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오뜨
한적한 도서관 안은 조용한 듯하면서도 머리를 쥐어짜며 학생들이 연필을 굴리는 소리와 책을 찾아다니는 학생들의 발걸음소리가 섞여 조금은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성규는 애매한 성적으로 간신히 대학에 붙은 만큼 열심히 하자는 마음으로 도서관을 들어왔지만 영 자신이 공부할 분위기는 아닌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왕 왔으니까 공부는 해야….”
“저기요. 시끄럽습니다.”
곧 있을 시험을 앞두고 잔뜩 예민해졌는지 조그마한 소리에도 반응하는 몇몇 학생들이 자신을 쳐다보자 성규가 고개를 숙였다. 괜히 민망해져 볼을 긁적인 성규가 찾아야 하는 책이 생각났는지 발을 옮겼다. 책장에는 역시 수많은 책이 꽂혀있었다. 북적거리던 학생들은 거의 빠져있었지만 성규는 저도 모르게 발꿈치를 약간 들고 살금살금 걸어 다녔다. 성규는 자신이 찾던 책이 바로 앞에 있던 것을 보고는 바보 같은 소리를 내뱉더니 바로 책을 집어 들었다.
“여기 있다.”
“…….”
책이 빠진 자리 건너편에서 남자의 얼굴이 있는 것을 보고 성규가 화들짝 놀라 책을 떨어뜨렸다. 장난스러워 보이던 얼굴은 의외로 웃음 하나 보이지도 않고 성규를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성규는 떨어진 책을 줍고 남자에게 사과를 하더니 그대로 도서관을 빠져나갔다. 성규의 행동에 남자는 얼이 빠진 것도 잠시 다시 읽던 책에 집중했다.
▒ ▒ ▒
미팅? 강의 도중 성규가 성열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수업을 하던 교수도, 강의실 안에 있던 학생 모두가 성규를 쳐다봤다. 성열은 성규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아, 이성열. 성규는 조용히 성열을 향해 욕을 내뱉다가 교수의 눈빛을 읽고 천천히 강의실 문을 열고 나갔다. 성열은 성규에게 미안하다며 손을 싹싹 비는 시늉을 했지만 성규는 눈길은커녕 그대로 강의실을 나왔다. 성규는 문을 조용히 닫고 서 있다가 얼마 안 있어 수업이 끝났는지 쏟아지듯 나오는 학생들 사이에서 용케도 성열을 찾더니 그대로 무시하고 혼자 걷기 시작했다.
“성규야! 미안, 미안해.”
“…….”
“미안하다니까ㅡ. 에이, 응? 한 번만 봐줘.”
성열의 성규에게 손을 싹싹 빌며 무릎을 꿇는 시늉을 하다가 좋은 생각이 났는지 성규의 손을 잡아끌었다. 성규는 뭐하냐며 성열에게 소리쳤다.
“밥 사줄게. 어? 제발 성규야.”
“…….”
“아, 그래! 너 돈가스 좋아하잖아. 사줄게. 응?”
성규는 속으로 절대 대답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다가 성열의 한 마디에 몸을 흠칫했다. 그러더니 성열에게 귀를 갖다 대라는 손짓을 하더니 조용히 속삭였다.
“돈가스 말고, 제육덮밥.”
“오케이.”
성열은 역시 김성규 넌 나한테 안 된다며 손을 까딱거렸다. 하지만 입 밖으로 내면 분명 성규에게 목숨을 내어주어야 한다는 것을 아는 성열이었다. 학교 식당에는 그다지 맛있는 편도 아니고, 수업도 끝났으니 밖에서 먹자는 성열에 성규가 입을 열었다.
“이미 다 와놓고.”
“에? 속으론 방방 뛰고 있으면서.”
티격태격 싸우고 있던 둘도 시키던 음식이 나오자 쫑알대던 입을 가만두고 침을 흘릴 듯이 음식을 노려보았다. 그리고는 우걱우걱 먹기 시작했다. 성규의 맛있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둘은 대화를 일절 하지 않았다. 먹기에만 바쁠 뿐. 둘은 거의 십 분도 안 되는 시간에 음식을 해치웠다. 성열이 배를 통통 두드렸다.
“맞다, 야. 우리 미팅 나가자. 응? 그거 진짜 좋은 기회란 말이야….”
“나 공부해야 돼. 알잖아.”
“딱 한 번인데 뭐 어때. 어? 지금 자리 딱 하나 비었단 말이야. 같이 가자ㅡ.”
