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_ 가면을 벗어요(下)
![[EXO] 문제아들 속 나는 선생이 맞는가?! 15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6140/dba89435a9d13873751906857c4c2d01.jpg)
학교로 돌아왔어. 주임선생님이 그냥 가도 된다고 말씀은 주셨는데, 그러기엔 내가 교사의 사명감이 엄청난 그런 교사잖아?ㅎㅎ
아까 세훈이 다친 거 그대로 있기에 서랍을 뒤져서 약이랑 밴드를 챙겨서 반으로 향했어. 확실히 강화된 깁스를 하니까 걷는 데는 지장이 없더라고.
역시.. 모든 템은 강화를 해야 하는 거지..bㅋㅋㅋㅋㅋㅋㅋㅋ
반으로 빼꼼 들어갔어. 그 무리들이 모여 있더라고. 뭔가 반 분위기가 둘로 나뉘어 있는 느낌이었어.
그 무리들은 진지했고, 나머지 아이들은 시들시들(쪼들쪼들이 더 맞는 표현이지만 난 교사니까^^)..?
아마도 몇몇 아이들은 전에 사고 친 걸 후회하고 있을 거야.. 무리들의 엄청난 기에 눌려 살고 있으니까..★
"세훈아..!"
나의 부름에 반 모두가 나를 보았어. 백현이가 먼저 반응하고 달려와 내 팔을 잡아 부축하더라고.
"아유, 괜찮아! 지금 완전 멀쩡해!"
"그래도, 아프잖아."
"진짜 거짓말 안 하고 하나도 안 아파!"
"아까 못 걸었다며요.."
"그래서 지금 아이템 강화했잖아? 괜찮아 괜찮아. 아, 백현아 이거 세훈이 발라주고, 이거는 붙여줘. 할 수 있지?"
"쌍둥이들 시키면 돼. 교무실 가는 길이야?"
"음.. 응! 이제 가야지."
"데려다 줄게요. 다녀온다!!"
아이들에게 말한 백현이가 내 손에 들린 약을 앞에 앉아있던 우리 반 아이에게 건네주더니 눈으로 말했어.
그러더니 나를 부축하며 자기가 먼저 교무실로 향하더라고. 가는 길에 있던 급수대에서 병준이가 물을 마시고 있었어. 그곳을 힐끔 본 백현이가 말했지.
"쌤 봐서 참고 있으니까, 쌤이 저 새끼 꼴 보기도 싫다고 하면 당장 눈앞에서 치워드릴게요. 그니까 우리한테 말해주세요."
"어.. 그럴 일 없을 것 같은데.."
"더러워."
병준이가 우리 앞을 지나가며 말했어.
"아.. 씨발 진짜. 아아... 야!!!!!"
백현이가 지금 딱 그 모양이었어. 계속 참다 참다 엄청 터져서 주체할 수 없는 느낌? 순간 곁에 있던 내가 오싹할 정도로 화가 나 보였어.
백현이가 날 바로 세우더니 성큼성큼 걸어서 병준이의 어깨를 잡아 돌렸어. 백현이는 때릴 마음이 없어 보였거든? 근데 그보다 먼저 그쪽에서 백현이를 치는 거야.
어머.. 어머.. 와 거짓말 안하고 욕 나올 뻔했어.. 어머머.. 나 욕해도 돼? 저 미친놈이 지금 내 제자의 뺨을 후려쳐..? 걸어가서 백현이 앞을 막아섰어.
"뭐야."
"건들지 마. 누가 학교에서 폭력 쓰래."
"저 새끼들이 쓴 건 폭력이 아닌가봐?"
깁스를 한 팔을 들어 올리더라고. 이게 맞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정당방위였어. 언어적 폭력에 신체적 폭력으로..? 무튼 폭력에 폭력으로 갚은 거니까.
물론 나도 아닌 거 알아. 우리 애들이 더 잘못한 것도 알아. 근데 병준이 쟤는.. 너무 밉상이야..ㅂㄷㅂㄷ
"지금 백현이가 너를 때린 게 아니잖아."
"왜? 나 얘가 돌려 세울 때 존나 아팠는데? 똑같이 해줘? 얼마나 아픈가 볼래?"
내 팔뚝을 잡고는 힘을 줘. 아.. 겁나 아파. 설마 백현이가 이렇게 까지 했을까? 이건 약간 악의를 담은 거 아니야??
