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찬백] 달동네 수만동 05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1/f/c/1fc1316f8e1bf0cc4e65f55957fea87f.jpg)
(내 상상속 수만동의 박찬열)
*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벌써 여름인가 싶을 정도로 후덥지근한 날씨에 푹 절어 짜증스럽게 조물주를 탓하는 나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겨우 5월이라는 거다. 니미, 더워 죽겠네.
난 열여덟이라는 어린 나이에 벌써부터 월화수목금금금이라는 일상을 살고 있다. 주중엔 학교에서 선풍기라도 툴어주지, 심지어 밥도 준다. 난 레알 소년가장이라 무료급식 대상자 1빠다. 근데 주말엔 그게 아니잖아, 편의점 알바 할 땐 에어컨에 식대라도 줬지 주유소는 아예 그런 게 없었다. 그래서 주유소 안 하는 시간마저 활용하고자 새로 어렵게 구한 일자리는 역시나 우리동네에 하나뿐인 수만PC방. 우리학교 애새끼들의 유일한 유흥장소. 시발, 우리반 놈들 뗴거지로 우르르 몰려와서 진상떨면 다 부셔버릴꺼야......
"안녕하세요 사장님!"
"어, 백현군 첫출근이네? 열심히 잘 해봐, 알았지?"
"감사합니다!!"
알바 초반엔 이렇게 성실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 혹시 하루쯤 빠져도 신뢰를 잃지 않으니까. 교육은 이미 받았으니 이제 알바하는 시간동안 사고 안 치고 조용히 일하는 것만 남았다. 저번에 주유소에서는 웬 중학생처럼 생긴 고딩들이 줄줄이 몰려와서 사장한테 알바를 왜이렇게 이쁜 놈으로 뽑았냐며 지들끼리 낄낄대길래 주유기 입구를 그 중 가장 양아치같은 놈 마빡에 우지직 꽂았다가 진짜 잘릴 뻔했다. 그나마 그놈들이 겁 많은 놈들이라 일이 커지지는 않았지만, 난 그 일로 큰 교훈을 얻었다. 참을 인 세번이면 합의금도 면한다.
"존나 시끄럽네....."
누군 게임 못해서 안하나, 컴퓨터가 없어서 못하지. 꼭 못하는 것들이 게임하면서 욕은 제일 많이 하더라. 카운터에 앉아 하품을 쩍쩍 해대며 찬열이네 집에서 보다 만 드라마를 다운받아 몰아보고 있었다. 어, 서브남주가 아이돌이네. 누구지, 엑...엑소? 하여튼 요즘은 시청률 높이려고 만날 아이돌 투입이다. 설정은 항상 미국에서 유학 마치고 돌아온 천재소년. 얘 이름이 뭐더라, 카이? 피부톤 하나는 미쿡스타일 맞는데. 얼씨구, 대사 한번 찰지다. 부모님이 주신 행운의 팔찌 덕분에 이 자리까지 왔다고? 이 자리가 뭔데 병시나. 근데 볼수록 누구 닮은 거 같다. 누구 닮았지?
"변백! 헐 너 여기서도 알바함?"
"어? 김종인 니가 여긴 웬일이냐, 이시간에."
"오늘은 일이 없어서. 후불?"
"어, 가져가라."
하긴, 노안의 마술사 김종인도 주말엔 쉬어야지. 근데 내가 아까 무슨 생각 하고 있었더라?
"야 근데 나 재떨이좀."
"셀프임."
"새끼...근데 너 여기 시급 얼마받냐?"
"왜, 너도 하게? 나도 오늘 첫출근이라 다리는 못 놔주겠는데."
"하나 뽑았으면 됐지 또 뽑겠냐, 딱히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나 하는 일 그만두고 싶어서."
"어? 왜, 신문배달 같은 거 찌질하다며? 주유소보다도 니가 하는 일이 배는 번다면서요 선수님아."
"그냥...귀찮게 달라붙는 애들 떼네는 것도 싫고, 와 너 나한테 시계 사준 년 기억나지? 존나 미친년."
왜? 결국 재떨이 하나를 던지듯 건네주며 묻자 김종인은 재떨이를 마이크삼아 속사포 랩을 시작했다. 1초에 20음절 내뱉는 이시대 최고의 흑인랩퍼 김종인. 니가 짱먹어라.
