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쪽방촌 사람들:중저산층과 불가촉천민 3장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8/2/7/827c4a8dfd5bbbdbb77822713ce2ef21.jpg)
듣는걸 매우추천
[방탄소년단] 쪽방촌 사람들:중저산층과 불가촉천민 3장
-3장1막-
"아줌마, 얼마에요?"
"소주 다섯병, 막걸리 네병, 아이고 해외맥주도 사드셨네 두병. 그럼…"
"아, 그냥 이 돈 맡기고 갈게요! 외상 매번 감사해요"
"태형이가 고생이 많네, 안팔려구 해도 아, 아니야 어여 가봐"
"넹! 잘부탁드려요~"
오늘도 아빠의 술 외상비를 갚으러 나왔다. 밥값이면 몰라, 술값을 내가 메꾸다니. 밥드신다면 어떻게서든 갚을 자신 있는데 술은 정말 아닌거같다. 아니 아빠는 왜 사서 고생을 하시지? 몸도 약하면서.. 아빠의 그런 미련한 모습이 짜증난다. 제발 몸좀 챙기셨으면 한다.
얼른 집가서 씻고 일찍자야지. 빠르게 집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우리집은 쪽방이라 이 언덕 맨위에 산다. 가는 길 도중에 녹색과 푸른색이 적절히 매치되어있는 집이 하나있는데 거기가 민윤기와 전정국이 사는 집이다. 꼴에 소년들이 사는집이라고 자기들이 칠한거란다. 귀여운새끼들.
그리곤 그 집앞을 지나갔을때 마침 나오는 민윤기를 발견할수있었다.
"어? 민윤기!"
"누구신지"
"아 왜그르냐아- 태형이 오늘도 술값갚고왔다"
"누구 물어보신분"
"존나 정없다 그치 윤기야?"
"좀 꺼져 나 전정국 책사러가야함"
"전정국 시다바리냐 니가"
"이응, 남이사"
와, 진짜 한결같이 도도한새끼. 언덕 아래로 빠르게 걷는 민윤기의 뒷모습이 참 앳돼 보였다. 저렇게 사이즈는 미니미한게 성격은 왜저리 더러운지 몰라, 혹여나 윤기네 집안에 정국이가 있을거같아 다 닫히지않은 문 사이로 들어갔다. 처음 들어간 쌍둥이들의 집은 깔끔했다. 벽지도 나름 아기자기했다. 원룸이지만 주방과 거실에 경계를 두자며 벽지색도 조금 달랐다.
구석의 이불뭉치가 꿈틀거렸다. 전정국인가, 전정국치고 사이즈가 존나 작은거같기도하고.
발로 톡톡 건들여봤다.
깨갱!!
이불 뭉치 속 꿈틀거림은 바로 강아지였다. 어디 밖에서 굴러다니는걸 주워온듯 누가봐도 -저 똥개에요- 라고 자랑하는 생김새였다. 아직 태어난지 두어달도 안돼보여 주둥이도 안나오고 공마냥 얼굴이 둥그랬다. 크, 씹덕터져. 주인도 없는 집에서 털뭉치를 껴안고 누워있었다.
"아 미친, 니 왜 여깄냐"
"어 전정구기 하이"
"민윤기 집에 있음? 없는거같은데"
"너랑 놀려구 왔는데 민윤기가 나가버렸어"
"그새끼 요즘 기분안좋으니까 건들지마"
왜?왜? 민윤기 성격 긁은애가 있다니, 존나 필즈상줘야한다. 아니 필즈상은 수학이였지. 평화상? 평화상은 거리가 먼가? 여튼, 어떤 대단하신분이 그런건지 궁금하다. 아, 지금쯤 병원에 있으려나.
"그 있잖아, 저기 큰집이사온애"
"여자애?"
"어"
"왜?"
듣자하니, 전정국이 떡꼬치를 먹는데 하늘에서 닭꼬치가 날라왔더니 그걸 던진사람이 전학온 걔였고 그걸 민윤기가 보았는데 쌍둥이들을 게이라고 착각해서 민윤기꼭지가 돌아간거고 그래서 민윤기가 여자애를 개팰려고 작정했다 이거구만. 뭐야, 이유없이 그 여자애가 전정국한테 닭꼬치를 던질리가 없는데. 이새끼들 또 중학교때 그버릇나오네.
