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데 옛날부터 정말 친했던 친구가 있어. 언제부터 친해졌는지 기억도 안 날만큼. 이 정도면 이제 가족 같다고 볼 수 있을 정도야. 엄마끼리도 친했고, 아빠끼리도 친하셨으니까. 가족끼리 모두 얼굴도 알고 간혹 휴가철이면 모여서 휴가를 같이 보내기도 했으니까 정말 이정도면 가족이지?
백현인 친구도 많았어. 굳이 내가 없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한 두 번이 아냐. 그럴 때 마다 많이 서운해. 나한데 얘는 정말 가족같이 소중한 친구인데, ‘야 나와 놀자’ 라고 하면 나올 친구가 핸드폰에 수두룩 할거야. 나는 그런 친구가 얘 밖엔 없었거든.
초등학교 때엔 친구라곤 얘밖에 없었어. 놀이터에서 날이 깜깜해지기 전까지 같이 놀고, 집에서 놀고, 학교에서 놀고, 그냥 얘랑 같이 있는 게 하루의 시작이자 끝이었거든. 그래서 그런지 중학교에 입학하고 반이 갈리고 서로의 친구가 생기니까 점점 멀어지는 것 같더라고. 그냥 얼굴 보는 일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고. 전보다 많이는 못 보니까 뭘 하든 멀어지려는 것처럼 보였어. 솔직히 멀어지는 것도 아니었어. 너네 가족이랑 멀어지는 게 가능해? 아니잖아. 그냥 그렇게 생각했지.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백현이는 내 가족이 아닌 거야. 나는 이걸 중학교에 입학해서 알았어. 정말 쉬운 걸 너무 늦게 알았어. 쟨 내 가족이야 라고 생각하고 멀어지는 걸 멀어지는 대로 놔뒀는데, 백현인 내 가족이 아니잖아.
중학교에 들어와서 내가 제일 먼저 사귄 친구는 연수였어. 그 친구가 중학교의 시작과 끝을 알렸어. 그냥 그 시절 통째로 그 친구가 나와 함께했어. 변백현 대신.
우리는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멀어졌어.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그걸 나한데서 타고 있는 느낌이었어.
“백현아 나 체육복 없는데 좀 빌려주면 안 돼?”
“아 그냥 여자애들 꺼 빌려.” 백현이가 재빨리 나에게서 멀어졌어.
그러면 왜 쟤가 나랑 갑자기 멀어지려 하는 건지 모르겠어서 그냥 그렇게 생각했어. 쟤가 사춘기구나. 내가 불편하구나.
인사도 잘 하지 않았어. 그냥 쟤가 인사를 안 하니까 나도 같이 안하게 되더라고. 사실 인사해서 재가 받아주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더 컸던 것 같아. 주위의 시선도 좀 신경 쓰였고, 다른 애들은 나와 그 애 사이를 모르니까. 그런데도 정이라는 게 있던 건지 그 때에 나는 그런 변백현한데 온 몸의 신경 하나하나가 쏠렸어. 그냥 어느 한 곳에 시선을 두면 그 끝에 변백현이 있었어. 나는 그냥 눈을 거기에 뒀는데 그 곳에 그 애가 있었을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내가 걜 찾아다니는 거였어.
이정도 되면 누구나 나에게 너 쟤 좋아하는 거야. 라고 충고할 사람은 정말 많을 거야. 아마 강남역 가서 사람 하나하나 붙잡고 물어보면 10의 9은 그렇게 말하지 않을까. 나는 그걸 연수가 알려줬어.
‘너 재 좋아하는 거야.’ 라고 연수가 확신하면서 말 했어. 중학교 내내 붙어다닌 내 친구이니까. 친구한데 친구의 얘기정도는 할 수 있잖아. 그래서 말했지. 근데 연수는 내가 잴 좋아하는 거라고 말 하더라고. 그래서 나도 단언했어. 갠 내 가족이고 친구야. 변백현은 내 가족이 아니야. 나도 그걸 너무 잘 알고 있었는데, 연수의 말에 저 말이 툭하고 튀어나온 건 아마 내가 그앨 좋아하고 있다는 걸 나도 이미 잘 알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겠지. 친한 친구라도 내 마음을 누구에게 뒤집어 까서 보여주는 일은 정말 힘드니까. 나도 숨겼어.
