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01. Gravity by 경수 + 종인
BGM) Gravity: Sara Bareilles
달칵-
독서실 책상의 스탠드가 작은 소리와 함께 꺼지고 나서야 멍하니 빈 연습장을 내려다보고 있던 경수의 시선에 초첨이 어렸다.
순식간에 암흑이 된 방 안으로 천장에 달린 잔잔한 미등에서 희미한 빛이 들어왔다.
독서실 오후 담당 총무는 이런 식으로 이 곳을 이용하는 학생들에게 시간을 알리곤 했다. 독서실 문을 닫을 시간이 됐다는 신호였다.
경수의 반대편 책상에서 하나 둘 정도 일어나 짐을 챙기는 인기척이 들렸다. 평소 같으면 이 시간쯤 남아있는 사람이 대부분 경수 혼자일 때가
많았지만, 모의고사니 뭐니 이것 저것 시험이 많아지다보니 확연히 늦게까지 남아있는 숫자가 늘었다.
방금 전까지 제가 아무 생각없이 펜 끝으로 누르고 있던 연습장은 텅 빈 채로 가운데에 까맣게 점 하나만을 남기고 있었다.
미색 종이 위로 살풋 번진 그 검은 점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또 한 번 멍하니 멈춰서 있다가 독서실 총무가 문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서야
정신을 차리고 짐을 챙겼다.
짐이라고 해봤자 어차피 수업이 끝나고 곧바로 이 자리로 돌아올테니 크게 챙길 것도 없었다.
내일 학교에서 필요한 책 몇 권과 필통 정도. 그래도 쉬는 시간 틈틈이 봐야 할 것들을 챙기다보니 금세 가방이 묵직해진다.
주섬주섬 마감 준비를 하는 총무의 등에 대고 꾸벅 인사를 한 경수가 독서실의 유리문을 밀고 나서자-
쏴아아아-
귓가로 쏟아지는 빗소리보다 먼저 느낀 것은 코 끝으로 훅 몰려드는 서늘한 비내음이었다.
물에 젖은 공기가 차고 눅눅하면서도 그 속에서 느껴지는 풋풋한 비내음에 왠지 모르게 갑갑하던 경수의 가슴 한구석도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
딱히 비가 올 줄 알고 가지고 다녔던 것은 아니었는데, 지난 번 어느 날 잠깐 쓰고 가방에 넣어두었던 우산이 두 개나 여지껏 가방에 들어있었다.
이러니 매일 가방이 무거웠나... 싶다.
독서실 현관 앞에서 쏟아지는 빗방울들을 잠시 바라보다 어깨를 누르는 묵직한 백팩을 앞으로 돌려맨 경수가 우산을 펴고 빗속으로 발을 뗐다.
우산을 요란하게 때리는 빗줄기를 느끼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토독토독 내리는 작은 비였다면 어딘가 쓸쓸해졌을 것만 같았다.
시간은 아마도 12시에 가깝게 다가가고 있을 듯 했다. 그래도 독서실 안에 꽤나 사람이 있었던 듯 싶었는데 잠시 멍하게 있던 사이 이미 모두들
가버린 듯- 밤이 내린 거리에는 차도 잘 다니지 않아 비어있었다. 인적이 드문 길. 경수의 초록색 우산만이 토박토박 빗길을 걷고 있었다.
문뜩, 지난 어느 날이 불현듯 떠올랐다.
더 어렸을 때- 중학교 때쯤일까. 가끔 이럴 때가 있었다.
수학을 잘해 종종 경시대회를 준비하곤 하던 경수가 독서실에서 수학문제 하나에 푹 빠져서 늦은 시간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어머니는 말없이
독서실 앞에 와서 기다리곤 하셨다. 독서실에서 경수를 기다리다 가방을 짊어지고 내려오는 경수 앞에 짠 하며 나타나 맑은 웃음을 지어보이셨다.
성실하고 말썽 한 번 부리지 않는 아들이 기특해 머리를 쓰다듬고 어깨를 보듬으시며 집까지 오는 내내 손을 꼭 잡고 계셨다.
이미 사춘기에 접어든 시기, 어머니의 손을 잡고 다닌다는 것이 조금 부끄럽고 쑥스럽긴 했지만 손을 놓지 않았다.
그 밤의 길이 지금처럼 이랬다.
그렇게 둘이 집에 돌아오면 그 때까지 잠도 주무시지 않고 기다리며 신문을 보시던 아버지가 현관문을 열며 반겨주셨다.
영원할 것이 당연해보였던 행복했던 날들. 그 때는 미처 행복한 줄 몰랐던...
어머니가 암 진단을 받으시고, 뒤이은 2번의 수술, 1번의 재발, 오랜 시간 지속된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
그렇게 보낸 3년의 시간이 지나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는 말을 잃었다.
3년의 투병 기간 동안 잔뜩 여위어버린 어머니의 작은 몸을 어머니의 고향 바다에 뿌리고 돌아오던 그 날 이후,
경수는 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은 기억이 거의 없었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장례기간 내내 넋이 나간 사람처럼 울지도, 무언가를 드시지도 않으셨다.