백현이가 날 잡고 있는 그 팔을 잡으면서 말했어.
"씨발, 놔. 안 놔?!!!"
그대로 손을 들어 때리려다가 멈칫하는 백현이야. 내 팔뚝을 잡은 병준이 손에 힘이 풀려서 난 괜찮았어. 그런 나를 본 백현이가 말했어.
"미안한데 나 진짜 못 참겠다."
발로 병준이를 찬 백현이가 달려들었어. 엄마아아ㅏ아..백현이를 말리려 다가가는데 나를 잡는 누군가야. 뒤로 돌아 확인해보니까 세훈이었어.
"아오, 다친 발 가지고 달리기 겁나 힘들었네. 말리지마여. 꼬시구만 뭘. 변백현 화이팅!!! 너의 실력을 보여줘!!!"
"세훈아아..! 좀 말려!!"
"이 꼴로? 저기서 백현이한테 안 맞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 걸여? 저 새끼 빡돈 거 처음인 것 같구만."
"...아이고. 백현아..!! 백현아 선생님 봐봐..!!!!"
가까이 다가가서 백현이를 불렀어. 백현이가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보더라고. 이내 눈빛이 다시 선해졌어. 아아.. 다행이다..
그 선한 눈으로 밑을 내려다보더니 라스트 팡 인 듯 한 대 더 때리고 일어나더라고.
"변백현 이새끼!!!!!"
아아.. 주임선생님.. 망했다... 백현이 앞을 막아섰어. 그리고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지.
"죄송합니다, 선생님..! 제가, 제가 제대로 가르쳤어야 하는 건데.. 정말 죄송합니다..!"
"막내선생님은 아무 잘못 없으시니까 비키세요."
"아니에요..! 제 잘못입니다..! 제가 말리지 않았어요. 이건 분명 제 잘못도 있는 겁니다.."
"비켜줘요."
백현이가 날 지나쳐 주임선생님을 따라 가더라고. 아아.. 이거 분명 학폭위가 열리겠지.. 정학으로는 안 끝날 거야.. 으아... 어떡해...
"변백현 겁나 멋있지 않아여?"
"망했어... 분명 정학으론 안 끝날 거야..."
"쌤 이럴 때 가장 필요한 게 뭔지 아세여?"
"뭔데?"
"김준면의 재력과 권력이여. 가서 준면이 설득해봐여. 저번에 우리가 사고 쳤을 때 김준면이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했었거든여."
"준면이...?"
"네. 그럼 전 마저 화장실 좀.."
화장실 가다가 우리 발견한 건가봐. 으어어ㅓ... 백현아ㅠㅠㅠㅠㅠㅠㅠ 내가 못산다진짜ㅠㅠㅠㅠㅠㅠㅠ
그나저나 어떡하지..? 우..우선 저기 쓰러져 있는 병준이부터.. 병준이에게 조금 다가갔어. 벌떡 일어나 앉는 모습에 놀라서 다리에 힘이 풀리는 거야.
그런 나를 누가 잡아줬어. 돌아보니까 김선생님이더라고.
"어휴, 감사합니다."
"...제가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최대한, 최대한 막내선생님께 좋은 방향으로요."
"아.. 아.... 네."
"네. 너는 따라와."
김선생님께서 병준이를 끌고 가시더라고. 흠.. 나에게 좋은 방향이라.. 아무래도 전학..? 그게 가장 좋은 방법 같아. 저 아이랑은 같은 학교에 못 다니겠어..
근데.. 뭐지, 이 빈 느낌은..? 아 맞다. 백현이..! 교무실에 찾아갔어. 거의 뛰다시피? 그렇게 들어가니까 그 안에는 백현이도, 주임선생님도 없더라고.
어디 간 거지..? 상담실인가?? 아닌데, 그쪽으로 안 갔는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상담실 쪽으로 향했어.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역시 아무도 없더라고. 흠.. 어디로 가신 걸까..?
"쌤."
준면이 목소리에 뒤를 돌았어. 상담 좀 하자며 나를 돌려세우더니 그대로 밀고 상담실로 들어오게 만들더라고.
준면이도 들어오더니 문을 닫고 잠가. 뭐지..? 이 납치당하는 기분은..?
"할 이야기 있어요."
"응? 뭔데?"
"일단 앉으시죠."