좋아하는 거였어. 아마 내 주위에 남자가 없어서 그런 걸 수도 있고. 아니면 주위에 친구가 걔 밖에 없고 그게 하필 남자라서 그런 걸 수도 있어. 근데 좋아했어. 고등학생이 되고 우리는 서로한데 있는 듯 없는 듯 지냈어. 가족 같은 친구라는 말도 이미 옛날이었어. 이제는 그게 아니니까. 집의 거리도 먼 게 아니라 나는 항상 신경 쓰고 있는데 그 앤 아닌 듯 보였어. 어쩌면 그게 당연한 거야.
그래도 나름 짝사랑이 마음 아프진 않았어. 집으로 하교하는 길에 변백현이랑 여자친구로 보이는 애가 나란히 길을 걷는 걸 뒤에서 보는 일도 그다지 힘들지 않았어. 그냥 뒤에서 조용히 걸었어. 그 애가 뒤를 돌아보지 않았으면 싶은 마음으로 발소리도 내지 않고 걸었어. 뒤를 돌아보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너무 어려웠거든.
“야 원래 고등학교 때 연애 해보고 그래야 되는 거야. 너는 너무 철벽 아니냐? 완전 만리장성 급.”
연수가 그랬어. 연애를 하라고. 그런데 나는 준비가 안됐거든. 마음은 비우고 연애를 해야 내가 만나는 사람도 행복할 거 아냐.
“아니야. 연애는 처음에 마냥 서로가 좋아서 하는 게 아니야. 만나다 보면 좋아지고 그러는 거지. 누가 처음부터 눈에 하트를 잔뜩 매달고 연애를 해? 그런 건 기적이야.”
연수의 말에 나는 그애와 여자친구를 생각했어. 아 난 끝이 보이지 않는구나 싶었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일은 정말 기적이구나 싶었어.
우리는 20살이 됐어. 나는 그 애 뒷모습을 마냥 바라보진 않았어. 내가 바보는 아니야.
“둘이 인사도 안하더니 여기 앉아봐 백현이랑 인사 좀 해라. 옛날에는 잘 지냈으면서”
“둘이 이제 어른이 된 거지 그 땐 아무 것도 몰랐던 어린 애였고.”
집에 들어왔는데 변백현이랑 이모가 와 계셨어. 웬일인지 상에 집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음식들이 있고,
“아 이모 안녕하세요. 백현아 안녕”
“어 안녕. 엄마 이제 집에 좀 가자. 쟤 얼굴 봤잖아.”
아 나 보러 온 거구나 싶었지.
“얘가 좀 가만히 있어봐! 넌 어떻게 이모 집에 와도 이렇게 호들갑이야 호들갑이. 얘가 아직 고등학생 같지?”
이모가 엄마를 보며 말을 마치고 나에게 물었어.
“어유 대학생이 되니까 더 예뻐진 것 같아. 남학생들 난리 나겠어. 들어보니까 백현이랑 학교도 가깝던데 이제 좀 다시 옛날처럼 지내라고 얘도 이모가 끌고 왔어.”
“아 그래요? 이모 변백현이 저 중학교 때 갑자기 모른 척 했어요. 저 다 기억나요 너무 상처받아서.”
“야 너 왜 갑자기 지나간 얘기를 막 해? 너도 같이 모른 척 했잖아!”
나는 아무렇지 않게 변백현 이야기를 했어. 그 애 앞에서 정말 아무렇지 않았거든. 가족은 아니고 가족 같은 친구로 다시 되돌아간 기분이었어. 진짜 친구는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하지 않은 거라며. 나랑 걔가 딱 그랬지. 내가 마음정리 하니까 모든 게 다 물 흐르듯이 되더라고. 결국 내가 문제였던 거야. 나는 그 문제를 이제야 풀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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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치맥 한 잔 하자. 너가 치킨 쏴라 내가 맥주 쏠게. 콜?”
“무슨 치킨이 더 비싸니까 나보고 쏘라는 거겠지. 어디서 퉁치는 것처럼 말 하네 약장수해도 되겠어?”
날이 갈수록 나는 변백현과 편해졌어. 정말 친구가 된 기분이야 이제. 아니 정말 친구야. 평생친구를 다시 되찾은 느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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