대학시절부터 이어진 7년간의 열애 끝에 결혼해 오랜 시간 질리지도 않고 막 사귀기 시작한 커플처럼 풋풋하게 지내오시던 두 분이었으니-
얼마나 충격이 크겠냐며 친척들은 아버지 몰래 혀를 찼다.
아버지는 매일 새벽같이 직장에 나가셔서 밤늦게야 희미한 술냄새와 담배냄새를 풍기며 돌아오셔서 말없이 방으로 들어가셨고,
아침에 욕실의 수건이 조금 젖어있는 것으로 아버지가 출근하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끔 식탁에 경수가 며칠간 넉넉히 쓸 수 있을만큼의 현금이 놓여있기도 했다.
경수가 태어난 바로 그 날 술과 담배를 모두 끊었다며 자랑스럽게 말씀하시던 아버지였다.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이제 8개월. 아버지의 세계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바로 그날에서 시간이 멈춘 채 지독한 슬픔에 잠식되어 있었다.
그래서 경수는 울 수조차 없었다. 자신이라도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온 집안이 그대로 멈춰버릴 것만 같았다.
학교에선 선생님과 친구들 모두 경수의 눈치를 보며 뭐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 들었지만 오히려 아무렇지 않다는 듯 행동했고,
평소보다 더 열심히 하나라도 더 공부하려 악을 썼다.
고3.
어머니가 계셨으면 매일 무거운 책가방을 짊어진 아들의 작은 등이 안타까워 쓸어주고 또 쓸어주셨겠지만,
그 대신 입술을 꼭 깨물며 혼자서 자꾸만 시린 제 가슴만 꾹꾹 누르고 또 눌렀다.
잊기 위해 발버둥치는, 그렇지만 죽을 때까지 잊고 싶지 않은 기억.
...머리가 무거웠다.
물을 잔뜩 먹은 스펀지처럼 뇌가 축축하고 무겁게 늘어진 느낌이라 할 수만 있다면 뇌를 두 손으로 꾹 짜서 다시 넣어주고 싶을 정도다.
그럼 제 몸 구석구석 모조리 파고들어있는 이 지독한 슬픔도 어느 정도는 사라져버릴까.
온 몸이 눈물로 가득 차있는 것 같지만 흘러나오지 않고 그저 가슴으로, 가슴으로 모두 흘러드는 것만 같아 순간순간 숨이 가쁘다.
어느새 자신의 아파트 단지 앞에 도착했지만, 경수의 초록빛 우산은 멈추지 않고 아파트 입구를 지나 걸었다.
목적지도 이유도 없었지만 우산을 쓰고 있어도 경수의 양 어깨와 다리를 잔뜩 적시고 있는 비내음에 갑갑하던 가슴이 조금은 시원해지는 것 같아서-
마치 깊은 물 속에 빠진 채 산소를 좇아 움직이듯 저도 모르게 하염없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자정을 넘겼을 시각. 비가 흠뻑 내리는 거리에는 몇몇 사람들이 바쁜 걸음을 옮기고 있을 뿐 인적이 드물었다.
웬만한 가게들도 다 문을 닫아 거리에는 희미한 가로등불만이 고요하게 빗줄기에 녹아들고 있었다.
그렇게 아무 생각도, 목적도 없이 무작정 걷고 있던 경수의 발을 잡은 것은-
점점 귀가 아플 정도로 세차게 내리는 빗소리를 뚫고 조용하게 들려온 음악소리였다.
잔잔한 피아노와 함께 흘러나오는 여가수의 편안한 목소리가 빗소리와 어우러져 지친 경수의 어깨를 어루만졌다.
그 목소리에 이끌리듯 움직이던 걸음이 멈춰선 곳은, 주변의 모든 가게가 암흑에 잠겨있을 때 홀로 어둠을 밝히며 불이 켜진 작은 카페.
이런 카페가 원래 동네에 있었던가... 정처없이 걷다보니 평소 다니지 않던 길까지 들어온 듯 했다.
활동반경이 크게 넓지 않다보니 꽤나 오랜 기간 이 곳에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보는 작은 카페.
유리문 안으로 보이는 카페는 텅 비어있었고, 빈 카운터 앞에는 검은 앞치마를 한 한 남자가 무료한 듯 의자에 앉아 턱을 괴고 있었다.
경수는 카페 밖으로 난 스피커에서 조용히 흘러나오는 피아노 선율에 몸을 맡기고 조용히 서 있었다.
「Set me free, leave me be-
I don't wanna fall another moment into your gravity.
Here I am, and I stand so tall, just the way I'm supposed to be
But you're on to me, and all over me.」
크게 기교도 없이, 화려한 악기소리들도 없이 잔잔한 선율 하나를 반주삼아 흘러나오는 이름모를 여가수의 목소리는마치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바람을 타고, 경수의 주변을 감싸고 지나가다가 다시 돌아와 제 가슴을 어루만졌다.
얼어붙은 듯 고요히 가라앉아있던 경수의 숨이 바람을 따라 일렁였다.
