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이현우] 은밀하고 위대한 번외 "꼬맹아! 얼른 일어나 학교 가야지!" "으음.." 분홍색 앞치마를 두른 수현이 자신의 침대 위에서 쿨쿨 잘도 자는 아이를 큰 소리로 깨워보지만, 정작 그 꼬맹이는 쉽사리 잠의 유혹을 벗어나지 못했다. 수현은 계란후라이가 절반 정도 익자 가스레인지 불을 끈 뒤 깨끗한 접시를 꺼내 조심히 담았고, 그 위에 새빨간 케찹으로 삐뚤빼뚤한 하트를 그리고는 제 힘으로 일어나기 힘들어 보이는 현우를 깨우러 결국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애기야. 아침 먹고 학교가야지, 응?" "우웅.. 5분만 더요..." "얘가 진짜! 5분만~ 한 지가 벌써 이십 분이 지났어! 얼른 일어나. 전학 첫 날부터 지각할래?" 현우는 전학 첫 날부터 지각이라는 말에 양 눈을 비비며 꾸역꾸역 일어났다. 하지만 몸을 일으키자마자 눈이 부시도록 쏟아지는 햇살에 눈가를 살짝 찌푸렸고, 수현은 하루만에 콩깍지가 제대로 씌인건지 그런 모습마저 사랑스러워보여 말랑한 그의 볼에 살짝 뽀뽀해주었다. "가서 아침먹자." 달콤한 모닝키스에 현우는 헤 - 하고 예쁘게 웃어보였고, 수현 역시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띄우며 현우의 손을 그러쥐고 식탁으로 가 앉혔다. "우와! 이걸 다 조장이 하신 겁니까?" "응. 부대에 있을 때는 마땅한 재료도 없어 요리는커녕 주는대로 먹기 바빴는데, 남한에서는 가난한 동네에서도 계란후라이 정도는 해먹더라고. 너 내려오기 전에 유란이한테 배웠어." 아하. 그러시군요. 숟가락을 들어 따끈하게 데워진 콩나물국을 한 술 뜨려는데, 불현듯 머릿속을 지나가는 무엇에 현우는 숟가락을 국그릇에 빠뜨렸다. "조.. 조장.." "왜? 맛이 없어? 국이 좀 짠가?" 수현은 내팽개쳐진 현우의 숟가락을 보고는 곧바로 자신의 국을 떠먹어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괜찮은 것 같은데, 라고 중얼거렸고, 현우는 자신도 모르게 손이 벌벌 떨려오기 시작했다. "조.. 장. 기억이.. 돌아오신 겁니까..?" 음? 아, 대충은. 마치 누가 "형. 어제 밥 먹었어요?"라고 물어본 질문에 대답하는 것처럼, 당연하다는 듯 그렇게 말해오는 수현의 말투에 현우는 약간 섭섭했다. 왜 제게 말해주지 않았던 것일까. 수현은 그런 현우의 표정을 본 건지 씁쓸하게 말을 이어갔다. "근데, 전부 다 생각이 나는 건 아니야. 부대에서의 생활이랑, 내가 그 부대에 들어가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그리고 나의 첫 남파인무를 수행하던 도중에 북한에게 배신을 받아서 죽을 뻔했다는 것 정도? 너와의 기억도 대충은 나지만 아직은 가물가물해." "..." "신기하지? 몇 달동안 정말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서 답답했는데, 어제 하루 너랑 있었더니 조금씩 조금씩 생각이 나더라고." 그렇.. 습니까. 현우는 덜덜 떨리는 것을 감추기 위해 무릎 위에 올려놓은 두 손이 하얘지도록 꽈악 주먹을 쥐었다. "그런데," "…?"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뭐가?" "방금.. 공화국과 남조선이 아니라..." 아, 그거. 더 이상 말을 잇기 힘든 건지 말끝을 흐리는 현우와는 달리 수현의 표정은 무덤덤했다. "왜, 서수혁이라고 알지? 우리 살려줬던 사람." ".. 예." "그 사람이 이제 우리도 여기서 사는 사람이니까 그렇게 말하라더라. 남조선이 아니라 남한, 공화국이 아니라 북한. 말 한 번 잘못했다가 끌려가서 고문당하기 싫으면 입조심하라던데?" 