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apped prince 11 외전 - 한양의 소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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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 경수, 종인의 첫 만남 그리고 인연
1501, 한양
한 소년이 마당 한 구석에 쭈구려 돌맹이로 무언가 땅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왼손에는 조그만 돌 대여섯개를 꼬옥 쥐었다. 흙놀이를 했는제, 얼굴에는 흙먼지가 듬성듬성 묻어있다. 혼자 무언가를 흥얼거리며 돌로 바닥에 자욱을 낸다. 그러다가 이내, 그 돌맹이를 휙- 바닥에 내팽겨친다. 혼자 놀다가 지겨워지기라도 한 것일까. 소년은 왼손에 들고 있던 돌맹이들을 바지 주머니 속에 넣는다. 그러고는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는 집 밖을 나섰다. 분명, 조금만 지나면 집 유모가 자기를 찾으러 나설 것이다. 그 전까지 집에서 최대한 멀리까지 빠져나와야한다. 그래야 금방 잡히지 않고 밖에서 놀 수 있다.
어느덧 소년은 개울가에 도착한다. 졸졸졸 흐르는 물이 신기하기라도 한 듯, 신고 있던 신발을 벗어던지고는 풍덩- 물에 들어간다. 아직 겨울기운이 다 가시지 않은 봄이라 그런지, 물은 아직 찼다.
"아 차가워~"
두 눈을 꾸욱 감고 있던 소년은 이내 적응이 된 듯, 첨벙첨벙 개울가 안에서 물장구를 친다. 그러다가 혼자 놀기 심심한듯 금방 잠잠해진다. 개울가 근처 나무토막 위에 엉덩이를 걸쳐 앉았다. 소년이 담고 있던 발 주위의 물이 잔잔해진다. 그러면서 투명한 물 안으로 형형색색의 돌맹이들이 드러났다. 그러자 금새 소년의 얼굴에는 화색이 돈다. 한 손을 뻗어 돌맹이를 집으려 했다. 그러다가 중심을 잃어 물 속으로 빠져버렸다. 개울가 바닥에 엉덩방아를 찐 소년은 금방이라도 울듯이 울상이 되었다. 아까 주머니에 담아두었던 돌들이 빠져나갔다. 그 소년은 주위를 두리번대며 돌들을 찾으려 손을 더듬거린다.
"풋-"
근처에서 소리가 났다. 소년은 돌을 찾다 말고 주변을 둘러본다. 그러다가 소년이 앉아있던 그 나무 위에 서 있는 한 소년을 발견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짙은 눈매를 갖고 있는 소년이었다. 옷을 보아하니 어디 한양 변두리에 살고 있는 그런 집안 소년같았다. 문득, 그런 사람들 근처에 다가가면 병을 옮을 수 있다는 어머니의 말이 생각나 그 소년은 지레 겁을 먹었고, 물에 빠진 상태에서 뒤로 첨벙대며 물러났다.
"너 거기서 뭐하는거니?"
그 까무잡잡한 소년은 먼저 말을 꺼냈다.
"거기 가만히 있어. 다가오지마!"
"물에 빠진거야? 물이 아직 많이 차가울텐데. 너 그러다가 고뿔 걸린다!"
"빠진거아니야. 잠깐 찾을 물건이 있어서 그랬어. 혼자 일어날 수 있으니 신경쓰지마!"
소년은 허우적대다 비로소 가만히 몸을 일으켜세운다. 그러나 힘이 빠졌는지 다시 첨벙-하며 개울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넘어지면서 물이 튀어 소년의 코 속으로 들어갔는지 이젠, 콜록대며 기침까지 해댄다.
"거기 가만히 있어. 내가 꺼내줄게!"
"오지말래두. 내가 혼자 일어날 수 있다니까."
소년은 양 손으로 바닥을 짚고 다시 일어나려 시도한다. 끄응- 그 소년은 이젠 엉덩이조차 바닥에서 뗄 수 없었다. 힘이 다 빠져버린 탓이다. 그 광경을 본 까무잡잡한 소년은 꺄르륵 웃는다.
"너 되게 재밌다. 걱정마! 안 잡아먹으니까. 거기 가만히 있어봐."
그 소년은 두 발을 걷어부치고는 첨벙첨벙 소년을 향해 다가온다. 그리고 한 손을 주욱 내민다.
"잡아"
"싫어"
"잡으래두? 보니까 너 여기 집 몰래 빠져나온건가보구나? 너 그 꼴로 집으로 갔다가는 회초리 맞을걸? 빨리 나와서 옷을 말려야지!"
소년은 주저하다 회초리를 맞는다는 소리에 덥석 그 팔을 잡았다.
"그래, 착하지!"
그 까무잡잡한 소년은 물에 빠진 소년의 양 팔을 꼬옥-잡더니 물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얘~ 너는 이름이 뭐니? 처음 보는 얼굴인데"
"......"
"무서워하지 말래두. 혹, 너도 나같은 사람이랑 말하면 병이 옮는다는 소문을 믿는거니?"
그 소년은 마음이 들키기라도 한 듯 화들짝 놀랬다.
