 보며 종훈이 모기소리만하게…울지말라고, 그렇게  말하지 않았습니까……. 하고 중얼거리는 것을 들으면서도, 가슴을 억죄이는 그 죄책감에 나는 입을 열어볼 수 조차 없었다. 아무래도 아까 내가했던 예상은, 단순히 그의 변덕일것이라는 후자쪽보다는 고통을 받는 중에는 나를 건드릴 수 없다는 전자쪽에 더 가까웠던 모양이었다.

 

 

 「젠장…!」

 

 

 그렇게 조용해진 식장안에, 끅끅거리는 민환이와 승현이의 울음소리만이 울려퍼지고 있을 무렵, 원빈이가 거칠게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움찔 놀라는 승현이와 민환이를 한번 훑어보고는, 아까 재진이에게 맞아 피딱지가 앉은 입술을 거칠게 닦아내며 이내 식장을 나서버린다. 그렇게 원빈이가 나가고 또 몇분동안 억누르는 어색함이 계속되는 분위기속에 재진이마저 일어나 어디론가 나가버리고 또 몇분이 더 흘러서야 식장은 겨우 원래의 웅성거리는 숙연한 분위기를 겨우 되찾아올 수 있었다.

 

 

 「…하아…….」

 

 

 민환이는 가볍게 어깨를 두드려주는 희철이형의 품속에 안긴채 엉엉 울음을 터트려버리고, 연예인들은 국화꽃을 놓고, 한명씩 절을 하고서는 눈치를 보며 얼른 식장을 빠져나가거나 자연스럽게 민환을 달래고있는 희철의 주위로 모여들어 함께 민환을 달래려 등을 토닥여주고는 했다. 그 사이에 승현이는 꽤나 지쳐버린듯, 이제는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공허한 눈으로 장례식 한쪽구석의 벽에 기대앉아 크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승현아, 넌……괜찮아?」

 「아……형…네, 저는…괜찮아요.」

 

 

 역시 억지로 눈물을 참아내는 기색이 역력한 용준형이 와서 그런 승현이의 어깨를 두드리며 묻자, 승현이는 온통 눈물자국으로 엉망이된 얼굴을 하고서도 힘없이 웃어보이며 그렇게 대답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오히려 가슴이 시큰거리며 아파왔지만 여전하게도 몸은 꿈쩍도 하질 않고있었으며, 한심하게도 참아내지 못한 눈물이 볼을타고 쉼없이 흘러내리고 있을 뿐 이었다.……이런 무력감을. 끔찍할 정도의 죄책감을 느껴본게…얼마만이더라.

 

 

 「어……승현아, 어디…가려고?」

 「네…잠깐, 화장실에……세수나 하고 오려고요.」

 

 

 그렇게 말하며 또 억지로 힘빠진 웃음을 짓고서, 여전히 불안해보이는 얼굴의 용준형을 뒤로하고 승현이는 터덜터덜 화장실을 향해 걸어갔다. 화장실에 가니 생각보다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개중에는 아까의 난동을 목격한것인지 승현이를 알아보고 눈을 크게뜨는 사람들도 몇명 있었다. 승현이는 꽤나 지친듯 담담한 얼굴로 그런 사람들을 한번 훑어봤을 뿐 별다른 행동은 취하지 않고서, 그저 꽉 찬 세면대에서 지금 씻는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는지 비어있는 칸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변기통뚜껑을 내려 그 위에 털썩, 주저앉아버릴 뿐이었다.

 

 

 「…하아…….」

 

 

 이제는 눈물조차 흐르지 않고있는 매마른 눈을 하고서, 온몸에 힘을 쭈욱 뺀채 변기통에 기대앉아 말없이 화장실 천장을 쳐다보기만 하고있었다. 홍기형, 홍기형… 작게 중얼거리는 그 목소리에 가슴이 굉장히 아파서, 내가 있다는걸 알고있기라도 한 듯, 공중으로 손을 뻗어 무언가를 잡으려는 그 새하얀 손가락을 마주잡아주고 싶었는데……. 울음을 삼키며, 아무것도 없는듯 보이는 투명한 벽속에 갇힌채 나는 그저 얌전히, 얌전히 지켜보는 수 밖에는 할 수 있는게 없었다.