준면이를 따라가 앉았어. 평소랑은 다른 분위기를 풍기더라고. 평소에는.. 진지한 듯 되게 장난스러운 분위기라면 지금은 장난기를 쏙 뺀 분위기였어..
괜히 나도 움츠러드는데 준면이가 허당 같이 웃었어. 긴장이 풀리는 한편 뭔가 마음이 놓이지는 않더라고.
"요즘에, 쌤 되게 다치고, 상처도 많이 받고 그러잖아요."
"어? 아.. 음.. 응."
"뭘 그렇게 고민하다 대답해요. 완전 맞는 말인데. 지금도 깁스하고, 오늘 일도 있었고."
"그, 렇지. 그래서..?"
"그래서."
"잠깐만!! 마음의 준비 좀 하고.."
아무래도 뭔가.. 뭔가 되게 떠난다는 말 같아.. 안되는데.. 난 아직, 이 아이들을.. 놓을 준비가 안 됐단 말이야..
"마음의 준비는 끝나셨나요?"
생긋 웃는 준면이를 향해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어. 어떤 말을 들어도 절대 놀라지 말고, 아이들 의견을 존중해주는 거야.
내 욕심으로 아이들을 잡아둬선 안되고..
"저희는 더더욱 선생님께 붙어 있을 거예요."
"...뭐?"
"들으신대로예요. 저희는 한시도 쌤에게서 떨어지지 않을 거예요. 수업시간 외에도 맨날 쌤이랑 붙어 있을 거구요."
"잠시마안.."
"왜요? 괜찮죠? 그럼 그딴 시새발끼같은 놈들이 나대면서 우리 쌤 다치게 할 일은 없을 거니까."
.....?????????????????
예상한 것보다 훠어어어얼씬 이상해. 확실히 이상해. 뭐지 이 느낌은..?
"변백현은 걱정 마세요. 제 선에서 해결 볼 거예요. 제대로 전달했으니 전 이만 가볼게요. 변백현 잔소리 싫어하는 놈이니까."
준면이가 갔어. 아니, 종은 아까 쳤어 준면아.. 백현이보다 일단 들어가서 수업을 듣는 것이 좋을 것 같...
하아.. 책상에 머리를 대고 엎드렸어. 나, 나 왠지 엄청난 아이들에게 스토킹 받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음... 음... 일단 그 일이 있던 다음날이고. 난 지금 학교를 가기 위해 현관을 나선 상태야.
그리고 그런 내 눈에 보이는 것은 놀랍게도 경수고.
"늦게 나오시네요. 선생님치고는."
"....너, 몇 시부터 여기 있었어..?"
"어, 20분 쯤 됐네요. 가요. 지각하겠어요."
"어..? 어..."
손목시계를 확인한 경수가 한 대답과, 그것에 대해 생각하기도 전에 몰아치는 경수의 말에 발을 옮기다가 제정신이 들었어.
"왜, 전화를 하지.."
"제가 전화를 하면요? 선생님 빨리 준비할 거잖아요. 그러면 발 더디게 나을 거고. 그건 제가 싫어요."
이렇게 말하면서 웃더라고. 하아.. 그래.. 고맙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
굳이, 굳이 너희들이 이렇게까지 안 해줘도 난 괜찮을 것 같아.. 오히려 부담스럽고.. 왜 너네가 나한테 이러는 건가 싶고...
이제 막 엘베를 타고 나를 등져서 창을 막는 경수에게 또 감동을 먹었어. 그래봤자 3층이라서 금방 내릴 수 있었지.
경수가 비켜서고 보이는 창밖으로 익숙한 얼굴이 있어서 난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어. 띵, 하는 소리와 문이 열리기까지 1분은 걸린 것 같이 느리게 보였어.
"아.. 빠..?"
아빠는 나를 확인하고 미소를 지으셨어. 이 시간에 아빠가 왜..?
"우리 딸, 학교 가던 때와 비슷하게 나오네? 선생님이면서 말이야."
"아.. 그게... 어..."
아빠는 아직 내 다리가 다친 걸 모르는데.. 난 그저 하하 웃으며 아빠를 엘리베이터에 태웠어. 그리고 빠르게 말했지.
"나, 나 지각이라서..! 3층 302호이고 내 생일이야, 비번!"
"어..? 이.. 이렇게 빨리 가야 돼 딸..?! 아직 시간 좀 남지 않았니..?!"
