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_ Love U
이대생이 고딩 전남친이랑 재회하는 썰
<9>
감정이란 것은 정말로 어디로 튀어버릴지 몰라서,
그만두려 하다가도 다시금 불타오르게 되지만 한 순간에 식어버리기도 한다.
분명히 그만두기로 결심했고, 그럴 의향도 있었다.
다른 사람을 만나서 잘 해 보려고 했었다.
도경수 씨로부터는 여전히 연락이 없다.
한동안 내 쪽에서 계속 연락을 하다가, 그냥, 그만두었다.
'잠깐 만나서 얘기 좀 했으면 해.'
그 말에 내가 뭐라고 했더라.
'할 말 있으면 전화로 해.'
'전화로 하기는 좀 그래. 얼굴보고 얘기해.'
또 무슨 말을 할까싶어 일단 한숨부터 쉬고 본다.
그러다가 또 그럴싸한 핑계를 만들어낸다.
'나 바빠. 곧 시험기간이야.'
'한 시간만, 한 시간만 내줘. 누나 학교로 갈게.'
사실은 못 이기는 척 나가주기로 한 거였나.
나가고 싶었던 걸까.
'언제, 어디로 가면 되는데.'
감정의 불씨는 완전히 꺼진 이후에도 이따금 들여다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 * *
"번호 바꿨더라."
"…그런데 어떻게 알았어?"
"바뀐 번호 문자로 알려 주던데."
이런, 통신사의 망할 배려로 너와 인연을 끊으려고 했던 나의 계획은 실패했다.
한숨이 나올 정도로 막막하긴 한데,
왠지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무슨 일로 보자고 했는데?"
결국 이 상황을 끝내기 위해 내가 먼저 대화를 유도했다.
본론. 무조건 본론부터 들어야 하되, 주도권은 내가 쥔다.
"혹시 그 때 일때문에 그러는 거라면 신경쓸 필요 없,"
"누나."
말을 가로막혀 살짝 기분이 나빴다. 나도 모르게 살짝 인상을 찌푸린다.
그런 나의 반응을 깨달은 것인지 네가 헛기침을 해댄다.
"미안해."
기대도, 예상도 하지 못한 사과에 조금 놀라 두 눈이 크게 뜨인다.
너에게 사과의 말을 들을 거라고는 차마 생각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무슨 소린데."
"나 생각 많이 했어."
"……."
"내가 많이 어려."
"아니, 오세훈."
알아 들을 수도 없는 말만 내뱉는 너에게 화가 나서는 다그치듯 물었다.
"불안했어."
또다시 나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려 하는 너때문에 살짝 겁이 난다.
항상 네가 나의 앞에서 약해지는 것을 보고싶지 않았던 나였기에.
"맨날 누나가 왔으니까, 먼저 왔으니까…."
"……."
"그래서 이번에도 오겠지, 라고 생각했어."
하고 있는 말의 내용으로 보아 고3때의 이야기이다.
"근데 누나가 안 와서, 누나가 이제 나를 안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어."
"……."
"그러다가 누나가 이 학교에 들어왔다는 말을 들으니까 생각이 나더라."
"……."
"내가 예전에 했던 말이."
'이대 쓰면 안 돼?'
'…….'
'난 누나 옆에 맨날 남자들 있는거 싫어.'
그래, 네가 그런 말도 했었다. 나 역시 그 말을 잊지 못하고 이 학교에 지원했던 것이다.
혹시나 다시 좋아해주지는 않을까, 혹시나 옛 추억을 떠올리며 나를 찾지는 않을까.
그런 것들을 머릿속에 담고 이 학교에 지원했었다.
"그래서."
"누나도 날 완전히 잊지는 않았었잖아."
"……."
"누나는 나 잊은 적 있어?"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자 몰아치듯 급히 직구를 던진다.
"나는 없어."
어린 소년다운 직격타.
"나는 누나가 나랑 다시 만나줬으면 좋겠어."
감정이 어떤지도 모르겠고, 사실은 너를 다시 한 번 믿을 수 있을지조차도 잘 모르겠다.
하나도 확실한 게 없는 이 상황에서, 어떠한 행동도 취할 수 없이 멍하니 굳어버린다.
머리가 제 일을 잊은 듯 새하얗게 얼어붙는다.
"생각해 줘."
너를 다시 만나려면 우선 내가 너를 사랑해야겠지.
하지만 내가 널 사랑할까.
아직도?
"솔직히 말하면 난 좀 무섭다, 세훈아."
"…뭐가."
"똑같은 이유로 또, 그렇게…."
후우. 한숨이 나온다.
먼 길을 돌아와 선 이 갈래길에서, 또 왔던 길을 맴돌게 될까봐 두렵다.
"까놓고, 놓치긴 싫은데 붙잡는 것도 별로야."
"……."
"네 말대로 생각은 해 볼게. 그런데,"
말할까, 말까, 잠시 망설이다가 의자를 뒤로 빼고 일어나자 자동적으로 뒷말이 이어져 나온다.
"여기 나온 거 나는 후회돼."
선택이 어떻든 그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겠지.
* * *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생각하다가 죽기 직전까지 생각을 한 것 같다.
이제 갓 스무 살, 너는 열 아홉 살. 우리 둘 다 사랑이 뭔지도 잘 모르고, 연애도 잘 모른다.
그러나 많은 젊은이들이 그렇듯 우리는 부딪히고 다쳐가며,
그 상처들로부터 사랑과 연애를 배워간다.
젊은 날의 패기로 일단 지르고 보는 것, 몸으로 직접 부딪히는 것, 현재의 풍경만을 보고 가는 것.
이런 것들이야말로, 젊은 때가 아니면 해볼 수 없는 것들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용서받을 수 있다. 그래도 된다.
스무 살, 완벽해지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한 나이이니까.
젊음으로 면죄부를 청하고,
나는 ECC 내리막길에 멈춰서서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세훈아."
스무살이니까.
"다시 시작하자."
감정의 불씨는 완전히 꺼진 이후에도 이따금 들여다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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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꽁냥꽁냥을 쓸 때가 왔습니다.....
이제 이런 칙칙한 분위기는.....노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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