"야, 니가 말을 또라이처럼 했겠지, 설마 걔가 그냥 던졌겠어?"
"말? 나 딱히 한 말없는데?"
"역시, 방탄중 또라이쌍둥이 인정"
"뭐래, 어?뭔데 우리 예쁜이껴안고있냐"
"예쁜이?"
"응 우리집 예쁜이"
전정국이 내손에서 채간것은, 그 똥개털뭉치였다. 털뭉치를 껴안은 전정국은 우루루루꺄꿍~ 이지랄을 싸대기 시작했다. 이새끼들, 없는 살림에 개까지 키우다니. 존나 여유쩐다. 아마 저것도 전정국새끼가 키우자고 들고온거겠지, 그럼 민윤기는 안되는척 하면서 받아주겠지. 그리고 윤기가 알바를 더뛰겠지. 철없는새끼, 지 형 고생하는건 모르고. 아, 나라도 윤기랑 놀아줘야지 누가놀아주냐. 전정국에게 니가 가져왔냐며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의외였다.
"아니, 민윤기가 데리고온건데? 예쁜이 이름도 민윤기가 지었음. 민예쁨으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도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웬만하면 글로 키읔키읔거리긴 싫은데 이건 이렇게 아니면 표현못한다. 개빵터졌다.민윤기 나름 소녀틱하구나. 어쩐지 그림에 관심 많으니 당연히 감수성도 쩔겠지. 알면알수록 신기한놈이란 말이야. 전정국은 웃어재끼는 나에게 뭐가 그리 웃기냐고 묻는데 답정너인줄 알았다. 나중에 윤기보면 놀려줘야지.
"야, 김태형 민윤기 곧 온대 얼른튀어"
"오냐 학교에서 보자"
"응 얼른꺼지셈 민윤기가 보면 최소 명치빵"
민윤기가 볼까 집을 나서고 언덕을 계속 뛰었다. 아, 나도 쟤네랑 같이살고싶다. 난 왜 외동아들이지, 쟤네처럼 치고박고싸울 가족이 있었으면 좋겠다. 어느새 하늘엔 붉은 해가 아닌 하얀 달이 떠있었다.
-3장 2막-
민윤기한테 그렇게 욕을 억수로 먹은 후 다음날 학교였다. 차피, 학교폭력 당해봤자 고소하면 되니까! 라고 마음을 먹고 등교한 교실은 별반 다를게 없었다. 가끔 뒤통수가 따가울때 뒤돌아보면 민윤기가 죽일기세로 야린다던가, 또는 민윤기 친구들로 추정되는 양아치들의 욕짓거리라던가. 단지 그뿐이었다. 학교에 소문이 안난건 아니다.
-전학생 걔 말이야, 민윤기한테 멱살잡혔다며?-
정확히 말하면 난 민윤기한테 멱살 안잡혔다. 그의 친구들이 내 멱살을 잡은거지. 학교에서 민윤기 파급력이 센건지 뭐한건지 아이들은 나에게 다가오려 하지않는다. 혹시, 왕따를 당하는건가 지금? 조금 두려워졌다. 그렇다고 말걸자니 애들이 다 세보여서 쭈굴쭈굴해지고, 안걸자니 똥줄타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개울가 아기신세가 되었다.
"여기 민예쁨이 아빠 되시는분 계신가요?"
"미친새끼, 니가 마시는 공기가 세상에서 제일아깝다"
"어머? 민예쁨이 아빠되시는 분이시죠? 이야긴 잘 들었어, 어, 쟤야? 게이라고한애?"