「I can't seem to let you go
the one thing that I still know is that you're keeping me down.
Keeping me down.
You're on to me, on to me, and all over.」
어느 날, 새벽녘에 목이 말라 잠이 깬 경수는 눈을 비비며 부엌으로 가던 중 아버지 방의 작게 열린 틈 사이로 흘러나오는 빛을 보았다.
침대맡에 놓인 미등의 은은한 불빛이었다.
아버지가 켜놓고 잠이 드셨나... 혹시나 제 발소리에 늘 피로해보이는 아버지가 잠이라도 깨실까 조심히 걸음을 옮겨 문 앞에 섰을 때-
열린 문틈 사이로 보인 아버지의 등은 떨리고 있었다.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드냐, 여보... 왜 이렇게... 왜...'
아버지는, 침대맡에 놓인 어머니의 액자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울고 계셨다.
「당신을 그냥 보내줄 수가 없을 것 같아요-
내가 아직까지 알고 있는 유일한 사실은,
당신이 아직 나를 끌어당기고 있다는 거예요」
"....엄마..."
일렁이던 가슴이 아프고 쓰리고 매여서 그 동안 꺼내어볼 수도 없었던 한 마디를 힘겹게 뱉어냈을 때,
경수의 두 눈에 차오른 눈물이 빗물처럼 가득 뺨을 타고 쏟아졌다.
엄마. 내가 벌써 고3이래. 엄마 아들 벌써 고3이야. 다 컸지?
엄마. 아빠가 많이 힘들어하셔.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워. 엄마가 싫어할텐데...
엄마. 비가 많이 온다. 거기에도 비 와...? 우산은 갖고 나왔어...?
엄마.... 엄마.... 나도... 사는 게 너무 힘들다....
"엄마... 엄마.... 엄마....."
목이 매이고 슬픔에 잠긴 채로 흘러나온 울음은 빗소리에 가려 어둠에 묻혀졌다.
그래서 경수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처음으로 목놓아 울었다.
엄마. 사랑한다고 말했어야 했는데.
엄마. 고맙다고 한 번도 말해주지 못했는데.
엄마... 엄마... 엄마, 사랑해... 엄마, 고마워...
엄마... 보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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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마감하기 전에 놓고 간 것이 있어 잠깐 들를 예정이니 문 닫지 말고 기다리라던 준면은 12시가 다되어가는데 코빼기도 비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종인은 발길조차 드문 비내리는 거리를 내려다보며 입을 삐죽거렸다.
비가 올 것이란 생각을 못하고 우산조차 놓고온 터라, 준면에게 오는 길에 제 우산을 하나 더 챙겨오라고 당부하지 않았다면 사장이고 뭐고
가게 문을 닫아버리고 집에 가버렸을 터였다.
준면이 오면 추가수당을 톡톡히 받아내고야 말겠다 굳게 다짐하며 종인은 요즘 푹 빠져있는 Sara Bareilles의 앨범을 재생시키고
그 중 제가 가장 맘에 들어하는 곡을 반복재생시켰다.
담담한 목소리로 저 자신에게 언제든 다 괜찮다고 위로하는 것만 같아서, 이 사람의 노래들은 모두 즐겨듣게 된다.
오늘 같은 날은 왠지 망할노무 사장 때문에 이 시간까지 청승맞게 혼자 가게를 보는 저 자신에게 주는 선물 같아서.
보통 이 시간까지 가게를 열었던 적이 없었던 터라 왠지 이 시간에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면 제 세상을 방해받은 것처럼
어딘가 손해본 기분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요한 밤. 어둠이 내린 거리. 비가 내리는 한여름의 밤이 조금은 어딘가 낭만적이라는, 소녀틱한 생각을 하다 멋쩍은 듯 뒷목을 긁적이고 있는데
'우우웅-',
카운터에 올려둔 핸드폰이 울었다.
'싸장님'
화면에 뜬 발신자명을 보고 이내 눈꼬리가 휙 올라간 종인이 통화 버튼을 누르고 소리를 꽥 지른다.
"아, 형!!!!! 지금이 몇시야!!! 이거 비루한 알바생을 이렇게 부려먹어도 되는거야?!!"
종인의 짜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하하 웃어제끼는 걸 보니, 어딘가 술자리에 끼어있는 모양이다.
주변도 왁자지껄하고, 준면의 목소리도 평소보다 한층 업되어있는 것이 꽤나 마신 모양. 불길한 예감이 든다.
"뭐야. 형 지금 술마셔? 금방 온다며!!!"
- 아하하하, 야, 종인아, 미안미안-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라 애새끼들이 날 안 놔준다.
내일 오늘 추가로 있던 거 두 배로 쳐서 줄게. 그냥 문 닫고 집에 가라, 응? -
"아아아아악!!! 짜증나!!!! 끊어, 이 악덕 사장아!!!!"
탁 하고 핸드폰을 던져버린 종인이 씩씩거리며 카운터 멀리까지 밀려난 제 폰을 준면이라도 된 마냥 노려보다가 주섬주섬 다시 챙겨든다.