 

 

 「……?」

 

 

 본인이 하고도, 한심한 행동이라는것을 알아차렸는지 손을 내리고 피곤한 듯 ─그야 당연했다. 어젯밤 내 시체가 발견되었을 그 무렵부터, 승현이는 물론이거니와 멤버들과 매니저형, 사장님조차 한숨도 잠들지 못했었으니까.─ 내리감은 눈을 오른손으로 짓누르며 주륵, 변기통 위에서 조금 미끄러져 내리던 승현이가 문득 달칵, 하고 바닥에 무언가 부딪하는 소리가 감았던 눈을 뜨고선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본다.……칼…이었다. 내가 죽는 순간에도 한손에 꾹 쥐고있었던……스스로 내 손목을, 그어버렸던 커터칼.

 

 

 「……아야….」

 

 

 그것을 집어들어 바라보던 승현이가, 문득 칼날끝에 보기싫게 달라붙어있는 핏자국을 떼어버리기 ─굉장히 보기 싫었는지 오만상을 다쓰며 거칠게 행동했다.─ 위해 칼날에 손을 가져다대었다. 아직도 약간씩 경련하는 그 손가락으로 섣불리 행동하다가 다치진 않을까, 하고 걱정하기 시작하자마자 아니나 다를까 승현은 검지손가락 끝을 칼에 베이고선 작게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기분나쁜 듯 미간을 찡그리고선 자신의 손가락 끝에서 흘러나오는 핏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그것을 바라보고만있던 승현이의 눈에서 문득, 이제는 메말랐다 생각했던 눈물이 다시금 볼을타고 한줄기- 느릿하게 흘려내리고 있었다.

 

 

 「…아파……!」

 

 

 한줄기는 두줄기가 되고, 두줄기는 금새 또 네줄기가 되어……어느새 턱끝에서 뚝뚝 방울이져 떨어질만큼 홍수같은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한 승현이가, 꽤나 괴로워보이는 얼굴로 허리를 접어숙이며 씹어내듯 중얼거렸다. 아파, 아파……. 끅끅거리는 흐느낌속에 귓바퀴를 따라흐르는 그 중얼거림이 나에게는 굉장히 크게 들려왔기 때문에, 나역시도 매마른 승현이를 보며 아파왔던 대신 덩달아 멈춰있던 눈물줄기가 다시금 볼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하고 있었다.…왜그래, 승현아, 왜그래……울지마. 너 우는 거보면…형이 가슴아프잖아, 응? 울지마……제발…이제는 그만 울어줘…….

 

 

 「손가락 끝만 베어도 이렇게 아픈데……」

 

 

 이제는 허벅지에 가슴을 붙이고 완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기때문에, 위에서 내려다보는 형상을 하고있는 내게 보이는것은 승현이의 새카만 뒷통수 뿐이었지만 바닥으로 계속해서 뚝뚝 떨어지고 있는 눈물에 다시한번 가슴이 아릿하게 질려왔다.…이제는 이 고통도 익숙해질때가 된 것 같은데…어째서 우는얼굴을 볼때마다 같은 고통이 반복되고야 마는것일까……왜, 가슴의 고통에 한에서는 이다지도 무뎌지기 힘든것일까…….

 

 

 「…홍기형……」

 “……!”

 「……형은, 형은 얼마나…얼마나 더 아팠을까……?」

 

 

 …아니야, 아프지 않았어……나는, 나는 말이야…하나도 아프지 않았어…그러니까 승현아, 울지마. 너도, 원빈이도, 재진이도, 민환이도……나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나에대해서 전부 잊어버려줬으면 좋겠어…무관심 속에서 쓸쓸히 혼자 살아갈지라도 나는 괜찮으니까…차라리, 그렇게 되어버렸으면 좋겠어.…이기적이라 말해도 좋아, 내가 아프지 않기위해 너희들의 기억을 지워버리고 싶다는 이 생각이……이기적이라도 좋으니까……욕하고 비웃어도 좋으니까……제발, 부디…….

