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나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이것들은 굉장히 개성이 있는 것들인데..
"준면이 귀 만지지 말라고! 하지 말라면 좀!!"
"경수한테 손 올리지 말라고 했지! 그만 싸워 좀!!!"
"벡현아 장난치지마.. 칼 내려놔. 민석이 놀라잖아!!!!!"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집 애완동물들은 사람이다.
애완사람이라고 아시나요?
여자친구
"세훈이는 어딨어?"
"집 나갔습니다. 그나저나 주인님 풀 바꿔주셨더라구요!♡ 감사합니다!"
"어. 어? 집을 나가??"
"네. 새벽에 경수랑 한바탕하고 나갔습니다. 뭐 좀 있으면 들어오겠죠."
어깨를 으쓱인 준면이는 별로 관심이 없어보였다.
세훈이.. 날지도 못하는데.. 어디가서 구른건 아니겠지?
큰 짐승한테 잡아먹힌거 아니야?
괜히 이런저런 걱정들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주인! 걱정되면 세훈이 찾아올까??"
"할 수 있겠어?"
"응! 난 개니까!"
"같이가자 백현아."
"오늘 쌀쌀해. 나가지마. 내가 대신 다녀올게."
옥상에서 내려온 종인이가 백현이를 따라 나서려 했지만 그보다
세훈이가 더 빨랐다. 문이 열리고 들어온 세훈이는 하나가 아니었다.
왠.. 새를 데리고 들어왔는데..
"야, 소개해줄게. 내 여친이야."
....?
이건 또 뭔 새같은 소리야.
여친?
각자 할일을 하던 아이들이 관심있게 이곳을 보았다.
그러나 금방 다들 별일 아니라는 듯 넘어갔다.
아이들아..? 별일 아닌게 아니야.
"경수형아 일어나봐. 나같이 날개 없는 새도 여친 만들 수 있다고."
"..잘 때 깨우지마 새새끼야. 지금 자잖아. 치킨으로 만들라."
이게 진심으로 말한 말인지 잠꼬대인지 분간이 안가는 말을 한 경수가
조금 더 구석으로 파고들며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었다.
아침부터 이게 뭔일이래..
"경수형아. 보라고. 나도 여친 만들었다고. 형아는 없지? 어? 없지?!"
"니가 시발 나가서 여동생을 만나든 딸을 만나든 내가 뭔 상관이야 이 새새끼야.
안꺼져?"
경수가 배개를 던지며 한 말에 잔뜩 상처를 입은 세훈이가 나에게 경수를 꼰지렀다.
"야! 경수형아 말하는 꼴 좀 봐!! 저게 동생한테 할 말이야?!"
"아침.. 준비나 해야지. 민석아 그거 장난감 아니야."
식탁 의자에 앉아있던 세훈이 여친에게로 슬금슬금 다가가던 민석이가 멈칫했다.
근데 진짜 여친이야? 새가 도도도 바닥을 돌아다니는 소리가 점심을 준비하는 내내 들려왔다.
간간히 세훈이 웃음소리도 들렸던 거 같다.
천적
아침을 먹는 중에 아주 난리가 났다.
그 난리는 찬열이가 이제 막 깨어나 1층으로 내려온 순간부터 시작되었다.
왠일인지 늦잠을 잔 찬열이가 냄새를 맡고는 눈도 못 뜬채 내 앞에 앉았다.
"아침.. 그.. 뭐냐.."
"잠 아직 덜 깼어 찬열아?ㅋㅋㅋㅋ"
횡설수설 하는 모습이 귀여워서 웃는데 문득 정신이 든 모양인지
빠르게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
"왜?"
"위험한.. 위험한 냄새가 나."
"뭐?"
황급히 일어나 베란다로 나가는 찬열이를 눈으로 쫒는데 뭔가가 빠르게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너무 놀라 그것을 쳐다보니 세훈이 여자친구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베라다 문을 쪼는 그 예사롭지 않은 부리가 정말 야생새임을 말해주었다.
"니 새 때문에 나 외롭게 밥 먹잖아 세훈아."
"그럼 니가 먹이라도 주든가. 배고프다잖아."
"내가 왜 그래야하지? 우리 먹을 음식도 없는데?"
"그럼 저러게 두던지."