아, 인생 참 피곤하게 산다. 내가 망한집딸이란걸 전교에 퍼뜨려준 그 갈색머리분이시다. 민윤기 입이 존나 싼건지 걔 친구들 입이 존나게 싼건지 모르겠는데 왜 현장에도 없던 쟤가 뭔일이 있었는지 다 아냐고, 내가 지을 수 있는 표정중에서 제일 껄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무도 신경쓰지않았다. 뭐, 전학생이니까 그런거겠지! 왕따는 아니겠지! 라고 또 민망함을 덮었다. 이 학교 애들은 남에 대한 예의란걸 안배운건지, 뒤에서 열심히
- 민윤기가 쟤랑 한판뜰뻔했다며 리얼?-
-어 존나 나 보다가 지릴뻔; 민윤기 개쎄-
라고 대놓고 씹어대는게 취미인듯했다. 제발 씹기만 하면 참 좋겠는데, 굳이 그걸 또 확인하려는 버릇이 있는게 분명하다
"안녕?"
"어 응"
"너 어제 민윤기랑 싸웠어?"
"... 민윤기가 누군데?"
"와, 모르는척 하는것봐. 안그래도 민윤기 이제 너 신경안써"
아, 그것도 있는거 같다. 도끼병, 궁예병. 만물이 자기네들 중심으로 돌아가는줄 안다.
"아니, 누가 신경써달라고 했나, 왜 뭐가 궁금한데"
"와, 너 말하는거 민윤긴줄, 아니 니가 그냥 전정구기한테 닭꼬치 던진거야?"
"알아서 뭐하게, 그리고 전정국인가 뭔가하는새끼 이름은 듣기도 싫으니까 이런거 물어볼거면 그냥 가줄래?"
그때였다, 살짝 시선을 옮겼는데 그때 그표정의 민윤기가 날 노려보고있었다. 가족애 하나는 볼만하네. 쌍둥이는 쌍둥이라더니, 하나는 말을 개싸가지없게 하고 하나는 그냥 양아치고, 어쩜 이러냐 학교가.
"아니, 그냥 너가 던진거냐고. 저새끼들 머리가 존나게 좋아서 덤탱이 씌우는건 전문가야"
"야 김태형 입닥쳐라"
"남이사, 느 집 예쁜이나 잘 돌봐, 전정국 개 드는법도 모르더라"
"니 우리집왔었냐"
"헐 썅 들킴, 야 나중에 또 물어보러 올게 그때보자"
다급하게 뛰쳐나가는 내앞의 남자아이는 쫓아나가는 민윤기를 피하기위해 엄청나게 달렸다. 어제 내모습인가 저게, 매우 추해보였다. 그래도 대화해보니까 쌍둥이들보다는 나름 개념이 있는듯 보였다. 덤탱이 씌우는데 뭐 있다더니 확실히 지금 소문의 줄거리는 내가 그냥 닭꼬치를 전정국에게 던졌고 저 쌍둥이를 희롱하는 말만 한 내가 쓰레기란것이다. 무슨 드라마틱한 전개인가, 이참에 잘생긴 남자친구 하나만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소설로 하나 낼텐데말이지. 그 남자애 덕분인지 조금은 반아이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가끔들려오는 소리는 - 그럼 그렇지, 저새끼들이 하루이틀 저러냐-등등 중학교때와 별반 다를게 없다며 씹어대곤했다. 중간에 민윤기친구들의 짜증이후로 들리지 않았지만.