얘가 무슨 죄가 있나. 몸값도 비싼 녀석이다.
쏴아아아아아-
문뜩 밖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빗소리에 정신을 차린 종인은 또다시 제 머리를 쥐어뜯으며 포효했다.
"아아아아아악!!!!!!! 나 우산도 없다고 이 망할놈아!!!!!!$%^^^%*^*&%^$#%"
.
.
.
딸랑-
정리고 뭐고 다 버리고 문만 잠그고 가버리겠다고 한참을 씩씩대던 종인이 그래도 명색이 알바생인데,
바깥에 내어둔 테이블과 의자 정리는 해야겠다는 기특한 생각에 카페 유리문을 열고 나왔다.
쏴아아- 시원하게 쏟아지는 장대비 소리와 함께 물내음이 화악 코끝을 덮어왔다.
가게 안에 있을 때보다 막상 나와보니 비가 심각하게 많이 온다 싶었다.
다시 한 번 가슴 깊은 곳에서 타고 올라오는 분노에 양 주먹이 후끈 달아오른다.
내 이 인간을 그냥 아주, 내일 보기만 해. 아작을 내주리라.
화를 억누르며 야외테이블 쪽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그제서야 종인의 눈에 초록빛 우산이 눈에 들어왔다.
비스듬히 등을 돌리고 있어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우산 밑으로 희고 가는 팔이 꼭 안은 가방, 비에 이미 흠뻑 젖어 색이 짙어진
회색빛 바지와 흰 셔츠, 운동화 차림이 교복을 입은 학생 같았다. 이 시간에, 이 빗속에 왠 중딩..? 고딩인가..? 하는 마음에 멀뚱히
그 모습을 바라보던 종인이 이내 주섬주섬 테이블과 의자를 접기 시작했다.
철컹철컹 작은 소음이 빗소리에 가려 들리지 않는지, 초록 우산은 돌아보지 않았다.
바깥 정리를 대충 마친 종인이 손을 탁탁 털고 카페 안으로 들어가려다 문뜩 멈춰섰다.
뒤에 선 초록 우산이 자꾸만 눈에 걸린다. 모르고 있었을 땐 밖에 누가 이렇게 서있는지도 몰랐는데, 한 번 눈에 들어오니 자꾸만 뒷통수가 간질간질하다.
미간을 찌푸리고 잠시 고민에 빠져있던 종인이 결국 한숨을 폭 쉬고는 발을 돌렸다.
보아하니 학생 같은데, 이 시간에 이렇게 비내리는 길에 서있다가 요즘같은 험한 세상에 무슨 일이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위험하다고. 쯧쯧.
하며 종인이 초록 우산을 향해 말을 걸었다.
"저기요-"
"..."
빗소리 때문에 들리지 않는 것일까, 아무 반응이 없었다.
"저기요-.. 거기서 뭐해요...?"
"..."
종인이 재차 물어도 아예 듣지조차 못한건지 이 쪽을 향해 돌아보기는 커녕 미동조차 없었다.
에잇. 그냥 들어갈까.
돌아서려던 종인이 망설이다가 뒷목을 뽁뽁 긁고는 결국 장대같은 빗속으로 뛰어들었다.
"저기요!!"
초록색 우산 앞으로 뛰어든 종인이 순간 멈칫 멈추어섰다. 우산을 써도 크게 소용이 없을만큼 거센 빗속에서 얼마를 서있었던 것일까.
머리만 빼고 온통 흠뻑 비에 젖어있는 우산의 주인은 잘 쳐줘야 고등학교 1-2학년 정도 될법한 소년이었다.
하얗게 질린 얼굴에 자그마한 몸집을 가진 소년은, 울고 있었다.
빗소리에 가려 들리지 않았을 뿐, 흐느끼며 울고 있는 어깨가 처량하리만치 작고 추워보였다.
순식간에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된 종인은 제가 흠뻑 젖은 것도 잊은 채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분명 우산을 쓰고 있는 아이가 저보다는 덜 젖은 듯 보였지만 울고 있는 아이는 그런 자신보다 훨씬 더 애처롭고 지쳐보였다.
갑자기 앞으로 뛰어든 낯선 자신 때문에 놀라 흐느낌을 멈춘 듯 했지만 동그랗고 까만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
"..."
쏴아아아-
둘 사이에는 그칠 줄 모르고 오히려 점점 거세지는 빗소리와 침묵만이 흐르고 있었다.
간간히 소년이 남아있는 흐느낌의 여운으로 숨을 들이켰지만, 그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종인은 그저 말없이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사실 속으로는 당황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평소 만사에 무관심해보이고 지루해보이는 포커페이스라는 소리를 듣는 제 자신을 오늘만큼은 다행으로 여겨야할 듯 했다.
안그랬으면 아직 어린 아이 앞에서 어쩔 줄 모르고 안절부절하는 꼴사나운 모습을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뭐지? 왜 울지? 요즘 세상이 그렇게 험하다는데 어디서 맞았나? 애가 딱 봐도 쪼끄맣고 마르고...