성열이 성규를 살살 달래며 말을 해보지만 성규는 어림도 없다는 듯이 단칼에 거절했다. 분명 그런 데 가면 공부할 시간도 줄어들고, 시간 아깝잖아. 성열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허, 하는 소리를 냈다.
“야아, 너 남자 좋아해?”
“뭐? 남자? 아니야!”
“왜 그래 농담인데. 아, 잠깐. 생각해보니까 너 지금까지 한 번도 여자 만나는 것도 못 봤고. 그리고….”
알겠어. 갈게, 가!! 결국, 성규는 졌다는 듯이 성열에게 대답을 했고 성열은 바로 휴대전화를 꺼내 들뜬 목소리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성열의 목소리가 식당 안을 채웠다. 성규는 먼저 가겠다며 의자에서 일어났고 성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성규에게 진짜 가는 거다, 하고 입을 움직였다. 그리고 성규가 알겠다니까, 하며 확실하게 대답을 하자 잇몸을 보이며 환하게 웃었다.
▒ ▒ ▒
뻘쭘하게 앉아있던 성규가 자신의 차례가 오자 입을 작게 열었다 닫았다 하는 것을 반복했다. 성열의 바로 앞에 앉아있던 여자 세 명 중 한 명이 성규가 마음에 든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김성규입니다.”
성규가 자기소개를 아주 간단하게 하자 성열이 성규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성규는 어서 미팅이 끝났으면 하는 마음에 물어보는 말에만 대답했다. 그 외에는 물을 마시거나 할 뿐 전혀 앞에 있는 여자들에게 시선을 두지 않았다. 순간 성열이 책상에서 벌떡 일어나 누군가에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야, 왜 이제 와!”
“미안.”
역시 성규는 관심이 없다는 듯이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다. 성규는 옆에서 쫑알거리는 성열의 옆구리를 찌르려 손을 뻗었다가 자신에게 말을 걸자 조용히 손을 내렸다.
“야, 김성규. 너 남우현 한 번도 본 적 없지? 둘이 인사해.”
“안녕.”
“아, 에, 안녕하세요.”
우현이라는 남자가 사교성 좋게 성규에게 인사하자 성규는 어색한 듯 존댓말까지 써가며 인사했다. 우현은 성규의 얼굴을 한 번 보고 눈썹을 잠시 찡그리더니 곧 시선을 거두었다. 성열은 자신이 주선자이기도 하다며 능글맞게 미팅분위기를 이어갔다. 성규에게는 길고 길었던 한 시간의 시간이 흐르자 성열이 이제 짝을 이루자고 제안을 했다.
“저는 성규 씨랑 다니고 싶은데. 저 어때요?”
“네? 아, 저는….”
미팅 내내 성규만 쳐다보고 있던 여자가 용기 있게 입을 열었다. 성규는 곤란하다는 듯이 이마를 긁적였다. 자신에게 시선이 모이자 성규는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아, 그게, 저보다는 우현 씨나 성열이가 더 괜찮으실 텐데. 저는 재미도 없고….”
“아니요. 저는 성규 씨랑 다니고 싶어요.”
“오오, 받아줘라. 아니다, 혹시 모르니까 다른 커플이나 만들죠? 민아는 오빠랑 다니자.”
아니, 제가 왜요? 예쁘장한 얼굴을 한 여자가 성열에게 소리쳤다. 둘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왠지 잘 돼가는 듯한 분위기였다. 시끌벅적한 그 둘이 먼저 가겠다며 나가자 급격히 조용해진 카페 안에는 남은 여자 둘의 목소리만 울렸다.
“성규 씨, 저 별로면 말해도 돼요. 저 속 좁은 여자 아니에요ㅡ.”
“아, 그럼.”
“…….”
“죄송해요. 제 스타일은 아니세요.”
여자는 성규가 자신을 받아줄 줄 알았던 모양인지 찌푸려지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여자와 우현은 재미있다는 듯이 둘을 보고 있었다. 성규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여자는 갑자기 몸을 떨기 시작하다가 물컵을 손에 들었다. 성규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던지라 앞으로 다가올 상황을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여자가 물컵을 성규 쪽으로 기울였다. 쪼르르 하는 소리와 함께 성규의 갈색 톤의 머리가 젖었다.
“아, 지금 뭐하시는….”
“개새끼.”
여자는 그 말을 끝으로 카페를 박차고 나갔다. 남은 여자도 혼자 있기가 무안했던지 사과를 하며 나갔다. 우현과 성규가 단둘이 카페 안에 남았다. 성규는 충격을 받은 듯 멍하게 앉아있었다. 우현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퍼졌다.
