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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육일삼 전체글ll조회 1948l 2
등장인물 이름 변경 적용


















헤 씨는 몇 년 만에 정국이 찾아온 것보다 등 뒤에 업고 있는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여자 아이에게 더 놀라야 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냐는 말에 아쿠룹스를 만났다는 대답을 들었을 땐 까무러칠 뻔했으나 이불보를 다 적셔가는 것에 손을 먼저 써야 했다.




“상처가 이만하길 다행이야. 조금만 더 가까이서 공격받았다면 복부가 뚫려 즉사했을 거다. 그래도 학교나 병원에 데려가서 더 좋은 약으로 치료 받게 해. 그러고 보니 학교는 어떻게 된 거냐?”
“잠깐 나왔어요.”
“오늘은 밤이 깊었으니 여기서 자고, 내일 아침 일찍 가거라. 그리고…… 정국아.”
“네.”
“오랜만이구나.”
“……그러게요.”
“긴 말은 않으마. 그 아이는 치료만 잘 받으면 될 테니 너무 걱정 말고. 오늘은 이만 쉬어라.”




헤 씨는 정국과 희완을 남겨두고 방을 나갔다. 묻고 싶은 것이 많은 표정이었으나 모든 대답을 들을 수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기에. 늘 그랬듯이.

정국은 희완을 눕히고 제 손에 선연히 남은 자국을 기억했다. 무언가 쿵 하고 떨어지던 그 순간을. 그리고 제가 아는 유일한 죽음을 떠올렸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차게 식은 몸뚱아리. 그것은 틀림없이 죽음이었고, 제 손을 뜨겁게 적신 시뻘건 피는 틀림없이 죽음의 문턱이었다.

겁이 났다. 제 부모의 죽음을 목격하면서도 옷장 속에 숨어 입을 틀어막고 있어야 했던 그때처럼.

마주쳤던 눈은 지독히도 형형했고, 두려움과 무력감이 한데 뭉쳐 숨어버렸다. 그것과의 숨바꼭질이 시작된 건 호그와트에 입학하고서부터였다. 숨바꼭질을 꼭 술래잡기처럼 하는 형형한 눈빛 덕에 정국은 시도 때도 없이 숨이 콱콱 막혔고, 입을 틀어막아야 했던 손이 벌벌 떨렸으며, 씻을 수 없는 죄책감에 잠식됐다. 의사는 이 술래잡기 같은 숨바꼭질을 트라우마로 인한 공황장애라고 했다.

때문에 정국은 대단한 성적들에도 불구하고 1학년을 마치지 못한 채 휴학해야 했다. 그리고 거의 반년을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이제 내성이 생겨 마법도 약도 듣지 않을 때, 의사는 정국에게 웬 사탕을 건넸다.




“이걸 먹어요. 단 게 심신안정에 도움을 주니까. 약이다 생각하고.”




그리고 그건 의외로 효과가 있었다. 플라시보 효과라고 했다. 알 수 없는 안정의 전말을 알아버렸으니 이것도 곧 효력을 잃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사탕을 웬만한 약보다 정국을 안정케 했다. 그렇게 정국은 사탕을 먹기 시작했다. J사의 효도상품인 오렌지 맛. 이상하게도 다른 사탕은 안 되고 꼭 그것이어야만 됐다. 정국은 오렌지 맛을 썩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으나 어쩔 수 없었다. 의사가 처음 건넨 사탕이 J사의 오렌지 맛이었던 것을 탓할 수밖에.

복학한 후에도 정국은 사탕을 약처럼 먹었다. 주변환경이 달라진 데다 처음으로 발작을 일으킨 곳이 호그와트였으니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었다. 때문에 정국은 손이 떨리기 시작하면 급하게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 허겁지겁 사탕을 씹어 삼켰고, 숨이 막히기 시작하면 씹지도 않고 삼켰다. 더 이상 오렌지 향이 형형한 눈을 가려주지 못할 때쯤. 옷장 속에 숨어 있던 정국에게 말을 걸어준 것은 희완이었다.




“괜찮아?”




제 교복을 뒤지는 손길도 급하게 사탕을 꺼내 입에 넣어주던 모습도 온통 낯선 것이었지만, 따뜻했다. 형형한 눈빛보다 더, 지독하게.

그래서 정국은 겁이 났다. 이번에도 무력하게 죽음을 목격해야 할까 봐.

그렇게 너를 잃을까 봐.

