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row 03 完
exobiota 作
경수는 몇일 째 열병을 앓았다. 사흘 전 그 날 비에 푹 젖은 채 집에 들어서자마자 거의 쓰러지 듯 잠들었던 경수의 몸은 그 날 부터 몸살 감기 상태였다. 도와줄 사람도 그렇다고 걱정해 줄 사람도 없다는 사실이 더 슬퍼지는 경수다. 아니, 종인이라도 있었으면 괜찮았을까? 한심해졌다. 자기 혼자만의 착각으로. 종인의 행동을 사랑이라 느낀 그 착각속에 빠져 허우적 대던 과거가 부끄러웠다. 수치스럽고, 치졸했다…. 원망스럽다. 종인의 행동에 왜 내가 실망해야 되는거지? 그리고 그 행동에 실망을 한 이유는 단지 `내`사랑 뿐이였기 때문일까. 열병을 앓는 경수는 생각이 많아졌다. 이렇게 아파본것도 오랜만이네. 실소가 터졌다. 얼굴에는 종인 생각에 홍조를 띈것인지 아니면 열 때문에 그저 붉어진것인지 붉은 뺨을 한 경수가 자신의 마른 얼굴을 쓸어내렸다.
여전히 방 안에는 낡은 휴대폰의 진동 소리만 가득하다.
*
추스리기로 했다. 종인을 마음에서 놓아버렸야겠다고 생각했다. 놓아버리지 않으면, 종인을 놓지않으면 자신만 손해라는 사실을 지난 과거를 통해 뼈저리게 느끼고 있던 경수였기에 내린 결정이였다. 일주일 만에 가라앉은 경수의 열병으로 다니고 있던 회사에서는 짤렸다. 상심하지는 않았다. 그저 묵묵히 다른 아르바이트 거리를 찾을 뿐. 회사로 갈 필요가 없어진 경수는 종인이 항상 춤을 추던 광장 쪽으론 아예 발길을 끊었다. 그리고 오늘, 계속해서 전화로든 문자로든 경수를 재촉해오는 병원에 가는 길에 처음으로 택시에 올라탄 경수는 스쳐지나가는 광장으로 시선을 돌리지도 않았다.
감사합니다. 인자한 택시기사 덕에 처음으로 편히 병원으로 들어선 경수는 코를 찡긋거렸다. 병원 냄새…. 멀뚱히 로비에 서서 병원 안을 눈으로 훑는 경수를 발견한 익숙한 접수처 간호사 중 경수와 제일 친한? 아니, 제일 말을 많이해 본 김간이 경수에게로 뛰어온다.
`경수씨! 왜 병원 연락 안 받으셨어요. 몸 굳어지면 더 이상 물리치료 못 받을 수도 있다는 거 모르세요? 진짜 전화로 해도 안 받고 문자로 해도 안받고…. 저희가 얼마나 걱정한지 아세요?`붙임성 좋은 김간의 잔소리에도 묵묵히 입을 다물고 있던 경수가 입술을 띄었다.
〃좀 아팠어요.〃
아프셨어요? 눈이 동그래진 김간의 표정은 제 표정을 닮아있다고 경수는 생각했다. 혹 종인이 그 날 김간의 이런 표정을 보고 저를 떠올려 그렇게 다정한 표정을 지은 건 아닌가 생각해본 경수지만 이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이제 그만 둘 때도 됐잖아 도경수. 씁쓸한 미소를 흘리던 경수는 김간이 이끄는 물리치료실에 들어섰다. 종인으로 인해 바꼈다고 생각했던 무의미하던 생활이 다시 시작되었다. 익숙하다는 듯 침대에 누워 바지를 살짝 내리곤 골반께에 열선을 붙이는 경수의 손길은 다른 간호사들보다도 능숙했다. 잠이나 푹 자고 일어나야지. 골반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느낌에도 그저 베게에 머리를 누이고 눈을 감는 경수의 표정은 아무런 감흥이 없는 사람 같았다. 그 때 커튼 밖에서 흘러들어오는 김간과 다른 동료 간호사인지 얇직한 목소리들에 경수는 벌떡 뭄을 일으켜 반쯤 풀어헤쳐있던 바지를 올려 추스리곤 침대에서 내려와 대충 신발을 구겨신었다. 〃경수씨!! 왜 이러세요!!〃 이미 김간의 목소리는 경수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빼놓지 않고 자신의 또 다른 다리와 같은 하얀 벽에 이질적으로 기대어져 있는 목발을 빠르게 잡곤 물리치료실을 빠져나왔다. 경수의 입술은 거칠게 피가 고인채 다 뜯겨나가있었다.
