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어가 기절한 반면에 늑대로 변한 열두명은 늑대들에게 열심히 그렁대며 자기들끼리 소통하기에 바빴어.
-왜막은거지?
-우리가 지키던 애였어,
-흐응, 반쪽피인주제에, 인간을 흠모하다니.
'반쪽피'와 '인간을 흠모한다'라는 말에 루한이 화가났는지 바로 공격이라도 할것처럼 크게 으르렁 소리를 냈어. 하지만 곧 민석이와 크리스에게 제지를 당하고.
-너희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어. 먹이가 없다면 구해다주지.
그러자 상대 늑대들이 귀를 찡긋했어. 정말로 먹이가없어서 굶주린상태였거든.
-대신, 앞으로 인간들을 해치지마라. 특히 이쪽엔 내려오지 말고.
몇몇이 가볍고 낮게 목을 울리고는 고개를 돌려 가버렸어. 5분여동안 진땀을 뺀 열두명은 다시 사람의 형태를 갖추어. 이대로 가다가는 순찰대에게 해를 입을수도있으니까.
다음날, 징어는 서둘러 현관으로 나갔어. 신발을 신느라 문쪽으로 몸을 기울였더니 말소리가 들리지뭐야, 그래서 렌즈로 밖을 내다봤는데 왠걸, 그애들이었어. 갑자기 어제 일이 생각난 징어는 괜히 집에서 버팅겨. 등교시간이 임박하자 간헐적으로 들려오던 대화는 끊겼고, 우르르하는 발소리도 점점 멀어졌어. 렌즈로 다시 내다보니까 아무도 없더라고. 아무도 없는 등교길이 조금 외롭긴 하지만 그냥 혼자 학교를갔어. 근데 징어가 넘어야 하는 고비는 등교뿐만이 아니었어. 어쩜 그리도 활발한지, 쉬는시간마다 거의 징어네반으로 집결을 하는게 아니야. 수업시간에도 소원해진 분위기에 징어는 가만히 있는반면에 뒷자리 종대는 끊임없이 장난을 걸어오는 통에 하루종일 보건실과 화장실을 아지트삼아 친구들을 피했어. 이게 끝이길 바랬지만, 야자 후의 하교가 남아있었어. 늦은시간이고 요즘 학교에서 꼭 두명이상씩 다니라고 명령아닌 명령을 해서 열 세명이 나란히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었어. 경수 레이 징어 <<이정도로 길을 걷고있었는데 길이 좀 좁아져서 징어랑 레이가 바짝 붙게 됐어. 사람 손은 걸으면 앞뒤로 흔들리잖아, 그러다가 자꾸만 살짝살짝 스치는거야. 레이는 아무렇지않게 가는데 징어는 그게 아닌거지. 자꾸만 어깨를 움찔움찔거려. 그래서 좀 옆으로 떨어졌더니 길이 좁기는 좁았는지 휘청하면서 길에서 내려갈뻔했는데, 뒤에 서있던 타오가 잽싸게 잡아.
"징어, 조심해. 넘어질뻔했잖아." 라는 말도 덧붙였어. 너는 순간 식겁해서 얼른 타오손을 빼고 다시 척척걸어가. 뒤에서 얌전히 지켜보던 찬열이가 "오징어 너 왜그래, 갑자기 예민해졌다." 하는거야. 자기 생각을 들켰나 싶어서 아무것도 아니라며 둘러댔어. 그리고 더욱 빨리 걸어서 먼저 집에 들어와버렸지. 띠리링, 도어락이 잠기는 소리가 나고 바로 손에서 진동이 느껴졌어. 아까 유일하게 무슨일이냐고 물었던 찬열이야. 근데 지금 징어 머리에 찬열이전화가 들어올리가 있겠어? 하루종일 친구들과 늑대사이의 관계를 생각하느라 머리가 웅웅거려. 게다가 지금 징어는 삼단추론을 완성하고있었어. 친구들=늑대 이고 , 늑대=살인범 이므로, 친구들=살인범 이다. 갑자기 휘몰아치면서 정신을 어지럽게 하는 배신감에 절로 턱근육이 긴장됐어. 아직까지도 윙윙 울려대는 핸드폰의 배터리를 분리해버리지.