현우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수현은 아직 기억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아 아무렇지도 않을지 모르지만, 자신은 달랐다. 사실 여기도 수현의 옆 집이라 고분고분 그들의 말을 따랐던 것이지, 그것만 아니었다면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조국으로 돌아갔을 현우였다. 설사 그들이 자신을 배신하고 그것도 모자라 수현과 자신의 가족들까지 죽이려 했다 해도, 조국은 조국인 것이었다. 자기 목숨 하나 부지하겠다고 남한에 투항하는 것만큼 그들에게 치욕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들은 어려서부터 철저하게 그런 교육을 받았으므로. 더군다나 현우는 아직 어렸다. 조국도 조국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지 아직 갈피도 잡지 못하는 것이었다. "입에 안 맞아?" "예? 아, 아닙니다." 현우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듯 다시 숟가락을 꼬옥 쥐고 밥을 한 술 떠 입에 담았다. 천천히, 조심스레 씹어 보았다. 맛있다. 이전에 부대에서 배급되던 식량과는 확연히 달랐다. 자신이 만든 것을 먹어줄 누군가를 위해 사랑과 정성을 담았다는 게 느껴졌다. 입에 든 것을 삼키기도 전에 한 숟가락 더 먹어 보았다. 또 먹었다. 입 안이 꽉 차도록 꾸역꾸역 밥을 밀어넣었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기운에 현우는 조금씩 눈가가 붉어졌다. 그 때였다. 자신의 밥그릇 위로 문어모양 소세지 하나가 올라왔다. 맞은편을 보니 수현이 자신이 무척이나 좋아하던, 예의 그 웃음을 짓고 있었다. "해줄거지?" 장난이 가득한 수현의 웃음 위로 지난 겨울 어느 이름 모를 창고 앞에서 자신에게 모자를 씌워주던 류환이 겹쳐져, 현우의 눈동자가 눈에 띄게 흔들렸다. 하지만 수현은 금세 장난끼를 지우고 다소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떼었다. "니가 힘들거라는 거 알아." "……." "그 사람이 나한테 그랬어. 너는 아직 받아들이기가 힘들거라고. 너는 옛날 기억도 남아 있고, 또 넌 아직 어리니까." 오랫만에 들어보는 그의 다정한 목소리에 현우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애쓰며 아직까지 입 안에 들어있던 많은 양의 밥을 힘겹게 씹어삼켰다. "아직은 내가 너한테 뭘 어떻게 해줘야 할 지 모르겠어. 넌 지금 갑자기 이런 부탁 아닌 부탁을 받아서 많이 혼란스러워할 텐데, 내가 어떻게 해야 니가 조금이라도 덜 불안해 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했어." 현우는 그의 눈빛에서 진정성을 읽어낼 수 있었다. 이 사람이 날 이만큼 걱정해주는구나, 이 사람이 날 이만큼 사랑해주는구나, 하고. "내 머릿속에서 나온 결론은 딱 한 가지야. 내 머리가 나쁜 건지 이거 하나밖에 생각 안 나더라." "……." "우리, 같이 살자." 현우는 제일 갑작스러운 그 말에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떠 보였고, 수현은 장난으로 던진 말이 아님을 보여주는 듯 비장한 눈을 하고 입을 꾸욱 닫았다. "ㅈ, 저ㄴ.." "지금 당장 대답해주지 않아도 돼. 강요하는 거 아니니까 부담도 가지지 말고." "……." "내가 너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이런 거 밖에 없는 것 같아서. 매일 아침에 눈을 뜨면 서로가 있고, 같이 밥도 먹고 양치도 하고 TV도 보고.. 그냥 그렇게 같이 있는 거." "조장.." "나, 예전의 우리 사이에 대해 아직 확실한 기억이 나지 않아." "……." "그런데 몸이 기억을 하고 있나봐. 