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런던, From. 태릉 Season 2
종인의 발언이 설레긴 설렜던건지 집중력이 가장 필요로하는 사격 훈련 내내 경수는 꾸중을 들어야했다. 정신 안 차려 도경수? 짜증이 가득 묻어난 코치의 말에 잔뜩 기가 죽어서 고개를 숙인 경수는 땀에 젖은 티를 팔랑이며 숙소로 들어왔다. 없네…. 기대하지 않기로 했으면서 종인이 없음에 살짝 실망한 경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샤워 부스 안으로 들어섰다. 솨아 흩어지는 물방울들이 경수의 몸을 감쌌다. 으 시원해.
“찬열이형, 혹시 종인이 못 봤어요?”
“어…? 못 봤는데. 백현이 너 봤냐?”
“노노, 나도 못 봤어.”
다정히 팔짱을 끼고 공원을 거닐던 찬백 브라더스도 보지 못한 깜댕이는 어딨는걸까. 경수는 한숨을 후 하고 내뱉으며 종인을 찾아 선수촌 이곳 저곳을 누볐다. 내가 왜 얘를 찾고 있는거지? 순간 욱해버린 경수는 빙글 뒤돌아 고개를 푹 수그린채 숙소로 발걸음을 뗐다. 웅성거림이 들려오길래 고개를 들어보자 그 곳엔 종인과 세훈이 걸어오고 있었다. 경수의 손에서 벗어난 휴대폰이 요란한 소음을 내며 바닥과 추락하자 그제서야 경수를 발견한 종인이 반갑게 경수를 향해 달려왔다.
“어, 형! 벌써 훈련 끝났어요? 오센, 너 숙소 가 있어.”
벌써라니. 내가 널 찾아 돌아다닌지가 30분이 훌쩍 넘었는데. 기가 차 뭣도 모르고 방글거리는 종인을 밀치고 숙소로 달려온 경수는 한숨을 짙게 내뱉었다. 무언가 잘못 됨을 그제서야 인지한 종인이 열심히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이렇다할 답이 나오는 건 아니었다. 급한대로 뒤에 숨기고 있던 선물상자를 끌어안고 경수의 숙소로 달려가자 이미 문은 경수의 마음처럼 굳게 닫혀있었다.
“아, 아이, 형… 줄 거 있단말이예요. 문 좀 열어봐, 응?”
“됐어. 세훈이랑 숙소 가서 재미나게 노셔. 오늘 태환느님 경기도 있을 거 아냐.”
어쩜 날 이리 잘 알지…. 낮게 중얼거린 종인이 힘으로 무조건 밀어붙이자 잠궈놓았던 건 아닌지 문은 힘없이 열리고 말았다. 불도 안 키고 뭐하고 있어요. 제법 높아진 언성에 인상을 찡그린 경수가 귀찮다는 듯 종인을 올려다보았다. 너 나 좋아하기는 해? 충격적인 질문이었다. 종인은 정말로 열을 받은지 미간을 잔뜩 구기며 소리쳤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요? 하지만 경수도 지지않고 말을 이었다.
“솔직히 아무리 친구가 좋고 동갑이 편하다지만, 요즘 세훈이랑만 다니는 거 너도 느끼잖아.”
“형…! 오세훈이랑 형이 같은 줄 알아요?”
“다르지. 내가 걔보다 못해도 훨씬 못하잖아. 몇 달전에 네 고백에 설레는게 아니였는데.”
숙소를 빠져나가려는 경수를 거칠게 붙잡은 종인이 경수를 앉히고 흥분을 가라앉힌 뒤 입을 뗐다. 찬열이형처럼 형 기쁘게 못 해줘서 미안해요. 근데 부끄럽단 말이예요. 형은 이렇게 까칠하기만 하고, 백현이형처럼 잘 웃고 애교라도 부려보던가. 이쁘다고 얘기를 해줄래야 이쁜 짓을 안하는데 어쩌라구요. 애마냥 툴툴거리는 종인을 보니 웃음이 먼저 새어나왔다. 뭐 이런 애가 다 있담.
“오세훈이랑은 형 선물 때문에 같이 다닌 거예요. 걔가 루한이형 번호 주면 도와준대서….”
“아직도 루한이 좋아해? 루한이 걔 싫다고 중국으로 튀기까지 했는데?”
“씨발 뭐 걔가 누굴 좋아하든 알 필요 없고. 이 상자나 열어봐요.”