-3장 3막-
요즘 느끼는건데, 사람의 촉이란게 정말 있는건지, 아님 의심병에 돌아버린건지 가끔 전정국을 의심할때가있다. 의심이라기 보다는, 정말 우리가 가족이 아니란걸 자주 깨닫게 해준다고 해야하나, 여튼 그럴때가 많다. 전정국의 말처럼 우린 그저 불알친구일 뿐이다. 호적상 가족, 외관상 가족이지 집안에선 그저 그냥 친구사이이다. 피 한방울, 인연도 하나 없이 만난 우리여서 그런지 정국이는 예전부터 어느정도 거리를 두는게 확실해보였다. 그런 전정국이 미운건 아니다. 저 나이때에 부모없이 자라고 듣도보도 못한 놈을 자기 형 이라 말하고 다니는게 얼마나 껄끄러운 일인지 안다. 하지만 조금은 그런 이질감? 이 느껴지는게 서러울때도 있다. 만약 가족이라면 싸울때도 서로 터놓고 싸울때가 많다. 하지만 우리는 오랫동안 얼굴, 살 맞대고 살아와도 친구는 친구다. 그러기에 서로에게 더 조심한다. 우린 아직 불완전하다. 나도 열여덟, 전정국도 열여덟. 번번한 직장없이 그냥 알바로 생계를 유지해가는 그런 불완전한 존재일뿐이다. 그나마 서로에게 위하는게 많다. 때로는 의지하고 때로는 밀어내고. 그렇게 우리는 14년간 살아왔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가며 성숙해지는 우리둘은 언젠가 이 관계가 끝날지 아는거같다. 그게 우리 둘다 두려워서 자꾸만 서로를 생각해주는것같다. 며칠전 싸울뻔했을때도 전정국이 먼저 쌍둥이라고 말하고, 나 또한 전정국이 사고치고 다닐때 쌍둥이라고 말하며 도움을 줬다. 나도 어리고 이놈도 어렸다.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어른이 된다면 서로를 자연스레 멀리하게 될것이다. 학창시절동안은 전정국과 같이 많은 추억을 쌓고싶다. 비록 내 행실이 학생답지 못하단건 알지만 길거리에 버려진 갓난아기때부터 언제나 남의 손에 오가며 자라왔다. 하지만 4살때 전정국을 만난 이후로 한명에게만 포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저 남은 1년 반동안 아무 탈 없이 잘 지내는게 내 소원이다.
"화 다 풀렸냐"
"무슨 화"
"그, 저 아랫집애"
"그런애들 한둘이냐"
"그건 그렇지"
집안에서 담배 피우는걸 극도로 혐오하는 전정국을 위하여, 오늘도 햇살처럼 내게 야자시간에 있었던 일을 말해주는 전정국을 위하여, 나갔다 오겠다며 겉옷을 챙겨 나왔다. 나름 소년들의 집이라고 전정국이 우리집 벽에 그려준 나와 전정국의 캐리커쳐를 보며 샐쭉 웃음이 났다.
라이터를 깔짝거리며 언덕을 올랐다. 이 가파른 길을 김태형은 맨날 올라가고, 존나게 대단한 놈이다. 그 양아치짓만 안하면 나름 잘 봐줄수있는데 언제쯤 그만둘건지, 내가 이런말 하기도 참 뭐하다. 일단 손에 있는 하얀곽을 먼저 가려놓고 말하는게 시급하다. 5분정도를 걸어올라갔을까, 한눈에 다 보이는 서울과 서울 외곽이 있었다. 서울 외곽과 서울은 차이가 많이났다. 형형색색으로 물들은 서울과 뒤를 돌아보면 산, 불켜진 가구를 찾아보기 힘든 외곽이있었다. 외곽중에서도 한창 외곽인 이곳은 꿈을 짓밟기 딱 좋았다. 얼른, 나이먹고 돈 열심히 벌어서 저쪽가서 살아야지. 오늘도 또 다짐했다.
한참을 바라본걸까. 벌써 손에 있던곽의 내용물이 텅텅 비었다. 발 아래에는 다 타들어간 개피들만이 남아있었다. 일단 어른되면 이것부터 끊어야지.
아직 초여름이니 만큼 밤은 약간 쌀쌀했다. 겉옷을 입고 뒤돌아 내려가려 했는데
나와 전정국보고 게이가 아니냐고 물었던 그 여자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겁에 질린듯 바로 그자리에 멈춰섰다. 아랫집애가 왜 여기까지 올라온거지, 딱히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준것도 아니기에 그냥 무시하고 지나치려했는데,언덕 아래 20m거리쯤에 있는 전정국이 보였다. 책가방을 메고서 나를 보며 빨리오라고 손짓했다. 귀여운자식, 어디서 얻어온건지 모르겠지만 요즘 맛있다는 과자를 한봉지 들고와선 같이먹을려고 나왔다고한다. 어디 가냐고 물어보니 학교에 특별보충수업들으러 또 간다는것이다. 과자봉지에 손을 넣으려는 순간, 전정국이 내 손을 낚아 채 손바닥의 냄새를 맡았다.