"안 남았어요! 죄송해요!! 가볼게요!!! 편히 쉬고 계세요!!!"
아빠의 인사도 듣지 못하고 조금 빠르게 걸어 아파트를 빠져나왔어. 허... 놀래라.. 못 보셨겠지..? 어차피 끝나고 하교하면 보실 텐데.. 이걸 뭐라고 말씀드리나..
같은 학교 다니는 한 제자가 발로 밟아서.. 강화템 하나 장착했습니다, 아부지.. 허허헣... 이렇게 말하면 분명 학교 뒤집으실 거야...
분명 그러고도 남으실 분이니까.. 원체 나라고 하면 모든 다 해주실 분이니까..ㅠㅠㅠㅠㅠㅠ
"아버지세요?"
"어? 응.. 미안 경수야.. 선생님이 너무 당황해서.."
"아니에요. 그러실 수 있죠."
어쩐지 경수 표정이 조금 달라보였어. 평소엔 약간의 미소를 담고 있거든? 지금은 뭔가.. 음.. 웃고는 있는데 굳어보였어.
의아하면서도 금방 그 표정을 지우는 경수 덕에 나도 별 말 안했지.
"많이 닮으셨네요."
"맞아. 나 아빠 닮았다는 말 많이 들었어.ㅎㅎ"
"그래요? 제가 잘 봤나 봐요."
"그러게ㅎㅎ 그나저나 경수야.. 쌤이 보려고 본 건 아닌데.. 그냥, 페이스북에..
민석이가 너가 요즘에 힘든 것 같다고... 했잖아..? 혹시, 힘든 게..."
"아니요. 안 힘들어요. 김민석 그 자식이 쓸데없이 사람 감정 잘 보는 척 해서 그래요."
"음... 그래..? 그러면 다행이고..ㅎ"
어느새 교문이더라고. 오늘도 교문지도를 하고 계시는 김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교무실로 올라갔어.
옆에서 조용히 따라오는 경수를 힐끔 보는데, 사색에 잠겨 있더라고. 무슨 일 있는 거 같긴 해. 그치..?
우리 반 수업에 들어갔어. 4교시라서 곧 점심 먹을 생각에 아이들이 또랑또랑 하더라고.
백현이(어제 있었던 일은 정말로 준면이 말대로 봐주셨어..)랑 종인이가 자고 있었어. 종대가 종인이 짝꿍이거든. 바로 종인이 등짝을 내려치더라고.
깜짝 놀라 일어나 종대를 째려보던 종인이가 고개를 돌려 나를 보더니 발로 백현이 의자를 차더라고.. 바로 건너편에 있거든..
좌석배치도
![[EXO] 문제아들 속 나는 선생이 맞는가?! 15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61323/cdab80b3feaba6658085ac62097ee9bd.jpg)
요러면 이해가 빠르려나..? 무튼 그래. 종인이의 차임(?)을 받은 백현이가 일어나 종인이 멱살을 잡아. 그런 백현이를 향해 소리치는 건, 언제나 그렇듯 찬열이고..
"하지 마 병신아!!!!"
"뭐, 자고 있는데 깨우는 이 새끼가 잘못한 거지."
"쌤 변백현이 멱살 잡아. 숨 막혀 쌤."
종인이 말에 놀라며 이쪽을 보는 백현이야. 백현이는 곧 나랑 눈을마주치더니 웃으면서 손을 슬쩍 놓더라고..
"종인아 우리 수업하자!ㅎㅎ"
곧 훈훈한 말을 하며 자리에 바르게 앉아 날 보았어. 수업 계속 하라는 제스쳐도 취해 보이더라고. 그래.. 멀쩡해 보여서 다행인 것 같다..
"오늘은, 새로운 단원 나가는 날이지? 힘내서 해보자. 이번 시험범위가 되게 적어서 아마 엄청 어려울 거야.
그니까 졸지 말고, 열심히 하자."
"네에!!"
진도를 나가기 시작했어. 괜히 현식이 쪽을 못 보겠더라고. 병준이가 했던 말이 너무 뇌리에 박혔나봐.
그래도 현식이를 위해서 우리 반에겐 조금 어려운 부분도 나갔어.
"선생님 죄송한데 다시 한 번만 해주실 수 있으세요?"
민석이가 손을 번쩍 들고 말하더라고. 오구, 우리 민석이 공부 욕심 늘어난 거봐.. 감동이야..