"지 차에 누가 스크래치 냈나봐, 그래놓고 나보고 니가 그런 거 아니냐고 지랄하는데 내가 어떻게 아냐고!! 씨발 시계 팔아서 물어내래, 이미 시계는 아버지 병원비로 홀랑 넘어갔는데. 돈 많은 년인 줄 알았더니 쪼잔해가지고. 아 씨발 그거 진짜 어떤새끼가 그랬지? 잡아다 조져야되는데."
...어떤 새끼가 그랬는지 너무도 잘 알고있는 나는 뭐라 할 말이 없어서 그저 라이터까지 친절하게 챙겨주며 예의상 한마디 했다.
"아버지 수술은...."
"어, 잘됐다. 그양반도 이제 다됐어, 입원하느라 술을 못 먹어서 그런진 몰라도 이젠 나보고 때리지도 않더라."
"...."
"뭐, 좋은건지 나쁜건지."
드라마에서 어렴풋이 본 적 있다.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다 술만 마시면 아내와 똑같이 생긴 주인공을 때리는 아버지. 어쩐지, 너무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 드라마를 봐도 별로 놀랍지 않더라.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볼을 긁적이고 있는데, 김종인이 그런다.
"근데 너 나한테 할말있냐?"
"어?"
"저번부터 뭐 켕기는 사람처럼 존나 내 눈치봄. 뭔데 말해봐."
"너 돈많냐? 나같으면 이럴 시간에 게임 한 판 더 하겠음."
"아 맞다...시발, 감사."
.....졸라 단순한새끼.
당당하게 흡연석에 들어선 김종인은 자리에 앉자마자 곧바로 담배를 뻑뻑 펴대기 시작했다. 저거 저러다 죽지 않을까, 젊은 혈기고 나발이고 금방이라도 폐가 썩어나갈 것 같은데. 그 와중에 오세훈이 추천해준 담배장사 이익을 계산하고 있는 나다. 김종인이 피고 있는 저게 한 갑에 2500원이면 한 갑에 20개씩 들어있고, 한 개피에 500원씩만 받아도 만원...그럼 7500원 이익이라 이거지? 오케이, 바로 시작한다. 그러고보니 우리 오재수 담배연기 졸라리 싫어하는데 어떡하냐, 만에 하나 김종인이랑 잘되도 골머리 좀 썩겠는데. 아니 세상에 저게 어떻게 귀여울 수가 있어?!!
"에휴...뭔 인생들을 그리 복잡하게 살아, 대충 살다 가면 되지."
난 절대 저렇게는 못 살아, 존나 심플하게 살거야. 누가 내 평탄한 인생에 태클걸면 바로 조져버리겠어.
*
아무래도 나는 신이 싫어하는 존재임에 틀림없다.
담배연기에 푹푹 쩔어 이따금씩 모니터를 향해 쌍욕을 날리며 혼자 고고히 게임을 즐기고 있던 김종인을 찾아온 한 아리따운 여성(짐작컨데 그 시계를 사준 누님이 아니였을까.)의 등장으로 인해 내 평안하고 안락했던 PC방 첫출근은 멋지게 날아가버리고 말았다. 족히 서른은 되어보이는 진한 화장의 그 누님이 김종인보다 세 배 정도 빠른 속사포 랩과 함께 김종인의 싸대기를 찰지게 때림으로써 그 둘은 PC방에서 쫓겨났고, 난 그 망할 새끼의 친구라는 사실이 들통나는 바람에 첫날부터 찍혔다. 것도 포크로 찍듯이 아주 제대로.
니미, 개같애.
뭐 다행인건 그 누님과 나는 안면이 전혀 없었으므로 난 사장님께 다시는 저 친구를 이곳에 들이지 않겠습니다 라는 맹세로 겨우겨우 목숨을 보존했다. 알바시간이 끝나 집으로 가는 길에 공장에 들러 일주일치 부업거리를 낑낑거리며 들고가는 중. 난 아마 오래 살거다. 이곳저곳 온갖 알바를 전전하며 욕도 먹을만큼 먹었고, 팔운동에 다리운동에 운동이란 운동은 다 하니까. 그래도 이럴 땐 바이크는 고사하더라도 고물 자전거라도 한 대 있었으면 소원이 없겠다 싶기도 하지만.