“아 진짜, 골 때리네. 그 여자. 그쵸?”
“…….”
자신을 놀리는 것으로 받아들인 성규가 마음이 상해 대답도 안 하고 그대로 일어났다. 우현은 어디 가냐며 성규의 손을 끌어당겨 다시 자신의 옆에 앉혔다. 성규가 어이없다는 듯이 우현을 쳐다봤다.
“오늘 이성열 때문에 시간도 다 뺏겼단 말이에요. 나랑 놀아요.”
“제가 왜….”
“도서관에서 저 만났던 거 기억나요?”
성규가 도서관, 거리며 곰곰이 되짚어 보기 시작했다. 우현이 픽, 하고 웃으며 옆에 있던 티슈를 몇 장 뽑아 성규의 머리를 닦아주었다. 성규가 깜짝 놀라 몸을 흠칫하자 우현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 왜 놀랐어요?”
“네?”
“그때 내 얼굴 보고 책 떨어뜨렸었잖아, 내가 너무 잘생겼었나?”
우현이 갑자기 성규의 쪽으로 얼굴을 들이밀자 성규가 우현을 밀쳤다. 성규는 기억이 났다는 듯이 우현을 보며 입을 크게 벌렸다. 우현은 성규를 보며 입을 열었다.
“기억나요? 아니다 반말해도 되지?”
“네, 아니 근데.”
우현이 성규의 팔을 잡고 카페 밖으로 나갔다.
▒ ▒ ▒
그게 아마 봄이었지? 맞아. 난 그때 너 좀 이상한 사람인 줄 알잖아. 성규의 크게 웃자 우현이 얼굴을 찌푸리며 성규를 쳐다보았다.
“뭐? 맞다, 나 아직 궁금한 거 있는데 너 그때….”
우현이 성규의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 네가 그랬잖아. 나 아직 두 번째라고, 그거 뭐야? 우현이 짓궂게 웃으며 성규에게 대답을 요구했다. 성규가 입을 꾹 다물고 대답을 하지 않자 우현이 성규의 볼에 한 번 입을 맞췄다.
“아무래도 그때 너랑 이성열이랑 수상했던 거, 잘못 느낀 게 아니었나 보네ㅡ.”
“아니야! 내가 그 개 같은 놈이랑 왜!”
“이성열한테 다시 안 뺏기려면 잘 지켜야겠네.”
“아니라니까!”
아, 이성열, 진짜. 우현의 장난스러운 목소리에 성규가 울상을 지었다. 우현이 성규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금방이라도 비를 쏟을 것 같았던 하늘이,
비를 쏟아 내렸다.
성규가 우현에게 투덜댔다. 뛰자고 우현아ㅡ. 우현이 살풋, 웃으며 답했다.
“그냥 맞지 뭐.”
“싫어, 끈적끈적하잖아.”
“끈적이고 뭐고, 빨리 말하라니까.”
“있잖아, 누가 그랬는데 처음 만났던 장소가 중요하대. 처음 만났던 그 장소 분위기대로 사귄댔나? 우리는 도서관이잖아! 그래서 이렇게 안 싸우고 잘 사귀나 봐.”
말 돌리지 말고. 우현이 성규의 얼굴을 큰손으로 덮었다. 비 때문인지 사람이 얼마 없는 한적한 공원이었다. 공원을 거니는 둘을 본 짖궃은 하늘이 더 거세게 비를 내리는 것을 그만두었다. 구름이 개었다.
Nember 2 마침.
.
.
.
.
'오뜨' 입니다. 시험마치자 마자, 바로 왔어요. 그래도 많이 늦은 듯 해서 제가 선물이랍시고 이런 똥망글을 갖고왔네요..ㅠㅠ 죄송해요. '귀신이 산다'는 이따 3~5시 사이에 업데이트 예정이에요. 그나저나 브금 너무 좋지 않아요? 좋은뎁.. .ㅎ 그럼 더 많은 얘기는 이따 자세하게 나눠봅시다. 시험은 망했어요. 넵. ㅋㅋㅋㅋ
[ 투개월 - 니 생각 ]
* 암호닉 신청
ex) 오뜨 / 오뜨야 요즘 몽쉐르가 느므 좋앙
사실 댓글에 암호닉만 있어도 됩니다! ㅎㅎ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인스티즈앱 ![[인피니트/현성] Nember 2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3/d/e/3dee9f8de6a981f249fc0fb30dc4d3fd.jpg)

속보)부동산 폭등 예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