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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연약한 기둥, 곰팡이핀 퀘퀘한 벽지, 군데군데 찢겨지고 성한 구석이라곤 없는 장판. 그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조그마한 이부자리. 그리고 바로 그 위에 엎어져 정신없이 처 자고 있는 좆찐따같은 나의 모습. 만약 내 인생을 텔레비전이나 영화로 보여준다면 매일 아침 시청자들에게 비춰질 것 같은 익숙한 풍경. 시계 초침이 정확히 12라는 글자를 가리키기가 무섭게 요즘 누가 이런 고물을 들고다니냐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몇년 전 최신폰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폴더형 핸드폰에 맞춰놓은 시끄러운 알람이 울렸다. 현재 시각, 여섯 시 반. 바로 지난 주까지 하던 신문배달과 우유배달에서 사이좋게 짤렸기 때문에 아침이 제법 여유로워졌다. 비록 뱃속은 조금 더 궁핍해지겠지만.
욕실이 없는 관계로 집 앞마당에 앙증맞게 놓인 시뻘건 고무다라이에 얼어붙을 것 같은 찬물을 받아(그마저도 수도관이 얼면 안 나온다.)대충 눈곱만 떼고 방으로 다시 기어들어가면 어제 완벽하게 손질해놓은 교복이 나를 반기고 있다. 아,역시 완벽주의자의 아침이란. 그런데 쌀이 없네, 냉장고를 열면 집 앞 수만수퍼마켙에서 세일 할 때 대량구매 해놓은 빵봉지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유통기한이 걱정되지만 한 번에 많이 사놔야 싸다. 근데 별 상관은 없다. 며칠 지난 거 먹어도 안 죽더라.
빵 하나를 입에 물고 몇 년 신었는지 기억도 안 나는 운동화를 구겨신고 돌계단을 내려간다. 이놈의 몸뚱이가 키도 안크고 발도 안 커서 중학교 때랑 신체 사이즈가 완벽하게 똑같지만 나름 이럴 때는 쓸모있다. 세상에서 제일 아까운 게 옷값이다.
오늘은 야자 없는 날이니까 바로 배달 한 타임 뛰고, 주유소 알바 하고 오면 너무 늦으려나. 아 진짜 신문배달 좀만 더 성실하게 할걸, 아니 근데 구독자 줄었다고 알바를 자르는 건 또 뭐야. 세상 돌아가는 일에 이리 무지해서야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될 수 있겠냐고. 이번 달에도 통장에 빵꾸날까 걱정하며 빵을 한 입 더 베어무는데, 어떤 미친새끼가 내 빵을 낚아채는거다.
서로서로 사정 안 좋은 거 다 알면서 앞집 옆집 도와주며 사는 이 수만동에서 이런 몰상식한 짓을 할 놈은 단 한 놈 뿐.
"이 씨발놈아!!!!!"
"밥 좀 먹고 살아라, 위장이 버터로 가득차봐야 니가 정신을 차리지."
"내 꿈이 뉴요커라서 미리 예행연습 좀 해보겠다는데 니가 뭔지랄? 안 내놔?"
"형아가 밥사줄까? 이런 거 먹고 사니까 니 키가 안 크는거야."
밥 사준다는 말에 순간 혹했지만 저 망언에 현혹되지 않은 내 자신을 칭찬하며 박찬열의 탐스런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옘병, 지나 나나 사정은 똑같으면서 누굴 챙겨. 내가 아무리 급식 외에는 쌀 구경 못한다지만 넌 너무했다.
"오늘은 웬일로 니가 아침에 쌩쌩하다?"
"아픈데 긁을래? 말했지, 신문 짤렸다고."
"우유는 말했는데, 그건 말 안했어."
....아 진짜 저새끼 한대만 때리고 싶어, 입술을 거세게 깨물며 주먹을 쥐었다가 참았다. 저놈이 부잣집 도련님도 아닌데다 키크고 얼굴 좀 반반한 게 배알꼴렸던 학교 선배한테 머리 한 대 맞은 거 가지고 전치 2주 뽑아낸 놈이다. 잘못 걸리면 큰일난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라 우리는 아무리 크게 싸우더라도 절대 서로의 몸은 터치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룰을 보유하고 있었다.
