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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Name. Duck

 

-上-

 

 

 

 

 

 

 

 

 

 

 

 

 

 

줄리안은 떨리는 마음으로 거울 앞에 섰다. 오늘이 첫 출근이었고, 특이하게도 출근시각은 넉넉하게 오후 4시였다. 줄리안은 여유롭게 아침을 즐기고 햇살을 만끽하다가 오후 3시가 돼서야 준비를 시작했다.

 

첫 출근치고 굉장히 늦지만 이런들 어떠랴, 줄리안은 백수를 탈출했다는 기쁨에 사로잡혀있었다. 줄리안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옷장에서 수트를 꺼냈다. 어젯밤 다려놓은 덕에 수트는 구김하나 없이 반듯하게 다려져서 광채를 내뿜고 있었다. 줄리안은 수트가 눈이 부시는 것처럼 팔로 눈을 가리는 장난을 쳤다.

 

줄리안은 조심스럽게 살짝 접혀있는 셔츠의 구김을 펴고, 몸에 걸쳤다. 셔츠 특유의 서늘한 촉감이 느껴졌다. 줄리안은 단추를 채우고, 소매 끝을 정돈한 뒤 넥타이가 걸려있는 옷장을 쳐다보며 고민했다.

 

 


‘이건 너무 튀려나?’

 

‘이건 너무 밝다.’

 

‘이게 좋겠지?’

 


넥타이를 여러 개 들고 어느 것을 맬까 고민하던 줄리안은 무늬가 없는 검은색 넥타이를 집어 들었다. 가장 무난하고, 그러면서도 깔끔한 디자인이었다. 줄리안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고 거울을 보며 넥타이를 맸다. 수트를 다 입고나자 꽤나 멋져 보이는 자신의 모습에 줄리안은 거울 앞에서 여러 포즈를 취하다가 이내 시계를 보고는 아쉬운 듯 그만두었다. 줄리안은 침대 위에 널 부러진 가방을 아무생각 없이 어깨에 메다가 비명을 질렀다.

 

인터폴에 입사하기 전 받은 훈련 때문이었다. 온몸이 쑤시듯 아파서 허리에도, 손목에도, 어깨에도 파스를 붙였다. 기본적인 훈련이라는데 처음 겪는 혹독한 훈련이기에 몸이 남아나질 않았다. 원래 기본적으로 4주 동안 훈련을 받는데, 자신은 특별 소집으로 채용된 것이라 2주 만에 훈련을 모두 마쳐야했다. 결국 남들보다 운동신경이 좋지도 않은 편이었던 그가 2배로 훈련을 받은 결과는 온몸이 비명을 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줄리안은 다른 쪽 어깨에 가방을 메는 것으로 고통을 줄였다.

 

그리고 문밖으로 나서려던 줄리안은 신분증을 챙기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후닥닥 다시 방으로 들어섰다. 훈련 마지막 날에 받은 자신의 신분증은 화장대 위에서 아무렇게나 굴러다니고 있었다. 살짝 더러워진 신분증을 바지에 닦고 안쪽 주머니에 넣은 줄리안은 집에 들어오느라 벗어놓은 캔버스 화를 낑낑대며 신고 밖을 나섰다.

 

 

 

 


*

 

 

 

 


인터폴 벨기에 지부는 살짝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덕분에 살짝 길을 헤맨 줄리안은 출근시각을 넘길 위기에 처해있었다. 거대한 회색건물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서자, 자신처럼 늦게 출근하는 몇몇 사람들이 보였다. 생각보다 넓은 건물에 잠시 넋을 놓았던 줄리안은 앞서가는 직원들이 카드키를 대고 출입하는 모습이 보이자 서둘러 뒤따라갔다. 그리고 기계에 인식하려 가방을 뒤졌지만 나오지 않는 카드키에 줄리안이 당황하자 커다란 덩치로 출입구에 서있던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남자는 험상궂은 얼굴을 하고 있었고, 꽤나 거친 말투로 물어왔다.

 


“출입증 없으십니까?”

 

“아, 아뇨! 제가 오늘 첫 출근이라, 아, 내가 어디다 뒀지? 으으, 이쪽에 넣었던 것 같은데,”

 

“허?”

 


커다란 덩치의 남자는 허겁지겁 주머니를 뒤지는 줄리안을 의심스러운 눈길로 쳐다봤다. 딱 보기에도 ‘호구’로 보이는 줄리안의 모습에 남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줄리안은 당황함을 얼굴에 감추지 못하고 허둥댔다. 분명히 이 주머니에 넣고 나왔던 것 같은데, 어디 있지?

 


“앗, 찾았다!”

 


자신을 괴롭히던 출입증은 재킷 안쪽에 있었다. 줄리안이 뿌듯한 표정으로 출입증을 남자에게 들이밀자 그제서야 남자는 미심쩍은 얼굴로 물러섰다. 출입구를 통과하며 줄리안은 해맑게 웃었지만 남자의 표정은 ‘얼간이’를 보는 듯한 얼굴이었다. 줄리안은 개의치 않기로 했다. 삐빅, 하는 소리와 함께 출입증이 스캔되며 출입구를 통과한 줄리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첫날부터 출근 못 할 뻔 했네. 줄리안은 마음을 추스르고 엘리베이터에 타고 지하 2층 버튼을 눌렀다.


곧 띵-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발걸음을 뗀 줄리안은 지나치게 조용한 것에 의아함을 느꼈다. 자신이 상상했던 사무실의 모습은 아주 시끄럽고, 정신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바쁘고, 서류를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물론 여기는 복도이긴 했다. 그래도 너무 조용했다.