그냥 니를 내쫒으면 될 것 같은데?
세훈이를 내 쫒고 민석이가 잡아온 새도 내쫒았다.
완벽해. 이제 좀 편안하군.
"찬열아! 들어와도 돼!!"
나의 말에 슬금슬금 부엌으로 들어오는 찬열이.
마냥 능글거리기만 한 줄 알았는데 나름 촉이 좋네.
역시 벌러지.
수컷
어느 깊고 깊은 야밤.
모두가 잠든 이때 달빛에 의존하여 걸어다니는 아이가 하나 있었으니
이름하야 경수(4세/햄스터)
잠이 안와서 영화나 보다가 자려고 거실로 나오니
서슬 퍼런 두 눈동자와 마주하게 되었다.
"깜짝이야."
"자."
"잠이 안와. 영화보다가 잘래."
"나 간식."
"알아서 꺼내먹어. 칼있는 곳 알지?"
고개를 끄덕인 경수는 곧 부엌쪽으로 갔다.
심장마비로 먼저 갈 뻔했네. 놀래라.
밤은 오로지 경수만의 무대였다.
나는 잘 알지 못하는 비밀스러운 시간이었다.
견과류통에서 견과류를 꺼내 복주머니에 넣어온 경수가
내 옆에 앉았다.
"하나만."
"싫어."
"한개만 경수얌."
"싫어."
"나 하나만 주면 안될까?"
"자."
경수는 항상 삼세번은 해야 넘어오는
그런 비싼 수컷 햄스터였다.
비싼 반면에 또 다정하여 땅콩을 까서 준다.
그것을 받아먹으며 말했다.
"매일 깨면 혼자서 뭐해?"
"애들 괴롭히는데? 낮에 존나 괴롭히잖아. 복수."
경수는 그런 생활이 만족스러운 듯 보인다.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재밌는 영화 안하나..
"이거 재미 없어. 결말 완전 허무."
"아 진짜? 좋은 정보 감사."
"이거 보자. 나 이거 한번도 본 적 없어."
경수가 보자는 곳에 채널을 멈추고 리모컨을 테이블에 두었다.
그리곤 소파에 편하게 기대 영화에 집중했다.
경수도 영화에 집중한 듯 아무런 말이 없었다.
힐끔 옆을 보니 완전히 빠져서 보고 있더라.
웃긴건 나랑 같은 포즈라는거? 그 주인에 그 애완동물.
"나 보지말고 집중해."
"넹."
경수에게 편하게 기대서 영화를 보았다.
영화는 점점 절정에 다가갔다.
이게 장르가 로맨스였는데 로맨스에는 빠질 수 없는 그런 장면이 나왔다.
남녀 주인공이 절절한 사랑을 나누고 있었고 이런 장면은 애들이랑 처음보는 나라서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몰라 몸이 경직되는데
경수 목소리가 들렸다.
"주인 니가 보기에 야하다."
"...뭐래."
"야 주인."
경수가 부르기에 기댄 상태에서 고개만 들었다.
생각보다 가까운 경수의 얼굴.
경수는 어떠한 행동도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서로의 얼굴만 보기를 몇 초.
"됐다. 봐."
경수가 먼저 고개를 돌렸다.
나도 다시 고개를 돌리니 그 장면이 넘어간 후였다.
쪼매난 동물이면서, 남자인 척은.
오늘의 건강 일기
날짜 : 2015년 2월 28일 토요일
날씨 : 쌀쌀함
오늘은 정말 하나도 안 아팠다.
이러다가 나 정말 완쾌되는 거 아닐까 하는 희망이 생겼다.
불치병이 |
나을 수 있는 기적같은 상황도 있을 수 있겠죠?ㅎㅎ 세훈이 여친은 다음이야기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생각해보니까 겁나 웃기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호닉입니다!! 치노/엑소영/쉬림프/뭉이/쌍수/구금/코끼리/모카/규야/게이쳐/나호/죽지마 정동이/양양/캐서린/우리니니/빵/체리/안녕/밍블리와오덜트/메리미/니니랑 꾸르렁/바람둥이/매매/종대덕후/여리/나도동물/테라피/차니/부농/luci/알콩 새벽/꽯뚧쐛뢟/바닐라라떼/lobo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