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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김남준] 살냄새 | 인스티즈






살냄새

분옥














1.

그는 으레 여자라 불리는 동물의 살냄새를 좋아했다. 아무것도 품지 않은 순결한 처녀의 것도, 인생의 봄에 들떠 꽃바람을 따라 춤추는 새색시의 것도, 싸구려 향수로 샤워를 하고 홍등 아래 흐느적거리는 매춘부의 것도. 살냄새를 좋아했다.


그녀는 그런 살냄새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무향무취(無香無臭).

그는 그녀의 냄새를 사랑했다.










2.

소녀는 남자의 살인의 이유가 되기에 충분했다. 집구석에 눌러붙은 식충이 같은 년. 남자는 매일 아침 소녀에게 그런 식으로 일단 독설을 늘어놓고는 눈치를 보았다. 소녀는 무감각한 것인지 무뎌진 것인지 가만히 리모콘을 들어 티비 채널을 돌리곤 했다. 그럼 남자는 그 모습에 왠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이었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




 다녀올게.




남자와 달리 소녀는 현관문이 닫힐 때까지 그에게 쌀쌀맞은 시선 한 번 던지지 않은 채 가만히 앉아 있었다. 지루한 표정으로 티비 채널을 15번에 고정시킨 채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다가 그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서랍에서 하나 뿐인 비디오 테이프를 꺼내들었다. 늘 그랬다. 테이프를 넣고 리모콘 버튼을 두 번 누르면 만화가 재생되었다. 소녀가 보는 것은 '세일러 문 크리스탈'이었다. 사실 딱히 재미가 있어서는 아니었고 흐릿한 어릴 적 기억에 기대어 보는 것이었다. 매일 소녀는 그 만화 한 편만을, 해가 지고 남자가 돌아올 때까지 보고 또 보았다. 분홍색 머리의 꼬마가 노란 머리 세라에게 총을 겨누는 장면 뒤로 테이프가 끝까지 돌아가면 꺼내어 뒤로 감아 다시 돌려보았다.




 아저씨 보고싶다.




혼자 있을 땐 간간히 이런 말도 뱉긴 했다.










3.

남자는 청소부였다. 브로커로부터 일을 받아 깨끗이 치우고 돈을 받았다. 일의 크기에 따라 받는 값은 천차만별이었다. 다만 꺼림칙한 것은, 남자에 의해 '치워지는' 대상이 쓰레기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 뿐이었다. 일을 마무리하고 총에 기름칠을 해가며 장비를 정리할 때마다 그는 일종의 자기합리화를 했다. 자신이 치운 건 사람이 아닌 쓰레기라는. 그래도 그가 사람을 죽였다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었다. 남자는 소음기를 빼지 않고 쓰러진 육체를 향해 한 번 더 방아쇠를 당겼다. 확인 사살은 그의 범죄에 대한 안정 작용을 하는 행위었다. 살을 파고드는 총알의 힘에, 시체 주변으로 카펫을 낭자하게 적신 피가 튀어 그의 구두 위에 앉았다. 인상이 무섭게 굳어졌다. 남자는 무릎을 바깥 쪽으로 꼬아 피가 미처 번지지 못한 카펫에 구두를 마구 문질렀다. 대충 다 닦인 것 같아 허리를 숙이고 보니 동그랗게 가장자리만 자국이 남았다. 한 쪽 눈썹을 찡긋거린 그는 벽에 붙은 전신거울에 몸을 비춰 매무새를 정리하고 가방을 챙겼다. 뒤늦게 사람들에 의해 발견될 이 방엔, 혼(魂)이 사라진지 한참 된 육신 하나와, 카펫의 질과 호텔의 품격을 떨어뜨릴 혈흔 뿐일 것이다.


남자는 가볍게 휘파람을 불었다.










4.

일이 끝나면 남자는 브로커를 찾아가 돈을 받았다. 언젠가 브로커는, 늘 검은 옷을 입는 그에게 물었다. 너는 왜 검은 옷만 입지? 남자의 손에 들린 돈 봉투로 떨어진 시선은 한층 더 의아한 빛을 냈다. 그렇게 번 돈으로 다른 옷도 좀 사 입지 그래. 남자는 봉투를 가방에 넣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죽은 영혼을 위한 상복이야.










5.




 아저씨.

 왜.

 피 냄새 나요.

 ...

 아저씨한테서.




남자에게선 늘 피 냄새가 났다.











6.

남자가 적지 않은 액수의 금액을 손에 쥐고 집에 돌아오는 날 밤에는 소녀를 안았다. 보이지 않는 핏자국이 낭자한 손으로 흰 살결을 어루만지면 뼛속 깊이 뿌리박힌 죄악마저 씻겨 내려가는 듯 했다. 소녀의 붉은 입술이 쾌락이 섞인 숨을 토해냈다. 남자가 간지럽히듯 입술로 장난을 치던 목덜미에 코를 박고 한껏 숨을 들이마셨다. 가장 맑고 깨끗한 상태의 공기가 남자의 폐부를 가득 채웠다. 소녀가 작은 모양으로 어깨를 흠칫 들썩였다. 소녀는 그가 질긴 목숨을 이어가기 위한 수단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피 냄새를 풍기며 찾아간 수많은 매춘부들과는 달랐다. 소녀에게서는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고, 그래서 남자는 소녀를 사랑했다.