"존나 미친 거 같애 변백현. 하루에 알바 몇개 뛰세여?"
"위로 형누나 줄줄이 있는 너새끼가 절대 상상도 못할 만큼."
아홉 살 때 사고로 죽은 아빠, 5년 전에 집나간 엄마. 그리고 3대 독자인 나. 당연히 나는 고사하고 아버지 쪽 형제도 없을 뿐더러 외가쪽 사람들과는 연락 끊긴 지 오래다. 당연하지, 귀하디 귀한 딸자식 새인생 찾길 바라는 마음에서도 제대로 걸림돌인 나와 연을 이어가고 싶은 사람은 없을 거다. 덕분에 초딩딱지 떼기 전부터 쭉 혼자 살아왔던 터라 자립심 하나는 진짜 존나 끝내준다.
박찬열은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도 안 날 만큼 꼬꼬마 애새끼 시절부터 지금까지 지겹도록 붙어있는 고상한 말로는 죽마고우, 여기 수만동 식으로 말하자면 불알친구. 그것도 아주 탐스럽고 탱탱하게 잘 익은. 매끈한 외모나 장대처럼 큰 키나 절대 달동네에서 날만 한 인물이 아니건만, 어쨌든 우리 동네에서는 물론이요 학교를 통틀어서 잘생긴 새끼 하면 박찬열을 외치게 하는 외형이다. 하지만 신은 참 공평하시지.
단칸방인 우리집보다 찬열이네 집이 나은 점이 딱 한 가지 있다면 그건 방이 하나 더 있다는 것뿐. 그러나 그 집에 사는 식구만 다섯이다. 부모님과 형 누나, 그리고 일란성 쌍둥이 동생인 찬수까지. 형이 지방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다섯 명이 살기에 그 집은 너무나 좁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두 살 위의 누나가 이번에 서울에 있는 공장에 취직해서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었다는 것. 위로 형 누나를 나란히 고졸취업의 길로 보내게 된 부모님은 남은 두 마리만이라도 대학에 보내기로 결심하셨단다. 덕분에 이자식은 나처럼 일찌감치 지옥같은 알바의 길로 들어서지 않아도 되었다. 운좋은 새끼.
"나 오늘부터 바빠, 새벽알바 두개 짤리고 나니까 진짜 눈에 뵈는 거 없단 말이야. 너랑 놀아줄 시간 없다."
"누가 놀아달래냐? 지각하기 싫으면 처 뛰어."
박찬열은 빵을 한 입 더 베어물고는 우적우적 씹더니 내게 휙 건네주고 냅다 뛴다. 야!!!!!! 이 씨발새끼야!!!!!!!!!
"이게 얼마짜린데 병신아!!!!!!!!!!"
수만동. 그중에서도 산 꼭대기에 위치한 달동네. 집집마다 담벼락에 봉사활동 하러 온 부잣집 대학생들이 알록달록 벽화랍시고 낙서해 놓은 흔적이 선명한 곳.
그곳의 아침은 오늘도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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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학교 소개부터 해야 할 것 같다. 찢어지게 가난한 달동네 수만동의 온 애새끼들이 모인 그야말로 대학 진학률이 희박한 똥통 중의 꼴통학교 수만고등학교. 바로 그 옆에 수만중학교, 그 맞은편에 수만초등학교. 재작년에는 유치원도 생겼다. 앞집 뒷집 사정 다 뻔하구만 웬 돈지랄이냐는 생각은 그 유치원이 천주교 재단에서 세워진 덕분에 간식비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비용이 무료라는 사실이 공개되자마자 쑥 들어갔다. 내 자식만은 유치원에 보내야겠다는 심정으로 모든 학부모들이 천주교 신자로 돌아서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심지어 어떤 부모는 개종까지 했다더라.