 

 

 「…….」

 

 

 생각대로 무엇이든 이루어진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난장판이 되어버릴까. 인간들에게 좀 더 재미있고 깨끗한 세상을 만들어주기위해 신은 인간들의 소원을 쉽사리 이루어 주지 않았으며, 설령 들어준다 하더라도 아주 가끔씩이 전부였다.……그리고 그런 가끔은, 안타깝게도 나의 말도안돼는 엉터리같은 소원에는 적용되지 않으려는 모양이었다.…아니, 오히려 내 바보같고 이기적인 소원에, 신은 굉장히 화가나바렸던 것일지도.

 

 

 “아…….”

 

 

 멍청하게도, 나는 고개를 든 승현이의 아까보다 훨씬 더 메말라보이는 표정에 그가 무슨생각을 하고있는건지 금세 알아차려버리고 말았다. 지금까지 목구멍이 막혀있는듯한 감각은 온데간데 없이 입에서는 나도모르게 신음소리가 튀어나오고 있었다.……안돼, 안돼. 아마도 핏기가 가셨을 얼굴로 나는 도리질을 치기위해 필사적으로 고개를 움직였지만 정말, 정말로 꼭 엿같게 이 상황에서도 온 몸은 꿈쩍할 생각하나 없이 꼿꼿이 고정된채였다.

 

 

 “아…안돼, 안돼……안돼요…!”

 

 

 무의식중에 나는 종훈에게 말을 걸고 있었지만, 그는 무슨생각을 하고있는것인지 나처럼 시선을 앞으로 고정시킨 채 아무말도 하지 않고있을 뿐 이었다. 고개를 든 승현이의 눈에서는 여전히 투명한 눈물이 쉼없이 흘러내리고 있었고, 공허해보이는 그 눈동자를 나는 아주 잘 알고있었다.……마치, 죽기전에 나와 같은모습. 순간의 절망에 찌들어 주위를 살피지 못하고, 앞뒤를 생각하지 못하고 도망치기위해…생각없이 행동을 저질렀을때의, 그 한심한 모습.

 

 

 「…홍기형…미안……미안해, 정말로……」

 

 

 아니야, 아니야, 나한테 미안할 것 하나도 없어……. 정신나간사람처럼 중얼거리는데, 문득 거짓말같이 몸을 압박하던 그 잔혹한 ‘힘’이 사라져버렸다. 고개가 좌우로 쉴새없이 흔들렸고, 커다랗게 확장된 눈동자에서는 구멍이라도 뚫린 듯 쉴틈없이 눈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을 느끼고서. 그만, 그만…! 기어이 손목 근처에 커터칼날을 가져다대는 승현이를 보며, 나는 반쯤 정신이 나갔던 것도 같았다. 조금 더 전까지만 해도 무섭다고 생각했던 종훈에게 매달린 채, 실성한 사람처럼 중얼거리고 있었으니.

 

 

 “안…안돼, 그만……그만, 저런건…저런건, 저런건 절대 안돼요…!!”

 “…….”

 “제발……제발, 그만…”

 

 

 내가 미쳐버리기라도 한 사람처럼 울며 종훈에게 매달리는 와중에, 승현이역시 쉴틈없이 형, 미안, 정말로 미안해…형……. 하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기어이 날카로운 칼날을 손목에 가져다대고 마는 승현이를 보며 나는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새하얗게 비어버린 머릿속을 한 채, 이번에는 필사적으로 벽에 붙어, 어떻게든 이 지독한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설령 내 영혼이 전부 부서지는 한이 있다 하더라도 그를 구해주고 싶어서, 미친사람처럼 세게 벽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래봤자 이 견고한 공간이 부서지지 않을것이란것을, 어차피 알고있으면서도.

 

 

 “……!”

 “그만…그만하십시요…….”

 “놔, 놔요…! 승현이가, 승현이가 다쳐……죽을지도 몰라요…나때문에, 나같은 거 때문에!!!!”

