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학생 04
w. 94
정적. 그 상태로 몇 분을 서로 마주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김준면의 이마에서는 한 방울 두 방울 땀이 흐르고 있었고 눈동자도 물이 흐르듯 떨리고 이었다. 난 그저 그 애 눈만을 바라보고 있었고. 언제 깨질지 모를 정적에 답답해질 찰나 화장실에서 돌아온 변백현은 무슨 상황이냐는 듯 물었고,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먼저 교실을 나섰다.
결국 내 질문에 대한 김준면의 답은 듣지 못한 채로 저녁을 먹으러 온 지금. 이렇게 먹을게 많은데 전혀 눈에 안 들어와. 나나 김준면이나 밥을 먹는 건지 뱉는 건지. 그 와중에 혼자 3인분을 흡입하고 있는 변백현. 우리 둘은 밥은 안 넘어가고, 서로 눈 마주치고있기도 좀 그렇고. 결국 변백현 먹방을 지켜보기로 한다. 네가 잘 처먹는게 도움이 되는 날이 올 줄이야.
야자가 끝나고 바로 뛰쳐나갈 줄 알았던 김준면이 가만히 앉아있어서 좀 놀랐다. 뭐 뛰쳐나갔어도 내가 붙잡았겠지만. 일부러 잠도 안잤단말이지.
"집 같이 갈 거야?"
"응."
늘 하던 대답이지만 평소와는 다른 표정과 말투. 아까 했던 질문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 *
아 답 듣는거 가능해? 학교에서 집까지 걷는데 30분 정도가 걸리는데 지금 10분이 지났다. 이대로 집에 도착할 것 같아. 그냥 먼저 물어볼까? 아니야. 당사자가 먼저 말하게 해주는게 예의 아니야? 아니야. 그런 예의가 어디 있어. 물어볼까? 아니야 아니야. 때가 되면 해주겠지. 뭐 뭐 그때가 언젠데. 그래 먼저
"세훈아."
"물어보자!"
"어?"
망할.
"아, 아니야. 왜?"
"내가 왜 스무 살인지 궁금한 거 다 알아..."
그래 궁금한건 맞지만. 점점 표정이 일그러진다. 얼굴에 반을 차지하는 것 같은 그 쿤 눈을 힘껏 깜빡이는걸 보니 눈물을 참고 있는게 분명하다. 또 입술 깨물지. 미간은 또 잔뜩 찡그리고서는. 이대로가면 결국 울게 뻔해서 두 손으로 얼굴을 잡고서 구겨져있는 미간을 엄지로 쫙쫙 피고서는 살짝 문질렀다.
"그렇게 억울한 표정 지으면 내가 궁금해하기 불편하잖아...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네가 울 정도로 망설일 얘기라면 정말 안 해도 상관없다.
내 앞에 하얀 준면이는 내 말을 듣고는 그제야 마음이 편해졌는지 천천히 입을 뗀다.
"학교를 다닐 상황이 아니었어. 아빠 대신이었던 엄마가 쓰러지고나서 내가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어. 그저 돈을 버는 것밖에는. 그 때 쓰러진 엄마랑 남은 동생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나였으니까. 엄마가 미안해하는 모습 보기 싫어서 학교 다니는척했어. 아침에 교복 입고 등교하는척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고. 너무 힘들어서 많이 울었는데... 정말 많이... 죽고 싶기도 했어. 근데 내가 어떻게 죽어. 엄마랑 동생 두고. 말도 안되지.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나 나름대로 죽기살기로 했는데... 엄마 결국 돌아가셨어. 엄마는 자기가 떠날지 알고 있었던 것처럼 편지를 써놓고는 편하게 돌아가셨어. 근데 그 편지 보니까 엄마는 다 알고 있어더라. 나 학교 자퇴한 것도. 학교 가는척하면서 일하러 간 것도. 그러면서 자기가 짐이 된 것 같아 미안하다고. 엄마가 이제 짐 덜어줄테니 잘 지내라고. 학교 꼭 다니라고. 왜 자기가 짐이라고 생각하고서는 먼저 떠난 건지 원망 많이 했어. 일도 안나가고 하루하루 울면서 지냈어. 그런데 하루는 동생이 밥 먹으라고 하는데 평소처럼 안 먹겠다고 했지. 그 때 동생이 우는 거야. 내 팔 만지면서 '형 너무 말랐어.' 라고 끅끅 거리면서 말하는데 정신이 확 들더라. 아직 내가 지켜야 할 사람이 있는데 바보처럼 뭐하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 엄마 말대로 잘 지내야 하는데. 그래서 엄마가 꼭 다니라고 한 학교부터 복학했어. 그게 시작인 것 같아서. 그런데 복학하면 주변에서 보는 시선도 안 좋고, 일년동안 못한 학교 생활, 친구 사귀면서 평범하게 지내고 싶었어. 일년전에 열아홉 나처럼... 그래서 선생님한테도 비밀로 해달라고 한거고. 뭐 결국 너한테 들키긴 했지만."
김준면은 아픈 얘기를 너무 담담하게 했다. 아까는 울려고했으면서... 차라리 울면서 얘기했으면 덜 슬펐을까. 이 상황에서 울 사람은 누가 봐도 김준면인데 지금 울고 있는건... 나다.
"안아도 돼?"
멋도 없게 울면서 물어봤다. 안아도 되냐고. 그리고서는 대답도 듣지 않고 그냥 안아버렸다. 모든걸 견디고 이겨내서 내 품안에 있기까지의 김준면이 기특하고 사랑스럽다.
"안아줘서 고마워."
네 비밀은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 거야. 온전히 나 혼자 알고 있을게. 지금 이 순간이랑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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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요. 한달전에 글을 썼었나요 제가? 제정신은 아닌가보네요. 다음주에 써야지 다음주에 써야지 이러다가 여차저차하다가 이지경까지. 너무너무 죄송합니다. 늦었지만 기다려주시는분들 있으시니 조심스럽게 올리고갑니다. 이 소박한 소설 기다려주시니 저는 그저 감사할따름이에요. 사랑해요. |
암호닉덥썩 |
킁이,김만두,여세훈,호두,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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