누가 딱 괴롭히게 생기기도 쫌 생겼는데. 아니 어떤 나쁜 놈들이 이렇게 작은 애를 때려?!! 아, 아닌가?
겉으로 보기엔 멀쩡한데... 어디 아픈가? 돈 잃어버렸나?? 서..설마, 길을 잃어버렸나??? 아아아아악 뭐...뭐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누나가 하나 있어서 집안에서는 늘 막둥이 취급을 받으며 자란 터라 자기보다 더 어린 누군가를 달래본 경험이 없는 종인에게
제 앞에서 울고 있는 이 사슴 같은 눈의 소년은 충분히 종인을 패닉으로 몰아넣었다.
"야... 저...저기..."
간신히 입을 뗐지만 뭐라 할 말이 없어 더듬더듬 말을 잇던 종인이 뒷목을 또 뽁뽁 긁으며 소년을 슬쩍 쳐다봤다.
이젠 울음이 좀 그친 듯 차분히 숨을 고르고 있던 소년이 가방을 쥐고 있던 손을 들어 제 뺨을 쓱쓱 문질러 눈물을 닦았다.
그래봤자 손이 이미 빗물에 흠뻑 젖어있어 온 얼굴에 물기만 더 문지르는 꼴이 됐지만 또 문지르고 또 문지르며 자꾸만 닦아내고 있었다.
저러다 얼굴 벗겨지겠다- 싶은 종인이 '저기... 이리 들어와.'하며 소년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제가 가는대로 멀뚱히 따라오는 아이의 손목이 가늘었다.
소년의 손에 들려있던 초록빛 우산을 접어 문 한구석에 놓아준 종인이 소년을 데리고 유리문을 열고 카페로 들어섰다.
늦은 시간이 되면서 에어컨을 꺼두었는데도 쏟아지는 비를 잔뜩 맞아서인지 공기가 싸늘했다.
힐끗 뒤따라오는 아이를 보니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쫄딱 젖은 자신만큼은 아니지만 꽤 오래 비를 맞고 있었는지 무릎 위까지 바지가 모두 젖어있었고
어깨와 양 팔, 가방도 들이치는 비에 젖어 물이 뚝뚝 흐르고 있었다.
저러다 감기 걸리겠다 싶은 종인이 얼른 카운터 뒤 직원휴게실로 들어가 마른 수건 두 개와 제가 가끔 가게에서 입기 위해 가져다 둔 얇은 가디건을 들고
나왔다.
"자."
수건 하나는 제 목에 턱 걸고 다른 하나를 내밀었지만 발갛게 달아오른 눈을 동그랗게 뜨고 종인을 빤히 쳐다보고만 있다.
까만 눈동자가 입에 넣고 도로록 도로록 굴리면 달달하게 퍼지는 알사탕 같이 반지르르 빛났다.
"닦으라구- 여름비라도 그렇게 젖어있으면 감기 걸려."
그제서야 주춤주춤 손을 들어 수건을 가져가 셔츠 밑으로 드러난 젖은 팔이며 어깨를 대충 닦고는 얼굴을 폭 파묻는다.
작은 손을 꼬물꼬물 움직이는 모양새며 까맣게 동글동글한 머리꼭지가 뭐 햄스터나 다람쥐나- 그런 작은 동물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동생이 있다면 이런 느낌이었을까.
왠지 간지러운 느낌에 종인이 시선을 돌리고 제 목에 걸린 수건으로 머리를 탈탈탈 털었다.
"으으... 팬티까지 다 젖은 것 같네"
축축한 옷을 입은 채 가게 안의 서늘한 공기가 맞닿아 좋은 기분만은 아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맞은 것 같지는 않는데 비가 정말 많이 오긴 오나보다. 가게 바닥에는 두 사람에게서 떨어진 빗물이 웅덩이처럼 고였지만,
알아서 마르던가 아니면 내일 치우던가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종인은 본 척 만 척 했다.
"...감사합니다."
대강 닦은 수건을 어찌할 줄 모르고 또 눈을 도로록 도로록 굴리던 소년이 꾸벅 인사를 하며 조그맣게 말했다.
작은 목소리였지만 왠지 그 순간 탁- 무언가 공기 중에 청량감이 피어올랐다.
"뭐.. 뭐 이런 걸 가지고.."
문뜩 제가 어느새 말을 놓고 있다는 걸 퍼뜩 깨달았지만, 뭐 누가봐도 얘는 학생이고 난 대학생이니까- 하고 속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종인이었다.
아이가 양 손으로 조물거리고 있는 젖은 수건을 끌어 제 수건과 함께 겹쳐 카운터 앞 의자에 휙 던져놓았다.
내일 일찍 출근한 준면이 무슨 잔소리를 할지 모르겠지만, 알 게 뭐람.
멀뚱히 서 있는 두 사람 사이에 또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또 버릇처럼 뒷목을 뽁뽁 긁던 종인이 '아..앉아' 해놓고선 얼른 카운터 안으로 들어섰다.