`종인씨…. 이젠 귀 못쓴다나봐. 춤 추는 사람이 안됐어 진짜 좋은 사람인데….`
*
왜 몰랐을까.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져나올것만 같았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 영화를 볼때면 외국영화를 보자며 답잖게 고집을 부리던 종인도, 같이 걸을 때 뒤에서 차 경적 소리가 나도 전혀 피할 생각하지 않던 종인도, 항상 매일같이 먼발치서 목 터져라 이름을 불러대도 결코 돌아보지 않던 종인도, 웃을 때 입을 가리는 습관이 있는 자신의 행동을 저지하던 종인도, 전화를 받지 않던 종인도 왜 이제서야 생각이 나는지 정말 눈물이 터질듯한 경수다. 내 얼굴을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는게 얼굴을 보는게 아니라 내 입술을 읽고 있는거였어? 미쳤지, 미쳤었다. 일주일 전 자신의 행동을 원망했다. 가능하다면 시간을 되돌리고만 싶었다. 일주일 전 열병을 앓기 전 자신의 문자를.
`장애인이라고 저 놀리시는거면 이제 그쯤에서 그만두세요. 이제 종인씨한테 상처받기 싫어요.`
답장이 없었던 그 날의 그 메세지를 없애버리고 싶었다.
절뚝이는 다리로 종인과 다녔었던 온 서울 시내를 휘저었다. 휘저었다라고 말을 하지만 항상 종인의 배려로 다 멀지 않은 공간내에서 돌아다녔기 때문에 몸에 별 무리는 없었지만 경수의 정신은 반쯤 날아간 상태였다. 도대체 어디로 간거야 도대체!!! 간절했다. 옛날, 아니 불과 일주일전처럼 자신의 앞에 떡하니 나타나줄지 알았던 종인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하고 광장으로 향했던 경수의 발걸음은 허망히 돌려야 했다. 이 길이 이렇게 한적한 적이 있었던가. 숱한 거절에도 불구하고 매일 같이 집 앞까지 데려다주던 종인 생각에 경수의 표정은 다시 암울해졌다. 다시 만날수는…없을까? 하긴 그렇게까지 심하게 얘기했는데 내 얼굴은 보고싶지도 않겠지. 예전처럼 그저 고개를 푹 숙이며 걷던 경수의 발 앞까지 도르르 굴러온 돌 조각에 고개를 드니…. 그렇게 못 찾아 헤매던, 조금은 마른 듯한, 그렇게 애타게 찾아해매던 종인이 서있었다. 종인씨 하고 불러 보지만 여전히 반응이 없다. 금방이라도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질듯 힘없는 양 쪽 다리를 이끌고 종인에게로 향했다.
김종인, 김종인, 김종인!!! 애타게 들리지 않을, 닿지않을 이름을 불러본다. 경수의 간절한 목소리가 닿은것인지 점점, 천천히 경수의 쪽으로 몸을 돌리는 종인에 경수는 웃듯말듯한 오묘한 눈으로 웃었다. 드디어 보네. 이때까지 찾아헤멘 시간과 고생이 허탈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멍하니 경수만 보고있는 종인에 경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이제 내가 너한테로 갈께. 절뚝절뚝. 빨리가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는 빌어먹을 다리에 짜증이 치솟았다. 조금만 더, 빨리 네게 갈수있다면. 종인에게서 가까워질때 쯤 다리에 힘이 풀려버린 경수는 잡고있던 목발을 놓치고 곧장 종인의 품을 파고들었다. 익숙한 냄새에 그만 울음이 터져버렸다.