사랑을 깨닫기도 전에 영영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상실감을 먼저 느꼈다. 그것은 정국이 희완이에게 느끼는 감정을 감정 그 이상으로 만들었고, 정국은 필연적 무언가라고 생각했다. 동아줄보다 더한 것.



지켜야 할. 하나밖에 없는. 목숨 같은 것.































호그와트; 일곱 개의 호크룩스
53.


























“난 알고 있어. 네가 어떻게 래번클로로 오게 됐는지.”




“나는…… 촛불이야.”




“안녕. 여기 앉아도 될까? 안 된다고 해도 들어갈 거라서, 미안.”




“나 너 알아.”
“어?”
“넌 나 몰라?”




“……죽었어요.”




“로운이, 죽었어요.”





들이키다 못해 막힌 것 같은 숨을 헉, 하고 들이마시며 깨어났다. 반사적으로 몸이 움찔 한 탓에 배에 극심한 통증이 퍼졌다. 눈을 질끈 감고 통증이 가실 때까지 기다렸다. 방금 꾼 꿈을 생각하며.

꿈인지 아닌지 모를 것들이 반복되는 이유. 다른 이의 생인지 남의 생인지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것들을 다시 한 번 꿈으로 꾼 이유. 내가 일기장 주인의 삶을 경험하고 있는 게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힌트 주듯이 자꾸만 반복되고 있음에도 내가 이토록 혼란스러웠던 이유는 그것이 나 자신과도 닮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빗자루에서 떨어지면서 경험한 파라노마 또한 묘하게 익숙했으며, 이 모든 게 우연이라기엔 일기장이라는 부정할 수 없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이 나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 일기장을 소유한 자의 필연적인 경험인지가 지금까지 가장 큰 의문이었지만. 나는 이제 필연적으로 느꼈다. 이것은 나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믿기지 않지만 의심을 안 할 수 없는 그것은.

이 일기장의 주인이 오래 전의 나라는 것.

통증이 어느 정도 가라앉자 지금을 생각할 여유가 생겼다. 전정국을 따라 금지된 숲에 가서, 다 타버린 오두막에 갔다가, 아쿠룹스를 만나고, 그것의 꼬리에 찔린 뒤로 기억이 없었다. 이전의 꿈에서 나를 옥죄던 두려움이 내 배를 관통했을 때는 눈을 뜨는 것으로 고통에서 벗어났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나는 여전히 누운 채로 고개를 움직여 주위를 살폈다. 통나무로 된 벽과 결이 살아있는 가구들을 보아 호그와트 본관은 아니었다. 금지된 숲에 이런 곳이 있었나. 그리고 마지막으로 닿은 시선의 끝에는 전정국이 있었다.

나는 통증을 참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찬 바닥에 앉아서는 침대에 엎드려 자면서도 내 손은 어찌나 꽉 잡고 있는지 쉬이 빠지질 않았다. 나는 반대쪽 손으로 전정국의 푹 젖은 머리칼을 넘겨줬다. 퀭한 눈가가 내가 정신을 잃은 동안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보였다. 나는 들숨 날숨에 따라 천천히 들썩이는 어깨를 토닥였다. 겉은 멀쩡하나 속은 다 타버린, 뒤집어진 액자를 바로 놓았던 그 집의 주인은 전정국이었고 액자 속의 아이도 전정국이었다. 아직도 타버린 벽지가 죽죽 뜯어지고 제가 날리는 그곳을 보며 언젠가 꼭 누군가를 닮았다 생각했었다. 그리고 이제야 알겠다. 그땐 떠올리지 못한 그 누군가는 너였다.




“전정국.”




너는 대체 얼마나 문드러진 삶을 살았기에 그렇게 재만 날리는 속을 숨기고 있는 거니.




“정국아.”




너는 대체 얼마동안이나 그것을 숨기기 위해 애썼던 거니.




“너는.”




내가 가진 알 수 없는 사실들을 말해도 괜찮을까? 더 이상 디딜 곳조차 없는 너를 쓰러뜨리는 건 아닐까.




“……응.”
“…….”
“듣고 있어.”




나를 그곳으로 데려간 건, 그래도 괜찮다는 신호였을까.

나는 이제 겁이 나기 시작했다. 나조차도 알 수 없는 이 일들이 내게 어떻게 다가올 지보다,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 어떻게 다가갈지에 대해서.




[방탄소년단] 호그와트; 일곱 개의 호크룩스 53 | 인스티즈


“계속 말해.”