 

자신의 사무실인 ‘제 2부서’를 발견하고 줄리안은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보이는 것은 계단 아래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었다. 이건 자신의 예상과 딱 들어맞는 그림이었다. 아무래도 밖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던 것을 보면 방음처리가 되어 있는 것 같았다. 당연한 것이었다. 줄리안은 자신의 무식에 머리를 쥐어박았다. 줄리안은 사무실 풍경을 구경하며 계단을 느리게 내려갔다.

 

 

“이봐!”

 

“우와.”

 

“이봐! 너! 금발!”

 

“엇, 예? 저 말씀이십니까?”

 

“그래, 거기 멍청아.”

 

 

난간에 손을 딛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던 줄리안은 갑작스런 호령에 서둘러 내려갔다. 자신을 부른 사람은 바쁘게 전화를 하고 있었다. 슬쩍 살펴보자 왼쪽 가슴에 달린 신분증에 ‘벨라코프 일리야’라는 이름이 쓰여 있었다. 한눈에 봐도 깐깐해 보이는 얼굴과 차가운 인상을 가진 남자였다. 이 사람이 내 선배?

 


“오늘 신입 맞지? 어디보자, 줄리안…퀸타르트?”

 

“옙!”

 

“아아, 잠깐. 어어, 그거 처리해. 거긴 GPS로 추적해봐, 걔는 신상조회해보고.”

 

 


일지를 뒤적이며 말하는 와중에도 벌써 몇 개의 서류가 일리야의 눈앞을 왔다갔다하고 있었다. 어떻게 처리하는 건지, 업무를 보고 있는 일리야가 신기할 정도였다. 수많은 정보가 오고가고 있는 곳에서 일리야는 놀랍게도 자신이 할 일을 딱딱 해내고 있었다. 사무실 안은 굉장히 소란스러웠고, 여기저기서 울리는 전화벨소리와 누군가를 부르는 목소리에 줄리안은 정신이 다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이름이 뭐라 그랬지?”

 

 

“줄리안 퀸타르트입니다.”

 

 

“아, 여기 있다. 네 첫 임무.”

 

 

 

 

줄리안은 자신의 이름을 말해놓고서 다시 이름을 물는 일리야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성심껏 답했다. 워낙 바빠서 그런 것 같았다. 일리야는 책상 위에 가득 쌓인 서류에서-어떻게 구분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지만- 파란색 서류를 뽑아들더니 말했다.

 

 


“이야, 처음부터 힘들겠군. 잠입미션이네. 너 프랑스어 할 줄 알아?”

 

 

“예? 네, 모국어입니다.”

 

 

“그래서 뽑혔나보군. 신입이 하긴 조금 힘든 임무인데… 들키지 않는 게 중요한가 보다. 이번에 프랑스에서 열리는 파티에서 정보를 빼오는 미션이야.”

 

 

“오, 그것참 멋지네요!”

 

 

“파티라고 좋아하긴. 그래, 딱 보기에는 몸 쓰는 건 아닌 것 같고 해커인가?”

 

 


줄리안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일리야를 쳐다봤다. 일리야의 말대로 자신은 해커였고, 한 번에 그 사실을 간파 당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일리야는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예. 해커입니다.”

 

 

“해커인데 몸 구르는 곳에 가서 잘하려나, 걱정되는군. 꽤 다칠 수도 있거든.”

 

 


줄리안은 일리야의 말에 숨을 들이켰다. 다칠 수도 있다니, 그건 예상 못한 부분이었다. 괜히 겁을 먹고 눈이 커지자 일리야의 눈이 즐거움으로 차올랐다. 그것을 보고 줄리안은 그 말이 농담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줄리안은 아까전의 바보같은 표정을 싹 지웠다. 그러자 일리야 역시 원래의 차가운 표정으로 돌아갔다. 잠깐이지만 얼굴에 피어올랐던 미소를 본 줄리안은 일리야에 대한 생각을 고쳐먹었다. 생각보다, 재미없는 사람은 아님.

 

 


“전 괜찮습니다. 훈련은 괜히 받았겠습니까?”

 

 

“껄껄, 패기가 넘치는 구만. 일은 실제로 겪어봐야 아는 거야. 실제로 싸워본 적은 있나?”

 

 

“…아뇨. 없습니다.”

 

 


줄리안은 금세 꼬리를 내렸다. 훈련도 기본의 기본만 배운지라 실제싸움에는 자신이 없었다. 처음 총 쏘는 것을 배울 때 커다란 소리에 놀라고, 생각보다 많이 흔들리는 몸에 놀라고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을 떠올린 줄리안은 수긍했다. 실제로 싸운다면 자신은 질것이 뻔했다. 아니, 100% 진다. 자신은 총도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첫 임무인데 혼자 보내려니 좀 그렇군.”

 

 

“옛? 단독미션입니까?”

 

 

“하필이면 프랑스어 할 줄 아는 사람이 너밖에 없어서 말이다. 미안하게 됐다.”

 

 


하필이면 단독미션이다. 모자란 자신을 도와줄 팀원을 기대했던 줄리안은 부담을 느꼈다. 그리고 줄리안은 아무 생각 없이 합격했다는 말을 듣고 신나했던 자신을 후회했다. 아, 어쩐지 특별모집으로 한명을 뽑더라. 이번미션 때문에 내가 취직한 거였구나?