〃왜!!! 왜 말 안했어요!!! 왜, 도대체 왜!!!! 나한테는 말해줄수도 있었잖아!!〃
아프지도 않을듯한 솜 방망이 주먹으로 종인의 가슴께를 퍽퍽 내려치며 원망의 말인지 그리움의 말인지 모를 말을 터트리는 경수를 종인은 그저 묵묵히 내려다본다. 그저 품에 안겨 눈물만 흘리는 경수에 나지막하게 들려오는 종인의 목소리가 한없이 다정하고, 따뜻하다.
〃경수씨.〃
〃…….〃
〃듣고 있어요?〃
〃…네.〃
〃경수씨가 우는 걸로 봐선 나 귀 안들리는거 이제 알겠네요? 그럼 그냥 가만히 들어줘요.〃
나 원래 귀 진짜 멀쩡했는데, …이명이래요. 걸리기도 쉽지않은데 내가 딱 걸린거래요. 운도 더럽게 안 좋지. 절대 경수씨가 다리가 좀 불편해서 놀리고 싶어서도, 가지고 놀고 싶어서 번호 딴 것도 아니예요. 처음 이명 판정 받고 거의 망연자실해서 광장 벤치에 앉아있는데 매일 거기 광장에서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는 경수씨 보면서 진짜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아아- 진짜 이건 경수씨 놀릴려고 하는 말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구요. 아무튼 그래서 꼭 경수씨랑 친해져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맨날 축쳐진 얼굴로 있는 경수씨 웃는 모습도 보고싶었고. 그래서 경수씨랑 만나기로 한 날 나 잠도 못 잤어. 알아요? 매 주말마다 경수씨 만나러 가기 전날 밤마다 그랬어요. 경수씨도 그랬어요? 나 혼자 그런거면 나 좀 민망한데…. 경수씨는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나 경수씨 많이 좋아해요. …물론 경수씨가 생각하는 거 말고 연애감정으로요.
혼자 웃다가, 민망하다는 듯 뒷말을 흐리다가 하는 종인의 모습이 여느때와 같은 종인이였다. 묵묵히 말을 듣고만 있던 경수의 심장이 덜컹했다. 종인의 마지막 말 때문에. 나랑 같은 마음이였어. 눈물을 그쳤던 경수의 두 눈엔 또 다시 눈물이 흘렀다. 이전과는 다른 의미로.
〃나도, 나도 좋아요. 너무 좋아요. 진짜 너무너무 좋아요.〃종인에게 닿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닿지않는 목소리, 닿은 마음. 종인은 자신의 품에서 흐느끼는 경수의 양 볼을 자신의 큰 손으로 감싸쥐었다.
〃입 모양이 안보였어요. 다시, 한번 말해줄래요?〃
`좋.아.해.요.종.인.씨.나.도.종.인.씨.가.너.무.좋.아.`
경수가 종인을 배려한것인지 크게크게 입술을 여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종인은 이내 소년다운 웃음을 지어보이며 눈물 때문인지 무겁게 가라앉은 경수의 눈 두덩이 위에 입술을 맞췄다.
〃이제 내가 경수씨의 다리가 되어줄께요.〃
벙진 경수에 그저 싱긋 웃어보이며 입술을 아래오 옮겨 귀엽고 동그란 코 끝에 또 입술을 맞추었다.
〃경수씨는 내 귀가 되주세요. 그리고….〃
그리고?
〃우리 연애해요 경수씨.〃
천천히 다시 입술을 내려간 종인의 입술이 경수의 작은 입술을 덮었다.
경수의 길고 길었던 겨울이 끝이났다. 봄에 싹을 틔우려 아팠던 것이였을 뿐, 그 고통을 이겨내 경수의 봄은 따뜻했다.