그리고 어쩌면, 이미 다가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전정국.”
“응.”
“……괜찮아?”




나는 겁이 난다. 정국아.













































통나무집은 전정국이 부모님을 잃고 짧게 살았던 곳이라고 한다. 아쿠룹스가 있던 곳과 통나무집은 꽤나 거리가 있었는데, 나를 들쳐 업고 그 거리를 헤맸을 생각을 하니 마음 한 구석이 안 좋아졌다. 하지만 헤 씨 아저씨의 도움으로 병동으로 자리를 옮기고서도 전정국은 내 손을 놓지 않았다. 폼프리 부인이 묘한 눈빛을 보냈으나 전정국은 아랑곳 않았다. 꼭 무언가를 잃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 같아 나는 부러 맞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교장선생님이 오고서야 전정국이 손을 놓았고, 폼프리 부인의 눈빛도 거둬질 수 있었다. 나는 입도 뻥긋 할 수 없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면서도 전정국은 제 잘못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주먹을 쥐었다. 겨우 내게 비밀을 털어놨는데 이런 일이 벌어진 건 내 부주의가 컸다. 전정국이 또 다른 트라우마를 가지게 될까 두려웠다. 나는 교장선생님의 대답에 귀 기울이며 여차하면 입을 열려 했지만 선생님의 대답은 예상외의 것이었다.




[방탄소년단] 호그와트; 일곱 개의 호크룩스 53 | 인스티즈


“아쿠룹스가 숲 속에 나타났다고?”




아쿠룹스. 용의 모습을 한, 목숨이 세 개인 괴물. 교장선생님은 아쿠룹스를 설명하시면서 심각한 표정을 지으셨다. 아쿠룹스에 대해 알고 있었던 전정국도 그 괴물이 이곳에 출몰했다는 것에 의아함을 품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방탄소년단] 호그와트; 일곱 개의 호크룩스 53 | 인스티즈


“목숨이 하나밖에 없었어요.”
“하나는 아주 오래 전, 131대 보바통 교장이 꺼뜨리면서 미로에 봉인시켰었단다. 그 후 ‘그’가 트리위저드 게임에 참가해 두 번째 불을 꺼뜨렸었지.”
“트리위저드 게임이요? 그 미로가 트리위저드 게임에 쓰였었나요?”
“그래. 그 이후로 트리위저드 게임에 대한 제한이 아주 심해졌어. 당시에 보바통에서 조작했다는 이야기와 아쿠룹스 때문에 죽은 학생이 있어 아주 시끄러웠었지.”
“미로에 봉인돼 있어야 할 아쿠룹스가 왜 금지된 숲에 나타난 걸까요.”
“나도 그게 궁금하구나. 금지된 숲이라면 아무리 외곽이라 하더라도 호그와트가 멀지 않으니 아무래도 비상회의를 해야겠어.”
“그럼 그 미로를 찾으면 되는 거 아닐까요?”




내 말에 교장선생님이 멈칫하셨다.




“그 미로는 ‘그’가 어디론가 가져가버렸단다.”




버렸는지 파괴했는지 알 길이 없어.

나는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모든 일에 ‘그’가 연관돼 있었다.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며 생각했다. 어디서부터 무엇을 알아봐야 그나마의 퍼즐조각이라도 맞출 수 있을까.

전정국은 수업을 못 듣는 나를 대신해 매번 필기를 가져다줬다. 내 병수발을 든다는 걸 말리고 제안한 것이었다. 그 언젠가, 아무것도 안 하고 딱 한 달만 입원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이렇게 빨리 실현될 줄 몰랐다. 그것도 엄청난 생각할 거리들을 떠안고. 어쩌면 이건 기회일지도 몰랐다. 그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새로운 사건들이 일어나 혼란만 가중됐었으니.

다친 건 배인데 잠을 꽤 오래, 자주 잤다. 그리고 그때마다 꿈을 꿨다. 그간 내 인간관계가 나쁘지는 않았던 모양인지 내 소식을 들은 몇몇이 병문안을 왔고, 나는 꿈과 병문안을 번갈아가며 대화했다. 처음 병문안 온 사람은 예림이었다.





“잘 지냈냐고 묻고 싶은데 여기엔 영 어울리지 않는 말이네.”
“그러게.”
“어떻게 된 거야? 애들 말로는 네가 금지된 숲에 들어갔다가 아쿠룹스를 만났다던데.”
“생각보다 구체적인 소문이 도는구나. 뭐, 틀린 말은 아니야.”
“금지된 숲엔 갑자기 왜 들어간 건데?”
“그게……조금 복잡해.”