"그래! 뭐가 죄송하고 그래, 기분 좋은 일인데.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조금은 더 쉽게 설명해주기 위해 예를 막 들어가면서 설명해주었어. 민석이는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이더라고.
안심하며 다음 부분으로 넘어갔어. 그렇게 수업을 하다 보니까 이해를 못한 아이들은 놓는 상황이 오더라고. 그래도 들으려고는 하는데,
앞부분이 이해가 안 되니까 그거와 연관된 지금 이 부분도 이해가 안 가는 게 당연해. 안 그래도 어려운 단원인데.. 굳이 이렇게 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거든.
그래서 다시 아이들에게 맞춰주기로 했어.
"어렵지 얘들아..?"
"아니에요. 선생님이 설명 잘해줘서 이해 다 했어."
백현이가 웃으며 말해주더라고. 너 멍 때리는 거 내가 다 봤는데.. 흐엉.. 다음에는 그냥 쉽게 해야겠어..
오늘, 수업이 다 끝나고 아빠가 기다리니까 빨리 가려고 했거든. 근데 민석이가 내 손목을 붙잡더니 막 데리고 상담실로 들어가는 거야.
얼떨결에 따라 들어오니까 문을 잠그더라고. 곧 민석이가 자리를 가리켰어. 쭈뼛쭈뼛 가서 앉았지.. 민석이 왜 이러는지 아는 친구..? 나는 도저히 모르겠거든..?
"선생님."
민석이가 내 맞은편에 앉으며 나를 불렀어. 놀라서 보니까 묻더라고.
"전 담임들이 선생님께 우리에 관한 정보 같은 거 넘겼다며요."
"응? 응..그렇지.."
"그거 다 읽어보셨어요?"
"응.. 학기 초에 정독했지.."
"경수 가족관계 봤어요?"
경수 가족관계라면 내가 기억해. 왜냐하면 우리 반에 딱 한 명이었거든. 입양아는.
"아... 응. 입양됐던데..?"
"부모 직업란은요?"
"요즘 그거 개인정보 침해라면서 못쓰게 돼있어서.. 그런 건 안 적혀있어.. 왜?"
"그냥, 애새끼들 모르는 건데.. 이건 그냥 제가 알고 있는 거 쌤께 다 말해드릴게요. 시간 괜찮아요?"
아.. 아빠 기다리고 계시긴 한데.. 엄마도 같이 계신다고 했으니까 조금 늦어져도 상관없겠지..?
"응. 괜찮아. 다 말해줘."
"우선, 뭐부터 말해드릴까요. 도경수가 조직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부터 말해드릴까요?"
"응..?"
조금 예상 외였어. 분명 스승의 날 때 봤었는데.. 조직을 나오도록 해 보겠다고.
"도경수가 입양된 곳이 그 조직의 우두머리인 사람이에요. 법적으로도 아빠인 사람이어서 아마 나오긴 힘들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새끼 노력하느라 요즘 힘든 거고요."
"아..."
뭐지 이 엄청난 충격은..? 민석이도 착잡해보였어. 그리고 덧붙여 말했지.
"이건 김준면 재력으로도 어떻게 못해요. 돈을 써서 빼오고 싶어도 법적으로 아들이라.
이미 그 우두머리의 마음에 도경수가 쏙 들어맞게 자라줘서 도경수를 놓으려고 하지도 않아요."
아... 왜 그렇게 까지 경수를 잡아두는 것일까? 고작 마음에 들게 자라줘서라는 이유로는 한참이나 부족한 것 같은데..
"그리고 김종대랑 김종인, 박찬열."
아! 정말 궁금했던 거다!! 민석이도 그 셋의 관계를 아는 것일까?
"이건 내가 김종대 불쌍해서라도 선생님께 말씀드려야 돼요."
그치?!! 종대가 불쌍한 거지?? 그래, 우리 착한 종대가 그럴 리가 없잖아.. 그렇게 나쁜 아이일리 없었어..
"저도 알아요. 김종대가 어려서부터 맨날 차별받고 자란 거. 편애 받고 자란 거. 그런 상황에서 그렇게 잘 컸다는 게 대견할 정도로 그 자식 착한 놈이에요."
와, 민석이가 종대를 이렇게까지 생각해주는구나. 그만큼 종대는 믿음직한 아이인 거겠지.