소녀를 만난 뒤로 남자의 삶은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첫 번째로 소녀의 앞에서 당당하게 얼굴을 들고 싶어졌다. 그 하얀 얼굴과 마주하며 피로 얼룩진 자신의 얼굴이 부끄러웠다. 총을 쏴 타인의 살점에 총알을 박아넣는 일에도 거리낌이 없던 것은 이제 과거의 일에 지나지 않았다. 둘째로는 언제든 죽어버려도 상관이 없었던 그가, 살고싶다는 원초적인 본능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살고 싶어졌다. 지켜야 할 것이 생겼기에 세상 가장 추악한 '삶'이라는 것에 집착하게 되었다. 소녀와 단 둘이 살 조그만 집을 마련해 인생에서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행복을 느끼며 사는 삶을 갈망하게 되었다.


남자가 원한 것은 그리 큰 것이 아니었다.










7.




 일이야. 걸린 돈이 어마어마해.

 ...

 사창가에서 도망친 년이래. 네가 여자는 안 죽이는 걸 알지만, 이번 한 건만 성사시키면 앞으로 평생 이런 짓 안해도 돼.

 .. 난,

 너 같이 사는 여자 있다며. 인간답게 살고 싶다며!

 ...

 딱 한 번만, 눈 감아.




브로커로부터 받아든 사진 속에서 지루하기 짝이 없다는 표정을 한 소녀가 사진 밖의 남자와 눈을 맞추었다. 지독하게 익숙한 얼굴이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8.

남자는 떨리는 손으로 총에 소음기를 장착시켰다. 브로커를 통해 받은 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머리로는 결정을 내렸는데 아래에 있는 마음은 위에 있는 머리를 보고 계속 소리쳤다. 소녀의 손을 잡고 떠나라고. 도망치라고. 그럴 수 없는 걸 알기에 무릎이 덜덜 떨렸다. 남자의 손에서 일이 끝나지 않으면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갈 게 뻔하고, 어떻게든 마무리 될 것이다. 어쩌면 소녀가 남자를 만났을 때부터 이런 삼류소설 인생의 결말은 이미 결정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째깍거리는 시곗바늘 소리가 남자를 재촉하듯 따라붙었다. 식탁 의자에서 일어나 소녀의 방으로 향했다. 소녀는 늘 그랬듯이 비디오 테이프를 틀어놓았다. 남자는 활짝 열린 문 앞에서 소녀를 향해 총구를 겨눴다. 조그마한 체구를 바라보고 선 총이 마구잡이로 흔들렸다. 손바닥에 땀이 차서 미끄러질 것 같았다. 남자가 이를 꽉 물고 총을 고쳐 쥐었다. 장전된 총알은 평소와 다름없이, 확인 사살용까지 두 발이었다. 소녀가 천천히 남자를 돌아보았다.




 아저씨.




방아쇠를 당겼다. 살점이 터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소녀는 픽 쓰러졌다. 하얀 침대 위에 붉은 꽃이 피어났다. 소녀가 보던 화면은 분홍색 머리의 꼬마가 노란 머리의 세라에게 총을 겨누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검게 물들어 지직거리는 소리만 연신 뱉어냈다. 남자는 무료한 그 장면이 낯설어 다시 시작했으면, 하고 생각했지만 더 이상 비디오 테이프를 되감을 손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꺽꺽거리는 희미한 숨소리가 구석을 맴돌다 조용히 흩어졌다. 보풀이 잔뜩 일어난 카펫 위에 흰 옷을 입은 남자가 무릎부터 엎어졌다. 누군가 제 가슴을 칼로 난도질이라도 한 것처럼 숨을 거세게 몰아쉬면서, 남자는 미동도 없이 영원한 잠에 든 소녀의 곁으로 기어갔다. 비로소 깨끗해진 그의 손이 미처 감기지 못한 눈을 닫곤 소녀의 머리칼과 뺨을 쓰담었다. 나의 연인, 나의 사랑, 나의 전부. 남자는 울지 않았다. 그저 마른 숨을 뱉으며 흐느끼기만 했다. 건조한 울음은 남자의 입에서 흘러나와 소녀의 볼 위로 떨어졌다가, 남자의 눈을 향해 뛰어들었다. 손을 덜덜 떨며 일어난 남자가 제 목을 향해 총을 들었다. 그리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두 번째 방아쇠를 당겼다. 고요한 총성이 좁은 방 안을 가볍게 흔들었다. 총을 잡았던 남자의 손에 힘이 풀리고 시야가 느리게 기울어졌다. 삐― 하는 소리만 귀를 울렸다. 머리가 딱딱한 바닥에 닿았을 때, 그의 눈 앞에는 핏기 없는 흰 손이 축 늘어져 있었다.