"그거 다 거짓말이다 거짓말. 넌 저 윗동네에 살고 있는가보구나. 여기까지 오다니, 멀리도 왔구나. 난 종인이라구 해!"
종인이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웃음에 경계하던 마음이 누그러진 그 소년은 쭈뼛쭈뼛대며 말을 했다.
"난..경수..."
"경수? 이쁜 이름이구나! 춥진 않아?"
물에 오래 빠져있던 탓인지 경수는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그러자 종인이 자기가 입고 있던 웃도리를 벗어 경수에게 건넨다.
"자 입어. 어제 어머니가 빨아주셔서 깨끗할거야."
경수는 주저하다가 마지 못한다는 듯이 그 옷을 받았다. 빨았다더니.. 거뭇거뭇 때가 군데군데 끼어 있었다. 하지만 환하게 웃고 있는 종인의 얼굴을 보니 차마 거절을 할 수 없었다. 경수는 주섬주섬 그 옷으로 바꿔 입었다.
"옳지 착하다. 만나서 반가웠어! 난 어머니 심부름으로 나물 캐러 이 곳에 온터라 이제 가봐야되! 우리 나중에 또 보자!"
경수는 이제 가야된다는 종인의 말에 덜컥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좀 더 같이 놀고 싶었다. 사실 집 안 사람 말고는 집 밖 또래 아이와 처음 말해봤다. 경수는 갑자기 오른쪽 주머니에 손을 넣고 더듬더듬댄다. 그러고는 동글동글한 자갈 두 알을 꺼내든다.
"자-"
"이게 뭐니?"
"자갈"
"자갈? 이거 그냥 돌맹이잖아. 이걸 나한테 왜 주는거야?"
"내가 지금까지 돌아다니면서 이쁘게 생긴 돌맹이만 모았던거야. 이거 두 개 너 줄게."
종인은 경수 손 위에 올려져 있는 자갈들을 집었다.
"이거 거뭇거뭇한 것이 꼭 날 닮았다!"
종인은 환하게 웃어보였다. 가느다랗게 양옆으로 늘어지는 눈꼬리와 시원시원하게 벌어지는 입꼬리가 인상적이었다. 경수는 처음으로 이런 기분을 느껴보았다. 이런게 소통이라는 것인가. 항상 집 안에서 책을 읽고 무술 교육을 받고, 얘기라고 해도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어린 누이들과 하는 것이 다였다. 이렇게 아주 다른 사람과 마주보면서 대화를 해 본 적은 처음이다.
"내가 아끼던 거니까 꼭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어!"
"야 고맙다아아. 선물같은거 처음 받아봐 나...!!"
별 것도 아닌 자갈을 줬을 뿐인데, 금화라도 받은 것처럼 기뻐하는 종인의 모습에 경수는 머쓱해졌다. 그 웃음이 무척이나 아름다워보였다. 종인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듯 주머니를 뒤적였다. 그러고는 그 곳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나도 그럼 이거 줄게!"
종인이 꺼내든 것은 손바닥보다 약간 작은 헝겊인형이었다.
"얘, 나는 사내아이인데 이 인형은 뭐니?"
"오늘 여기 오다가 길에서 주운거야. 누이 동생 가져다 주려고 내가 아까 옷으로 열심히 닦았는데, 누이 동생보다는 너한테 주고싶어서!"
경수는 아까 종인이 자신에게 건네준 웃도리에 끼어있었던 때를 떠올렸다. 저 인형을 닦느라 그랬던거구나.
"아니야 네 누이동생 가져다줘라. 분명 받으면 좋아할거야."
"내 누이 동생은 여기 없어. 아파서 제작년에 먼저 하늘나라로 갔어. 묘 자리 앞에 두려고 했는데, 그보다는 네가 갖고 있어줘라."
경수는 예상치 못한 대답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는 헝겊인형을 집어들어 품에 꼬옥 안았다.
"고마워"
"조심히 돌아가. 더 늦기 전에. 어머니 아버지가 분명 걱정하고 계실거야!"
"나중에 또 다시 여기로 올테니 그 때 같이 놀자!"
"그래 알았어! 잘가 경수야!"
그렇게 경수와 종인의 첫 만남은 시작됬다.
(1년 후)
"이건 내 꺼래두!"
"아니야 네가 선을 넘어왔으니 이건 내 것이 맞다아!"
"자세히 봐봐. 이게 선이 넘은거거든?"
골목길 어귀에서 조그마한 소년들이 아웅다웅한다. 보아하니 놀다가 시비가 붙은 모양이다.
"루한 너 계속 우기기야? 이건 누가봐도 내 땅으로 넘어온거니 내가 가져가야해!"
"경수 너야말로 눈이 없는거니? 다시 봐봐!"
땅따먹기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네 명의 소년들이 쭈구려 앉아 아웅다웅하고 있다.
"루한의 말이 맞아! 이건 경수 네가 잘못한거야~"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건 무조건 경수 땅이다!"
"종인이 너는 경수 말이면 무조건 옳다고 하잖아!!"