 

 

줄리안은 자신이 해커이기 때문에, 몸 쓰는 일에는 투입이 안 될 것이라는 기대를 접어야했다. 물론 받았던 훈련들은 인터폴에 들어가려면 필수적인 과정이었으니 이해한다지만 정말 기본적인 것만 알고 있는 자신에게 첫 임무부터 잠입미션이 주어졌다. 실전훈련도 거치지 않고 바로 투입하는 것을 보니 상부도 정말 급했던 모양이었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복잡한 줄리안의 머리에 뜬금없는 일리야의 질문이 들려왔다.

 

 

 


“좋아하는 동물이 뭔가?”

 

 

“동물이요? 오리를 좋아하긴 합니다만.”

 

 

“좋아, 지금부터 네 코드네임은 Duck이다. 네 작전 투입시간은, 어디보자,”

 

 


멋있는 코드네임-쉐도우라던가, 라이언 따위의 코드네임-을 기대했던 터라 갑작스럽게 정해진 오리라는 코드명에 당황했는지 줄리안은 일리야에게 나름의 항의를 했다. 그러나 일리야의 손짓 한 번에 줄리안의 항의는 무참히 거절당했다. 일리야는 누군가와 연락을 주고받더니 난처한 표정으로 줄리안에게 말했다.

 

 

 

“파티가 오늘 저녁에 열린다는 군. 당장 투입시키라는 상부의 명령이다. 짐은 없어도 되겠지? 자, 파티 시각은 8시야. 늦기 전에 여기 아노말리(anomalie) 호텔로 가면 된다.”

 

 

 

말을 마친 일리야는 줄리안에게 초대장을 내밀었다. 고급스러운 재질의 종이에 쓰인 금빛 글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생일 파티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장소는 아노말리 호텔입니다. 파티는 저녁 8시에 시작하니, 늦지 않게 와 주십시오. 맛있는 디저트가 준비되어있으니, 부디 자리에 참석하여 파티를 빛내주십시오.’

 


줄리안은 누구의 생일인지 쓰여 있지도 않은 초대장을 보고 잠시 당황했다. 앞, 뒤를 살펴봐도 ‘누구’의 생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누구의 생일인지 알아야하지 않을까요?”

 

 

“가면 알게 되겠지.”

 


무정한 일리야는 줄리안에 대한 관심을 끊고 밀린 업무에 집중했다. 줄리안은 불어로 쓰인 초대장을 쥐어들고 침을 꿀꺽 삼켰다. 이곳에 온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작전 투입인가?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가만히 서있자, 일리야는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도 않고 줄리안에게 손을 훠이훠이 내저었다. 줄리안은 눈물을 삼키고 몸을 틀었다.

 


줄리안은 한숨을 내쉬고 계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계단에 거의 다다랐을 때, 누군가 줄리안을 붙잡았다. 돌아보니 밝은 머리색에 어두운 눈동자를 가진 여자가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줄리안은 계단에 올렸던 발을 내려놓았다. 여자는 질끈 묶여 뒤로 넘긴 머리와 상대를 꿰뚫어보는 듯한 날카로운 눈빛 때문에, 아름다운 얼굴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차갑고 딱딱해보였다. 그리고 그녀의 기세는 신입인 줄리안을 주눅 들게 만들기 충분했다. 여자는 인상에서 느낄 수 있는 딱딱한 어조로 말했다.

 

 

“신입요원 줄리안 퀸타르트, 맞나?”

 

 

“네.”

 

 

“나는 조안나라고 한다. 이번 작전을 설계한 사람이지. 이것 받아.”

 

 

 

줄리안은 서류와 함께 조그맣게 생긴 인이어를 받아들었다. 귀에 딱 맞게 설계된 인이어는 귀에 꽂으면 잘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줄리안은 곧장 인이어를 귀에 꽂고, 서류 봉투를 열었다. 봉투 안에는 작은 분홍색의 USB와 함께, 이번 작전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었다. 조안나는 말을 이었다.

 


“네가 착용한 인이어에는 위치 추적기가 부착되어 있어. 살짝 만져보면 알테지만, 작은 버튼이 있지. 그걸 누르면 통신과 함께 추적이 시작돼. 작전에 투입되면 바로 누르도록 하고, 그 USB는 작전을 읽어보면 어떤 용도인지 알거야.”

 

 

“네. 읽어보겠습니다.”

 

 

 

“잠입 미션인 것, 알고 있지? 신분증을 반납해야 할 거야.”

 

 

 

“아, 네. 여기 있습니다.”

 

 

 


줄리안은 서둘러 주머니에서 신분증을 꺼내들었다. 조안나는 줄리안의 신분증을 받아들고 고개를 까딱인 뒤 멀어져갔다. 잠깐 대화를 나눴지만 칼같이 이루어진 대화에 줄리안은 온몸이 빳빳하게 굳어 있었다. 줄리안은 몸을 틀고 계단을 오르며 긴장을 풀었다. 지하 사무실은 여전히 바빴고, 방음처리가 된 문을 열고 나오자 처음 왔을 때처럼 조용해졌다.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걸음이 무거웠다. 복도에는 자신의 발소리만이 울리고 있었다.

 

 

 

 

 

 

*

 

 

 

 

 

 

 


처음 올 때와 반대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출입구를 통과하려던 줄리안은 문제점을 발견했다. 사무실을 나오면서 신분증이자 출입증을 조안나에게 넘겼기 때문에 출구를 통과할 수 없었다. 발을 동동 구르던 줄리안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 험악한 남자를 보고 몸을 굳혔다.

