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녀가 헤어졌다 |
"여보세요? 어?어. 알았어. 울지 좀 말고... 금방 갈게"
한가하게 집에서 티비를 보고 있다가 그녀의 전화 한통에 옷을 대충 걸치고 빠르게 집을 나섰다. 그녀는 울먹이며 "나 민석이랑 헤어졌어" 라고 말했다. 그녀가 우는 것은 너무 슬프지만 마음 한켠으로는 내심 기뻐졌다. 내가 1년만에 드디어 용기를 내서 그녀에게 고백을 하려고 여러가지 이벤트를 생각중이었을 때, 그녀는 갑자기 전화로 나를 불러냈다. 룰루랄라- 기분 좋게 카페로 향했지만 그녀의 옆에 앉아있는 남자 때문에 기분이 순식간에 다운됬다. 그녀는 나에게 '김민석'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친구를 소개시켜주었고 김민석에게 나를 '가장 친한 친구'라고 소개시켜주었다. 그렇게 내 고백은 말 한 번 꺼내보지도 못하고 마음 속 제일 깊은 곳에 묻어두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제, 기회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성급하게 할 생각은 없다. 그녀는 아직 이별의 아픔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을 테니까. 마음 같아서는 그녀에게 가서 "절대 눈물 흘리지 않게 해줄테니 나랑 사귀자"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건 서서히 하도록 하고.
그녀가 있는 한 공원에 도착했다. 두리번 거리니 벤치에서 무릎에 고개를 파묻고서 우는 그녀가 보였다. 아까까지는 분명 기쁜 마음이 좀 더 컸었는데, 그녀가 우는 것을 직접 보니 나도 눈물이 나 올 것 같았다. 마음이 많이 좋지 않았다. 천천히 울고 있는 그녀의 옆에 앉아 팔로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얼마나 왜소하던지 내 팔에 쏙 들어왔다. 더 마음 아프게.
"울지마...고개들어봐..어?"
그녀는 진정이 됬는지 고개를 들었다. 나는 손으로 눈물을 닦아주었고 그녀는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아까보다 더 심하게 울었다.
"속상하게 울지 좀 마... 잊을 수 있어.. 나 믿어"
더 위로를 받고 싶은지 내 품에 더 파고드는 그녀 때문에 내 심장소리가 들릴까봐 불안하긴 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은건 사실이었다. 그녀가 나를 의지하고 있다는게 내심 뿌듯했다. 약 한시간 동안이나 그녀를 진정시킨 후 공원을 떠났다. 너무 많이 울어서 그런지 진이 다 빠진 그녀는 나에게 팔짱을 끼고-팔짱이라고 하기 보다는 사실 팔에 의지하면서 간다는게 맞다- 천천히 걸어가며 말했다.
"김민석이.. 내가 질린데"
"어이없네. 네가 뭐가 질려"
"그러니까. 개새끼... 내일부터 맨날맨날 남자 소개받아야지"
그녀가 열이 받는지 씩씩 거리면서 말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비련의 여주인공 처럼 펑펑 울던 그녀가 화가나서 씩씩대는게 얼마나 귀여워보이던지. 장난 칠 타이밍이 아닌데도 충동적으로 그녀의 볼을 잡고 흔들어댔다.
"어우~귀여워라~ 화나쪄?"
"너 나랑 싸울래 김준면? 장난 칠 기분 아니거든."
그 때서야 좀 정신을 차렸다. 그래도 너무 귀여운 데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내일 내가 진짜 잘생기고 멋진 남자 소개시켜줄테니까 나와.알겠지?"
"진짜?진짜 진짜?"
"당연하지. 김민석이랑은 비교도 안되게 멋있는 놈으로 소개시켜줄게"
"아싸!!"
단순한 그녀는 멋진 사람을 소개시켜준다는 말에 활짝 웃었다. 그녀의 기분을 좀 풀어준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내일 무슨 옷을 입을지 고민했다. 옷장을 열고 반바지를 입을지 긴바지를 입을지, 셔츠를 입을지 그냥 티를 입을지 수백번도 고민하고 자기 전에 마스크 팩도 하고. 내일 그녀를 만날 생각에 설레 하며 잠을 못이루었다.
그녀를 만나러 카페를 가는 길에 그녀에게서 문자가 왔다.
[나 엄~청 기대 중이야. 실망시키면 안된다~?!!]
[빨리 오기나 해ㅋㅋ]
어제까지만해도 아니 방금 까지만 해도 기분이 아주아주 좋았다. 근데 생각해보니 그녀의 반응이 예상 되지 않았다. 그 멋진 사람이 나라고 하면. 그녀가 뭐라고 말할까? 실망할까? 아니면 받아줄까? 생각해보면 그녀가 힘들고 지칠 때 항상 곁에 있어 준건 나였고 그녀는 그런 나에게 항상 고마워했다. 이 정도면 그녀에게 고백 할 수 있는 자격은 충분히 될 것 같았다.
날씨가 좋아 2층 테라스에 앉았다. 아래를 내려보니 예쁜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그녀가 약간은 긴장되는 표정으로 카페에 들어왔다. 그녀는 곧 2층으로 올라왔고 나를 보더니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그녀의 웃는 모습은 얼마나 이쁘던지, 진짜로 녹아버릴 것 같았다. 오늘 최대한 평소의 나와는 다르게 진짜 '남자'로 보이고 싶어서 면반바지에 셔츠를 입고 나왔다. 평소에 입고 다니는 pk티셔츠가 아니라 새 하얀 셔츠.
"오늘 누구 만나러 가길래 이렇게 멋지게 하고 왔어~?"
장난칠 때 하는 특유의 그 표정으로 나를 놀리듯이 말했다. 누구긴 누구야 당연히 널 만나러 왔지. 바보야.
"근데 그 남자는 아직 안왔나봐?"
그게 나라고 바보야.
두 손으로 꽃받침을 하고 완전 기대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나도 두 손으로 꽃받침을 하고 말했다.
"여기 있네."
"어?"
"네 앞에 있잖아."
"어?"
"그 멋진남자가 바로 나라고. 나랑 만나자 00아. 절대로 네 눈에 눈물 안 고이게 할게. 자신있어. 나 믿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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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니-그녀가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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