"와, 진짜 오늘 역대급. 민윤기 오바야 너 이러다가 30살에 뒤져"
"스무살되면 안필거야"
"아니 병신아 지금부터 끊어야지"
"아 예. 야 빨리 나도 과자줘봐"
짜증도 내고 투덜거리기도 하는 전정국이 귀엽다. 진짜 동생같다. 또 그렇게 주기싫다고 난리란 난리는 다 쳤으면서 과자는 순순히 또 준다. 서너개 정도 먹었을까. 핸드폰을 보더니 봉지째로 나에게 쥐어주면서 학교가야겠다고 달려내려간다. 저러다 넘어지는건 아닐까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이 동네에선 보기도 힘든 헌이번턴칩이 눈앞에 있으니 걱정은 생각보다 빨리 사라졌다.
-3장3막
아빠와 엄마가 우울해 하는 나에게 나름 이 동네에서 명당자리라고 불리는 언덕 맨 위에 올라가보는것을 추천해주었다. 그래서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나가서 보러갔지만, 볼 수가 없었다. 찐하게 풍겨오는 담배냄새도 그렇지만 그걸 피는 사람이 제일 충격이었다. 와, 역시 양아치는 양아치였다. 마음같아선 가까이서 풍경을 바라보고싶었지만 겁이나서 그저 뒤에서 바라보고만있었다. 벤치에 앉아 핸드폰도 한번, 풍경한번, 핸드폰 한번, 풍경 한번. 그리고 어쩌다 민윤기 한번. 민윤기는 쉬지않고 피워댔다. 폐가 남아나지 않을것 같다. 학교에서도 피우는건가, 그래서 창문밖에 냄새가 그렇게 나는걸까.
어느덧 앉아서 폰한지 20여분이 지났다. 쌀쌀해져서 집에 돌아가려고 일어섰는데 그 순간 민윤기와 눈이 딱 마주쳐버렸다. 지릴뻔했다. 솔직히 양아치들이 아무리 한심하다해도 무서운건 무서운것아닌가? 다행히 뭐라하지도않고 그냥 자기 갈길 갔다. 집에 가려면 언덕을 내려가야하는데 내가 내려가는 길이 민윤기와 그의 쌍둥이인 전정국이 있었기에 나는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이놈의 동네는 무슨 길이 이리 꼬불꼬불한지 어이가 없어지기 시작했다.
원래대로라면 못해도 15분? 10분안에는 집으로 갈 수 있었던 길이지만 꼬불꼬불한 미로같은 동네의 골목덕분에 나는 40여분 만에 집에 도착했다. 전정국과 민윤기. 평생 저주할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학교는 매우 만족스럽다. 전학 온 이래 제일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우리반엔 언제나 우리반이 아닌 다른반인 민윤기가 있었지만 눈도 한번도 안마주치고 지나친적도 없고 투명인간처럼 살았으며 친구란게 생겼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면 너무 세서 무릎이 갈릴거같지만 대화해보니까 나름 착한것 같았다. 친구의 말로는 학교에서 내가 매우 유명하다했다. 민윤기와 맞장뜨고 멱살잡혀서 튄애로. 맞는 말이지만 너무 내가 찌질해보이게 소문이 난거 아닌가? 찝찝했다. 그 일 덕분에 나는 친구에게 쌍둥이들에 대해 물어봤고 친구는 주변눈치를 살살 보다가 조용히 나에게 말해줬다.
"민윤기는 친구 하나도없고 다 저거 전정국 친구들인데 정국이 눈치보느라 민윤기한테도 친한척해주는거야"
"왜 민윤기가 친구없어?"
"성격 좆같애서. 진짜 쟤 인생에 친구도 공부도 없고 걍 전정국밖에없음. 그래서 게이란 소리 제일 싫어해. 남자애들,여자애들도 민윤기 존나싫어해. 또라이에 성격도 이상하고 중학교때 양아치짓은 지가 다하고 다녔으면서 이제와서 발뺀다고, 아 전정국도 존나 별로긴한데. 민윤기랑 비교한다면 전정국은 보살정도? 말은 좀 싸가지 없긴한데, 공부도 잘하고 잘생겼다고 인기도 많은데. 노는 친구들 꼬라지보면 답도 안나오지. 쟤는 똑똑해서 같은 나쁜짓을 해도 쟨 벌 안받는대. 너무 머리가 똑똑해서 그래서 중학교때 민윤기 데리고 도적질하고 다녔잖아. 이미지 세탁도 안하는데 이미지 좋은케이스."