수만동이라는 이름은 왠지 촌스럽고 싼티나는 이름이지만 나름 뜻은 있다. 빼어날 수(秀)에 가득찰 만(滿).빼어남이 가득찬 마을이라니, 이 무슨 막 갖다붙힌 듯한 이름이란 말인가. 하기사 우리가 동네 이름 따질 짬밥은 아니다. 특히나 삭막한 세상에 혈혈단신 홀로 버려진, 수만동에서도 드문 나같은 놈은 더욱더.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오늘 먹고살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자기주도형 소년가장이 바로 나다.
서울 중심부 번화가에서 버스로 약 30분 걸리는 이곳은 문명과의 단절까지는 아니어도 어쨌든 존나 궁핍한 경제능력 때문에 저기 강원도 어디의 산골, 어쩌면 그보다 조금 더 후진 수준이다. 국제적으로 비유해보자면 개발도상국. 요즘은 감자 고구마 농사짓는 시골에서도 스마트폰 쓴다더라, 우리? 스마트폰은 옘병.
솔직히 말해서 말이 수만 재단이지, 이 동네 학군 진짜 안좋다. 이제 막 겉멋에 눈에 뜬 중딩 애긔들에게 우리 수만고등학교란 서울 전체 임신율 1위라는 무시무시한 소문을 풀풀 풍기는 자신들의 미래다. 아니, 정말 애들은 착한데. 동네 환경이 안 좋을 뿐이다. 비록 점심시간이면 알싸하고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연기가 뭉게뭉게 교실을 잠식하고, 화장실 쓰레기통에서 이삼 일에 한번 꼴로 심심찮게 질척질척한 콘돔이 발견되는 그저 평범한 고등학교.
...그래, 양심상 그렇게는 못 말하겠다. 뭐 그런 짓 하는 놈들도 결국은 담배 살 돈 있고 콘돔 살 돈 있는 나름 부유층에 속하는 애들이고, 나같은 애들은 그저 얼른얼른 졸업해서 미성년자 딱지 떼고 더 나은 보수를 받는 일자리를 찾아 떠도는 것이 목표인 놈들이라 다른 곳에 눈돌릴 시간 없다. 예를 들면 나같은 경우는 수업 시간을 명찰에 자석을 붙히는 부업에 활용하고 찬열이는 용돈이나 벌어볼까 하는 심산으로 2~3일 전단지 알바를 하는 게 다인데, 그마저도 귀찮은지 그냥 전교에 뿌리고 다닌다. 남으면 옆에 수만중에도 뿌린다. 그딴식으로 일을 하는데도 안 잘리는 건 박찬열을 보고 뿅간 여자애들이 우르르 가게로 몰려가는 게 가장 큰 원인일 테다.
그리고 내가 보기엔 동남아 거지같은데 여자들이 보기에는 탄력있는 구릿빛 피부에 여자들이 보기에만 섹시한 입술을 가진 김종인은 무려 애인대행 알바다. 스케일이 다른 게, 이새끼는 앞머리 내리면 열여덟살이고 앞머리 올리면 스물여덟 살이라 주로 서른 넘은 누님들만 상대한다. 그래야 돈이 많이 들어온다나 뭐라나, 하여튼 돈도 벌고 공짜로 성욕도 푸는 김종인은 우리 학교 통틀어서 최고의 능력자임에 틀림없다.
"그거 뭐냐?"
"어제 누나가 사줬어. 존나 간지나지?"
"학교에 하고 오기엔 좀 노티나는데."
"어쩔 수가 없다, 학생스러운 디자인은 안 어울린다잖아. 뭐라더라? 종인이는 이제 취업도 해야 되니까 정장에 어울리는 거 하나 사줄게~ 씨발 내가 그렇게 늙어보임?"
"늙어뵈는 거 하나 믿고 엄마도 아닌 년들 등골브레이커 자처하는 주제에 웬 지랄, 언행불일치의 표본이다."