소년은 그런 종인이 움직이는 것을 빤히 바라만 보고 있다가 종인이 한 번 더 시선을 주며 눈으로 앉으라 하는 것을 보고 조심스럽게 카운터 앞 의자에 앉았다.
이것저것 바삐 손을 움직이던 종인이 그 모습을 보다가 얼른 밖으로 나와 꺼내두었던 제 가디건을 소년의 어깨에 걸쳐주었다.
"아... 아니... 괜찮..."
"괜찮기는. 여름비라도 감기걸린다니까-"
"저... 저보다는 그.... 그.... 그 쪽이..."
호칭을 뭐라 불러야할지 몰라 또 눈을 도로록 굴리며 조심스레 말하는 소년의 모습을 보니 왠지 피식 웃음이 피어올랐다.
아무리 어린 아이라지만 그래도 중학교인지 고등학교까지 다니는, 그것도 남자아이인데 왠지 귀엽다. 진짜 동생이 있으면 이런 느낌인가 싶다.
"난 워낙 건강체라 이런 걸로는 감기 안걸려-
그리고 그... 그 쪽이 뭐야. 그... 그냥 형이라고 불러."
말을 내뱉어놓고도 어딘가 소름이 오소소 돋는 것 같으면서도 막 뱃속이 간질거리는 것 같은 이 느낌은 뭐지?!! 하며 종인이 돌아서서 몰래 몸을 떨었다.
아마 박찬열이 옆에 있었다면 이 허세킹은 뭐냐고 벽을 치며 웃었을 것 같다.
"..."
소년은 아무 말이 없었지만 흘끗 바라본 종인의 시야에 조심스레 고개를 조금 끄덕이는 모습이 들어왔다.
왠지... 없던 동생이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 같기도 하고, 애완동물을 새로 사오면 이런 느낌일까 싶기도 하고... 기분이 묘하다.
탁-
소년의 앞으로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핫초코 한 잔이 올라왔다.
부드럽게 흔들리는 달달한 핫초코 잔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소년이 고개를 들어 종인을 바라봤다.
"마셔- 그... 그.... 단 거 좋아할지 안 좋아할지 모르겠는데..."
...왜 내 모습이 이렇게 자꾸 병신같지... 자꾸만 제 스스로가 오그라드는 것만 같은 묘한 느낌에 종인이 시선을 이리저리 돌려댔다.
제 인생에 같은 남자한테, 이렇게까지 뭔가 묘하고 어색하고 소름돋고 막, 막, 막!! 이랬던 적이 있었나 싶다.
그래도 저 작은 어깨와 까맣고 동글동글한 머리꼭지를 보면...
박찬열한테 할 때처럼 쌍시옷이 들어간 욕설을 난무할 수는 없단 말이다...
".....아뇨, 그... 좋아해요..."
따뜻한 머그컵을 양 손으로 쥔 채 손을 녹이는 듯 물끄러미 들여다보던 소년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모습에 또 마음이 흐뭇해진다.
"그, 그치? 나, 나도 좋아해-"
...야 이... 나가 죽어라 김종인.... 자꾸만 어디 모자란 사람처럼 말을 더듬는 제 모습에 속에서 눈물이 흐른다.
어디선가 자꾸만 찬열이 벽을 치며 웃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그 흔한 호로록-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조용히 핫초코를 마시는 아이의 모습을 보다 그제서야 제가 아직까지 음악을 반복해서 틀어놨다는 것을
기억하고 얼른 음악을 껐다. 아직 축축히 젖은 아이의 어깨가 순간 멈칫 하는 것 같았지만, 이내 다시 조심스럽게 머그잔을 내려놓았다.
순식간에 조용해진 공간에 달콤한 핫초코 냄새와 함께 침묵만이 흘렀다.
...왜 그렇게 울고 있었을까.
사실 궁금하기는 했지만, 물어볼 수는 없다.
그저 이렇게 작은 동물 같은 아이가 그렇게 온 몸으로 우는 듯 울고 서있던 것을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가슴 한구석이 욱씬해왔다.
한창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살아야 할 나이 같은데,
뭐가 그렇게 힘들었을까. ...그러고보니, 진짜 얘 몇 살이지...?
"저..."
"저기... 감사합니다. 이만 가볼게요."
나이라도 물어볼까 하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지만, 소년이 더 빨랐다.
어느새 다 비운 머그잔을 건네며 아이가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들고 일어났다.
어깨에 두른 가디건도 벗어서 차곡차곡 포개어 접는 것을 얼른 말렸다.
'나중에 비 그치면 갖다 줘-' 라고 굳이 우겨서 아이의 작은 어깨에 둘러주었다.
어차피 여기서 계속 아르바이트 하니까- 하는 종인의 말에 머뭇거리던 아이가 또 고개를 꾸벅하며 가디건을 한번 더 여몄다.
길이가 제법 길게 내려온다. 저 정도면 집이 어딘지는 몰라도 가는 동안 춥진 않겠지.
그래도 나름 다 큰 사내아이이긴 했지만 그래도 왠지 자꾸만 뭔가 더 챙겨야할 것 같고, 눈이 간다.