"모든 것을 아픈 김종인에게 맞춰주고 있어요. 김종인이 말하길, 내가 아프다는 것을 절대 티내지 말라고 하고.
너가 날 아픈 쌍둥이가 아닌 그냥 쌍둥이 동생으로 대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요."
"말하는 중에 미안한데, 종인이는 왜.. 굳이 그렇게 아픈 걸 숨겨?"
"김종대한테 미안하니까. 자기가 아파서 맨날 부모님 사랑을 받았잖아요. 남들이 다 자기가 아프다는 것을 알면 종대는 또 차별당할 거 아니에요.
아픈 동생한테, 아픈 쌍둥이. 안 그래도 이딴 타이틀에 얽매여서 사는 애인데."
어머.. 뭔데 이렇게 애틋하니.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너무 따뜻해서 놀랐어. 누가 더 착하다고 말하기 미안할 정도로 둘 다 너무 예쁘지 않아?
"그렇게 남들 모르게 지들끼리 그러니까 박찬열이 오해할 만 해요. 근데 또 이걸 바로 잡지 않는 것은 김종대가 존나 바보같이 착해서예요.
바로 잡아주면 박찬열이 자신한테 엄청 미안해 할 거 아니녜요. 병신같이 착해서는.. 다른 이유도 모르면서.."
"다른.. 이유..?"
"저희끼리 비밀 없는 거 아시죠?"
"어? 어.. 대충..?"
"이건 그 새끼들한테 안 말해줄 거니까, 쌤도 비밀로 해요. 아는 척도 말고요."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어. 목을 몇 번 가다듬더니 마른 입술을 혀로 축이고 말해주더라고.
"저희가 어릴 때 아는 누나가 있었다는 거, 오세훈한테 들었죠?"
"응."
"그 누나를, 사실 저희가 전부 다 좋아했거든요. 웃기죠. 아직 8살 뿐이 안 된 애들이, 고등학생 누나를 좋아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그만큼 그 누나는,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줬었어요."
그때를 회상하는 듯 민석이는 기분 좋은 웃음을 보였어. 뭔가.. 아이들이 내 앞에서 다른 여자를 그리면서 저런 표정을 짓는 것이 처음이라 묘하더라고.
아... 음.. 물론 교사로서...라는 말로 포장할 수가 없는 감정이네. 그냥, 질투 인가봐.
"그 누나는 누구보다 먼저 종인이랑 종대의 계약 같은 관계를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착한 그 쌍둥이들에게 더 애정을 쏟았었죠.
그 중에서도 종대에게 더 쏟았던 것 같아요. 사탕이 우리 인원만큼 없으면 있던 것을 쌍둥이, 그것도 종대 먼저 주고 더 사와서 나눠주던 누나였으니까."
"아.."
"박찬열은, 한 번 빠지면 그거에 대한 집착이 조금 있어요. 다른 거 다 안 보고 그것만 봐요. 자기가 보고 들은 그것만.
누나를 좋아하던 찬열이 눈에 김종대가 좋아 보일리가 만무하죠. 제가 보기에 누나는 조금 더 아픈 애를 보듬어 주던 것뿐인데."
"이렇게 민석이 말 들어보니까 민석이는.. 사람 감정이나, 마음을 잘 아는 것 같아."
"그건.. 누나가 항상 말해줬어요. 조금이라도 차분한 너가 잘 지켜보라고. 그러다보니, 다 보이더라고요."
수줍게 웃는 민석이야. 그 누나 말을 잘 들어서 듣는 칭찬이라 기분이 좋은가봐. 민석이도 그 누나를 좋아했을 테니까.
누군지 몰라도 그 누나 되게 복 받았다. 아마 하늘에서도 이 아이들을 보며 웃고 있을 거야.
"장하네 민석이. 근데, 민석이 너 말을 들어보니까 말이야..
너가 애들 잘 보고 잘 이해했으면, 애들은 너를 잘 이해하고, 너에 대해 잘 알았는지에 대해 궁금해진다.. 잘 알아주니?"
계속 열리던 민석이 입이 열리지 않았어. 계속 보고 있던 민석이 눈이 점점 붉어지더라고. 이내 고개를 숙여.
떨려오는 어깨에 여태껏 민석이가 해왔던 것들의 무게가 느껴지더라. 이 여린 아이가, 폭력을 배운 것은.. 자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었을까..?