 

 


“출입증?”

 

 

“그러니까, 오해하지마세요.”

 

 


줄리안은 침을 꿀꺽 삼켰다. 난 여기 들어오면서 출입증을 저 남자에게 보여줬었으니까, 나를 통과시켜줄 거야. 침착하자, 줄리안 퀸타르트. 저 남자는 아무것도 아니야. 그저 경비원일 뿐이야, 절차대로 신분증이 없는 사람을 잡아내는. 아, 그렇구나. 난 지금 신분증이 없어.

 

 


“몇 시간 전, 아니 몇 분 전! 심지어 그렇게 오래되지도 않았어요. 기억하시죠, 제 신분…”

 

 

“출입증.”

 

 

“제가 맡은 임무 때문에 신분증을 반납해서 지금 없어…”

 

 

“없으면 못 지나갑니다.”

 

 

“그래도 우리 아는 사이잖아요? 예? 제가 시간이 별로 없거드…”

 

 


남자는 정말, 충직하고 미련스러웠다. 끝까지 지나가려는 줄리안을 저지했다. 온갖 수를 써서 남자를 지나치려고 발버둥을 하던 줄리안은 결국 커다란 덩치의 남자에게 붙잡혀 질질 끌려갔다.

 

 


“아, 이거 놔요! 뭐하는 거야!”

 

 

“당신이 누군지 확인하러 갑니다. 보안실로.”

 

 


남자는 줄리안의 뒷목을 꽉 잡고 끌고 가고 있었다. 덕분에 질질 끌려가는 줄리안은 남자에게서 벗어나려 버둥댔지만 소용없는 노릇이었다. 체급부터, 힘부터, 모든 것에서 차이가 났다.

 

결국 줄리안은 저항을 포기하고 힘을 뺐다. 남자는 출입구 옆면에 있는 문을 열었다. 밝은 바깥과는 다르게 보안실은 어두웠고, 모니터 불빛과 천장에 달린 작은 전등만이 실내를 비추고 있었다. 그 속에서 헤드셋을 낀 사람들이 모니터를 보며 무엇인가를 열심히 두드리고 있었다. 줄리안은 반쯤 굽혀진 상태에서 부단히도 노력했지만, 그 이상을 볼 수는 없었다. 남자가 곧장 줄리안을 어떤 기계에 밀어 넣었기 때문이다.

 

남자는 줄리안의 머리채를 꽉 잡고 있어서 몸을 뒤로 빼는 것은 불가능했다. 곧 기계에서 빛이 나더니 줄리안의 얼굴과 홍채를 스캔하기 시작했다. 자기도 모르게 눈이 크게 떠지고 빛이 홍채를 읽어 들였다. 정보를 읽어낸 기계가 데이터베이스에서 줄리안을 찾아냈다. 그리고 기계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시키는 초록불빛을 내보냈다. 그제서야 남자는 줄리안을 놓아주었다.

 

 


“아오. 시간만 잡아먹었네.”

 

 

“죄송합니다.”

 

 


줄리안은 헝클어진 머리를 정돈하며 투덜거렸다. 그리고 보안실 문을 쾅, 열고 나가며 분풀이를 했다. 건물 밖 입구에 차가 서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앞에 서서 짜증스럽게 시계를 쳐다보고 있는 남자도. 줄리안은 허겁지겁 출입구를 통과하고 밖으로 나갔다. 남자는 멍청한 얼굴로 넥타이를 휘날리며 뛰어오는 남자를 아니꼬운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네가 신입? 이름이 뭐더라, 줄…”

 

 

“줄리안 퀸타르트입니다.”

 

 

“아, 그래 줄리안…늦었네?”

 

 

“…죄송합니다. 출입구에서 걸려서, 카드가 없다고, 신분증을 그러니까,”

 

 

“됐어, 설명을 바란 게 아니야. 난 블레어라고 해. 너를 호텔까지 데려다줄 사람이고, 네가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하면 집까지 데려다줄 따뜻한 사람이지.”

 

 

“아아, 그렇군요.”

 

 

“늦었으니 어서 타.”

 

 

 


블레어는 더 이상 말하기 귀찮다는 듯 줄리안에게 차에 타라는 손짓을 하며 운전석에 앉았다. 줄리안이 올라탐과 동시에 차가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으억, 순간적으로 나오려는 비명을 틀어막고 줄리안은 간신히 안전벨트를 매며 진정시켰다. 신이시여.

 


“옷 갈아입어. 옆에 봉투 보이지? 파티에 가는 데 그에 맞는 옷을 입어야지.”

 

 


안전벨트를 매고 심호흡을 하고 있던 줄리안은 블레어의 말에 옆을 바라봤다. 힘겹게 팔을 뻗어 주황색 봉투를 집은 줄리안은 봉투 안에 담긴 검은색 수트를 꺼내들었다. 한눈에 봐도 자신의 허름한 수트와는 다르게 고급인 것이었다. 느껴지는 촉감이 좋았다. 줄리안은 벨트를 풀면 날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억누르며 조심스럽게 벨트를 풀었다.

 

 


“으악,”

 

 


줄리안은 수트를 갈아입으려고 다리를 든 순간 갑자기 홱 꺾이는 차에 비명을 질렀다. 수트와 함께 좌석을 구르고 있는 줄리안을 백미러로 확인한 블레어는 혀를 차며 속도를 줄였다. 이래서 신입은 피곤하다니까.

