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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변백현/오세훈] 괜찮아. 착각이야 04 | 인스티즈

 

 

 

멀어지는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변백현과 내가 그랬지.

 

-

 

나와 변백현은 이미 한 번 떨어져 지냈던 적이 있던 사람들이었다. 시간이 오래 지났다면 지났을 침묵을 깨고 다시 가까워 졌을 때엔 나는 그동안 품고 있던 마음을 모두 고이 접어 한 구석에 내팽겨 치듯 밀어 넣어버린 상태였고, 이제 나는 그것을 어디에 놔뒀는지 조차 모른다.

 

 

이미 한 번 경험해 본 상황을 다시 맞이했을 때에 나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그때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나는 아무런 것도 한 적이 없는데 변백현은 자기 혼자 판단하고 생각하더니 언제부턴가 저렇게 혼자서 멀어지기 바빴다.

 

 

-

 

 

야 너 왜 전화 안 받았어? 엄마가 갈비 좀 재워 놓은 거 가져가라 길래 너 한데 전화했는데 왜 안 받아? 내가 가져다 줘야 하냐? 끝나고 같이 가 꺼내줄게.”

아 나 오늘 같이 못 가. 지수 만나기로 했어.”

그럼 갈비는? 너가 와서 가지고가라 알겠음?”

그래.”

 

-

 

야 이거 먹어라 돈 남아서 특별히 네 것도 하나 뽑았어.”

어 고맙다. 지수 아까 목마르다고 카톡 왔는데, 지수 줘야겠네.”

그래 그럼. 지수 줘.”

 

-

 

야 근데 너 지수한데 고백은 어떻게 했냐?”

넌 몰라도 돼.”

야 넌 왜 말을 그렇게 해? 좀 이상하네. 변백현 환자. 약 먹을 시간이 지났어요.”

좀 조용히 해봐.”

야 뭐 그래도 내가 한 20프로는 도움 준거지 그치?”

 

 

나는 두 번은 싫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나는 달라졌는데 상황은 그대로면 억울하니까. 아마도 썸녀가 여자 친구가 되었나보다. 여자가 많은 남자는 좋지 못하다. 그게 설령 친구라고 한다 해도 그건 그 남자만의 생각일 수 있으니까. 당연히 여자 친구 입장에서는 딱 고작 친구정도인 내가 거슬릴 수 있겠구나 싶었다. 변백현이 생각에 나사 하나 빠진 남자는 아니구나. 나는 술 취한 날, 그 날의 일을 통째로 머릿속에서 날려 버리고 두 다리 쭉 뻗고 잠을 잤다. 변백현의 연락이 예전처럼 잦아지지 못하는 이유는 썸녀가 여자 친구가 되어서라는 생각을 의심치 않았다.

 

 

-

 

 

 

나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변백현과 조금 멀어졌고,

  

세훈아. 우리 나중에 남도 놀러가자. 풍류여행 이런 거 재밌을 거 같아. 매일 서울에만 있으니까 지루하다.”

그래 남도는 나도 한 번도 안 가봤는데. 순천만이 예쁘대.”

순천만에 있는 거 갈대밭 맞지?”

 

 

연애사의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었다.

 

 

 

 

세훈이가 말했던 썸녀는 나를 지칭하는 것이었다. 연수의 말이 퍼즐 맞듯 딱 맞아 떨어지고 있었다. 너 좋아하는 거 아니야? 그게 사실이었다.

 

 

 

 

-

 

 

나는 내가 썸을 타고 있는 줄도 몰랐다. 그저 좋은 친구 하나 얻어가는구나 싶었을 뿐이었는데 그게 남들이 보기엔 으로 보였다니. 남들이란 우리 과 사람들을 칭하는 말이다. 세훈이와 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과내에서는 이미 유명할 대로 유명해져 있었다. . 세훈이랑 언제부터 사귄 거야? 조별과제를 함께하는 조 원 중에 한 여자애가 조심스럽게 나에게 물은 뒤에야 과내에 퍼져있는 소문을 알았다. 아니라고 아니라고 아무리 말해봐도 이미 다 안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여자애를 그냥 모른 척 했다. 날 잘 알지도 못하는 애가 저런 게 왜 궁금한지 이해할 수도 없었고.

 

바로 오세훈에게 달려가서 . 사람들이 나 보고 너랑 사귀냐고 묻는데 너 썸녀 한데 실례 아니냐? 내말은 안 들으니까 네가 해명 좀 해봐. 너도 몰랐어? 소문? 이라고 물었다. 그러자 오세훈은 알았지. 해명을 왜 해 헛소문도 아닌데. 라고 태연하게 말했더랬다.

  

 

아니 헛소문이잖아. 너 나랑 사귀어?”

그건 아닌데 썸녀는 맞잖아.”

나 너랑 썸 타?”

. 나랑 너랑. 소문 해명 하고 다니지 마. 나중에 연애하면 더 이상하게 소문나.”

 

뭐 이런 자신감에 충만해 있는 놈이 다 있지. 원래 이런 건가?

  

-

  -

 

 

 

 

그래 그 치킨 집 썸녀가 나였다.

 

나와 집 앞이야. 영화 보자.”

