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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린다. 쌀쌀해진 바람이 가져다 준 계절이었다. 나는 터덜거리며 복작거리는 사람들 틈에 섞여 버린 물감처럼 끼어든다. 거리는 온통 커플이고, 아이들과 나온 부부들 투성이었다. 왠지 괴로워 마른세수를 하고 한참을 멍하니 서 있다 오늘의 일을 상기시켰다. 가슴으로만 품은 사랑을 시작한 지 십 년, 오늘로써 종지부를 찍은 마음은 이미 갈기갈기 찢어져 형태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까 내 첫사랑은. 

 

 

“재현아.” 

“응.” 

“네가 날 좋아하는 거 알아.” 

“.......” 

“난 고맙다고 생각해. 근데 재현아, 난 그게 괴로워.” 

“연....” 

“이제 날 그만 버려 줘.” 

 

 

 

지독하게도 잔인했고 또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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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껏 충격 먹은 표정으로 돌아오니 테이블에 치킨과 맥주를 한껏 얹어 두고 무방비한 자세로 티비를 보고 있던 김도영과 마주쳤다. 눈송이가 내려앉은 어깨, 사색이 된 표정, 젖어 있는 두 뺨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던 김도영이 나에게 뱉은 첫마디란 ‘너 울었냐?’가 전부였다.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연이가....” 

“....” 

“내가 자기 좋아하는 게 괴롭대.” 

 

 

 

그 악몽 같은 말을 뱉어 내자 눈시울이 저절로 차오르길래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절대 울지 않기 위함이었다. 그래, 정재현 참 마음마저 지독했다. 십 년 동안 티 내고 다닌 게 얼만데, 흘리고 다닌 게 얼만데 몰랐던 게 등신이지. 그래도 이하연, 너 정말 잔인해. 그렇다고 짓밟을 것까지는 없잖아. 그 길었던 시간 내가 어떤 마음인지 몰랐던 것도 아니면서. 

 

 

 

“정재현, 이 바보 같은 놈아....” 

 

 

 

처지는 비루했다. 속으로 욕해 봤자 닿을 리 없는 하소연이었다. 언제나 그랬듯 난 네가 상처받는 게 무서우니까. 난 결국 또 이렇게 아무 말도 못하고 이렇게 혼자 남아. 

 

 

 

 

 

내 일상은 잘 돌아갔다. 무너질 듯 오열한 것도 그때 그 순간이었다. 웃을 일이 있으면 웃고, 화낼 일이 있으면 화냈다. 여느 직장 생활이란 그랬듯 스트레스받고 퇴근하면 한껏 늘어진 채 휴식을 취했다. 김도영은 나더러 미친 적응력이라 했다. 미친 적응력인가. 난 그 애를 묻어 둔 걸까, 잊고 있는 걸까. 

 

여행을 가 볼까 생각도 했다. 일상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요인이 없어지니 이토록 나태해질 수가 없었다. 저질러 버리면 수습은 그 다음이다. 아니면 나는 이 기분을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아니, 나는 일을 하니 현실을 직시해야지. 한숨을 쉬었다. 맥주를 한 모금 들이키려다 금세 바닥이 동난 빈 캔을 신경질적으로 내려놓은 후 외투를 입었다. 대충 슬리퍼를 욱여신으니 신발장 옆 전신 거울 속 내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빛을 잃은 눈동자. 그래도 어쩌나. 당신이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슬리퍼를 질질 끌고 도착한 곳은 집 앞 편의점이었다. 바구니에 맥주 다섯 캔을 담고 안주거리도 여럿 담았다. 계산대에는 이미 계산하고 있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힐끔 쳐다보면 온통 나와 같은 것들. 이 여자도 오늘 진탕 마시고 싶은 일이 생겼겠구나 싶었다. 

 

이윽고 전화벨이 울렸다. 내 전화는 아니었다. 화면을 확인한 여자는 귀에 전화기를 가져다 대고 목소리를 냈다. “어, 나야. 나 지금 맥주 사서 가는 중. 내가 선생님한테 전화 안 하게 네가 꼭 봐둬. 어, 빨리 와. 기다릴게.” 여자는 전화를 끊은 뒤 무겁고 긴 한숨을 쉬었다. 왠지 옆모습이 처연해 눈길이 갔지만 어차피 한순간이었다. 어차피 다시 볼 여자도 아니었기에. 

 

계산이 끝나고 밖으로 나가려니 바닥에 뭔가 밟혔다. 어쩐지 오래된 듯한 열쇠고리. 분명히 아까 그 여자가 하고 있던 그 열쇠고리 같았다. 나는 편의점을 나가 그 여자가 갔을 방향을 훑었다. 다행히도 여자는 멀리 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쫓아가 여자를 불렀다. 

 

 

 

“저기요.” 

“악! 깜짝이야!” 

 

 

많이 놀란 눈치인지 소리를 지르고 몸을 떤다. 열쇠고리를 건네 주니 여자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졌다. 나는 살짝 의아한 표정으로 “그쪽 거 아니에요?” 라고 물었다. 여자는 맞다고 고개를 끄덕거린 후 열쇠고리를 받았다. 받는 폼을 보니 징하게도 소중한 물건인가 보다.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많이 소중한 건가 본데 앞으로 단단히 챙겨요.” 

“.......” 

“그럼 갈게요.” 

 

 

나는 도망치듯 뒤로 돌았다. 순간 내 문장에 실수가 있었나 가늠했다. 여자의 표정 때문이었다. 어떤 사연이 있길래 혼자 슬픈 표정이란 다 안고 있는 건지 궁금했다. 그래 봤자 어차피 타인의 삶. 궁금할 필요도 관심 가질 것도 없는 사정이었다. 그래도 난 집에 갈 때까지 그 여자의 눈이 생각에 밟혔다. 조금 혼란스러웠지만 이것도 한순간이겠거니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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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거슨 지독한 사각관계 

여주도 재현이도 첫사랑이 있어요 참고로 여주의 이름은 ‘윤설’이랍니다 재현이의 첫사랑은 ‘이하연’ 그리고 여주는 ‘윤설’ 여름 하와 눈 설의 반대적인 이미지를 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여주의 첫사랑은 누구일까용 ㅎ_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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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우와...재밌어요ㅠㅠ 지독한 첫사랑이 어땠길래 재현이가 슬퍼했는지, 여주는 또 어떤 일이 있었을지 궁금하네용...!! 사각관계도 궁금하구요 ㅎㅎ 재밌게 잘 읽고 갑니다앙❤️
4년 전
독자2
헉 궁금해요 다음 내용이 ㅠㅠㅠㅠㅠ 기다리고 있을게요 !
4년 전
독자3
허러ㅓ허 여주 첫사랑 누군지 넘 궁금쓰ㅠㅠㅠㅠㅠㅠㅠ 다음편 기다려요ㅜㅜㅜㅜㅜ
4년 전
독자4
지독해ㅠㅠㅠㅠㅠㅠ 사각관계라니라니 다음화가 기다려ㅑ요옹 재밌게 읽고 가아용 !!ㅎㅎ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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