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apped prince 04
w. Cascade
special thanks to 빵떡이님, 콩이님, 레몬티님 :)
새로운 BGM으로 돌아왔어요. 음악도 끝까지 감상하시면서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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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한님, 어디 계세요? 저 돌아왔습니다."
백현이 마당에 발을 디디며 루한을 찾는다. 심상치 않은 방 안의 움직임에 백현은 칼자루에 오른손을 살포시 올려놓는다. 그리고 방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분명, 루한 외에 사내 한 명이 더 있다. 누구지? 백현은 살금살금 문 앞으로 다가가 빼꼼 문을 연다. 왠 조그만 사내가 루한의 도포를 어깨 위로 걸친 채 오들오들 떨고 있다.
"백현아 왔느냐. 소개해줄 사람이 있다."
"누굽니까 이 자는?"
"귀인이다."
"귀인이요? 어찌.... 어찌 이 사내가 귀인임을 확신하십니까?"
"매일밤 꿈에 나타난 얼굴이다. 사내일 줄은 몰랐으나, 맞다. 하얀 얼굴, 토실한 볼, 길게 빼어진 눈꼬리..."
"헌데, 이 요상한 머리 모양새는 무엇이며, 저 옷은 또 무엇입니까? "
백현은 민석을 위 아래로 훑어보더니 이내 눈살을 찌푸린다.
"나도 아직은 잘 모른다. 차차 알아가면 될 것이야."
민석은 루한과 백현을 번갈아가며 돌아보았다. 꿈이라기엔 너무나도 생생한 느낌이다. 분명, 민석은 학교를 끝마치고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기 위해 굴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굴다리 저 건너 구멍에서부터 바람이 불어오더니, 눈을 떠보니 이 곳이었다. 보아하니 루한과 백현은 조선시대 사람의 행색을 하고 있었고, 말투도 그러하였다. 방 안 가구들을 보아도 영락없는 16세기의 것이다. 무엇이 민석을 이 곳으로 불렀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했다.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고, 암담한 현실 앞이었다. 차라리 이 곳, 조선에서 아무 생각 없이 살다가 생을 마감해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 누구도 민석의 부재를 염려하지 않을 것이라. 문득, 종대가 생각나긴 했지만, 분명 자기 없이도 잘 사리라 민석은 확신했다. 천성이 밝은 놈이니까.......
**
"그래서 기생 나비로부터 알아낸 것이 있느냐?"
루한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네. 중앙 문신들이 비변사의 비리를 하나 둘 파헤치고 있는 모양입니다. 문신과 문신들의 갈등이 나날히 심해지고 있습니다. 한 나라의 국왕이라는 자는 나몰라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애송이가 왕위에 올랐을 때부터 그건 예상했다."
"루한님, 감시가 점점 심해집니다. 오늘도 기방에 가는 길에 저를 미행하는 자가 둘이나 있었습니다. 더 이상 기방을 들락날락했다가는 저희의 움직임이 들통날지도 모릅니다."
"알고있다. 나도 니가 더 이상 왔다갔다 하는 게 힘들거라는 걸 느끼고 있었다. 나비라는 자도 더 이상 자유롭게 정보를 주지 못하는 것 같구나. 곧 머리를 올린다는 군."
"머리를 올린다면... "
"더 이상 기방에 있지 않을 거라는 말이지."
루한과 백현은 저녁상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한 술 뜨지 않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 둘을 민석은 멀뚱히 쳐다보기만 할 뿐이다. 아직, 제 정신으로 돌아오지는 않은 것 같다. 엉엉 울거나 소리지르며 무서워할 법도 한데, 너무나도 평안한 자신의 상태가 민석은 신기할 따름이었다. 루한이 주는 신뢰감 때문일까... 자신이 안전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어찌하지요 루한님. 유일한 정보통 아니었습니까?"
"방법은 있다."