민석이 옆으로 의자를 끌고 가서 천천히 토닥여줬어. 그리고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혼자서 주절주절 말했지.
"아마, 그 누나는 이런 걸 바라지 않았을 거야 민석아. 너가 애들보다 형이 아니잖아. 조금 차분한 편인거지.
아이들에게 형이고 싶으면, 쌤 앞에서는 어려져도 좋아. 그 누나가 다 보듬어 줬다고 했지? 그 안에는 너도 포함되는 거잖아.
너무, 그 말에 얽매여서 니 아픔 숨기고 다닐 필요 없어 민석아."
소리 없이 울던 민석이가 조금씩 소리 내어 울더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 놓아 울지는 않았어.
내가 보기에도 민석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어른스럽고, 섬세하고, 세심해보였거든. 그만큼 민석이는 충분히 자기 역할을 다 한 거야.
계속 민석이를 토닥이면서 생각했어. 민석이한테 다 들었으니까 이제 아이들에게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대충 알겠어.
내가 먼저 민석이를 알아주고, 이해해줘야 해.
경수는 최대한 그 곳에서 나오게 해줘야 할 텐데.. 아직 미성년자라 보호자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야. 일단 무리할 필요 없다고 하자. 괜히 해코지할라.
그리고 쌍둥이들.. 착한 아이들이니 정말 의심하지 말아야겠어. 이건 모든 애들 다 마찬가지 같아.
그리고 찬열이.. 종대에게 호감을 갖도록 해야겠어.
"말씀, 안 드린 거 있어요."
어느 정도 추스른 듯 민석이가 고개를 숙인 채 말하더라고.
"김종대, 가끔 욱하는 거.. 원래 지 성격이에요. 그런 지 성격, 숨겨두고 자신을 위해, 그리고 누나를 위해 사는 거예요."
"누나를.. 위해..?"
"누나가 그랬거든요. 성격 착해지는 것이, 정말 너를 위하면서 사는 거라고."
"왜..?"
"이유는 저도 몰라요. 그게, 누나 유언이 되서."
유언.. 왜일까..? 하긴, 성격 죽이는 것은 좋은 거겠지. 근데 가면을 씌우면서까지 왜 종대 성격을 죽인 걸까..?
민석이 말 들어보면 아이들을 정말 위하던 사람 같은데.. 종대를 위한 선택이었겠지? 모르겠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 잖아..
머리가 복잡해. 민석이에게 티슈 한 장을 건내 주었어. 얼굴을 가리고 눈물을 닦는 민석이를 보았어. 오늘 민석이를 완전히 다시 보게 되었어.
이렇게 앞으로 모든 아이들을 알고, 이해하고, 문제들을 해결해주고 싶다. 그게 내 최종목표가 될 것 같아.
| 민석아.. |
역시나 넌 멋진 형이야..★ 우리 밍소쿠 혼자 많이 힘들었지? 우쭈주ㅠㅠㅠㅠㅠㅠㅠㅠ
종대의 가면을 완전히 벗기니 상남자 죤대가 있군요..ㅇㅅㅇ 죤대는 박력이 있어야 돼요.. 왜냐면.. 그게 멋있으니까..★ㅋㅋㅋㅋㅋㅋㅋ 페이스북의 애들이 말하던 여자인 '누나'에 대해 조금 나왔네요! 경수의 현재 상황도 나왔네요! 미묘한 막내선생님의 감정변화도 나왔네요! 페이스북에 종인이가 썼던 말은 찬열이를 향해 던진 말이었다는 것도 나왔네요!
나의솨뢍 암호늭!♥(언제나 받고 있으니까 가장 최근편에 [제로콜라]요런식으로 다가와 주세요!) 똥잠/콜덕/쌍수/매매/라임/체리/게이쳐/모카/빵/바람둥이/죽지마 코끼리/구금/메리미/세젤빛/나호/스젤졸/안녕/양양/체블/Luci 꽯뚧쐛뢟/찌즈/우리니니/뭉이/도비/곰탱이/하트./삼디다스/바닐라라떼 허니/타오네엄마/똥강아지/오호랏/우유퐁당/민석아찬열해/우유/워더 청포도/뀰/카프/세젤예/밍/홍합탕/까만원두/롤롤/해가빨리가장뜨는 시동/매쑝/설림/무민이/퐁퐁클린/4am/우럭우럭/네티첸/열페럿/이엘/여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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