胡蝶夢 호접몽 : 현실(現實)과 꿈의 구별(區別)이 안 되는 것
“세상일은 모르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그 누구도 앞일을 모르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저도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일 뿐입니다.”
세훈이 아련마님의 앞에서 어렵사리 입을 떼었다. 전 어찌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어머니. 세훈은 아련마님이 자신을 길바달에서 거두었을 때부터, 그녀를 어머니라 불렀다. 다른사람들 앞에서는 그들과 같이 ‘아련마님’이라 칭했으나 그녀는 자신을 살려준 생명의 은인이자 제 2의 어머니였다.
“우리 세훈이 많이 힘들구나”
마님이 싱긋 웃으며 담뱃대를 옆에 내려놓았다. 그리도 훈련이 힘든 것이냐. 마님의 물음에 세훈은 고개를 숙인채 미동도 없이 가만히 있었다. 어머니께서 시키신 일인데 어찌 제가 탓하겠습니까. 세훈에게 아련마님은 아무것도 청하지 않았다. 세훈을 바라보며 세훈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 것을 마님은 앞서 챙겨주었고, 그런 마님이 세훈은 좋았다. 세훈이 월아를 처음 본 것은 기방에 들어온지 어연 4년, 9살이 되던 해였다. 백현과 마당에서 마님이 새로 만들어준 공을 차고 있을 때, 마님이 한 여자아이를 데리고 들어왔다.
“현아 인사해라”
“…”
“월아란다”
월아. 이름 참 예쁘다. 세훈은 생각했다. 얼굴도 모르는 어미와 아비에게 받은 ‘세훈’이라는 이름보다 월아라는 이름이 더욱 빛나보였던 것일까. 세훈은 월아의 눈이 굉장히 맑고 빛이 난다 생각했다. 물론 옆의 백현은 고개를 돌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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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훈아, 마님이 부르신다”
싱긋 웃으며 한 기녀가 세훈을 불렀다. 빨리 빨리. 기녀의 손짓에 세훈은 발걸음을 급히 했고, 방문을 들어가자 연보라 치마를 입고 담뱃대를 들고 있는 마님이 보였다.
“우리 아가 한번 안아보자”
마님이 팔을 벌리자 세훈이 그녀의 품에 폭 안기었다. 그녀가 세훈의 등을 쓰다듬어 주며 웃었다.
“우리 세훈이 많이 컸구나. 이제 사내가 다 된거 같다”
“어머니…”
“세훈아 이 어미가 부탁이 하나 있는데 들어주겠니?”
세훈이 그녀의 품에서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은 한없이 다정했다. 세훈은 절로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속으로 외쳤다. 무엇이든지, 당신을 위해서라면. 그런 세훈의 마음을 읽은 것인지 마님이 미소지으며 입술을 떼었다.
“우리 월아를 곁에서 지켜주지 않으련. 너가 월아의 호위무사가 되는거야”
세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호위무사라뇨. 백현과 함께 거리를 뛰어다니다 보면 허리춤에 검을 차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옆의 공터에서 대련을 하기도 했고, 때론 검을 다르기도 하였다. 세훈과 백현은 그들을 보고 정말 멋진 사람들이다 라며 감탄을 멈추지 않았다. 어린 마음에 무술을 하는 사람이 멋있어 보이던 까닭이었을까.
“세훈아 무술을 배우지 않으련”
마님의 눈은 단호했다. 그녀는 확신하고 있었다. 세훈이는 내 말을 들을 아이니까. 세훈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도데체 월아라는 아이가 무엇이기에. 세훈의 말에 그녀가 웃었다. 지금 투기를 하는 것은 아니겠지. 세훈의 볼을 어루만지던 마님이 세훈을 향해 미소를 지어보였다. 내 딸과 같은 존재란다 세훈아. 순간 세훈은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 같았다. 딸이라니.
“세훈이 넌 나의 아들같은 존재야. 그 아이는 딸과 같은 존재이고. 난 우리 아들이 여동생을 잘 지켜주었으면 한단다. 이제부터 그 아이의 곁에 붙어있으면 좋겠구나”
세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어미의 말이라면. 당신의 말이라면. 기꺼이 그렇게 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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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훈이 방으로 돌아오자 백현이 물었다. 어디갔다온거야. 세훈은 옷을 갈아입으며 답했다. 마님의 방에. 백현이 먼저 이부자리에 누워 손짓했다. 어서 자자.
“…그 아이는 아련마님의 딸과 같은 존재래.”
“너가 어떻게 알아”
“이제부터 걔 옆에 붙어있으라던데?”
세훈은 보았다. 백현의 눈에 서린 공허함을. 허무함을. 그리고 자신도 그 느낌을 너무나도 잘 알았다. 한낱 주워온 아이인 자신도 느낀 감정인데, 친아들이 못느낄리가 있을까. 세훈은 눈을 감고 백현의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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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달이 밝은거 같아요”
월아가 세훈에게 말했다. 세훈은 묵묵히 앞을 보고 걸었다.