 

 

줄리안은 바지에 발을 들이밀었다. 바지가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고, 셔츠를 갈아입는 것은 그마나 쉬웠다. 마지막으로 재킷을 걸치고 백미러를 거울삼아 나비넥타이를 멘 줄리안은 이마의 땀을 닦았다. 자신의 허름한 수트는 봉투에 넣고, 다시 자신의 생명줄과 같은 안전벨트를 매고 나서야 줄리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살았다.

 

 


줄리안은 차에 타면서 챙긴, 조안나가 준 이번 작전에 대한 설명이 적힌 서류를 꺼내들었다. 대충 읽어보니, 작전은 이러했다. 파티를 즐기다가 도중에 빠져나와 ‘824호’에 들어간다. 824호에 있는 노트북을 찾아서 해킹한다. 작전 중 지시한 폴더를 찾아내 USB에 저장한다. 직접 인터폴 서버로 전송하면 보안 시스템이 작동하여 노트북에 담긴 정보가 모두 사라지니, 꼭 봉투에 첨부한 USB로 옮겨야한다고 쓰여 있었다. 자세한 작전사항은 인이어로 전달될 것이며, 작전이 모두 끝나면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블레어의 차를 타고 복귀하면 된다.

 

 


“그렇게 중요한 미션은 아니니까 부담가지지 마. 아주 간단한 거거든. 위험할 일도 없을 거야.”

 

 


서류를 다 읽고 난 뒤 생각에 잠겨있는 줄리안에게 블레어가 불쑥 말했다. 블레어의 말을 듣자 조금은 안심이 됐지만 아무래도 첫 임무이고, 들키지 않아야하는 잠입미션이라는 부담감이 자신을 짓누르고 있었다. 제일 두려운 것은 처음이라는 것이다.

 

 

줄리안은 호텔에 도착할 때까지 서류를 읽고 또 읽었다. 혹시라도 잊어버리거나 빠뜨린 부분이 있을까봐 걱정이 되어서였다. 이윽고 차가 멈춰서고 블레어가 줄리안을 돌아보며 긴장을 풀어주려 노력했다. 줄리안은 억지로 미소를 지어보였다.

 

 


“총은 챙겼어?”

 

 

“아? 총은 안주셨는데….”

 

 

“저런. 신입이라 깜빡했나보네.”

 

 

 


보통 요원들은 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신입에게는 까먹고 안주는 경우가 있다고 블레어가 설명했다. 블레어는 차의 앞 트렁크를 열더니 조금은 묵직하지만 안정감 있는 권총을 줄리안에게 건넸다. 줄리안은 권총을 받아들고 바지 뒤춤에 보이지 않도록 꽂아 넣었다. 줄리안은 블레어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며 차에서 내렸다.

 

 


“떨지 말고. 네 이름은 조나단 후퍼야. 무사히 마치고, 웃으면서 보자.”

 

 


블레어가 가기 전, 창문을 열고 줄리안에게 말했다. 줄리안은 블레어의 마지막 인사를 받고 두근대는 마음으로 호텔 입구를 향해 걸었다. 작전대로 인이어에 있는 작은 버튼을 누르자, 곧 통신이 연결되었는지 조안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Duck, 잘 들리나?

 

 

“예. 잘 들립니다.”

 

 

-좋아. 작전내용은 알고 있겠지? 잘 해내길 바란다.

 

 

 

“알겠습니다.”

 

 

 

줄리안은 후-, 숨을 내쉬고 호텔에 들어섰다. 입구에서 바로 보이는 오른쪽 계단 앞에 ‘파티 장소는 이 곳입니다’ 라는 표지판과 화살표가 있었다. 줄리안은 자연스럽게 프론트를 지나쳐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을 내려가자 거대한 홀이 있었다. 결혼식을 할 때 쓰이는 곳 같았고, 굳게 닫혀있는 커다란 문 양 옆에 남자 둘이 무전기를 귀에 꽂고 서있었다. 줄리안이 문에 다다르자 남자는 초대장을 요구했고, 줄리안이 고급스러운 종이의 초대장을 보여주자 남자는 군말 없이 줄리안을 안으로 들여보내주었다. 줄리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건넸다.

 

 

 

 

 

 

 

 

 


*

 

 

 

 

 

 

 

 

파티장 안은 소란스러웠다. 누군가의 파티임이 분명했고, 그 누군가는 무대 위에 대문짝만하게 걸려있는 현수막에 쓰여진 것으로 알 수 있었다. ‘생일 축하합니다, 파비앙.’ 줄리안은 파비앙이라는 사람을 잘 알고 있었다. 잘 알고 있다고 함은, 사적으로 친한 것이 아니라 파비앙이 유명인사이기 때문이다. 파비앙은 프랑스에서 유명한 대기업 사장의 아들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을 이끌고 있었고, 탄탄대로를 걷고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언론인들은 그의 아버지인 찰스가 은퇴하게 되면, 아들인 파비앙이 물려받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줄리안은 자신이 이곳에 있는 것이 어울리지 않다고 느꼈다. 그건 기류로도 느낄 수가 있었는데, 파티장에 보인 사람들의 차림새와 말투를 보아하니 상류층임이 분명했다. 애초에 자신에게 파티복이랍시고 주어진 수트도 고급이어서 대충, 상류층의 파티임은 알고 있었지만 옷만 그들처럼 입는다고 자신이 그들의 무리에 자연스럽게 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줄리안은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수다를 떨고, 서빙을 하느라 분주한 웨이터들 사이에서 자리를 못 잡고 있었다.