내 이야기를 하려면 누군가의 비밀이 걸린다. 나는 전정국의 이야기를 생략하고 예림이에게 상황설명을 할 가장 적절한 방법을 찾느라 머리를 싸맸다. 그러자 예림이는 됐다며 내 머리를 정리해줬다.




“복잡하면 말 안 해도 돼. 나도 너한테 제대로 말 못하는 게 있는데.”
“…….”
“꼭 전부를 말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 무슨 보고서 쓰는 것도 아니고.”
“……예림아.”
“응.”
“이 상황이 혹시라도 불편하다면.”
“응.”
“그러니까, 셋의 일에 내가 있는 게 불편하면. 혹시 옛날로 돌아가고 싶다면 나 신경 안 써도 돼.”
“…….”
“이 말 하고 싶었어.”




테라스에서 길고 긴 이야기를 나눴던 때를 생각하며 예림이를 쳐다봤다. 창문이 꽤 멀리 있는데도 불구하고 예림이의 주황빛 머리가 빛을 받아 밝은 티를 냈다.




[방탄소년단] 호그와트; 일곱 개의 호크룩스 53 | 인스티즈


“난 널 오래 보진 않았지만, 그게 너를 뒤로 할 만 한 이유가 되지는 않아. 오래 보고 짧게 보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물론 좀 더 오래 본 사이기 때문에 시아를 마냥 나쁘다고 말하는 건 어렵지만, 그 애가 하는 일이 잘못되지 않았다고는 말 못하겠어.”





그러니까, 너 때문에 우리들 사이가 깨졌다고 생각하지 마.

예림이의 말이 웅웅거리며 귓가를 맴돌았다. 그리고 까무룩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이게 뭔데?”
“팬던트.”
“…….”
“행운의 기운이 깃들어 있는 거야. 수업시간에 만든 건데, 내 게 제일 잘 만들어진 거라길래.”




눈을 뜨니 의외의 인물이 앉아 있어 나는 계속 이게 꿈이라고 생각할 뻔했다.




“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를 찾아오는 것보다는 전정국을 직접 찾아오는 게 낫지 않을까요?”




[방탄소년단] 호그와트; 일곱 개의 호크룩스 53 | 인스티즈


“내가 전정국 때문에 찾아온 거 어떻게 알았어?”




이태민 선배는 의중을 정확히 파악한 게 놀라웠는지 눈을 크게 떴다.




“그냥, 직감이요.”
“그랬구나.”
“어쨌든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은 없는 것 같아요…….”
“미안. 내가 아직 용기가 부족하네.”
“아니, 미안하실 건 없어요. 저도 겁쟁이인데요 뭐.”
“그럼 혹시 이거라도 전해줄 수 있을까?”




생일이었는데, 선물이라도 주고 싶어서.




“태형이 소식? 연락을 안 해서 잘은 모르는데, 얼마 전에 생일이었던 것 같긴 해.”




관통하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로 아쿠룹스는 꽤나 위험한 것이었다. 일전에 죽었다는 학생 또한 배를 뚫려 즉사했다고 하니 나는 새 삶을 사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어느새 새살이 돋은 배를 내려다보며 교복을 갈아입었다. 새 삶과 새 살. 분명 ‘새’ 것인데 이토록 착잡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나는 오랜만에 들어온 방 안을 훑었다. 협탁에 놓인 오르골이 시선을 빼앗았다. 전정국이 준 것이었다.




“이게 각인이 된다고?”




나는 침대에 앉아 오르골을 만지작거렸다. 손잡이를 돌리자 잔잔한 음악이 나왔다. 여기다 대고 말하면 되나? 음악이 아니라 음성 각인도 되는 거겠지. 전정국이 오르골을 주며 했던 말을 떠올렸다.




“나도 장난 아니고, 진심.”




뭔가 더 말을 하고 싶었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휴학을 하고 모든 인연을 끊었던 전정국이 그때 내게 했던 말이 얼마나 큰 무게가 있었는지 이제야 깨달았다. 나는 꽤 오래 전부터 전정국에게 그의 경계선 안에 들어가 있었다. 장난으로 사달라고 한 것에 진심으로 화답 받으면서.