반면에 친구들은 징어가 집에 들어가는걸 봤으니 걱정할만한 일은 없다만, 연락이 안되니까 미칠노릇인거지. 그래서 전화며 문자며 카카오톡까지, 수도없이 시도하다가 너무 늦은시간이 되어버려. 하지만 배터리가 분리된 징어폰이 그걸 띄울 수 있을리가 있겠어? 그래서 징어는 그것도 모르고 그냥 피곤하고 복잡하고 머리도울려서 그냥 푹 자버렸어.
또 해가뜨고, 익숙한 생활리듬에 맞춰서 거의 일어나던시간에 눈을 떴어. 왜 알람이 안울린건지 의아해하다가 곁에있는 배터리를 보고 아-, 하는 짧은 탄식을 뱉어. 배터리를끼우고 얼마 안있어서 핸드폰이 미친듯이 울려대는거야. 부재중전화, 확인하지않은 메시지, 밀린 카카오톡 수백개, 스토리 필독글까지. 진동에 소리에 난리가났어. 정말 순간적으로 깜짝놀라서 핸드폰을 집어던졌다가 잠잠해지고나서 집어들었어. 준비를 마치고 현관앞에 섰는데 딱들어도 친구들말소리야. 그래서 오늘도 혼자 등교할 심산으로 친구들의 발소리가 우르르 갈때까지 기다렸어. 근데 오늘은 진짜 죽어도 안가겠다는듯이 계속 버티는거야. 시간은 벌써 오전 열시가 지났어, 2교시가 시작하고도 남았을 시간이야. 밖에있는 친구들의 목소리도 점점 커졌어.
"아, 그니까 어제 와보자고 했잖아, 씹..!" 화를 주체하지 못하겠는지 평소에 쓰지않던 욕을 반쯤 내뱉는 찬열이야. "누가 이렇게 될 줄 알았겠어? 좀 기다려봐, 자는거일수도 있어." 하고 경수가 진정을 시켜. "열신데 자는학생이 어딨어," 하고 낮게 울리는 목소리가 뒤따랐지만 말이야.
-쿵,쿵,쿵,
"오징어!!"
갑자기 세훈이가 문을 두들겼어. 징어는 현관앞에 가만히 앉아있었어. 갑자기 또 머리가 복잡해졌어. 얘들이 범인일까봐 무섭기도하고, 아니면 어떡하나, 이렇게 오해한게 미안하고 또 빌어먹을 의심때문에 소중한 친구들을 잃는다는게 화나고. 문득 눈물이 막 주륵주륵 나는데, 진짜 얘네가 내 인생에 소중한친구들이구나 느끼게되더라고. 근데 지금 멀어지면 다시는 못보고 그럴것같아서 오만가지 생각과 감정에 악이 받쳐올랐어. 악악, 소리도 질렀고 신발장에 머리도 쿵쿵 받았어. 그랬더니 웅성거림이 한번에 조용해지더니 세훈이가 "..오징어.우냐?" 하는거야. 문밖에 서있던 나머지 열한명은 화들짝 놀랬어. 같이 지낸지 1년이 훌쩍 넘었지만 그동안에 이런적은 한번도 없었으니까
너징은 "가!!" 하고 소리지르면서 더욱 악에 받친듯 울어댔어. 밖에 열두명은 모두 뻥졌지. 그러다가 아까부터 뭔가 곰곰히 생각하던 백현이가 욕을 하면서 땅을 팩 걷어찼어.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서 같이 울기세로 울상을 지은 타오를 제치고 문을 두들기다 그대로 손을 문에올려논 세훈이도 제쳤어.
"니가 무슨 오해하는지 알만한데, 그거 우리 절대 아니다. 우리가 범인이었으면 지금 이딴 철문 뜯으면 그만이야. 알아?"