"에이, 왜그랭. 너도 그러니까 신문배달 그런 찌질한 거 하지 말고 나랑 같이 이거 하자, 내가 소개해줌. 친한 동생이라 그러면 20대 초반 젊은 누나들 존나 많이 들어올텐데."
"너 교복입고 시내 나돌아다니지 마라, 그러다 옛 고객들 만나면 강냉이 나가도록 처맞을껄."
왁스 한 올 안 발라진 생머리에 적당히 줄인 교복을 입고 상큼한 미소를 날리고있는 김종인은 학교에 있을 때만큼은 정말 누가봐도 고2다. 손목에 거만하게 매달려 있는 고가의 시계가 미스지. 어차피 몇 번 차고다니다가 질리면 동네 금은방에 갖다 팔아버릴 놈이니 지금이라도 많이 봐둬야 나중에 시계를 향한 애도어린 시선을 보내지 않을 것 같다. 아, 한심한 인생.
난 돈을 벌 거면 몸 쓰는 게 편하지 이상하게 김종인같은 부류의 일은 딱히 끌리지가 않았다. 몇 번이나 내게 일을 권하고도 퇴짜맞자 이제 김종인은 나를 그냥 태생이 근로자인 변근로 쯤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너새끼처럼 담배냄새 쩔은 누나들한테 눈웃음 날리면서 누나 밥사주세요 뿌잉뿌잉 이럴 거 같냐, 절대 네버.
"너 그러고 다니는 거 아빠가 아시냐?"
"알 리가 없지, 그 인간이. 아들이 몇학년인지도 모르는데."
듣기로 김종인의 부모님은 나이 차가 열 살이 넘는다고 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어린 여자와 서둘러 혼인신고를 했을 때 김종인 아버지의 나이는 서른 넷, 김종인은 이미 세상 밖에 나와 우렁차게 울어대고 있었더랬다. 그대로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았으면 김종인이 이짓거리 하고 돌아다니지는 않았겠지만, 안타깝게도 김종인이 열 살이 채 되지 않았을 때 김종인의 엄마는 명문대에서 봉사활동을 온 대학생과 바람이 나 이곳을 떠 버렸다. 이리도 다이나믹한 인생이 어디있을까.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어릴 적 찬열이와 손을 잡고 종인이네 집에 놀러갔을 때면 가끔 보이던 진한 화장에 짧은 치마를 입은 젊은 여자. 어린 마음에도 종인이를 차갑게 내려다보던 그 여자가 엄마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까만 피부와 깊게 쌍커풀진 큰 눈이 꼭 닮아있었음에도.
"변백."
내가 지금까지 기억하는 바로는 단 한번도 뒷문으로 출입하지 않았던 찬열이가 오늘도 어김없이 앞문을 열고 성큼성큼 내 자리까지 걸어들어왔다. 초등학교부터 쭉 같이 학교를 나온 놈들이라 우리반 놈들도 이젠 다 그러려니 한다. 내 옆에서 쉴새없이 시계와 어제만난 누나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조잘거리던 종인이가 시니컬하게 오른손을 살짝 들어올리자 역시 시니컬하게 그 손에 지 손바닥을 맞부딪치면서 찬열이가 인사했다. 언제나 지랄 개똥폼을 다 잡는구나 생각했겠지만 이 짓도 수년째다. 이제 지겹다.
"오늘 엄마가 너 데리고 오래. 아침에 말해주려고 했는데 니 빵이 존나 맛있어서 까먹음."
"왜."
"너 쌀구경 시켜준다던데."
콜, 두말할 것도 없이 개콜. 집나간 우리엄마가 돌아와도 다 집어치우고 달려간다, 기다려라 찬열아. 야자도 째고 갈게.
"야자 쨀 생각 하지 말고, 와서 밥먹고 그냥 자고 가라."
"아 제발, 오늘은 특별한 날이잖아. 나 급식판 말고 밥그릇에 담겨있는 밥 영접한 지 2주 지났어...."