*비지엠 추천 받아요!!*
ㅋ내 글의 묘미는 급전개지라우. 다음엔 떡 외전으로 찾아올께요. ;...갑자기 눈에서 땀이;......오랜만에 글을 썼더니 겁나 병맛이네요 그래도 나름 그대들이 좋아하는 해피엔딩........ㅋ해피엔딩이긴한데 존나 이상한 결말....ㅋ
미안요 저 그냥 입닫고있을께요.... 내일 펑할 글
exobiota 作
경수는 몇일 째 열병을 앓았다. 사흘 전 그 날 비에 푹 젖은 채 집에 들어서자마자 거의 쓰러지 듯 잠들었던 경수의 몸은 그 날 부터 몸살 감기 상태였다. 도와줄 사람도 그렇다고 걱정해 줄 사람도 없다는 사실이 더 슬퍼지는 경수다. 아니, 종인이라도 있었으면 괜찮았을까? 한심해졌다. 자기 혼자만의 착각으로. 종인의 행동을 사랑이라 느낀 그 착각속에 빠져 허우적 대던 과거가 부끄러웠다. 수치스럽고, 치졸했다…. 원망스럽다. 종인의 행동에 왜 내가 실망해야 되는거지? 그리고 그 행동에 실망을 한 이유는 단지 `내`사랑 뿐이였기 때문일까. 열병을 앓는 경수는 생각이 많아졌다. 이렇게 아파본것도 오랜만이네. 실소가 터졌다. 얼굴에는 종인 생각에 홍조를 띈것인지 아니면 열 때문에 그저 붉어진것인지 붉은 뺨을 한 경수가 자신의 마른 얼굴을 쓸어내렸다.
여전히 방 안에는 낡은 휴대폰의 진동 소리만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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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스리기로 했다. 종인을 마음에서 놓아버렸야겠다고 생각했다. 놓아버리지 않으면, 종인을 놓지않으면 자신만 손해라는 사실을 지난 과거를 통해 뼈저리게 느끼고 있던 경수였기에 내린 결정이였다. 일주일 만에 가라앉은 경수의 열병으로 다니고 있던 회사에서는 짤렸다. 상심하지는 않았다. 그저 묵묵히 다른 아르바이트 거리를 찾을 뿐. 회사로 갈 필요가 없어진 경수는 종인이 항상 춤을 추던 광장 쪽으론 아예 발길을 끊었다. 그리고 오늘, 계속해서 전화로든 문자로든 경수를 재촉해오는 병원에 가는 길에 처음으로 택시에 올라탄 경수는 스쳐지나가는 광장으로 시선을 돌리지도 않았다.
감사합니다. 인자한 택시기사 덕에 처음으로 편히 병원으로 들어선 경수는 코를 찡긋거렸다. 병원 냄새…. 멀뚱히 로비에 서서 병원 안을 눈으로 훑는 경수를 발견한 익숙한 접수처 간호사 중 경수와 제일 친한? 아니, 제일 말을 많이해 본 김간이 경수에게로 뛰어온다.
`경수씨! 왜 병원 연락 안 받으셨어요. 몸 굳어지면 더 이상 물리치료 못 받을 수도 있다는 거 모르세요? 진짜 전화로 해도 안 받고 문자로 해도 안받고…. 저희가 얼마나 걱정한지 아세요?`붙임성 좋은 김간의 잔소리에도 묵묵히 입을 다물고 있던 경수가 입술을 띄었다.
〃좀 아팠어요.〃
아프셨어요? 눈이 동그래진 김간의 표정은 제 표정을 닮아있다고 경수는 생각했다. 혹 종인이 그 날 김간의 이런 표정을 보고 저를 떠올려 그렇게 다정한 표정을 지은 건 아닌가 생각해본 경수지만 이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이제 그만 둘 때도 됐잖아 도경수. 씁쓸한 미소를 흘리던 경수는 김간이 이끄는 물리치료실에 들어섰다. 종인으로 인해 바꼈다고 생각했던 무의미하던 생활이 다시 시작되었다. 익숙하다는 듯 침대에 누워 바지를 살짝 내리곤 골반께에 열선을 붙이는 경수의 손길은 다른 간호사들보다도 능숙했다. 잠이나 푹 자고 일어나야지. 골반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느낌에도 그저 베게에 머리를 누이고 눈을 감는 경수의 표정은 아무런 감흥이 없는 사람 같았다. 그 때 커튼 밖에서 흘러들어오는 김간과 다른 동료 간호사인지 얇직한 목소리들에 경수는 벌떡 뭄을 일으켜 반쯤 풀어헤쳐있던 바지를 올려 추스리곤 침대에서 내려와 대충 신발을 구겨신었다. 〃경수씨!! 왜 이러세요!!〃 이미 김간의 목소리는 경수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빼놓지 않고 자신의 또 다른 다리와 같은 하얀 벽에 이질적으로 기대어져 있는 목발을 빠르게 잡곤 물리치료실을 빠져나왔다. 경수의 입술은 거칠게 피가 고인채 다 뜯겨나가있었다.