"야!!!!!!"
"...."
"변백!!!!!!!!!"
...? 나한테 램프의 요정 지니가 있었던가?
저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더니 대대로 우리 집안에 내려온 집요정 도비가 수만반점이라고 쓰여진 짱깨 오토바이에 탄 채 나를 미친듯이 쫓아오고 있었다. 얼핏 보면 나를 죽이려고 달려드는 것 같지만 그동안의 경험으로 난 알 수 있었다. 저자식은 지금 나를 도와주기 위해 이쪽으로 오고 있는 거라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명찰과 자석이 들어있는 존나 거대한 박스를 건넸다.
"와, 존나 무거워. 미련한 새끼야, 이걸 니가 어떻게 들고갈라고!!!"
"원랜 사장님이 직접 집까지 갖다주셨는데, 오늘은 너무 바쁘시다고 해서. 누군 이거 들고가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한 줄 암? 너 만나서 존나 다행이다."
"어 근데 너 탈 자리가 없음. 어떡하지?"
"지랄, 뒤에 탄다."
찬열이같은 고급 인력(자칭)이 배달 일 같은 걸 할 리가 없으니, 아마 이건 박찬수 땜빵일 것이다. 물론 그쪽에선 땜빵이라고는 절대 눈치채지 못했을 테지만.
"꽉 잡아."
"네 오빠."
가끔 찬열이 뒤에 탈 때마다 느꼈다. 찬열이는 결코 속도를 즐기는 쪽은 아니었지만 배달알바 특성상 부득이하게 그래야만 했다. 남자친구 뒤에 올라타는 수줍은 여고생마냥 찬열이의 허리를 세게 감싸안자 찬열이 등과 어깨가 빳빳하게 굳었다.
"...숨도 못 쉬겠는데."
"뒤로 자빠져서 얼굴 갈리는 것보단 낫지."
"씁-그런 말 어디서 배웠어!!"
...그러게, 어디서 배웠지? 최근에 어디선가 들은 거 같은데. 곰곰이 생각해보지만 역시 모르겠다. 그냥 닥치고 출발해, 엿먹으라는 심정으로 등에다 뽀뽀를 쪽 했더니 온 몸에 소름이 끼친 듯 팔에 닭살까지 돋았다. 개새끼, 그렇게 싫었던 거냐. 하긴 같은 생식기 달린 놈이 애정표현을 해대니 싫기도 하겠다만은.
"우리 찬열이, 지랄 그만하고 얼른 시동 걸어야지? 늦으면 쿠사리 장난 아니게 먹겠다. 아 빨리!"
월급 깎이면 사장한테 까이고 찬수한테 까이고 나한테도 까일 줄 알아, 임마. 그제서야 시동을 걸고 출발하는데 역시나 속도가 장난없다. 근데 예전보다는 별로 안 빠른 느낌. 왜그렇지? 아, 크리스 뒤에 탔을 때랑 비교하니까 그렇구나. 그땐 정말... 도로 위에서 뒈지는 줄 알았음요. 생각만 해도 오싹해지는 바람에 찬열이의 허리를 조금 더 꽉 껴안았다. 도비의 뒤는 언제나 편해요.
"근데 박찬수는 왜 또 알바 땡깠어?"
"하여튼 눈치는 겁나 빨라요."
"니가 알바하는 걸 봤어야 말이지."
"아 몰라, 여자 소개받았다고 어제부터 난리를 치더니 그냥 나가버림. 어쩔 수 있냐, 철든 형이 대신 나가줘야지."
"오냐오냐 해주지 마, 그건 버릇을 확 고쳐놔야 돼. 어디서 우리 도비 힘들게 하구 있어!!!"
"...걔 나랑 똑같이 생겼는데, 그럼 걔도 도비냐?"
"당연히 아니지. 넌 뭔가 좀 걔보다...음...."
"...."
"더 노예같이 생겼어."
"죽어 새끼야."
아 장난이지 병신아, 그걸 또 믿고 있어. 끌어안은 자세 그대로 배를 손가락으로 간질간질거렸더니 하지 말라고 하면서도 피하지는 않는다. 얘 좀 이상하다. 어렸을 때부터 간지럼 태우는 걸 약간 즐겼다. 애기때는 신기한 놈, 커서는 변태같은 새끼로 보여졌다. 그나마 내가 남자였으니까 망정이지.