"...말세다, 말세. 그럼 석식 나오기 전에 우리반으로 와라."
"이따봐요 오빠."
이 순간만큼은 찬열이가 장동건 원빈보다도 잘생겨 보인다. 찬열이 아빠는 우리아빠와 고향에서 같이 나고 자란 진정한 죽마고우였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찬열이네 가족이랑 우리 가족이랑 다같이 계곡으로 놀러도 가고 그랬다. 물론 지금은 아련한 추억이긴 하지만, 아무튼 찬열이네 집이 내 집이요 우리집이 찬열이 집이다. 내가 집밥을 먹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찬열이네 집이라는 건 가슴아프니 생략하자.
"변백현, 김종인, 자습 시간에 입닫아. 김종인, 넌 니자리 가고."
"아, 또 까탈시럽게 군다. 반장 생리해? 우리 세훈이 생리통 심해요?"
김종인의 질 나쁜 농담이 교실을 가득 메우자 구석에서 판치기 하던 몇 놈들이 세훈이 게보린 줄까? 하면서 시시껄렁하게 웃더니 두통 치통 생리통까지 들먹이며 흡사 짐승 울음소리 비슷한 걸 내기 시작했다. 우리 반 반장 오세훈이는 종인이를 포함한 그들에게 늘씬하게 잘 뻗은 중지를 들이밀더니 고상하게 교과서를 폈다. 저새끼 저거 교실 뒤에 교감 있는 걸 귀신같이 알아채고 저지랄이다. 평소라면 게보린에 펜잘큐까지 나오다가 두통약 있으신 분? 을 가장 맛깔나게 따라하며 온 교실을 휘젓고 다닐 새끼리라.
우리반 반장 오세훈의 별명은 그에 걸맞게 아주 고상하고 우아하다. 오수라. 오수라 백작. 반경 3m 내에 어른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아수라백작 뺨치기 때문이다. 사실 선과 악의 경계가 뚜렷한 놈이라 지킬앤 하이드에 더 가깝지만 우리학교 애들이 원체 무식해서 말이다. 모른다, 전혀.
그리고 하나 덧붙히자면 오세훈은 우리 반에서 유일하게 달동네에 거주하지 않는 놈이다. 매일같이 크고 아름다운 시내버스를 타고 등교하는 이놈의 집은 중학교 때 조별숙제 때문에 딱 한 번 가봤는데, 존나 내가 꿈에 그리던 집이었다. 거실이랑 부엌이 따로 있는 집.
"뭘 꼬라봐, 너 지금 내가 김종인 지자리로 돌려보냈다고 시위하는 거지."
"어."
"쌍으로 지랄 염병을 떨어라, 둘이 연애하냐. 남자새끼 둘이 하루종일 붙어있는 거 보는 내 눈이 썩어가는 있는데 그거 안 미안함?"
"전혀?"
"그리고 말했잖아 병신들아, 너넨 같이 붙혀놓으면 바둑돌이라고. 흑과 백의 경계라니까."
오세훈이 나와 종인이를 나란히 삿대질하며 같이 어울리고 싶으면 그 피부톤이나 어떻게 좀 맞추라고 잔소리를 해대길래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내저어주고 다시 부업에 열중했다. 오세훈은 항상 이런 식이다. 아 쓰바 너때문에 순간접착제 손에 묻었잖아, 삿됐다. 이거 열 개 하면 원래는 20원인데 난 최연소 장기알바라 사장님이 25원씩 쳐주더라. 이 지겨운 명찰 그만두고 차라리 상큼하게 인형눈알같은 거 붙히고 싶어도 내가 이걸 그만둘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다. 그리고 인형눈깔은 학교에서 붙힐 수가 없잖아, 낄낄.
이동네 부업이랑 알바는 전부 네놈이 꿰차고 있냐며 좀만 나눠쓰자고 징징거리는 놈들이 간혹 있지만 모두 무시하면 그만이다. 지 몸뚱아리 말고 다른 생계수단 있는 놈들은 일단 셧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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