백현이 말을듣고 징어는 그 감정들이 더 깊어졌지만 더이상 울 기력이 없어서 그저 꺽,꺽,숨넘어가는 소리를 냈어. 문밖에서 여전히 집안의 소리에 온 촉을 곤두세우던 타오는 뭔가 이상한걸 느끼고 문에 귀를 갖다대지만 그래도 반응이 없어. 진짜로 울것같이 울먹거리면서 목메인소리로 "징어 죽지 마, 징어 미안해, 징어 학교가자, 일어나.." 타오가 이정도라는건 모두에게도 역시 징어는 소중했던거지. 아니, 서로에게 서로가 그만큼 소중했던거야.
갑자기 종인이가 총알처럼 튀어나왔어. 언제 도어락을 안건지 삑삑삑삑 네글자를 손도 안보이게 누르고는 집안으로 들어갔어. 징어는 사실 울면 발작을 일으키다가 죽을 수도 있는 병을 가지고 있었어. 희귀병이라고 칠수있는데, 반사적 무산소발작. 활짝열린 문으로는 쓰러진 징어와 징어를 업은 종인이가 보였어. 종인이는 거의 늑대일때와 비슷한 속도로 거침없이 달렸고, 그 뒤로 열한명이 쫓아갔지.
징어가 눈을뜬건 만 하루가 더 지나고였어. 느리게 끔뻑끔뻑 주위를 둘러보면 가습기가 열심히 연기를 뱉고있고 옆에는 심박수를 나타내는 초록선이 쉴새없이 굴곡을 그렸어. 아, 병원이구나, 했지. 약을 갈아주러 온건지 링거팩을 든 간호사가 징어 병실로 들어와. 간호사는 징어에게 어, 깨셨어요? 하고 물었고 징어는 오래 쓰지않아서 잠긴 목소리로 제가 왜 여기있죠? 하고 되물었어. 간호사는 종인이가 너를 업고 그 뒤로 열한명이 병원까지 뛰어왔고, 너를 살려냈으며 친구분들이라던데, 친구들은 모두 병원 내 휴게정원에 모여있다 라고 자초지종을 설명했어.
"걸어도되죠?"
"네, 무리만 안하시면 괜찮아요."
징어는 즉시 휴게정원으로 갔어. 자기를 업고 뛰어왔을 친구들을 생각하니 여태 오해했던게 너무 미안하고 또 고마워서 눈물이 날것같았지만 웃으면서 친구들을 맞아야했기에 꾹 참았어. 도착하니까 열두명이 하나같이 쭈르륵 앉아서 우울아우라를 풍기고있는거야. 링거들을 돌돌돌 끌고 친구들 앞에 섰어. 손으로 눈물을 찍어내던 종대와 타오가 고개를 팩 들더니 "오징어!"하면서 너를 껴안았어. 너는 그 둘을 토닥토닥,달래줬지. 꽤 오랜시간동안 그러고있었나, 세훈이, 종인이가 그 둘을 징어로부터 신경질적으로 떼어놨어. 왜 멀쩡한놈들이 여자한테 그렇게 오래씩이나 꼭 안겨있냐고 면박을 주면서. 그모습에 크리스와 준면이, 레이는 빵터졌고, 다들 웃음꽃을 만발하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지. 그날 밤 누군가가 자고있는 징어옆에 다가왔어. "진작 설명못해줘서 미안해. 빨리 나으면, 다 설명해줄게. 궁금한것까지 다들어줄게. 그러니까, 빨리나아." 친구들 중에 한명이었어. 그애는 자고있는 너의 이마에 키스를 해주고는 조용히 병실을 나갔어.
| 자까자까 |
구독ㄱ료가 걸려잇엇네요ㅠㅠ풀었어요!
자 오늘은 좀 많이(ㅋㅋㅋ)긴 분량으로 드디어 늑대인간썰이 끝이났습니당당!! 댓글달아주신분들,신알신해주신분들 감사합니다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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