남자는 소녀와의 행복을 꿈꿨을 뿐이었다. 남자가 흐려지는 정신 속에서 중얼거리며 눈을 감았다.




 .. 죄악이었나.




내가 바란게, 과연 죄악이었나.

아.

죄악이었구나.

더러운 내가 봄눈같은 너를 사랑했으니.










9.

남자에게선 늘 피 냄새가 났고 그래서 남자는 아무 냄새도 가지지 않은 소녀를 사랑했다.

무향무취(無香無臭).

그는 단지 그녀를 사랑했을 뿐이었다.











Fin.














 ; 만나서 반갑습니다.

 ; 사랑이 넘치는 글잡에 저라는 오점을 남겨보겠습니다.

 ; 잘 부탁 드립니다.

 ; 분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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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 왜 이렇게 먹먹하지... 글 진짜 분위기 있고 읽기가 쉬워요 ㅠ 군더더기 없는 문장 ㅠ 남준이가 계속 아른아른 거렸네요ㅠㅠㅠㅠ 신알신 하고 갑니다. ♥♥♥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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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8.135
먹먹해 ㅠㅠㅠㅠㅠ 진쨔 쩔어 분위기.. 노래랑도 너무잘어울리고...흡입력 bbb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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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나니..? 냄쥰이 죽었어요?!?! 아 너무 슬퍼요 ㅠㅠ 그리고 작가님 글 진짜 취향저격에요! 다음에도 기대할게요(두근)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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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완전 bgm이랑 글이랑 몰입해서 읽었어요...... 이런 분위기 진짜 좋아하는데 이런글 써주시면 크나큰 오예입니다! 다음 글도 기대할게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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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bgm이 뭔지 알수있을까요?? 모바일이라 그런지 안뜨네요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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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옥
모바일에서 BGM 재생이 안되나요?(당황) Damien Rice - 9 Crimes 입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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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런일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잘보고갑니다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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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아 세상에... 글 분위기가.... michin..... 남준이가 안타깝긴 한데 얜 마지막까지 섹시한 이유 좀... 알려주시겠어요.....? 진짜 쩔어요 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니까.... 이 글을 새벽에 봐서 다행이에여...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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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아진짜 ㅠㅠㅠㅠㅠ글 분위기가 너무 좋은것같아요ㅠㅠㅠㅠㅠㅠ작가님 이런글 너무 취향저격인데 앞으로도 많이와주세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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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01.131
...와... 저 이런 글 엄청 좋아해요... 작가님...사랑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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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01.131
노래 이제서야 켜고 들어봤는데 왜... 왜 하필 이 노래예요...하필이면 제가 듣고 그렇게 울어댔던 그 노래를...사랑해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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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세상에.. 취저당했어요.... 신알신 당장 누르고!!!! 다음 작품도 기대하고!!! 작가님이 좋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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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1.173
와... 진짜 작가님... 세상에 너무 좋아요ㅜㅜ 진짜 심장을 그냥 비닐로 감싸놓은 기분이예요.. 게다가 브금도 너무 좋아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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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9
와.....작가님 분위기 깡패세요?.....완전 분위기 있다...ㄷㄷ신알신하고 갑니다!! 앞으로도 분위기 있는글 많이 써주세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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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0
와... 진짜 분위기가 진짜 대단해요 어떻게 이런 글을 쓰실 수가 있죠 진짜 작가님 대단하세요 다음 작품도 진짜 기대돼요ㅠㅠㅠㅠㅠㅠㅠ 신알신하고 갑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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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1
아야가잇던자리 재밋게보고 작가님글 보러왔는디 하 찌통 ㅠㅠㅜㅠㅠ제취저 제대로하심..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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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2
우와ㅠㅠㅠ 진짜 분위기 짱이네요 ㅠㅠㅠ 해피엔딩이길 원했지만 안타까운 새드엔딩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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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3
오ㅓ 분위기 진짜 대박이에요 비지엠도 잘어울리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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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4
방금 글올리신거보고 왔는데.. 진짜 글 너무 잘쓰시는거같아요..ㅠㅠㅠㅠㅠ 작가님 오셨구나 하는 어독자가 한명더 늘어 났네요..ㅎㅎ 진짜 글 지우시면 안되요 .ㅎ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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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5
안녕하세요, 분옥님! 지나가던 한 독자입니다.
제가 분옥님을 뵈게 된게 작년 이맘때쯤 이었던 것 같은데, 문득 분옥님이 생각이 나서 이렇게 들러봅니다. 일단 bgm 이 작가님이 생각해주신 대로 잘 맞은 것 같아요. 처음에는 소녀가 묵묵했던 것 처럼 노래도 잔잔히 읊조리고, 남준이가 결심하고 아이를 죽일때에는 남자와 여자의 목소리가 흥분된채로 노래를 부르는 것에서 감정 이입이 매우 잘 된다고 느꼈어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bgm 을 알 수 있을까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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