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올림픽 식단은 입에 맞지 않는다. 속으로 불평불만을 다 하면서 뷔페식 식단에서 뭘 먹어야 느끼하지 않을지 고민하며 토스트가 놓여있는 파트 앞을 왔다갔다 거렸다. 이것도 느끼하게 생겼고 저것도 느끼하게 생겼고. 수영연습 하려면 밥을 많이 먹어야 힘들지 않고 무사히 완주 할 수 있는데 이렇게 입맛이 돋지 않아서야. 문제다 문제.
이상하다. 뒤에 누가 서있는 느낌이 나면서 정수리를 콕 찌른다. 키가 183인데 찌를만한 사람이 아는 사람 중에 있었나. 미란이 누나는 나보다 키가 작으니 당연히 아닐테고. 나랑 비슷한 키가 손으로 찌르려고 해도 포즈가 웃길테니 사람들이 쳐다보는 느낌이 날텐데 전혀 그것도 아니다
누가 위화감 없이 내 정수리를 찌르는거야.
"뭐ㅇ..."
눈 바로 앞에 턱이 보인다.
고개를 들었더니 이놈의 자식이 빙구 같은 웃음을 지으면서 눈을 내리깐다. 너보다 15cm 밖에 작지 않거든.
아무리 생각해도 화가난다. 왜 당연하다는 듯이 저런 웃음을 짓는건지.
"왜 찔렀어."
"그냥 앞에 보이길래요."
자식이 말하는게 어처구니가 없다. 그래 니가 그런다 이거지. 토스트를 아무거나 집어 플레이트에 올려놓고 자리를 찾으러 파워워킹을 했더니 다리도 긴 자식이 옆에서 성큼성큼 같이 걸어온다. 왜 따라와. 밥 먹으러 온게 아닌지, 자꾸 옆 얼굴을 보면서 따라온다.
"니 갈 길 가라, 엉?"
"갈 길 가는거에요. 형 할 거 하세요."
자식이 말하는 뽄새 보소.. 눈에 보이는 자리에 털썩 앉았다. 맞은편에 자리 잡는 쑨양녀석. 뭐야 갈 길 간다면서 왜 맞은편에 앉는건데.
"갈 길 간다며. 왜 거길 앉아?"
"형 보는게 갈 길 가는거에요. 신경 쓰지마요. 그냥 밥 먹어요."
15분동안 고통스럽게 그 눈빛을 받아내면서 꾸역꾸역 밥을 먹었다. 정말 눈 한번 안 떼고 있다. 시선이 사라지나 싶었더니 어느새 아이폰을 꺼내서 여기저기에서 사진을 찍는다. 왜 카메라를 나를 향하는건데. 밥 먹는 모습까지 찍고 싶냐 이자식아. 얼른 녀석을 떨쳐낼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서 플레이트 수거대에 갔다. 입을 헹굴겸 물을 물고 우물우물 거렸더니, 또 손을 들어올린다.
"야. 그만해라?"
"잘 먹어서 칭찬해줄려고 하는거에요."
그리고서는 손바닥을 쫙 펴 머리를 헝클인다. 어째 가슴이 간질간질 거린다. 점심을 많이 먹었나. 안에서 얹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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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m 끝나면 절필을 하겠소이다. 떡밥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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