같은 친구관계였고 모두에게 진심이었는데 이토록 다른 상황이 만들어지는 건 왜일까. 강례원은 내가 등을 쓸어주던 순간 어떤 느낌이었을까. 영원의 집에 살던 나는 ‘영원집에 살면서 공부 잘하는 애’로밖에 기억되지 않았을까? 시아에게 나는 머글 출신인 나는 ‘머글 출신이면서 이것저것 헤집고 다니는 애’로밖에 보이지 않았을까? 적어도 강리원에게 나는 구원자 같았을 것이다. 강례원과 강리원. 영원의 집과 머글 출신. 유시아와 전정국.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다. 내 진심은 누군가의 진심에 묻힐 수 있고 의도치 않게 뭉개질 수 있으며 왜곡될 수 있다. 어쩔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씁쓸한 감정은 숨길 수가 없었다.




“아직 아프네.”




나는 배를 살짝 눌러봤다. 한국 의학이 마법을 차용한다면 더 멋지게 발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쓸데없는 생각이긴 하지만. 나는 오르골을 내려놓고 일기장을 들었다. 지난번엔 왔으나, 이번엔 오지 않은 사람을 생각하며. 지난번에 왔으니, 이젠 내가 찾아갈 차례였다.

병동에 있는 동안 온갖 꿈을 꾸며 든 생각은 선배를 찾아야겠다는 것이었다. 내게 의미심장한 말을 하는 사람이 세 명이 있는데, 한 명은 요새 통 오지를 않고 한 명은 찾는다고 찾아질 사람이 아니니. 슬리데린에도 갔다가, 도서관에도 갔다가, 폼프리 부인이 보면 당장이라도 침대에 누우라 명령할 정도로 돌아다녔다. 돌아다니면서도 배 한 쪽을 잡고 쉬어야 했지만 워낙 이 분도 여기저기 번쩍번쩍 출몰하시는 분이라.




[방탄소년단] 호그와트; 일곱 개의 호크룩스 53 | 인스티즈


ㅡ남자친구가 안 보여?
“누가 남자친구예요.”




계단에 잠시 앉아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초상화 여인이 말을 걸었다.




ㅡ분위기가 멜랑꼴리한 게 꼭 연애하는 것 같더니만.
“무슨 멜랑꼴리예요. 우리 장르는 추리거든요, 추리.”
ㅡ로맨스릴러라는 장르도 있잖어~
“그런 건 어디서 주워듣는 거예요?”
ㅡ글쎄에? 생각보다 우리를 신경 쓰지 않고 나불대는 입들이 많아서 말이야. 그런데 저기, 네가 찾는 남자친구 아니니?




초상화 여인의 말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반대쪽 계단을 올라가는 잿빛 머리는 뒤에서 봐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선배!”




나는 선배가 뒤돌기도 전에 뛰어갔다.




“아, 드디어,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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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쳤다고 들었는데, 왜 여기에……”
“선배 찾아다녔어요.”




잠깐 뛰었는데도 숨이 찼다. 나는 배룰 움켜쥐며 말했다.




“아직 안 나은 거 아니야?”
“완전히 나은 건 아니지만 덜 나은 것도 아니에요.”
“그게 안 나은 거잖아.”
“애매하게 말하는 거, 선배가 제일 잘 하는 거 아니에요?”




뭐? 선배가 거의 쓰러져가는 나를 난간에 기대 세우며 되물었다.




“저 이렇게 하면서까지 선배한테 물어 볼 게 생겼거든요.”




나는 일기장을 내밀었다.




“이거.”
“…….”
“선배가 준 거예요?”
“…….”




선배는 일기장을 받아들고 한참을 말없이 서 있었다.




“대답해줘요. 선배가 나한테 준 거예요?”




그 말도 안 된다 생각했던, 공중에 둥둥 떠 있는 택배상자. 선배 짓이에요?




“응.”
“선배가 주인이에요?”
“그건 아냐.”
“이거 읽어봤어요?”




이게 무슨 내용인지 알아요? 선배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나는 읽어 봤어요. 약초학에 관한 이야기들이 적혀있는데, 그뿐만이 아니에요. 일기장이에요. 말 그대로 정말 일기장.”




그런데 저는 이 일기장의 내용을 토대로 꿈을 꿔요. 심지어 읽지 않은 부분까지. 시간이 지날수록 꿈이 꿈같지 않고 생생해요. 어떨 때는 뒤죽박죽이기도 하고, 너무 추상적이라 못 알아 볼 때도 많은데 저는 이게 일기장에 의해 꾸는 꿈이라고 확신해요. 그리고 난 얼마 전에 무언가에 배를 관통하는 꿈을 꿨어요. 제가 아쿠룹스의 꼬리에 배를 다쳐서가 아니에요. 일기장에도 나와 있지 않은 부분이고, 뒤페이지는 전부 비어 있어요. 그럼에도 나는 이게 마냥 꿈이 아닌 걸 알아요.