 

 

 

 

줄리안은 스스로를 어색하게 느끼고 있었다. 평소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말을 잘 거는 성격이지만 이런 자리에서만큼은 쉽게 다가갈 수 없었다. 아마도 자신이 그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아채는 것이 두려웠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자신은 파비앙의 지인인척 속이고 들어온 것이 아닌가. 대화를 나눈다면 ‘잠입’미션에서 정체를 들킬지도 모른다. 줄리안은 친구 사귀기나 대화걸기 따위는 포기하고 디저트 테이블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테이블에는 보기에도 침이 꿀꺽 넘어가는 맛있는 디저트들이 즐비했고 줄리안은 자신이 좋아하는 메이플 파이를 보자마자 집어 들어 입에 털어 넣었다. 달콤한 메이플 맛이 입안에 맴돌며 혀를 자극하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긴장이 조금은 풀어지는 듯 했다. 줄리안은 벌써 입안에서 녹아 없어진 파이에 아쉬움이 남았다.

 

 

다행히도 아직 먹어보지 못한 디저트는 많았고, 마실 것 역시 많았다. 줄리안은 메이플 파이 옆에 있는 사과주스를 마시려 손을 뻗었다. 그런데,

 


“먼저 드세요.”

 

 

“아, 네.”

 

 


검은 머리의 남자와 손이 엇갈렸다. 남자는 자신이 먹었던 메이플 파이를 집으려고 손을 뻗었고, 줄리안은 사과 주스를 향해 뻗었으니 서로 손이 맞닿았다. 남자는 바로 손을 치우며 먼저 먹으라는 말을 건넸고, 줄리안은 사과주스가 든 잔을 집어 들었다. 남자는 접시 위에 파이를 두 세 개 정도 담더니 어디 가지도 않고 자신 옆에 어색하게 서있었다. 아마도 남자 역시 이런 곳에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했다. 줄리안은 용기를 내기로 마음먹었다.

 

 


“이런 파티, 처음이신가 봐요?”

 

 


남자는 흠칫 놀란 듯 줄리안을 돌아봤다. 줄리안은 뭐가 잘못 됐나싶어 남자를 쳐다보자 남자는 어깨를 으쓱이며 파이 하나를 집어 들었다. 잠깐이지만, 남자의 눈은 ‘경계’와 ‘의심’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남자는 언제 그랬냐는 듯, 그런 감정을 싹 지우고 말했다.

 

 


“네. 그쪽도 처음이죠?”

 

 

“너무 티냈나? 전 이런 것들에 익숙하지 않아요.”

 

 

“그렇군요.”

 

 

“…줄, 아니 조나단 후퍼입니다.”

 

 

“로빈 데이아나입니다.”

 

 

 


줄리안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튀어나오려는 것을 막고, 로빈이 의심하지 않길 바라며 악수를 건넸다. 로빈은 오른손에 들고 있던 접시를 내려놓고 줄리안의 악수를 받았다.

 

 


“자리를 옮길까요?”

 

 


로빈과 대화하는 사이에 몇 사람들이 눈치를 주고 있었다. 줄리안은 그것을 재빨리 알아채고 로빈에게 말했다. 로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줄리안은 접시에 대충 비스킷, 파이, 쿠키들을 담고 먹기 좋게끔 따라져있는 와인이 따라져있는 잔을 들고 로빈이 앉은 테이블로 향했다. 로빈은 메이플 파이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샐러드를 담고 와인을 곁들여 먹었다. 이유를 묻자 운동을 하고 있어서 단 것을 많이 먹으면 안 된다고 답했다.

 

 


로빈은 생각보다 웃음이 많은 사람이었다. 처음과는 다르게 친해지자 스스럼없이 대했다. 줄리안은 처음 낯을 가리며 예의를 차렸던 로빈에 대한 인상이 확 바뀌었다. 로빈과는, 십년지기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마냥 쿵짝이 잘 맞았다. 줄리안이 웃긴 이야기를 꺼내면 로빈은 자지러지게 웃었고, 로빈이 진지한 얘기를 꺼내면 줄리안은 주의 깊게 들었다. 그러나 철저히, 로빈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마치 이야기하기를 꺼려하는 것처럼. 로빈에 대해 물으면 로빈은 자연스럽게 대화주제를 다른 곳으로 돌려놓았다. 줄리안 역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는 없어서 결국 TV에 나왔던 주제를 얘기하거나, 지나가다 한번쯤은 들었을법한 이야기로 대화를 이어나갔음에도 불구하고 그와의 대화는 유쾌했다.

 

 


그러나 그런 대화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어느새 대화 소재가 고갈되어 비스킷을 먹는데 열중하고 있을 때 즈음, 땡땡-거리는 맑은 종소리와 함께 소란스럽던 장내가 조용해졌다. 손목에 있는 시계를 확인하니 8시였다. 칼 같은 시작이었다.

 

 


파티장 앞쪽에 있던 무대에서 단정한 턱시도를 차려입은, 나이든 중년의 사내가 마이크에 다가가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자리에 서있던 사람들은 각자 테이블을 하나씩 차지하고 자리에 앉아 그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사내는 적당히 이목이 집중되자 말을 꺼냈다.

 

 

 

“이렇게 파티에 참석해주셔서 자리를 빛내주시는 여러분들께 모두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중년의 사내는 옆으로 나와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사람들은 박수를 쳤다. 사내는 박수가 사그라지자 느린 걸음으로 마이크 단으로 다시 올라섰다.

