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보다 늦게 찾아온 여름에 학교에서는 에어컨을 틀어주지 않았다. 교실에 있는 선풍기는 강으로 돌려도 끝까지 영향을 미치지 못하였다. 백현은 더위에 약해 평소에 잘 자던 잠도 못자 짜증이 턱 밑까지 차여있었다.
"야, 변백."
"짜증 나니까 말 걸지 마."
"오늘은 웬일로 지각이 아니래?"
"오늘부터 모범생 하기로 했거든."
백현의 말이 웃긴지 찬열은 혼자 미친 듯이 웃다가 자판기에서 뽑아온 코코팜을 백현의 볼에 갖다 대었다. 백현은 시원한 것이 볼에 닿자 기분이 한결 나아진 듯 보였다.
"너 그거 들었냐?"
"그게 뭔데."
"우리 반에 전학생이 온다는데."
"남자 새끼한텐 흥미 없어."
백현은 진심으로 한 말이었지만 찬열은 그것마저 웃긴지 또 미친 듯이 웃었다. 백현은 그런 찬열이 거슬리는지 실내화까지 벗어던진 발로 찬열의 다리를 찼다. 힘없이 찬 백현의 발에 찬열은 장난스럽게 밀려나는척했다.
"전학생이 예쁘다던데."
찬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담임이 교실 앞문을 열고 들어와 어수선한 반을 조용히 시키기 시작했다. 백현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뜨거운 햇살에 볼이 빨갛게 익었다. 담임의 뒤로는 작은 체구의 전학생이 있었다. 담임은 미친듯이 뛰어 다니는 교실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아침부터 미친놈들처럼 날뛰지 마라."
"선생님 말씀이 너무 심합니다."
"박찬열은 조례 끝나고 따라와."
찬열은 담임의 말에 입꼬리를 내리며 되지도 않는 애교를 부렸지만 담임은 남자 선생님이므로 잘생긴 찬열의 얼굴에 넘어갈 일이 전혀 없었다. 어차피 따라오라 해도 매번 까먹어서 딱히 상관은 없었지만,
"전학생이 왔다."
남녀공학이 아닌 남학교다 보니 전학생에 대한 관심은 전혀 없었다. 전학생도 교실의 땀내나는 남자들에겐 딱히 관심이 없어 보였다. 새로 산 교복과 명찰은 교실에서 가장 빛났다.
"자, 간단하게 자기소개."
"도경수."
정말로 간단하게 자신의 이름만 말한 전학생은 선생님이 말해주지 않아도 빈자리로 가서 앉았다. 빈자리는 백현의 옆자리로 햇살이 다른 자리에 비해 많이 들어와 덥고 눈 부신 자리였다. 그 사이에 잠든 백현은 전학생이 온 지도 몰랐고 자신의 짝지가 생긴지도 몰랐다. 경수 또한 자신의 짝지에게 관심이 전혀 없는 듯 일 교시 시간표를 확인한 뒤 교과서와 필통을 꺼내 바른 자세로 앉아있을 뿐이었다. 공부와 거리가 먼 교실의 아이들에겐 전학생이 그저 공부만 하는 모범생 찌질이처럼 비춰졌다.
"안녕, 경수야?"
찬열이 웃는 얼굴로 경수의 앞자리 의자에 앉으며 인사를 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경수는 그런 찬열이 거슬리는지 한 번 쳐다보고 관심도 주지 않았다.
"나 무시당한거야?"
"닥쳐."
경수는 순하게 생긴 얼굴과 다르게 입은 거칠었다. 찬열은 자신의 인사를 무시하고 닥치라는 말까지 하는 경수를 바라보며 억지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책상 밑으로 찬열의 두 주먹은 떨리기 시작했다. 전교에서, 아니 모든 사람을 통틀어 자신을 가볍게 무시해버리는 사람은 경수가 처음이었다.
"경수야, 미쳤어?"
찬열은 단단히 화가 난 듯 경수의 책상을 힘껏 차버렸다. 경수는 자신의 책상에 있던 책과 필통이 다 바닥에 떨어져도 아무 반응도 하지 않고 오히려 담담하게 바닥에 떨어진 물건들을 줍기 시작했다. 백현은 자신의 책상이 흔들리자 자던 것을 멈추고 일어나 자신의 앞에 화난 모습으로 있는 찬열을 인상 쓴 채로 쳐다본 뒤, 뒤늦게 자신의 옆에 앉아있는 경수를 발견한 백현은 더욱더 얼굴이 찌푸려지기 시작했다.
"얘 뭐야."
"전학생."
"씨발, 누가 옆에 앉으래."
평소 자신의 옆에 누가 앉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백현은 경수를 당장이라도 한 대 칠듯한 분위기로 쳐다봤다. 경수는 느리게 고개를 돌려 백현의 두 눈동자를 마주 보며 세상 누구보다 당당하게 말했다. 그 순간 반은 정적이었다.
"싫으면 꺼져."
백현은 그렇게 착한 성격이 되질 못 했다. 순식간에 자리에서 일어난 백현이 경수의 머리채를 휘어잡은 뒤 교실 뒤 바닥으로 내팽개쳤다. 경수는 아픈 내색도 하지 않고 꿋꿋하게 일어났다. 전학 온 지 몇 분도 되지 않아 신고식을 거하게 치른 경수는 무표정으로 백현을 쳐다봤다.
"야."
백현의 부름에 경수는 대답하지 않은 채로 계속 백현의 눈을 마주쳤다.
"도경수야."
경수의 명찰을 보고 백현은 웃으며 이름을 불렀다. 경수는 덤덤한 표정으로 올려다봤다.
"그렇게 섹시한 표정 지으면 씹어 삼키고 싶잖아."
방금 전까지 남자에게 흥미 없다는 말을 내뱉은 백현의 태도는 누가 봐도 이상할 정도였다. 경수는 백현의 말에 백현을 바라보는 시선이 무관심에서 경멸로 바뀌었다. 그 정도로 백현의 발언은 누구라도 충격받을만했다. 백현이 평소에 여자를 많이 만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백현과 같은 교실에 있다면 모두 잘 아는 사실이었다.
"너 같은 거 달린 놈한테 흥미 없다며."
찬열은 의아한 듯 백현을 쳐다보며 태연하게 말을 내뱉었다. 그보다 백현의 말은 찬열을 제외한 반에 있는 모든 아이들에게 충격을 주었고 경수마저 자신이 잘못 들었나 제 귀를 의심했다.
"닥쳐, 우리 경수는 달라."
백현의 말에 찬열은 어이없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찬열은 그저 백현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은 경수를 조금 놀릴 것이라 생각했다.
"우리 경수는 오늘부터 내 개새끼란 말이야."
교실에 있는 누구라도 느꼈을 것이다,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변백현에게 도경수는 잘 못 물려도 한참 잘 못 물렸다고. 경수 또한 자신의 학교생활이 평탄치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그날 전교에 변백현이 호모라고 소문이 퍼졌다. 그와 동시에 전학생이 변백현을 한 눈에 반하게 할 정도로 예쁘게 생겼다는 소문까지 퍼졌지만 소문의 당사자인 백현과 경수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야자까지 완벽하게 끝냈다.
좀 짧죠.. 죄송해요 다음부터는 길게 쓰겠습니다 백도행쇼^ㅠ^.. 글잡에 처음 연재해봐서 도키도키합니다.
댓글달고 포인트 받아가세요 여러분...!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EXO/백도] 개의 변백현 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3201/f336ad5388edf92ec6476667bf63dbcc.gif)
전후상황 알고 나니까 이이경 AAA에서 한 수상소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