전정국은 역시나 세상에서 제일 나쁜놈이었다. 민윤기는 무식한거라고 치면 그렇구나 하고 납득이 가지만 전정국은 존나 약아빠진거잖아.
"쟤네랑 친하게 지내면 인생 망루트 탄다고 유명해, 쌍둥이들 친구들 보면 원래 공부 잘하던애들도 걍 전정국 밑밥되게 하는 그런게있대."
와, 들으면 들을수록 전정국과 민윤기가 왜 저 성격인지 알것같다. 완전한 그들만의 리그를 지들끼리 만들어내고있는것 같았다. 고개를 돌려 바라본 쌍둥이들의 자리는 겉으로 보기엔 화목한 친구사이지만 엄연히 계급이 나뉜듯했다. 전정국민윤기 이외 잡이라고 해야하나, 간간히 들려오는 대화의 주제는 민윤기나 전정국의 흥미가 떨어지면 휙휙 바뀌곤했다. 대체 쟤네가 어떻게 굴길래 친구들이 저리 안달난건지 의문이 생긴다.
친구는 문밖에서 부르는 다른반 친구들이 불러서 나갔다. 물론 나를 두고가긴 미안한지 데리고 나가긴했지만 겉도는 기분은 어쩔 수 없다. 결국 그냥 학교 좀 둘러보겠다며 헤어졌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니 예쁜꽃들보단 더러운 재떨이가 더 많았다. 학생이다니는곳이아니라 어디 범죄자 수용소 마냥 회색빛이 도는것 같았다. 그렇게 학교를 한바퀴 휑 돌고 운동장옆에있는 벤치에 앉으려는 순간 계단에서 민윤기 외 7명의 양아치들이 쏟아져 내려왔다. 꼴볼견이다 참, 이나이 먹고도 허세부리다니, 역겨워 죽을거같다.
"야, 전정국 쟤"
뒤에있는 무리들 중 하나가 전정국을 톡톡치고선 나를 손가락질했다. 아니, 뒷끝도 저런 뒷끝이없지. 사내새끼들이 왜 지랄인지, 정확히말하면 그 무리중 하나가 여자애인건 흠이지만.
뒤를 돌아본 전정국은 날 한번 흘깃 보더니 이미 저만치 앞서가 걷고있는 민윤기옆으로 가기위해 발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가십거리가 된 기분이었다. 언짢은 기분을 뒤로 한 채 벤치에 앉아서 핸드폰을 꺼냈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모두 바꿨다. 차피 가지고있어도 다들 나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세상한테 왕따당하는거같기도했다. 우울해지는 마음에 아무 알림도 없는 잠금화면만 톡톡 건들이고 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났다. 옆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옆 벤치에서 잘 준비를 하는 김태형이었다. 뭔데 저렇게 뻔뻔하게 자는거지, 저러다가 모래바람이라도 불으면 현실 모래찜질일텐데.
걍 눈에 안튀게 가마니에 빙의해서 앉아있기로했다. 쟤도 차피 전정국민윤기랑 같이다니는 양아치일테니 좋을거 하나도 없다. 그렇게 가마니에 빙의를 시작했지만, 못난 내 핸드폰은 오라고 할때는 안오는 알람이 울렸다.
-깨톡-
열어보니 그저 sm엔터테이먼트에서 온 샤이니 뮤비를 봐달라는 카톡이었다. 아, 제발! 그놈의 뮤비 100번은 더 보고 왔으니까, 눈치보이게 하지 말아요..
그 깨톡소리에 김태형은 욕짓거리하며 일어났다. 어이X인게 지가 여서 쳐자는게 더 이상한거지 내 개톡이 잘못했나? 눈을 다 뜨지 않은 김태형은 소리가 나는 내쪽을 바라보며 눈을 살며시 떴다.