`종인씨…. 이젠 귀 못쓴다나봐. 춤 추는 사람이 안됐어 진짜 좋은 사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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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몰랐을까.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져나올것만 같았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 영화를 볼때면 외국영화를 보자며 답잖게 고집을 부리던 종인도, 같이 걸을 때 뒤에서 차 경적 소리가 나도 전혀 피할 생각하지 않던 종인도, 항상 매일같이 먼발치서 목 터져라 이름을 불러대도 결코 돌아보지 않던 종인도, 웃을 때 입을 가리는 습관이 있는 자신의 행동을 저지하던 종인도, 전화를 받지 않던 종인도 왜 이제서야 생각이 나는지 정말 눈물이 터질듯한 경수다. 내 얼굴을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는게 얼굴을 보는게 아니라 내 입술을 읽고 있는거였어? 미쳤지, 미쳤었다. 일주일 전 자신의 행동을 원망했다. 가능하다면 시간을 되돌리고만 싶었다. 일주일 전 열병을 앓기 전 자신의 문자를.
`장애인이라고 저 놀리시는거면 이제 그쯤에서 그만두세요. 이제 종인씨한테 상처받기 싫어요.`
답장이 없었던 그 날의 그 메세지를 없애버리고 싶었다.
절뚝이는 다리로 종인과 다녔었던 온 서울 시내를 휘저었다. 휘저었다라고 말을 하지만 항상 종인의 배려로 다 멀지 않은 공간내에서 돌아다녔기 때문에 몸에 별 무리는 없었지만 경수의 정신은 반쯤 날아간 상태였다. 도대체 어디로 간거야 도대체!!! 간절했다. 옛날, 아니 불과 일주일전처럼 자신의 앞에 떡하니 나타나줄지 알았던 종인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하고 광장으로 향했던 경수의 발걸음은 허망히 돌려야 했다. 이 길이 이렇게 한적한 적이 있었던가. 숱한 거절에도 불구하고 매일 같이 집 앞까지 데려다주던 종인 생각에 경수의 표정은 다시 암울해졌다. 다시 만날수는…없을까? 하긴 그렇게까지 심하게 얘기했는데 내 얼굴은 보고싶지도 않겠지. 예전처럼 그저 고개를 푹 숙이며 걷던 경수의 발 앞까지 도르르 굴러온 돌 조각에 고개를 드니…. 그렇게 못 찾아 헤매던, 조금은 마른 듯한, 그렇게 애타게 찾아해매던 종인이 서있었다. 종인씨 하고 불러 보지만 여전히 반응이 없다. 금방이라도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질듯 힘없는 양 쪽 다리를 이끌고 종인에게로 향했다.
김종인, 김종인, 김종인!!! 애타게 들리지 않을, 닿지않을 이름을 불러본다. 경수의 간절한 목소리가 닿은것인지 점점, 천천히 경수의 쪽으로 몸을 돌리는 종인에 경수는 웃듯말듯한 오묘한 눈으로 웃었다. 드디어 보네. 이때까지 찾아헤멘 시간과 고생이 허탈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멍하니 경수만 보고있는 종인에 경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이제 내가 너한테로 갈께. 절뚝절뚝. 빨리가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는 빌어먹을 다리에 짜증이 치솟았다. 조금만 더, 빨리 네게 갈수있다면. 종인에게서 가까워질때 쯤 다리에 힘이 풀려버린 경수는 잡고있던 목발을 놓치고 곧장 종인의 품을 파고들었다. 익숙한 냄새에 그만 울음이 터져버렸다.