루한은 흘끔 민석을 쳐다보았다. 백현은 그런 루한을 보더니, 이내 미소를 지었다.
"정보를 전달받지 않아도 되겠군요. 직접 정보통이 더 낫겠네요." 백현이 민석의 얼굴을 멀뚱히 쳐다보며 말했다.
민석은 이 때까지 자신에게 닥쳐질 일을 알지 못했다. 그저, 묵묵히 저녁밥을 먹기 시작했고, 오랫만에 먹어보는 맛있는 식사에 연신 감탄만 할 뿐이었다. 이 정도 음식이라면, 여기서의 삶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저녁 식사가 끝나고, 세 사내는 방 안에서 말 없이 둥그렇게 앉아있었다.
"이름이 뭐라 그랬지?"
백현이 대화를 시작했다.
"김민석입니다."
"어디서 왔는가?"
"저.... 신촌...에서 갑자기 여기로 왔는데요."
"신촌이라... 처음 들어보는 지역이구나. 거기는 우리의 관할구역이 아닌가보군."
"저, 죄송한데 오늘 날짜를 알 수 있을까요?"
"날짜? 네 놈 서양력(서양 달력)을 읽을 줄 아는거냐? 서양력 기준으로 1513년 5월 23일이다."
문득 민석의 뇌리에 스쳐지나간다. 1513년이면... 조선시대 16세기구나. 나는 시간을 거슬러 돌아온 것이 맞구나.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이것이 과연 과학적으로 가능한 일인 것인가. 만약, 이것이 가능하다면 지금 이 시대에 민석과 같이 현대에서 과거로 거슬러 온 사람들이 어딘가에 존재할지도 모른다.
"너는 이 시대의 사람이 아니겠구나."
루한은 담담히 입을 열었다.
"이 시대의 사람이 아니라뇨?" 백현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루한을 쳐다보았다.
"말하는 어투하며, 복장하며... 그리고 갑자기 아무도 없던 방에서 나타난 것도... 분명 다른 시대에서 살고 있었을 것이다."
"맞아요. 저는 지금으로부터 500년 후인 2013년 대한민국에 살고 있던 대학생입니다."
"대학생이면, 성균관 유생같은 것인가?"
"뭐 대충...비슷할거에요."
민석은 갑자기 이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언젠간 돌아가게되겠지만, 여기서의 삶이 궁금했고 우호적인 루한과 백현에 안심했다. 굳이 돌아가려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저...혹시... 한동안 신세를 져도 될까요?"
"신세?"
루한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며 민석을 바라봤다.
"저.... 제가 잘 곳이 없어서요. 뭐든지 할게요. 밥값은 벌게요. 여기서 지낼 수 있게 해주세요."
"방법이 있긴 하다."
루한은 단번에 민석의 부탁에 대답을 했다.
"기방에 가라."
"기방이요? 기생? 저보고 기생을 하란 말이에요? 저... 저 남잔데 어찌 기방에 갈 수 있습니까?"
"변장을 해야지. 기생처럼. 가서 천하 제일의 기생이 되는거다."
민석은 자신이 한 말을 후회했다. 기생이라니.... 별별 알바를 하며 돈을 벌었지만, 기생이라니....
루한은 민석의 턱을 치켜세웠다. 그리고는 따뜻한 눈길로 말을 시작했다.
"나도 너를 그 곳에 보내는게 탐탁치 않다. 하지만 난 니가 내가 평생을 찾던 '귀인'임에 믿어 의심치 않는다. 너만이 나를 이 지옥같은 생활 속에서 구원해 줄 수 있다. 부탁이다. 기생이 되어라. 천하 제일의 기생이 되어라. 너의 이름은 월화(月花)다. 달의 꽃이라는 뜻이다. 달밤의 벚꽃이되, 아름다운 벚꽃이되, 사내들을 홀리되, 절대로 꺾이는 꽃은 되지 마라. 이것은 명령이다. 꺾이지 않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의 꽃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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