“그럼 내가 심심한 얘기 하나 해 줄까.”




“선배는 저한테 무슨 목적으로 이걸 준 거예요?”




“아플 때 들으면 낫는 이야기야.”
“그럼 들어 볼게.”




“나를 평생 알아온 사람으로서, 말해보세요.”

















































안녕하세요 육일삼입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다들 뭐하셨나요? 이제 산타나 선물을 기다리며 두근거릴 나이는 지났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와 겨울이 주는 분위기 때문에 괜히 들뜨네요.

이번 내용은 좀 많이 번잡해요. 장면이 훅훅 지나가서 잘 못 따라가시는 분들이 계실까 걱정됩니다. 하지만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서 수정은 않았어요. 이건 아마 꽤 자주 나타날 현상이 될 것 같습니다.

몇 분 있으면 크리스마스예요. 이걸 올리면 크리스마스가 될지도 모르겠어요. 다들 즐거운 성탄절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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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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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ㅠㅠ안녕하세요!
얼마전에 이 글을 발견하고 정주행을했습니다!
얼마전이라고 해봤자 이틀뿐이지만..
흡입력이 장난아니네요!!! 꿀잼!!!!!!!!!

4년 전
육일삼
안녕하세요 독자님! 이틀만에 53화를 다 읽으셨다니 너무 대단하시고 감사드립니다ㅠㅡㅠ 독자님이 쓰신 느낌표만큼 더 열심히 써보도록 할게요 댓글 감사합니다😇💜
4년 전
독자2
이틀전에 이 작품을 발견하고 한편만.. 오.. 한편만 더..하다가 어느덧 53편까지 보게됐습니당ㅎㅎ 글이 너무 흥미진진하고 혹시 새 글이 올라왔나 확인하려고 계속 인티 들어오고있습니다🤭 너무 재미있어요ㅠㅠㅠㅠㅠㅠ😢
4년 전
육일삼
헉 이틀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요..?제 글이 인티에 들어오는 이유라니 영광입니다😭 점점 루즈해지는 것 같아서 혼자 음^^; 이러고 있었는데..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4년 전
독자3
작가님 안녕하세요...하아..숨가쁘게 달리기전에 최근글에 암호닉을 신청하고 달리려 댓글을 남겨봅니다^^
아직도 연재중이시라 너무 다행이고 저는 이 작품을 이제부터 정주행을 할 예정입니다~
진짜...너무 기대되는 작품...꾸준한 연재 감사드리며 언젠간 또 소장본을 책으로 내시게 되길..바랍니다><
암호닉 신청도 아직 받고 계셔서 다행입니다..[일곱다이아]로 신청하고 자..이제 달리러 가보겠습니다♥

4년 전
육일삼
안녕하세요 다이아님! 정주행 예정이시라니.. 부디 지치지 않고 완주할 수 있길 바라요🤗 다이아님이.. 기대해주시는 만큼.. 열심히 써서 2, 3부 소장본까지 달려보겠습니다 감사해요오!!❤
4년 전
비회원52.233
베이컨이에요ㅠㅠㅠ 작가님 기다렸어요ㅠㅠㅠㅠ 드뎌 재밌게 읽을게 생겼네요 반가워용
4년 전
육일삼
안녕하세요 베이컨님! 오랜만이에요! 오래 기다리신 만큼 열심히 써보도록 하겠습니다ㅠㅠ 댓글 감사합니다 ꒰◍ॢ•ᴗ•◍ॢ꒱ 
4년 전
독자4
얼마전에 알게 되어서 쭉 읽고있는데 진짜 몰입하게 돼요ㅠㅠㅠㅠ 너무 재미있어요!!!
4년 전
육일삼
앗 안녕하세요 독자님! ㅜㅜ 몰입해주셔서 제가 더 감사드려요..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셨길 바랍니다 댓글도 감사해요! 🥰
4년 전
독자5
방탄 + 호그와트 너무 좋아해서 보다보니 진짜 여기까지 왔어요 ㅠㅠㅠㅠㅠㅠ 앞으로 이런 글 많이 써주세요!
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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