〃왜!!! 왜 말 안했어요!!! 왜, 도대체 왜!!!! 나한테는 말해줄수도 있었잖아!!〃
아프지도 않을듯한 솜 방망이 주먹으로 종인의 가슴께를 퍽퍽 내려치며 원망의 말인지 그리움의 말인지 모를 말을 터트리는 경수를 종인은 그저 묵묵히 내려다본다. 그저 품에 안겨 눈물만 흘리는 경수에 나지막하게 들려오는 종인의 목소리가 한없이 다정하고, 따뜻하다.
〃경수씨.〃
〃…….〃
〃듣고 있어요?〃
〃…네.〃
〃경수씨가 우는 걸로 봐선 나 귀 안들리는거 이제 알겠네요? 그럼 그냥 가만히 들어줘요.〃
나 원래 귀 진짜 멀쩡했는데, …이명이래요. 걸리기도 쉽지않은데 내가 딱 걸린거래요. 운도 더럽게 안 좋지. 절대 경수씨가 다리가 좀 불편해서 놀리고 싶어서도, 가지고 놀고 싶어서 번호 딴 것도 아니예요. 처음 이명 판정 받고 거의 망연자실해서 광장 벤치에 앉아있는데 매일 거기 광장에서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는 경수씨 보면서 진짜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아아- 진짜 이건 경수씨 놀릴려고 하는 말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구요. 아무튼 그래서 꼭 경수씨랑 친해져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맨날 축쳐진 얼굴로 있는 경수씨 웃는 모습도 보고싶었고. 그래서 경수씨랑 만나기로 한 날 나 잠도 못 잤어. 알아요? 매 주말마다 경수씨 만나러 가기 전날 밤마다 그랬어요. 경수씨도 그랬어요? 나 혼자 그런거면 나 좀 민망한데…. 경수씨는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나 경수씨 많이 좋아해요. …물론 경수씨가 생각하는 거 말고 연애감정으로요.
혼자 웃다가, 민망하다는 듯 뒷말을 흐리다가 하는 종인의 모습이 여느때와 같은 종인이였다. 묵묵히 말을 듣고만 있던 경수의 심장이 덜컹했다. 종인의 마지막 말 때문에. 나랑 같은 마음이였어. 눈물을 그쳤던 경수의 두 눈엔 또 다시 눈물이 흘렀다. 이전과는 다른 의미로.
〃나도, 나도 좋아요. 너무 좋아요. 진짜 너무너무 좋아요.〃종인에게 닿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닿지않는 목소리, 닿은 마음. 종인은 자신의 품에서 흐느끼는 경수의 양 볼을 자신의 큰 손으로 감싸쥐었다.
〃입 모양이 안보였어요. 다시, 한번 말해줄래요?〃
`좋.아.해.요.종.인.씨.나.도.종.인.씨.가.너.무.좋.아.`
경수가 종인을 배려한것인지 크게크게 입술을 여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종인은 이내 소년다운 웃음을 지어보이며 눈물 때문인지 무겁게 가라앉은 경수의 눈 두덩이 위에 입술을 맞췄다.
〃이제 내가 경수씨의 다리가 되어줄께요.〃
벙진 경수에 그저 싱긋 웃어보이며 입술을 아래오 옮겨 귀엽고 동그란 코 끝에 또 입술을 맞추었다.
〃경수씨는 내 귀가 되주세요. 그리고….〃
그리고?
〃우리 연애해요 경수씨.〃
천천히 다시 입술을 내려간 종인의 입술이 경수의 작은 입술을 덮었다.
경수의 길고 길었던 겨울이 끝이났다. 봄에 싹을 틔우려 아팠던 것이였을 뿐, 그 고통을 이겨내 경수의 봄은 따뜻했다.
*비지엠 추천 받아요!!*
ㅋ내 글의 묘미는 급전개지라우. 다음엔 떡 외전으로 찾아올께요. ;...갑자기 눈에서 땀이;......오랜만에 글을 썼더니 겁나 병맛이네요 그래도 나름 그대들이 좋아하는 해피엔딩........ㅋ해피엔딩이긴한데 존나 이상한 결말....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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