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향
w. 리미니(리밋)
“한 번 쯤은 죽어보고 싶기도 해.”
“백현아.”
"…미안해, 이런 소리 해서. 나 들어갈게. 안녕."
힘없이 멀어져가는 백현이의 뒷모습에서 슬프고 약한 풀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잘 들어가, 마지못해 손을 흔들었다. 백현이는 대답을 집에 불을 켜는 것으로 대신했다. 커튼 친 방안이 희미하게 밝다. 백현이는 병에 걸렸다고 했다. 이 지독하고 힘든 싸움을 이겨내면 네게 가장 먼저 알리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백현이를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왔다.
어릴적부터 백현이는 유난히 몸이 약했다. 또래에 비해 체구도 작고 키는 한 뼘이나 작았다. 심지어 그 몸으로 생사의 길을 왔다갔다 했다. 죽음이 아직 자라나는 생명 가까이 존재해 백현이를 목조르고 압박해 왔다. 혹시 그 압박의 끝은 백현이의 죽음인가? 경수는 입안이 썼다.
백현이 드디어 불을 껐다. 사실 불을 켠 이유는 단순했다. 경수가 걱정하지 않기를, 나 때문에 힘들어하지 않기를. 침대에 느릿하게 들어가 눈을 감았다. 자고 일어나면 이 모든게 꿈이기를 이 자리에서 얼마나 빌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경수에게 매달려 얘기하고 싶었다. 경수야. 나 꿈을 꿨어, 정말 지독한 악몽이었지. 근데 꿈 내용은 기억이 안 난다.
경수야, 우리 처음으로 놀러갔던 날 기억해? 피크닉엔 깁밥이냐, 유부 초밥이냐 그거 가지고 되게 다퉜잖아. 백현이 킥킥, 웃음을 터뜨렸다. 동시에 마른 기침이 쏟아졌다. 한참을 콜록대고서야 진정할 수 있었다.
결국 그렇게 다투기만 하고 아무 준비도 못 했던 날, 귀여운 도시락통에 유부 초밥과 김밥을 나란히 싸왔던 너. 직접 싼 것 인지 울퉁불퉁한 모양에 옆구리는 터져있고, 양 끝은 재료가 다 삐져나와 있었다. 유부 초밥 역시 밥을 얼마나 채웠는지 구멍이 나있었다. 근데 그 와중에도 왜이리 맛이 좋던지. 입에서 미끌이는 따뜻한 흰 쌀 밥 맛이 났다.
몸은 뉘엿지만 잠은 오지 않는다. 목 끝까지 올렸던 이불을 걷어내고 몸을 일으켰다. 발을 질질 끌며 슬리퍼를 구겨 신고 밖으로 나왔다. 여름인데도 찬 바람이 시리다. 경수야, 벌써 집에 갔어? 백현이 종종 걸음으로 열심히 달렸다.
어딘지 모르고 무작정 달렸더니 횡단보도가 나왔다. 맞은 편에 다음 횡단보도를 기다리는 경수가 서 있다. 어깨에 돌덩이가 짓누르고 있는 건지 처진 축 어깨가 올라올 생각을 못한다. 빨간불, 빨간불, 빨간불.
“경수야!”
“…….”
“백현아?”
경수가 몸을 돌렸다. 갑자기 머리위가 촉촉해지더니 잿빛 보도블럭이 검게 변했다. 왜 갑자기 비가 오지? 비가 세차게 내렸다. 눈 앞이 흐려질만큼 비가 강해졌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뚤린 듯 모든 걸 쓸어내릴 것 처럼 마구 비가 내렸다.
“경수야, 좀만 기다려!”
파란불인데 빨간불로 보인다. 파란불, 빨간불, 파란불, 빨간불.
파란불.
“백현아, 오면 안 돼!”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적막, 눈앞에 하얀 빛이 쏟아졌다.
| 소년을 위로해줘 |
원래는 동성애 코드를 다루고자 하였으나 글이 산으로 가는 바람에 급하게 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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