"혹시, 너 나 좋아해? 왜 자꾸 관심받을려고해"
얼척이라는게 공중분해되어 증발했다.
"와 발암직한새끼"
"바람직?"
"응 발암직"
더이상 대화를 하다간 내 멘탈이 남아나질 않을것같다. 자기가 하도 잘생겼으니 바람직한 소리도 다 듣는다며 자화자찬을 하는 김태형을 모른 채 다시 교실로 올라갔다. 뭔놈의 학교가 학생이 맘 놓고 편히 쉴 수 있어야 하는데 나는 무슨 이리저리 치이다가 하루가 다 가는것 같다. 방과후 시간이었지만 듣는사람이 몇없어 안듣는 학생들은 이렇게 나와있거나 아님 교실에서 엎어져 자기 마련이다. 다시 돌아간 교실은 역시나 쌍둥이 외 여러양아치들로 구성되어있었고 하나밖에없는 친구는 어디간건지 카톡도 안본다. 텅 빈 교실에 나랑 양아치들만 있으니 눈치가 보였다. 다시 눈치있게 나가줘야하는것일까, 뒤에서 저급한 단어와 음란하기 짝이없는 언변으로 자기 무리에 속한 여자아이를 희롱하는말이 너무 듣기 싫었다. 같은 여자로써 듣는 내가 다 민망한데 당하는 저 여자애는 뭐가좋은지 실실웃고있는지 모르겠다. 사물함에 가는척 아이들 무리를 힐끗 쳐다봤다. 전정국은 옆에서 문제집을 풀고있었고 친구들의 농담따먹기에 질린듯한 민윤기는 전정국의 노트를 끄적거리며 시간을 떼우는듯했다. 저렇게 친구들이 옆에서 떠들어도 문제집을 풀다니, 대단한 정신력이다. 이제 나도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할것만같다. 이러다간 여기서 꼴찌하고 어디 고개도 못들고 다니는게 아닐까 싶었다. 사물함을 열고 첫날 공부하겠다고 가져와놓고 쳐박아놓은 문제집하나를 꺼내 다시 자리에 앉았다. 차피 조금만 고갤 돌려도 공부를 하고있는 전정국을 볼 수 있었기에 완벽한 공부 자극제가 되었다. 이어폰도 안가져왔기에 그저 그 역겨운소리를 bgm삼아 공부를 시작했다. 아주 가끔씩 그 무리친구들 중에서 나를 보며 닭꼬치 공부한다고 전정국에게 말하곤 하지만 이젠 신경도 안쓰는듯 나에게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귀는 슬프지만 뇌는 호강했던 방과후시간이 끝나고 하나 둘 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친구는 다 놀고 온건지 교실에 들어와서는 늦게와서 미안하다며 꾸깃꾸깃박혀있는 작은 막대사탕을 하나 쥐어줬고 집에가자며 책가방싸는걸 도와줬다. 친구에게 너는 책가방 안싸냐 물었지만 공부도 안하는데 책가방은 사치라며 그저 몸만 왔댄다. 신박하기 짝이없네.
알바를 가야한다며 교문앞에서 친구와 헤어졌다. 홀로 언덕길을 따라 집으로 향했다. 뒤에서 들려오는 저벅저벅소리에 마음이 조금 조급해졌다. 이렇게 밝은 대낮에도 범죄가 일어난다는데.. 이 길을 다니며 나와 같은길을 걷는사람은 그 쌍둥이밖에 기억 안나는데 그런 양아치들이 무슨재주로 학교끝나자마자 집에 오겠거니 싶어 좀 더 마음이 조급해졌다. 이러다가 엄마 얼굴 못보는건 아닌가 싶었다. 일부러 골목으로 들어갔다. 집으로 갈려면 더 깊숙한곳으로 가야했기에 미로같은 골목길을 선택했다. 역시나 또 뒤에서 따라왔다. 결국 집까지 가는건 포기하고 언덕 맨 위까지 내달려 보자는 심정으로 아무길이나 막 갔다. 결국 도착한곳은 막다른 골목이었고 발걸음을 멈추었다. 뒤에있는 사람 또한 발걸음을 멈추었다. 핸드폰을 다급하게 키고 112에 연락할 준비를 했다. 심호흡을 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가방에서 열쇠를 찾는듯이 뒤적거리는 민윤기였다.
