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apped prince 06. 달의 꽃과 바람
w. Cascade
*이번 6화는, 메론바님, 콩이님, 레몬티님, 기승전결님, 빵떡이님, 젖소님, 당근님, 전신거울님, 려현님, 달달님, 민트초코님, 삉삉님, 레어닉님과 함께합니다.
밑에 이벤트 공지글도 꼭 확인해주세요 :D
민석은 그저 멀뚱멀뚱 루한을 쳐다볼 뿐이다. 조선 제일의 기생이라니… 찰나의 순간동안, 민석은 깊게 생각하지 않고 이 곳에 남아있을 결정을 하게 된 것을 후회했다.애초에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잘 모를 뿐더러, 거기다가 남자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저기요… 기생..말고뭐 다른 일 없을까요? 제가 힘 하나는 정말 좋거든요? 차라리장터에 나가서 물건을 팔던지, 집을 짓던지 할게요.”
“너무 걱정마. 도와줄 사람이 있을 테니까.”
백현은 무덤덤하게 민석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마침 기방의 중요한 정보통이었던 ‘나비’가 머리를 올리고 기방을 나간터라, 백현은 이 때가 중요한 기회라생각했다. 조선시대의 정사는 밤에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해가 지고 달이 뜨면, 각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삼삼오오기방으로 모여든다. 계집애들을 옆구리에 둔 채, 그들은 조선의정치를 논한다. 아니, 논한다기보다는, 조선의 정치를 주무른다. 민석을 기방에 보냄으로써, 그 곳에서 오가는 여러 소문들, 정보들을 알 수 있으리라. 그렇다면 루한과 백현의 일도 수월하게 풀릴 것이다.
“저기…그러면, 제가왜 기방에서 일을 해야하는지 알 수 있을까요? 아니…무슨이유도 없이 갑자기 기생이 되라고 하면, 이게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적어도 그 이유정도는 알고 있어야 될 것 같아서요.”
백현이 입을 떼려는 순간 루한이 그를 가로막는다. 내가 말할게. 조그맣게 백현에게 속삭인다.
“별 이유는 없다. 네가 그 곳에서 해야 할 일은 기생으로일하면서 네가 본 것, 들은 것, 느낀 것을 매일매일 나에게보고하는 일이다.”
“그러니까…왜 그것들을 보고해야 하는건지.. 알고 싶다는 거에요.”
“심심하니까.”
“네?”
“알다시피, 나는 넉넉한 집안에서 태어나서 굶어죽을 걱정없이 자랐다. 근데 말이야, 이런 인생도 어느 정도지.. 심심하단 말이야? 그렇다고 한양의 궁전으로 들어가 정치를 하기에는내가 너무 게으르고, 그렇다고 방 구석에 있자니 정치하는 놈들의 속마음이 궁금해서 말이지. 이 정도 이유면 되느냐?”
루한은 민석에게 정확한 이유를 말하는 것을 꺼려했다. 굳이, 일부러 사실을 알려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깊숙하게 민석을 이 일에 끼어 넣고 싶지 않았고, 그저 단순한 자신의취미거리 정도로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 이 편이, 자신과민석, 모두를 위하는 길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모든 일이정리되면 민석을 대한민국으로 다시 보낼 생각이었다. 어떻게 보낼지는 모르겠지만, 온 길이 있으니 가는 길도 분명히 있을 거라 확신하였다. 그저, 루한은 지금 자신의 핏빛으로 물들어가는 매일 밤을 끝내고 싶었을 뿐이었다.
“백현아, 옷은 준비해두었느냐?”
“네, 루한님. 옆방에 준비해놓았습니다. 가솔들을 부를까요?”
“그러도록 해라. 나는 잠시 내 방에 가 있도록 하겠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민석은 가솔들에 둘러싸였다.
“으악. 아니 옷은 제가 벗을게요. 아.. 잠만요. 이봐요!”
루한은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더니, 조용히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두 번째 서랍을 열어 통상등지를꺼냈다. 몇 번이고 꺼내 읽었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떨리는손으로 위에서부터 조심스레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한곳에 가만히 멈추었다.
[조선 8도가 핏빛으로 물들자 귀인이 나타나 이를 거두었다. 이 귀인은, 이 모든 일이 끝나고 …… . 이는, 바로 이 자가 과거 김진태의 피붙이 아들인 것에 기인한다.]
루한은 씁쓸한 표정을 짓고 두 눈을 감았다.
“이 모든 것은 내가 안고 갈 문제이다.” 조용히 속삭이고는통상등지를 비단에 싸서 다시 넣었다. 언젠간, 이 문서도불태워 없애버릴 날이 올 것이다. 그리고 평온히 행복한 꿈을 꾸며 잘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
“루한님, 어서 나와서 보셔요.”
밖에서는 가솔들이 꺄르륵대는 소리가 가득하다. 루한은 창호문을 열고 마루로 향했다. 그 곳에는 기생으로 여장한민석이 있었다. 붉으스레한 양 볼, 금방이라도 하늘로 솟을것만 같은 양 눈꼬리, 작고 귀여운 입술, 하얀 목… 루한은 가만히 민석의 오른 손을 들었다. 그리고는 이내, 자신의 입에 조심스레 갖다대었다.
“월화, 달의 꽃. 내가달의 바람이 되어 너를 감싸 안을지어니, 너는 네가 있는 그 곳에 굳건히 있어라.”
민석은 이 모든 상황이 민망하고 쑥스럽고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루한의 부탁을 들었을 때에 민석은 그 내면의 진심을 본듯 했다. 소일거리 삼아 기방의 이야기를 엿듣고 싶어하는 자는 분명 아니다. 알리고 싶지 않을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저, 자신은 기방에서 환하게 웃으며 술을 따르고, 손님들과 대화를 하면되는 것이다. 루한을 보면 민석은 이유없이 한 쪽 가슴이 아려왔다. 이는, 루한과 전화선을 통해 처음으로 대화를 나눈 후에 느꼈던 아픔과 같았다. 무언가해야 할 것만 같았다. 루한의 부탁이니…
“백현아, 기방에는 연락을 해두었느냐?”
“네. 안그래도 미리 준면에게 연락을 해두었습니다. 요새, 나비도 머리를 올려 나가고,지난번 기생도 도망가는 바람에 자리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 다행이구나. 그에게우리 사정은 알려두었느냐?”
“물론입니다. 그 누구보다 준면은 루한님을 존경하는 사람아닙니까. 루한님의 부탁이라면 …”
“지체할 필요는 없는 것 같구나. 찬열과 세훈은 만나보았느냐?”
“기생 무하와 다미 말씀이십니까? 아마 준면이 지금쯤 전달했을것입니다.”
“그래, 하지만 그들에게는 민석의 정체를 들켜서는 안될 것이야. 같은 남자지만, 기방에 있는 목적 자체가 다른 사람들이니까.”
“네, 그리 이르겠습니다.”
루한은 민석이 들을세라,백현에게 한발짝 다가가 귀에 대고 속삭였다.
“월풍의 이름으로, 벽(조선시대대자보)을 마을 곳곳에 붙여라. 곧, 달바람이 불 것이라고.”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