경수가 노란색 상자 뚜껑을 조심스레 열자 예쁜 안대가 놓여있었다. 코알라 그림. 귀엽다. 꺄르르 웃음을 터트린 경수를 보고 다행이다 싶은 종인이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자신의 안대를 꺼내들었다. 색만 다르고 똑같은 그림의 커플 안대. 경수의 표정이 환해지자 종인이 경수를 꼭 끌어안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미안해요, 앞으로 완전 잘 해줄거야.
“나두 미안해… 이제 백현이처럼 잘 웃고 그럴게.”
“안 그래도 예쁘긴 예쁘지만, 그렇다면 좋고요.”
“또 능글맞아졌어 또 또.”
종인과 경수는 그렇게 극적인 화해를 마치고 웃음을 터트렸다. 종인은 사격하려면 대가리 아프니까 좀 쉬어요 라는 말을 끝으로 경수의 숙소를 빠져나왔다. 마침 백현을 숙소에 바래다주고 오던 찬열과 마주친 종인은 찬열을 붙들고 얘기 좀 하자며 벤치로 이끌었다. 아쭈, 경수랑 화해해서 좋나보네 이 새끼? 찬열의 비아냥거림에도 마냥 방글거리며 종인이 입을 뗐다.
“백현이형이랑 오래가는 비결이 뭐예요? 준면이형이 대표로 활동할 때 부터 사겼잖아요 둘이.”
“흠…… 다른 거 없는데? 그냥 네가 뭐든지 져주면 되.”
“지라고요? 아 존나, 완전 도경수 변백현 좋은 소리만 하고 앉아있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좋은 거 밖에 더 좋은 게 어디있냐 병신아. 난 백현이가 좋으면 내가 억울해도 괜찮던데.”
더럽게 헌신적이네요. 종인은 별 거없는 비결에 김 빠졌다는듯 머리를 긁적이며 벤치에서 일어났다. 도경수 그 깐깐이한테 하나하나 맞춰주기가 얼마나 힘든데. 종인의 툴툴거림이 마냥 귀여운지 머리를 슥슥 쓰다듬은 찬열은 두 손을 붕붕 흔들며 자신의 숙소로 들어섰다. 고요한 선수촌 안에선 준면이 제자들을 훈련시키는 소리만 떵떵거리며 울려퍼졌다.
“아흐흥… 귀여워, 귀여워 김종이인!”
코알라 안대를 한참 끌어안고 숙소를 뒹굴뒹굴 구르던 경수는 처음으로 종인이 멋져보임을 느끼며 새어나오는 웃음을 어쩔 줄 몰라했다. 결국 못 참고 휴대폰을 손에 쥔 경수가 종인에게 문자를 보냈다. [자?] 의미심장한 그 문자에 종인은 칼답을 보냈다. [아니 아니. 형 생각중ㅋㅋㅋ] 뒤에 ‘ㅋㅋㅋ’ 는 좀 빼지. 하여튼 애야 애. 경수는 그래도 한 손으로 웃음을 틀어막으며 꾹꾹 문자를 적어내려갔다. [전화하자 보고싶어] 이 문자를 보고 또 무지막지하게 찾아오면 어쩌나 고민했지만 순종적이게도 종인은 전화를 걸어왔다.
“여보세요오”
[ 어우 도경수 끼 떠는 거 봐. 나 요금없는데 특별히 전화 해 준 거예요. ]
“응 착하다. 코알라 너무 너무 귀여워, 너 코알라 같애. 까무잡잡해서.”
[ 그거 깜댕이라는 거죠 지금? ]
“응… 푸히히.”
[ 빨리 자요. 대가리 아프잖아요. ]
잠이 오는건지 잠긴 목소리의 종인이 섹시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경수는 스스로가 짐승같다 생각하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후아 후아, 도경수 진짜 미쳐도 제대로 미쳤어. 그 날 경수와 종인은 코알라 안대를 차고 기분 좋게 잠들었다.
다음 편은 찬백 분량이 많을 거니까 너무 상심하진 마세요 ㅜㅜ..
오늘 봉사 갔다가 오천원 잃어버려서 그런가 멘붕이라서 글이 좀 안써지네요 :( 우울해요..
생각보다 1편 반응이 너무 좋아서 기뻐요! 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ㅎㅎ
조만간 독자분들을 위한 이색 이벤트로 찾아뵐게요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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