와, 진짜 개 머저리같이 보였겠다. 속으로 이미 이불에 구멍을 뚫었지만 다시 돌아가기 막막했다. 민윤기는 아직도 열쇠를 찾고있었고 나는 막다른골목이었고 옆에 집이라곤 민윤기네 집뿐이었고 그럼 누가봐도 겁에 질려 아무길로 막 가버린 멍청이로 보였을것이다. 민윤기는 그런 나를 힐끔 바라보고서는 비웃는듯이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말하지않아도 눈이
"저 머저리 병신, 쫄보새끼, 누가보면 내가 납치범인줄"
이라고 말하는것같았다. 그렇게 한번 올라간 민윤기의 입꼬리는 내려올 생각은 안하는듯 계속 올라가있었고 나의 민망함은 핵을 뚫고 지구 반대편까지 솟아오르는것 같았다. 이랬을때, 최대한 안 민망하려면 무리수가 최고다. 그냥 지나친다면 정말 내 쫄보심을 인정하는 꼴일것 같아서 무리수를 던지기로 했다.
"야, 민윤기 여기가 너네 집이야?"
"..."
민윤기는 생각치도 못한 내 말에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 차피 쟤랑 나랑은 아는척도 안하는 사이니까 아무짓이나 다 해보는거야!
"아니, 선생님이 너 이것 좀 가져다 주라고 해서"
사실 가져다 주라는거 1도없었다. 급하게 오늘 받은 급식표를 건넸다. 그런 나의 행동에 그저 나를 물그러미 바라보고서는
"나 받았는데."
"아, 뭐야. 쌤이 너네집까지 갔다오라해서~ 여기까지 온건데~ 이 주소쪽지도 버려야겠네~"
내가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사라질정도였고 누가봐도 무리수던지는게 티났다. 아 시발 존나 인생 왜이렇게 사냐 나새끼년아. 어떤 이상한쌤이 급식표를 친구네 집까지 가져다주라고하냐고...
민윤기는 내가 신경도 안쓰이는지 열쇠를 찾아 문을 열고 집에 들어갔다. 아 존나쪽팔려, 나새끼 왜이렇게 후회할 짓만 골라하냐. 머리를 쥐어뜯고싶었다. 그래도 이정도면 나름 자연스러웠다며 고개를 돌려 집으로 향했다. 골목을 나서려는 순간 다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야, 매일 이시간 마다 나랑 전정국 김태형밖에 이길 안걸어. 겁먹지마 존나 병신같으니까. 쪽팔릴 일을 사서하네."
시발! 존나 이것을 주둥이스파링이라고 부르자! 민윤기는 문을 열고 나를 향해 소리치며 비웃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인생 진짜 고달프다. 민망함과 부끄러움에 열심히 언덕을 내려갔다. 아 그래 씨발 민윤기정도의 성격이면 입닥치고 있을게 뻔해. 아니지 전정국이랑 김태형한테는 말하겠지? 인생좆같다 정말.
세상에, 더 개같은일은 그 길을 나서는데 전정국과 만나고 말았다.
고마웠다 인생아. 나무야, 지구야, 고마웠어, 나에게 산소란걸 공급해줘서, 세종대왕님 감사했어요, 한글을 창제해 주셔서. 낙타야 고마워, 덕분에 메르스 예방법을 배웠어.
전정국은 이년은 왜 또 이길에 있지 라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곤 올라갔다. 뻔한 시나리오가 눈에 확 그려진다. 전정국과 민윤기 사이에서 조롱거리가 되는게.
| ㅎㅅㅎ |
오래기다리셨습니다! 빠순이 7과 천민 3은 이미 저번주에 완성되었지만 올릴시간이 없어서 못올리고 있었어요...히히... 기다려주신 여러분 감사함다! |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현재글 [방탄소년단] 쪽방촌 사람들:중저산층과 불가촉천민 3장 19
10년 전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고윤정 김선호드 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