"배달 끝나고 바로 갈테니까 기다려, 부업 도와줄게."
"싫어, 지금까지 너 한 몇만 개는 도와줬을걸? 이제 안 도와줘도 된다니까 그러네. 아 씨발 니가 한거까지 돈으로 쳐줘야 될 거 같잖아, 내 밥줄 끊어놓지 마라."
"그럼 포장만 벗겨줄게."
"시끄러, 집에 가서 공부나 해."
"...."
"또 삐짐?"
"...."
"저녁때 너네집 갈 테니까 그때까지 얌전히 책만 파시라구요."
"...빨리와."
큭큭큭...뒤에서 소리죽여 처웃었다. 키 185에 무시무시한 어깨빨을 가진 놈이 하는짓은 미취학아동 수준이다. 등을 살살 쓰다듬어주며 알았다고 토닥여주니 그제서야 허리를 펴고 제대로 운전한다. 아, 진짜 귀여운새끼.
+
밤새 자석과 본드를 가지고 씨름하느라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새벽 1시에 왜 안나오냐는 독촉문자를 받아 계단 밑으로 쫄쫄쫄 가보자 대문 앞에 서서 존나 띠꺼운 표정을 짓고 있는 찬열이가 보였다. 보자마자 폭 안겨서 때려도 좋으니 제발 잔소리만 하지 말라고 반쯤 감긴 눈으로 앓는 소리를 냈더니 찬열이가 일단 자라면서 친절히 우리집에 들어와 자리를 깔고 이불까지 덮어줬다. 고맙다고 말할 기운도 안 나서 그대로 딥슬립. 깨어나 보니 낮 1시. 정확히 열두시간 잤다. 아웅 개운해. 기지개 한번 펴주고 점심은 상큼하게 건너뛰어준 다음 동네 산책에 나섰다. 오랜만에 일요일이 한가하네, 주말 PC방 알바는 6시부터니까 지금부터 저녁까지는 시간 남아돈다 이거지.
"...백현?"
"...크리스....?!"
난 봤다. 학교 바로 위쪽 김종인네 집 골목쯤에서 크리스가 나오는 걸. 그것도 나나 박찬열같은 후줄근한 츄리닝이 아닌 존니 비싼 메이커 트레이닝복 세트. 물론 저 마네킹 몸매엔 걸레를 걸쳐도 태가 나겠다만은, 그게 문제가 아니고 당신이 왜 거기서 나와요. 서울 시내에서 제일 못살기로 손꼽는 그 동네에서 그 차림으로.
"오, 예상치 못한 만남이라 이거지. 존나 반갑다."
"...크리스...설마....."
"엉?"
"거기....살아요?"
경악에 물든 내 표정을 읽어냈는지 크리스가 끅끅거리며 웃더니 성큼성큼 다가와 내 머리에 손을 척 올려놓았다.
"사정이 있어서 그렇게 됐다. 어차피 다음 주 정도면 나갈거라서 상관없어."
아, 그렇구나...한시도 이런 동네에서는 못 살 것처럼 생겨서. 하하, 그래도 제법 담담하다. 부도가 나서 집안이 망했다거나 그렇다면 지금 이렇게 태연한 표정으로 허허거리고 있지도 않을 거고, 게다가 최근까지 그 비싼 바이크를 몰고 다녔으니 돈 문제는 아닌 거 같다. 뭐, 다행이네.
"전 또 재벌2세의 몰락쯤 되나 했죠, 혹시 불편한 거 있거나 하면 저한테 말씀해주세여. 이 동네에서만 10년 넘게 살아서 딱히 모르는 건 없거든요."
"존나 많은데? 잘 만났다, 우리집 좀 잠깐만 가자."
"...."
아, 말하지 말걸.
딱히 오지랖은 아니었다. 솔직히 크리스랑 내가 평범하게 만난 사이도 아닐 뿐더러 전혀 의외의 인물을 우리 동네에서 만난 게 놀랍기도 하고 반가워서 살짝 오버했더니 크리스는 얼씨구나하며 나를 잡아끌었다. 아 제발 육체노동만은 시키지 마세요, 생긴건 타고다니는 그 바이크 씹어드시게 생기신 분이.....