"그러는 백현이 너는? 루한이 꽁무니만 졸졸졸 따라다니는 주제에"
"뭐? 너 말 다했어? "
루한과 경수의 말다툼에서 백현과 종인이의 몸싸움으로 변했다. 그 둘을 보는 루한과 경수의 얼굴에는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백현아 싸우지마. 그러다 또 집 들어가면 울 엄마한테 혼난단 말이야!" 루한이 백현의 웃도리를 잡아 끌었다.
"맞아 종인이 너도! 어제처럼 유모가 우리 저녁 안 주면 또 쫄쫄 굶어야되!" 경수가 종인의 허리춤을 잡았다.
그 말에 백현과 종인이는 서로 잡고 있던 멱살을 놓았다.
"종인이 너 오늘은 운이 좋은 줄 알어!"
"너야말로. 힘은 내가 너보다 백 배는 세단 말이야. 경수가 말리지만 않았어도 그 기집애같이 뽀얀 얼굴을 멍투성이로 만들었을거야!"
백현과 종인이는 서로를 바라보며 씩씩댄다. 그 때였을까, 경수가 문득 바지춤에서 무언가를 꺼내든다.
"얘들아 이것봐라."
순식간에 여섯개의 눈이 경수를 향했다. 아니, 경수 손 안에 든 그 물체로 향했다.
"이건 청나라 과자 아니니?"
루한이 한 번에 알아봤다.
"우리 아버지가 어제 나한테 선물로 주셨다아~"
백현이 눈을 반짝이며 경수에게 다가갔다.
"나 한입만 주라."
"나도나도" 옆에 있던 종인이 거들었다.
루한은 관심 없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다가, 경수가 백현과 종인이에게 한 조각씩 뜯어 나누어주자 먹고 싶어졌는 듯 달려들었다.
"나 먼저 줘! 내가 제일 배고프단말이야!"
"루한 넌 순서를 기다려야지! 내가 먼저야!" 종인이 루한을 뒤로 밀쳤다.
"넌 내 뒤로 서야지!" 백현마저 앞으로 가려는 루한을 뒤로 세웠다.
루한은 잔뜩 불만에 찬 표정으로 목을 길게 쭈욱 빼어 경수가 나눠주는 과자를 응시했다. 이제 루한 차례다.
루한을 멀뚱히 쳐다보던 경수는 갑자기 씨익-웃는다. 그래, 저 표정. 매번 자신에게 장난 칠 때마다 경수는 입꼬리를 올리며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경수는 손에 쥐고 있던 과자를 순식간에 자기 입 안에 모두 넣었다.
"너 이 자식! 나도 과자 먹고 싶단 말이야! 백현이 너도 밉다! 나 이제 너랑 안볼거야!"
그렇게 이 소년들을 날이 지고 달이 뜨는지도 모르고 골목길 어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
종인과 경수의 인연
그 두 소년의 첫 만남 이후, 경수는 매번 개울가 근처로 종인을 만나러 나갔다.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종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경수는 덜컥 겁이 났다. 그래서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마을 근처를 울상이 되어 찾아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종인의 집을 찾게 되었다. 경수가 본 종인의 모습은 수척하게 마르고 상복을 입고 있었다. 종인의 어머니마저 병으로 돌아가신 것이었다. 경수는 자기 일처럼 그 광경을 보자마자 목놓아 울었다.
경수는 아버지에게 앞으로 공부도 열심히 하고 무술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약조 하에 종인을 집으로 데려올 수 있었다. 물론, 종인도 경수 곁을 항상 지키고 집안일을 돕는 다는 약조를 하였다. 경수의 아버지는 거의 집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종인에게 별 상관을 하지 않았다. 다행히도, 경수의 어머니가 종인을 딱히 여겨 친 아들처럼 돌봐주어 계속해서 집에서 함께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10여년...
"경수님, 이거 기억나십니까?"
"응? 이게 뭐냐?"
경수는 종인 손 위에 놓여져 있는 돌맹이 두 알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 돌맹이는 사람 손을 많이 탄 듯, 매우 반질반질 했다.
"13년 전에 경수님께서 저에게 처음 주신 선물입니다."
그러자 경수는 그제서야 기억이 난 듯 박수를 한번 쳤다.
"그걸 아직도 갖고 있던 것이냐?"
"그럼요."
"이거 보이느냐?"
경수는 허리끈에 달아두었던 주머니를 종인에게 꺼내보였다. 그 주머니 옆에는 굉장히 낡은 헝겊 인형이 매달려있었다. 솜이 이 곳 저곳 터져 나온 것을 누군가가 서툰 바느질로 꼬매놓은 흔적이 보였다.
"네, 아주 잘 보입니다."
종인은 항상 그랬듯, 경수에게 환한 미소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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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의 복수, 두번째 에피소드 예고
"그를 죽일거야."
민석의 눈에 스쳐지나간 그는 분명, 종대였다.
"네가 여기 왜 또 나타난 것이냐."
칼이 그의 어깨죽지 위로 깊숙히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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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난리났다는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 근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