 

 

 그 딱딱하고 투명한 벽에 쉴틈없이 부딪히던 주먹에서는 어느순간부터인가 새빨간 피가 베어나오기 시작했다. 아니, 이미 죽어버린 영혼에게 ‘피’라는 개념을 사용해도 될 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방울지어 뚝뚝 떨어지기까지하는 그 새빨간 물을 보면서도 고통조차 느끼지 못한 채 계속해서 벽을 두드리는 나를, 더 보다못한 종훈이 뒤로 끌어당겨 자신의 품에 끌어안으며 귓가에 부드럽게 속삭였다.…안돼, 그만, 나를 놔줘……나는, 나는 승현이를 구해야……!

 

 

 「……미안해….」

 

 

 아니야, 내가 잘못했어!! 다 내가 미안해!! 내가 다 견딜게, 내가, 어떻게해서든! 앞으로 영원히 노래를 못하게 된다 해도- 아니, 손가락 하나 꼼짝하지 못한채 침대에만 누워 평생을 살아야 하는 있다 하더라도 전부 견뎌낼테니까-!!! 너를 괴롭게 만드는 일 따위, 자살따위는 생각도하지 않을테니까!! 그만해, 제발! 제발 승현아-!!! 아무리 필사적으로 외쳐도, 그의 귓가에 닿을리가 없다는걸, 이건 바보같은 몸부림이라는걸 모를 리 없었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나 때문에 다른사람이 고통받는 일은, 더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지금의 나와 같이 끔찍한 고통을 승현이가 받는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었으므로.

 

 

 “승현……우읍!!”

 

 

 계속된 나의 외침은, 이제는 익숙해지기 까지 한 냉기를 띈 손에의해 막혀버리고 말았다. 웁-!! 우으읍-!!! 쉴새없이 바둥거리며 어떻게든 벗어나기위해 몸부림쳤지만 나보다 키도크고, 이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거기다 힘까지 센 '저승사자'의 품에서 도망치기엔 아마, 터무없이 부족했던 모양이었다. 계속해서 버둥거리는 내 귓가에 입술을 바짝 가져다 댄 채 그는 어쩐지 나른하게까지 느껴지는 마른 한숨을 쉬었다. 그 순간에도 승현이의 손은 계속 움직이고 있었지만 나는 그 나른한 한숨에, 일순 몸을 딱 굳혀버릴 수밖에는 없었다.

 

 

 “…이홍기씨…….”

 “윽……승현…안돼, 안돼요, 승현이가, 승현이가-”

 “……자살‘미수’자들만의 특별한 고통…시뮬레이션 3-9 ‘비극’편을 무사히 클리어하신것을 축하드립니다.……생각보다…잘 견뎌 내시더군요.”

 

 

 그게, 그게 무슨소리지? 자살미수? 미수라니, 난, 나는 벌써 죽었단말이야. 미수로 끝난게 아니라고, 저렇게 버젓이 장례식도 진행되고 있었고…병원에도 실려갔었어! 의사도 그렇게 말했고, 당신도 당신의 입으로 직접 내가 죽었다고 말 했었었단 말이야! 하고싶은 말은 많았지만 그것보다 우선은 바로 앞에보이는 승현이가 훨씬 더 중요했다. 어느새 힘이 풀려있는 종훈의 품에서 뛰쳐나와, 다시 벽을 미친사람처럼 주먹으로 내리치며 승현이를 말려보려했지만,……이미, 내 행동은 너무 늦어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늦지는 않았지만 승현이는 나를 보지도, 듣지도 못하고 있었기에.……사악, 끔찍한 소리를 내며, 승현이는 내가 그랬던것과 같이 자신의 손목에 새빨간 줄을 남겼고,

 

 

 “……이제, 안녕히 주무십시요…….”

 

 

 귓바퀴를 따라 흐르는는 나즈막한 목소리를 들으며……나는, 우습게도 그대로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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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헉...기다리구있었어여 자까님 허그헣허..좋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오늘여기누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3년 전
대표 사진
제르미홍
좋아욬ㅋㅋㅋㅋㅋ? 난 댓글 없어서 상심했는드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고마워용ㅋㅋㅋㅋㅋㅋㅋ
13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마지막뭐다ㅠㅠㅠㅠㅠㅠㅠ시뮬레이션?ㄷㄷㄷㄷㄷㄷ담편궁금궁금ㅠㅠㅠㅠㅠㅠ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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