"...여기 우리동네 맞아요?"
"응, 맞는데?"
결국 들어서게 된 크리스의 집은 내 예상과는 다르게 넓고 깔끔했다. 동네만 아니었다면 자취방들이 늘어선 곳의 저렴한 원룸 정도로 착각했을 것이다. 하긴, 고작해야 하루 아니면 이틀 지낸 집 같은데 깔끔해야 정상이지. 그리고 크리스는 반경 1m내에 먼지 한 톨도 허락하지 않을 것 같은 아우라를 풍겼다. 물론 바닥 한가운데에 드러누워 한숨 자고갈래? 라는 대사만 치지 않았더라면 나는 쭉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요리 할 줄은 알아요?"
사실 제가 반강제적으로 자취만 5년째라 요리에는 통달했거든요. 비록 재료가 없어서 요리는 사치일 뿐입니다만, 주유소 월급날 D+3일까지는 그래도 정상적으로 먹고 삽니다. 하지만 크리스는 왠지 하루 세 끼 출장뷔페 부를 것 같은 느낌.
"글쎄? 귀찮으면 나가서 사먹고, 아니면 라면."
"...라면도 먹어요?"
"얘가 날 구준표로 아네, 병신아...."
...아, 하긴 그 드라마 졸라 현실성 없긴 했어. 아무리 부자라도 실제로 그런 사람이 있을 리 만무했다. 내 주변엔 더더욱.
"근데 무슨 집에 짐이 없어요? 곧 나간다고 해도 서랍장이라든가....냉장고도 없잖아."
"아, 사실 여긴 보여주기용 집인데."
"네?"
"아, 내가 또 판도라의 상자 열어야되나."
"....?"
"사실 내가 학교에서 하도 공부는 안 하고 싸돌아다니니까 아버지가 서울에서 제일 후진 동네로 단칸방 하나 얻어서 살라고 안 그러면 죽여버리겠다고 하셨거든. 아, 귀한 장남이 촌구석에서 굶어죽으면 어떡하시려고 그런 무모한 결정을 내리셨는지."
"...촌구석 아니거든요."
"맞잖아, 암튼 그래서 여기서는 도저히 못 살겠고 엄마가 아버지 몰래 시내에 오피스텔 하나 계약해놓는다고 하셨어. 그때까지만 역서 사는거야."
"어쩐지...."
"근데 나 그렇게 심한 짓은 안했다? 기껏해야 전치 7주가 다야, 솔직히 건실한 대한 고딩들 싸움에서 그정도도 안나오면 그게 비정상이지, 그치?"
줄줄이 말을 늘어놓는 크리스도 김종인과였다. 역시, 부잣집 도련님 맞았다. 아 나도 어디가면 귀티난다는 소리는 꽤 듣는데 이사람한텐 명함도 못 내밀겠네, 난 가짜고 크리스는 세포 하나하나부터 재벌2세의 냄새를 풍기니까. 근데 내가 엄청 중요한 하나를 빼먹은 기분이다. 뭐지? 그게 그러니까.....
"근데 크리스......"
"어."
".....고등학생이었어요?"
"응. 아, 내가 말 안했어? 3학년인데."
멋쩍게 웃는 크리스의 얼굴에서 그제서야 좀 미성년자같은 느낌이 미세하게나마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이건...박찬수 신발에서 깔창을 발견했을 때와 비슷한 수준의 충격이다.....입을 쩍 벌리고 쳐다보자 자기도 웃긴지 낄낄거리다가 너무도 태연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 맞다, 근데 옷은 어떻게 개는거야? 세탁기 돌리는 법은 배웠는데 그건 안 배웠다."
"...."
"백현?"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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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편에 암호닉 신청하시는 분이 계시던데, 암호닉은 안 받아요ㅎㅎ독자가 그렇게 많은 게 아니라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도 그렇고 전 언제나 처음 본 징어처럼! 이런 신조거든요 익명생활을 오래하다보니ㅋㅋㅋ그냥 제 생각이예요
제게 보내주신 사랑과 관심은 감사합니다ㅠㅠ하트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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