괜히 유난스러운가 싶다가도 그래도 젖어있던 작은 어깨를 따뜻하게 덮은 제 가디건을 보니 잘했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주춤주춤 망설이던 아이가 '그... 안녕히 계세요.'하고 또 꾸벅 인사를 하는 것을 그 와중에 뻘쭘하게 같이 고개를 꾸벅 한 종인이 속으로 제 머리를 쥐어박으며
어색하게 웃었다.
저렇게 보여도 쟤가 속으로 날 존내 비웃으면서 뭐 저런 덜 떨어진 게 형이라고 부르라 그러냐- 이러고 있을지 몰라...
"저기... 여기... 몇 시까지 하시길래..."
몇 발짝 걷던 소년이 멈칫 뒤를 돌아보며 조심스럽게 묻자 그제서야 종인은 제가 우산도 없고 이미 시간은 지날대로 지났고 옷은 좀 닦긴 했어도 쫄딱 젖었고...
이런 제 자신의 난감한 상황을 떠올렸다.
"아.. 내가 그.. 우산을 안 가져...아, 아니, 어디다 뒀는지 좀 찾아보려구- 원래 이렇게까진 안하는데 사장 형이..
아니아니, 그.. 하여튼,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네- 아하하.. 하하하하하.."
이젠 스스로도 제 자신에 대해서는 포기다. 김종인.. 니가 진짜 한국대의 시크남, 입학하자마자 모든 중앙동아리 여자선배들한테서 러브콜을 받았다는
(좀 과장이 섞이긴 했지만 제가 보기엔 8할이 진리인) 전설의 김종인 맞냐... 스스로가 한심해서 한숨이 다 나올 정도다.
소년은 '아...' 하고 잠시 멈칫멈칫 또 몇 번을 망설이다가 꾸벅 인사를 하고는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섰다.
딸랑- 유리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으며 종인은 방금 전까지 세상에 다시 없을 어리버리 짓을 골라서 해대던 제 모습이 자꾸만 떠올라 카운터에 이마를
쿵쿵 박아댔다.
나가 죽어라, 나가 죽어...
왜 이리 자꾸 마음이 가고 신경이 쓰이는지 아주 잠깐, 문뜩 섬광처럼 생각이 스쳤지만 아마 모처럼 제가 어린시절 꼭 갖고 싶었던 남동생 같은 아이를
만나 형다운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아쉬워서 일 것이다- 스스로 답을 내린 종인이었다.
그러다 고개를 들고 이마를 문지르며 문뜩 내다보았을 때, 유리문 옆에 아까 들어오면서 제가 접어서 놓아둔 아이의 초록빛 우산이 놓여있는 것이 보였다.
"헉...!"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달려나온 종인이 유리문을 열고 "야!!! 너 우산...!!!" 하고 소리를 질렀을 때 이미 소년은 저 멀리 골목길을 돌아 사라지고
있었다. 자신에게 우산을 주고 비를 맞고 갔을까 놀라 뛰쳐나온 것과 달리 소년은 노란색 우산을 쓰고 있었다.
엥...? 하고 어리둥절하던 종인이 이내 아이에게 우산이 두 개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아- 하고 빙구같은 소리를 냈다.
뒷목을 뽁뽁 긁으며 돌아서는 종인의 눈에 비에 젖은 초록빛 우산이 눈에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아까 쏟아지는 빗속에서 이 우산을 들고 서서 울고 있던 아이의 하얀 얼굴도 떠올랐다.
비에 젖은 교복이 척척하게 들러붙어있던 작은 어깨와 흰 머그잔을 쥐던 하얀 손, 제가 끌고 들어올 때 한 손에 잡히던 마른 손목도-
그리고 작지만 청량하게 퍼지던 목소리까지..
"...그러고보니, 이름도 모르고 나이도 모르고 이거 뭐..."
왠지 뺨이 간질간질한 느낌이 들어 종인은 손을 들어 쓱쓱 자꾸만 문질러댔다.
어딘가 두 뺨에 조금 열기가 오르는 것도 같았다.
...그리고 건강체 종인은 그 날 밤을 기점으로 심한 감기에 걸려 일주일간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오지 못했다.
,
.
.
「Something always brings me back to you
무언가가 항상 날 다시 당신에게 이끌어요.
It never takes too long.
오래 걸리지도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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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처음 올려보는 글이라 손을 달달달 떨고 있는 초보작가, 인사드립니다.
어느 날 급 엑소에 빠져서 팬픽들을 이리 검색하고 저리 검색해서 열심히 열심히 찾아 읽다가 넘쳐나는 제 망상들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이렇게 사고를 팡 쳐버렸네요..
한 분이라도 읽어주시는 분이 계신다면 그 분을 위해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완결을 내고야 말겠다!!! ...고 야무지게 다짐하고 잡은 글이건만,
워낙 컨디션이 남태평양 파도치듯 오르락내리락 하는 성격이라- 슬럼프도 올 것이고, 어떤 날은 혼자 푹 빠져서 삽질도 할 것이고...