 

 


“보시다시피, 이 파티는 파비앙을 위한 것입니다. 그의 아버지인 찰스를 대신하여, 건강하게 자라준 파비앙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사람들은 또다시 박수를 쳤다. 그때 마이크 너머로 우당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무대 뒤쪽에서 나는 소리였다. 사람들이 놀란 듯 웅성거리자, 사내는 분위기를 진정시키며 말을 이어나갔다.

 

 

 


“꺼져! 꺼지라고-!”

 

 

“오늘 준비된 음식들을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안타깝지만 파티의 주인공인 파비앙은 지금 나오기 힘들 것 같군요. 대신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다시 오늘의, 흥겨운 파티를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이거 놔!”

 

 

 


무대 뒤쪽에서 욕설이 들려왔다. 술에 잔뜩 취한 목소리였는데, 그 목소리가 어렸다. 목소리로 짐작컨대 찰스의 아들인 파비앙이 분명했다. 사람들은 명확하게 들려오는 무대 뒤쪽의 목소리를 무시하려 애쓰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곧, 파비앙의 목소리가 잠잠해지면서 평화가 찾아왔다. 사람들은 다시 친목을 다지기 시작했다.

 

 


“못난 아들을 두었네.”

 

 

“글쎄요. 하나뿐인 아들 생일에 얼굴도 비춰주지 않는 아버지도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줄리안은 로빈의 말에 답하며 테이블 중앙에 놓여있는 샴페인이 담긴 잔을 집어 들었다. 로빈 역시 샴페인 잔을 들고 건배를 건넸고, 줄리안은 눈을 마주치며 건배를 받았다. 줄리안은 투명한 액체를 꿀꺽 삼켰다. 목 넘김이 부드러웠다. 아까 마신 와인으로 살짝 취기가 오른 줄리안은 잔을 내려놓았다. 임무 수행을 위해서 완전한 음주상태는 피해야했다.

 

 


-자, 이제 작전을 수행한다.

 

 

“저는 잠깐 바람 좀 쐬고 오겠습니다.”

 

 

 


줄리안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로빈은 샴페인을 벌컥벌컥 들이켜며 줄리안에게 가도 좋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줄리안은 로빈에게 인사를 하고, 파티장을 빠져나왔다. 파티장에서 줄곧 흐르던 음악은 줄리안을 꽤나 피곤하게 만들었고, 소음이 없는 밖으로 나오자 술이 깨는 듯 했다. 계단을 올라 로비에 이르자 저녁의 쌀쌀한, 찬 공기에 줄리안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줄리안은 취기로 몸이 달아있었고, 찬 공기는 줄리안의 볼을 식혀주기에 충분했다.

 

 

줄리안은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하자 버튼을 누른 뒤 지시사항을 점검했다. 824호에 가서 노트북을 찾아 해킹을 하고, 정보를 빼낸 뒤 블레어의 차를 타고 복귀한다. 곧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고 문이 열리자 술에 취한 몇 사람이 줄리안을 밀치며 내렸다. 술 냄새가 지독했다.

 

 


‘얼마나 마신거야?’

 

 


줄리안은 코를 막으며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섰다. 8층 버튼을 누르고, 거울을 보며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살짝 돌아간 나비넥타이를 제자리에 돌려놓고 머리를 정돈하자 줄리안은 거울을 보며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맑은 엘리베이터의 도착음과 함께 8층에 도착하고 발소리가 나지 않도록 붉은 카펫이 깔린 복도가 보였다. 그러나 이상한 소리가 나고 있었다. 이건 마치,

 

 


“오, 맙소사.”

 

 

 


코너를 돌자마자 보인 것은 키스를 나누고 있는 연인이었다. 한눈에 봐도 값비싸 보이는 가방과 구두를 신고 열정적으로 키스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은 복도를 막고 서있었다. 지나가려는 줄리안은 보이지도 않는지 자신들의 일에 열중이었다.

 

 


“저기, 저기요.”

 

 

 


두 사람은 줄리안의 말은 들리지도 않는 듯 했다. 줄리안은 난처한 표정으로 연인 사이를 지나가려 애썼다. 그런데 왼쪽으로 지나가려고 하면 두 사람이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오른쪽으로 지나가려고 하면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덕분에 벽에는 쿵, 쿵 울리는 소리가 났다.

 

 

 

“저기요! 좀 지나갑시다!”

 

 


줄리안이 소리치건 말건, 두 커플은 키스에 여념이 없었다. 줄리안은 결국 지나가길 포기하고 언제까지 하나, 자리에 서서 버텼다. 그런데 남이 키스하고 있는 모습을 계속 보고있자니 좀 그랬다. 결국 줄리안은 고개를 돌리고 귀를 막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커플은 방에 들어갈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남자가 여자를 꼭 껴안은 채 카드키를 긁더니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쨌거나 길을 비켜섰으니 줄리안에게는 다행이었다. 휴, 드디어. 줄리안은 한숨을 폭 내쉬고 바삐 걸음을 옮겼다. 호텔은 벽 양쪽으로 호수가 쓰여 있었고, 복도는 끝도 없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줄리안은 호수를 체크하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816호, 820호…, 824호. 

 

 


“824호 앞에 도착했습니다.”

 

 

-문 열 테니 잠시만 기다려.

 

 

 


줄리안은 문 앞에서 초조하게 기다렸다. 카트를 끌며 청소부가 지나갈 때 줄리안은 숨을 죽였다. 혹시 이상해 보이지는 않을까, 의심하지는 않을까 생각했지만 다행히 청소부는 별생각이 없는 듯 했다. 괜히 카드키를 긁는 척, 문을 만지작거리던 줄리안은 띠리릭-하며 문이 열리자 바로 들어갔다.