기다려 지금 내려갈게. 근데 뭐 보려고?”

 

나는 변백현 에게서 뒤를 돈 후로 줄곧 길을 걷고 있었다. 그 길이 처음엔 자갈밭으로, 황무지로, 풀이 가득한 초원으로 변하더니 이제는 꽃길이 보인다. 세훈이가 있는 곳은 꽃향기가 가득한 곳이었구나. 너무 아름다워 나도 그 밭에 꽃 하나 심고 싶었지만, 내가 손에 쥐고 있는 씨앗이 없었다. 꽃이 너무 아름다워서 이곳에서 쉬고 싶었다. 이 꽃밭의 뒤에 있는 길을 걷고 싶지 않았다.

 

세훈아 우리 그냥 카페나 들어가자. 영화 말고.”

? 영화 좋아하잖아.”

그냥 영화 보러 가면 영화만 보잖아. 그냥 카페 가서 얘기나 더 하자.”

그럼 영화관 가서 영화를 보지 뭘 해?”

?”

말해봐. 무슨 생각 했냐?”

아니 영화 보는 시간이 아깝다고.”

 

세훈이는 그 후로 줄곧 나를 놀려댔다. 나는 그냥 영화관에 가서 영화는 보는 것 보단 얘랑 앉아서 얘기를 나누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던 것인데, 얘야말로 무슨 생각을 한 건지.

 

 

 

 

-

  

 

 

나는 잘 지냈다. 변백현이 나에게 연락을 안 한다 해서 굳이 내가 연락을 하진 않았다. 그런데 나는 그 애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몰랐다. 썸녀가 여자 친구로 등업 되어서 내게 연락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오세훈과 변백현과의 치맥자리가 끝나고 내가 만취상태로 변백현에게 고백을 한 것. 그게 변백현이 나와 연락을 끊은 이유였다.

 

 

 

언젠가 오세훈이 나에게 와서 다짜고짜 말을 꺼낸 적이 있었다. 야 내려와봐. 라고 하는 목소리가 마치 다듬어지지 않은 쇠와 같다고 느껴졌다. 너 변백현 좋아해? 그래서 고백 했어? 우리는 연애를 하는 사이가 아니었다. 견고한 큰 버드나무와 같지 못하고 오히려 아주 약한 바람에도 힘없이 이리저리 흔들리다가 결국 자신을 모두 내어 버리는 민들레씨앗 같은 것 이었다.민들레가 되고, 다시 민들레 씨앗을 낳고, 다시 다른 민들레가 되고, 오세훈의 꽃밭을 채워 가면 여느 버드나무 부럽지 않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누가 오세훈이 내게 쥐어 준 민들레 씨앗을 마음대로 불어버렸을까. 나는 꽃밭에 오랫동안 있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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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37.123
작가님! 글 너무 재밌어요 ㅠㅠ 문체도 너무 좋아요~ 챙겨보겠습니닿 ㅎㅎㅎㅎ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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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12.145
헉 어떡해요ㅠㅠㅠㅠㅠ 세훈이가 오해했어ㅠㅠㅠㅠㅠㅠㅠㅠ아 왜이렇게 슬프죠ㅠㅠㅠㅠㅠㅠㅠ백현이랑 멀어졌어도 그나마 세훈이가 있으니까 위안삼았는데 이렇게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리다니요ㅠㅠㅠㅠㅠㅠ흑ㅠㅠㅠㅠㅠㅠ 작가님 필력 짱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좋은 글 감사합니다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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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59.119
저글중에서 여주가 백현이 때문에 짝사랑이 너무아프다는둥 잊을수없다는둥 너때문에 밥을못먹고 지낸다는 둥 그런 많은표현을 압축시킨부분이 마음을 아프게하네여.... 백현이에게 걷던길에서ㅠ뒤돌아서 걷다가 자갈밭을걷고 ㅠㅠ이때 자갈이 굉장이 아프잖아요 ㅠㅠ맨발로가면 진짜 이악뭉고 소리지르고ㅠ그렇게ㅠ가야하고 그리고나서 황무지는 아무도없는 공허한 여주의 마음을 말하고 그리고나서 이제 풀길이보이고 이때가 확실히 마음을 접고 무상태로 가는거같아요 그러다가 세훈이에게서 썸탄다는 말을듣고 또무엇보다 남자라고는 백혀닝밖에없던 여주에게서 저렇게 자기만을 좋아해주는 남자를 만나서 처음으로 자기는 사랑받는여자라는 것을 알게해준 남자세훈이에게서 꽃밭을 본거같아요 근데 여기서 자기도 꽃을심고깊은데 씨앗이없다는것은 마음이없다는것을 표현한건가요? 그냥 이꽃밭이 편해서 누웟다는것은 세훈이에게 마음을 줄수는 없지만 그마음을 받고싳다라는것을 말하는건가요?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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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백현이가 그걸 말하면 안돼죠ㅠㅠㅠㅠㅠㅠ여자친구도 있으면서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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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어떡해 백현이가 고민이라고 털어놓은게 세훈이였고 세훈이가 그걸 알아버리고 여주한테... 아 어떡해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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