지금 이렇게 너랑 마주보고 앉아있는 순간에도," 수현은 천천히 그의 얼굴을 현우의 얼굴 바로 앞까지 옮겨갔다. "심장이 뛰고 있는 걸 보면." 현우는 결국 참아내던 눈물을 쏟아내었고, 수현은 그의 양 볼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조심스레 닦아주었다. "어젯밤에도 그렇게 울어놓고 또 울면 어떡해. 학교 가면 눈 붓겠다." 현우는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자연스레 뿜어져나오는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울음을 그치지 못하고 훌쩍거리는 현우를 수현은 따듯한 자신의 품으로 이끌었다. "에이, 너 먹이려고 새벽부터 일어나서 만든 건데 늦어서 못 먹겠네. 얼른 씻고 옷 갈아입어. 데려다줄게." 수현은 현우의 정수리에 살짝 뽀뽀해주고는 그를 자신의 품에서 떼어냈다. 그리고 식탁을 치우려 등을 돌리는 순간, 그의 뒤에서 둘러져오는 온기에 살짝 웃음을 지었다. "좋아요." "..." "조장도 좋고, 조장이 있는 이 집도 좋고, 조장이 해준 이 밥도 좋아요." 수현은 하얗고 자그마한 손 위로 자신의 손을 겹쳤다. 눈물에 함뿍 젖었지만 달콤하면서도 섹시한 현우의 목소리가 귓전을 울렸다. "그러니까 내가 부탁하는 거에요." "..." "나, 여기서 살게 해줘요." 현우의 말이 끝나자마자 수현은 몸을 돌려 그 붉디 붉은 입술을 훔쳤고, 현우도 자연스레 그의 목에 팔을 둘렀다. 수현은 현우를 식탁으로 밀어붙인 뒤 그의 얇은 허리를 지분거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둘의 몸짓은 점점 격해지기 시작했고, 현우는 그의 아찔한 테크닉에 혼미해지는 정신을 겨우 부여잡고서 그의 등을 살짝 두드렸다. 수현은 현우가 숨이 차서 그렇다고 생각했는지 살짝 입술을 떼내었지만 그 짧은 순간마저 놓치기 싫은 건지 그의 아랫입술을 핥고 또 핥았다. "조장.." 수현은 반쯤 풀린 눈으로 현우를 바라보았고, 현우는 퉁퉁 부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학교.. 늦겠는데요..?" 걱정스러움이 묻어나는 말에 수현은 현우의 동그란 뒤통수를 사랑스럽게 쓰다듬으며 그의 귓가에 조그맣게 속삭였다. "전학생은 지각해도 돼 - "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전학생이 어떻게 지각을 하냐고 한 사람이 누군데요! 현우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겨우 삼키고는 허 - 하고 헛웃음을 지었고, 수현은 그런 현우의 숨마저 삼켜버릴 뿐이었다. 둘은 서로의 눈 속에 담긴 모습을 보며 사랑이 가득 담긴 듯한 눈빛을 보내었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향해 예쁘게 웃어주었다. - 드디어 은밀하고 위대한 뒷이야기가 끝이났네요!ㅎㅅㅎ 뿌듯뿌듯! 친구님이 장하다고 이렇게 번외도 많이 도와주셨어요! 친구가 더 금손인것같은건 비밀..☆★ㅋㅋㅋㅋ 어쨌든! 많은분이 사랑해주신덕에 이렇게 마무리짓게 되었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컴퓨터켜면! 암호닉 또 손으로 써서 추가할게요! 암호닉 확인글가셔서 신청해주시길 바라요! 진짜진짜 감사드립니다!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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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택 3까지 나온 마당에 이나은은 진짜 불쌍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