 

 

방주인은 파티에 있거나 자리를 비운 듯 했다. 불을 켜자 거실에 있는 커다란 창으로 자신의 모습이 비쳐보였다. 거실에 있는 테이블에는 다 먹은 맥주 캔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취향은 싸구려인 듯 했다. 값비싼 와인은 뚜껑조차 따지 않은 채 냉장고에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었다. 줄리안은 거실을 다 둘러보자 안방으로 향했다. 안방에는 큼직한 침대-세 사람이 누워서 굴러도 될 만큼 큰-가 있었고, 노트북은 침대 위에 있었다.

 

 

 


“노트북을 찾았습니다. 어떤 정보를 빼오면 됩니까?”

 

 

-D12F6번 폴더를 찾아서 복사해와.

 

 

“네, 알겠습니다.”

 

 

 


줄리안은 연결되어 있는 마우스를 흔들었다. 곧 까만 화면이 파란 배경화면으로 바뀌었다. 줄리안은 곧 D12F6번 폴더를 찾아냈고, 주머니에 들은 USB를 꺼내들었다. 폴더를 복사하려고 하자 비밀번호를 입력하라는 화면이 떴다. 줄리안은 손을 풀었다. 이제 놀아볼까?

 

 


줄리안은 빠르게 해킹툴을 깔았다. 줄리안이 키보드 위로 손을 놀리자 검은 화면위로 초록 글씨가 돌아다녔다. 줄리안의 손이 바쁘게 움직이고, 곧 두 번째 화면에 초록글씨로 숫자와 문자가 뜨기 시작했다. 비밀번호 잠금 체계는 단순했고, 줄리안은 별다른 수고없이 해킹에 성공했다.

 

 


“의외로 싱겁네. 하긴, 그러니 나같은 초짜한테 이 미션을 맡겼겠지?”

 

 


줄리안은 엔터를 탁 누르고, 흐뭇한 표정으로 물러섰다. 곧 초록색의 상자가 글자로 바뀌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뜬 글자는 N이었다. 그리고 E, C, M…. 마침내 ‘Necmoa78de19’라는 문장이 완성되자, 줄리안은 툴을 끄고 그것을 쳐 넣었다.

 

 

잠금이 해제되고, 폴더 속의 정보들이 튀어나왔다. 줄리안은 폴더 속의 문서를 읽어볼까 잠깐 고민했지만, 곧 인이어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생각을 접었다. 줄리안은 서둘러 USB를 노트북에 끼우고 폴더 전체를 복사하려 파일을 끌어다 넣었다. 파일용량이 꽤나 큰 듯했다. 파일 복사까지는 7분 16초정도 남아있었다. 줄리안은 노트북에서 손을 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도 별 탈 없이 임무를 마칠 수 있었다. 아직 파일복사가 완료되기까지는 꽤나 긴 시간이 남아있었다. 줄리안은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며 노트북을 툭툭 두드렸다. 그러다가 문득, 이곳은 자신이 평생 발도 디뎌보지 못할 고급 호텔이라는 사실과 이대로 시간을 낭비하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든 줄리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 황금과도 같은 시간을 허무하게 보내는 것은 아깝다.

 

 

침대 옆에는 경치 좋은 베란다가 있었다. 황홀한 프랑스의 야경에 줄리안은 감탄했다. 시골에서만 살다가 도시에 온 기분이었다. 실제로도 시골에 살았지만. 줄리안은 눈을 크게 뜨고, 평생 잊지 못할, 첫 임무를 마치고 보는, 아름다운 야경에 흠뻑 취했다. 그리고 줄리안은 침대에 풀썩 앉아 바쁘게 지나가는 불빛을 바라봤다. 줄리안은 잠시 인이어를 귀에서 빼냈다. 이 시간을 조안나의 독촉하는 목소리 때문에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줄리안은 침대에 몸을 기댔다. 살짝 졸린 것 같다. 아직 복사까지는 시간이 더 남아있다……. 줄리안은 스르르 눈을 감았다.

 

 

 

 

 

 

 



 

 

 

 

아이고. 너무 늦었네용..

이런저런 일이 바빠져서욥,..ㅠㅠ

 

내용을 바꾸긴 했는데 전체적인 틀은 비슷함댱.

지금은 중편까지 수정되었고용.

사실 이거 분량이 어떻게 될지 진짜 모르겠습니다 ㄷㄷ;

 

하편이 무지막지하게 길어지는 건 아닐련지.. 글은 항상 마무리가 어렵다니까요?...

 

그리고 이게 마지막 연재가 될거같슴당ㅎㅎ

요새 독방 그런곳에 한번도 안가서 ㅠㅠ.. 흐름을 잘 모르네여

퓨퓨...

 

**아 그리고 이 글 검수가 제대로 안되서 ㅠㅠ.....이해부탁드려욥**

***아 맞다 저는 해킹의 '해'자도 모른답니다...해킹묘사장면이 ...어이없을지도 몰라요...***

 〈o:p>〈/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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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허류ㅠㅠㅠ작까님ㅠㅠㅠ줄로는많이 봤지만 로줄은 진짜 오랜만이네요(로줄좋아하는데 마이너라서별로없었는데ㅠㅠ)ㅠㅠ내용도 지루하거나 그렇지않고 재밌네요ㅠㅠ사랑해여작꺄님이런보배로운글을써주시고ㅠㅠㅠ감솨합니다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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