안봐도 뻔히 눈에 보이는 앞날은 일단 접어두고 용감하게 첫 화를 올려봅니다.
골수 카디분자라 커플링은 앞으로도 쭉 카디/찬백이야!! 라고 결심하고 쓰지만 또 누가 알겠습니까..아시잖아요.. 어느 날 갑자기 신세계가 열릴지..(??)
비오던 날 땅을 파면서 끄적였던 조각조각 글들을 끌어모아 쓰다보니 어째 완전 땅파기 모드로 들어가고 있지만,
저는 원체 해피달달물을 즐기는 사람이랍니다♥
제목부터 '사과' 아닙니까- '미안해 죽을 죄를 지었어'의 사과가 아니라, 그 상큼하고 아삭아삭하고 달콤새콤한 사과 맞습니다-
아무래도 요즘이 여름이고 한창 초록이 가득한 시절 아니겠습니까-
그런 여름의 뭔가 시원하고 상큼하고 달달한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 '사과'라고 지었는데 시작부터 왜 이렇게 땅을 팠을까요...? 아하하하......
뭔가 좀 더 여름과일이라면 수박이나 참외가 나았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하네요...
경수는 사실 어딘가 쫌 굉장히 야무져보이고 뭔가... 뭔가... 우월한...?? 그런 이미지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제가 또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다른 멤버들에 비해체구가 작아서 그런지- 제 눈에는 이리저리 작고 귀엽고 눈 땡글땡글 뜨고 있는 걸 보면
마냥 집에서 키우는 햄토리 같고 작은 동물 같고...ㅠㅠ 그래서 실제로는 경수가 더 형아인데 저한테는 이미지가 마냥 어린애처럼 박혀버렸네요^^;;
Cafe May & June은- 어느 날 그냥 써놨다가 제 친구가 카페 이름 같다고 해서 '아, 그래?' 라고 무심결에 넘겼었는데 카페 이름을 뭐라고 할까 생각하던 중문뜩 떠올라서 그냥 갖다 써버렸습니다. 만일 그 친구가- 아마 볼 가능성은 0.00000000000000000000001%로 엑소아가들이 우리 앞집으로 이사올만큼 낮은
확률이긴 하지만 혹시나 이걸 보고 '헉.. 이 이름은.... 지구여행자, 넌 그렇다면 내친구 000?!!!' 라는 생각을 떠올렸다면,
당신 당장 이 글을 끄고 나가시오!!! 난 네 친구가 아니다, 레드썬!!!
....진짜 보진 않겠지, 갑자기 후덜덜...;;;; 이제 아이돌 좋아하면 조금(?) 미쳤냐는 소리를 들을 나이이다보니 살짝 겁이 나기 시작합니다;;
조..좋아하는데 국경이 어디있고 나이가 어디있어!! (....)
... 일단 죄송하다는 말씀 먼저 드리고 연재 시작하겠습니다.워낙 들쑥날쑥한 스케줄과 컨디션을 가지고 사는 인생이라 이 인간이 어젯밤 갑자기 뒷목잡고 억 하고 쓰러져서 턱 하고 머리를 박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띄엄띄엄 올라오더라도 부디 남태평양만큼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세요...ㅠㅠ
삘이 딱 꽂히지 않으면 진짜 모 아니면 도 같은 머리라 억지로는 짜내고 짜내도 글이 써지질 않아요..ㅠㅠ
저도 사과를 쓰는 동안에는 늘 봐주시는 한 분 한 분의 정성과 관심에 감사드리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객님(?)ㅠㅠㅠ
그나저나... 오타 찾으면서 다시 읽다보니, 이 날의 저... 정말 기분 꿀꿀했나보네요..;;;
경수는 땅을 파고 있던 반면에 종인이는 어째 약간 팔푼이같기도 하고 너무 가볍게 쓰여졌나 싶기도 하고....
사는 게 힘든 고딩과 어리버리한 대학생이라...;; ...둘 다 스릉흔다-♡;;
모든 에피소드에는 각각의 주제에 맞춰 BGM까지 깔겠다는 야무진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글빨이 딸려서 제 능력으로는 제가 표현하고 싶은 감정이나 느낌을 글로 다 표현할 수가 없으니
명곡들의 손을 빌려 여러분의 감성에 호소하고자 한다는 걸 알아내신 당신이라면... 쉿-ㅅ< 비밀로 해주세요ㅋㅋㅋ
혹시 음악이 나오지 않는다!! 하시는 분들께서는 알려주시면 제가 바로 빛의 속도로 수리하겠습니다.
디테일한 내용들- 그냥 슥 읽고 슥 넘어가주시면..ㅠㅠ
영어 해석... 그냥 그러려니- 하고 슥 넘어가주시면..ㅠㅠㅠㅠㅠㅠ..
말이 너무 길어진 것 같아 이제라도 줄이겠습니다-
모두 제 주저리보다는 이거 쓸 시간에 글 한 편 더 가지고 오시는 게 더 좋으시겠죠..?ㅠㅠㅠ
다음 편에서 또 뵙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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