“무사님은 이제 들어가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세훈은 15살부터 지금까지. 3년동안 그녀의 곁에 있었다. 그러나 둘은 한번도 서로를 이름으로 부른 적이 없었다. 호칭은 정해져 있었다. 세훈이 그녀를 부를 때는 ‘아가씨’ 그리고 그녀가 세훈을 부를 때는 ‘무사님’.
“그럼 아가씨 들어가십시오”
방에 들어가는 월아를 세훈이 바라보았다. 계속해서 마음으로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였다. 거리를 두는 것은 쉬었다. 그녀가 어디에 가던지 세훈은 뒤따라 가기만 하면 되었으니까.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며 웃음짓는 일이 거의 없었다. 이레가 지나면 오라버니가 온다 했잖아요! 라며 오열을 할 때도 세훈은 그녀의 곁에서 그녀가 쓰러지지 않게 붙잡는 역할이었지 그녀의 마음 속 짐을 덜어주는 존재는 아니었다. 어떤 말을, 행동을 할 때던지 둘은 서로에게필요 이상을 말하지 않았다. 세훈은 그녀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었고, 그녀가 나가고 싶다 하면 몰래 그녀를 살피었다. 그녀가 자유를 원한다 했을 때, 세훈은 오늘 하루만은 제가 따라 나가지 않겠습니다 라며 그녀를 자유롭게 풀어주었다. 그들의 사이에는 무엇인가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다. 그러나 그 벽은 믿음이란 풀이 칠해진 벽이었다.
어렸을 적부터 본 아이는 마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정말 아름답게 자랐습니다. 세훈은 멍하니 서 있었다.
“…백현형이 말하던 丹脣晧齒(단순호치)가 저 아이 인데”
월아의 방문을 바라보던 세훈은 발걸음을 돌려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형이 정확하게 봤다. 진한 향기를 죽이려 했는데 그러지 못하였구나. 향기를 맡은 벌이 나타났어. 검을 잡은 세훈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향기를 죽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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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셨습니까”
찬열이 고개를 숙였다. 준면이 그런 찬열을 바라보다 웃었다. 훈련중이었나 보구나. 3년 전, 17살이란 어린 나이에 자신의 호위무사가 된 찬열이 준면은 참으로 기특했다. 20살에 성인이 되자 바로 왕위에 올라 생명의 위협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찬열은 자신을 완벽하게 지켜내었다. 기특한 놈일세. 준면은 고개를 숙인 찬열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내 아비가 어디선가 주워온 고아 자식이 이렇게 자랄 줄이야.
“예. 소인을 찾으신다 하여 바로 이렇게…”
“그래 수고했다.”
준면이 웃었다. 찬열은 10년전 자신을 처음 만났을 때도 자신과 눈을 맞추려 하지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아 지금은 힘들겠구나. 한 나라의 황제의 눈을 바라본다는 것은 자신의 목숨을 건다는 것이니까.
“무슨.. 일이 있으신 것입니까”
찬열이 준면의 손을 바라보았다.
“음.. 그냥 무엇인가 궁금해서 불렀다.”
“무엇이 말이십니까”
“월화(月花)에 어떤 여인이 있다 한다.”
“…월화 말씀이십니까”
“그래. 탐월화접(探月花蝶)말이다. 달의 꽃을 찾는 나비라고”
“…기방 아닙니까”
찬열은 준면이 이상하다 생각했다. 한번도 기방에 대해서 언급을 한 적이 없는 황제가 무슨일로.
“기방을 소탕하라 이런 것이 아니라”
“…”
“가서 한 여인을 보고 오란 말이다”
여인 말씀이십니까. 찬열의 말에 준면이 헛웃음을 지었다. 그래 한 여인 말이다. 찬열을 바라보던 준면이 입술을 떼었다. 화향(花香)이란 기생인데 절세가인(絶世佳人)이라더구나. 한번 너가 직접 가서 얼마나 절세가인인지 보고 오거라. 뒤돌아서던 준면이 무엇인가 생각난 듯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아”
“…말씀하십시오”
“천향국색(天香國色)인지, 절대화용(絶代花容)인지 아니면 절세가인(絶世佳人)인지. 그것은 너가 직접 판단해서 보고하도록.”
절세가인(絶世佳人) : 당대에 견줄 인물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미인
절대화용(絶代花容) : 당대에 뛰어난 미인
천향국색(天香國色) :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
진짜 빨리 왔어요.....ㅎ..... 여러분! 항상 제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습네다 헿헿 초코에몽 너의봄이야 종하 사랑둥이 규니니 나비 네티 옆집큥 너에게 꽃이 핀다금방왔죠? 사랑스런 나의 암호닉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