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레오총수]
CAFE_V #02
W.돌쇠
프롤로그, 1편과 이어지는 내용이라 보고 와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파티쉐 구한다는 광고 보고 왔어요."
학연이 뒤통수를 한대 맞은 표정으로 멍하니 택운을 바라보았다. 택운 역시 이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로 입가에 살짝 미소만을 띄우고는 학연을 바라보았다. 몇 초간의 정적 후, 학연이 입을 떼었다. 시선은 택운의 얼굴에 고정되어 있는 채였다.
"아, 네, 네. 여기 앉으세요."
제법 매너 있게 택운이 앉을 자리의 의자를 빼고는 반대편 의자에 앉은 학연이 택운을 찬찬히 관찰하였다. 택운은 만면에 묘한 표정을 띄운 채로 의자에 걸터앉아 익숙하다는 듯 오른쪽 다리를 들어올려 왼쪽 다리 위에 얹어놓았다. 미끈하게 잘 빠진데다 길이까지 시원시원해서 은근히 섹시해 보이는, 자칫하면 건방져 보일 수 있는 자세로 앉아 태연하게 이력서를 학연에게 건네주는 택운의 모습은 마치 강대국의 여왕이나 들판의 표범을 연상시켰다. 이력서를 받아든 학연이 프린팅된 까만 글씨를 천천히 살펴보았다.
"…수상, 대상… 프랑스 5성급 호텔 근무?"
학연이 놀라움으로 동그래진 눈으로 이력서에 고정되어 있던 시선을 택운에게로 돌렸다. 택운은 무표정한 얼굴로 학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학연이 목소리를 가다듬고 물었다.
"저… 저희 가게에 지원하시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신가요? 그쪽 같은 분이 오실 가게가 아닌 것 같은데… 물론 와주신 거야 감사하지만."
택운이 웃었다. 물론 입꼬리를 살짝 올려 미소만 짓는 정도였으나, 표정을 굳히고 있어 냉기가 흘렀던 얼굴에 살짝 미소만 돌았을 뿐인데도 상당한 사랑스러움이 배어나왔다. 눈꼬리가 휘어지고, 전체적으로 사나웠던 얼굴상이 부드러워지며 다정한 느낌까지 들게 했다.
"전 게이예요."
"ㄴ… 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대답에 학연이 입을 딱 벌렸다. 택운은 여전히 평온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묻는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했다는 사실보다는 택운의 입에서 마치 오늘 날씨가 참 좋죠? 만큼이나 당연하고 아무 일 아닌 듯 뱉어진 저 말 한 마디에 학연의 의외로 여린 멘탈은 붕괴 직전이었다. 학연이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택운을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자, 택운이 고개를 옆으로 나른하게 비틀었다.
"…게이라도 상관없죠?"
"아, 네, 그, 상관없죠."
"그럼 언제부터 나오면 되나요?"
"네… 내일부터 나오시면… 아침 여덟 시에 오픈해서 밤 열두 시에 클로즈합…"
학연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들고 있던 가방을 챙겨 또박또박 소리를 내며 가게를 나간 택운의 뒷모습을 보고 학연이 조용하게 헐, 하고 읊조렸다. 되게 싸가지없는데 이상하게 밉지가 않은 사람이다. 하고 학연은 생각했다. 에휴, 어쩌겠어, 전설의 명인이라는데. 라고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던 학연에게 다시 짤그랑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홱 들어 문 쪽을 쳐다보자 택운의 무표정한 얼굴이 빼꼼히 나와 있었다.
"이, 잊고 가신 거라도 있으세요?"
"…계속 생각해봤는데요,"
"네?"
"그쪽 제 타입이에요."
예? 학연이 되묻자, 택운이 한참을 학연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다시 가게 문을 쾅 하고 닫아버렸다. 아니 무슨 저런 사람이 다 있어. 아니 그보다 나 지금 게이한테 이상형이라는 말 들은 거야? 아까보다 훨씬 더 심한 멘탈붕괴에 빠진 학연이 다리에 힘이 빠진 듯 테이블에 턱하니 주저앉았다. 가지고 가지 않은 택운의 이력서가 눈 앞에서 아른거렸다. 어, 근데… 학연이 아까는 그닥 신경쓰지 않았던 증명사진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정택운이라는 사람,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내 착각이겠지.
-
"그러니까, Bin, 진정해요."
"지금 이게 말이 돼? woon이 사표라니, 나한테 한 마디 말도 없이!"
택운의 볼키스를 받았었던 금발 남자, 프레데릭이 머리를 감싸쥐었다. 총책임자인 홍빈의 제대로 돌아버린 모습에 주방 전체의 분위기는 가라앉을 대로 가라앉아 있었다. 평소에는 나긋나긋하고 상당히 다정한 홍빈이었지만 한번 터져버리면 제대로 터져버리는 홍빈의 모습에 전부 홍빈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평소였다면 택운이 조용히 홍빈을 말렸겠지만, 지금 홍빈이 화가 난 원인이 택운이니 홍빈을 그나마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은 프레데릭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Je m'en doutais ca내 이럴 줄 알았어…라고 작게 중얼거린 프레데릭이 제정신이 아닌 홍빈의 어깨를 부여잡았다. 한참을 씩씩대다 그제서야 진정이 된 것 같은 홍빈이 말했다.
"한국이라고 했어요?"
"네, 한국. 왜 갑자기 그만둔 건지는 말 안 해 줬어요."
홍빈이 한참을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다 프레데릭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나 한국 가야겠어요."
"뭐라고요? Bin까지 가 버리면 우리 호텔은 어떡해요?"
"한 달이면 충분해요. 프레데릭, 한 달만 나 대신 책임자로 있어 줘요. woon 데리고 돌아올게요."
"…알았어요. 대신 다음 주에 있을 인터뷰는 하고 가요. 지난 달부터 잡혀있던 일정이에요."
"고마워요."
작게 미소 지은 홍빈이 프레데릭의 어깨를 톡톡 쳤다. 난 프레데릭만 믿을게요, 라고 속삭인 홍빈이 주방을 빠져나갔다. 홍빈이 나가자 주방 여기저기서 안도의 한숨이 튀어나왔다. 그래도 오늘은 문짝 다 안 깨부숴서 다행이지, 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프레데릭이 한숨을 푹 쉬고는 고개를 돌려 손뼉을 쳤다. 자, 다시 시작! 저녁에 귀빈들 오신다구요!
-
집에 들어오자마자 옷도 벗지 않고 침대에 벌렁 드러누운 택운이 주머니 속에서 자그만 증명 사진을 꺼냈다. 코팅이 되어 있어 꽤 시간이 지난 듯 하지만 깨끗하게 보관되어 있는 사진이었다. 사진 속에는 학연이 그대로인 얼굴에 교복을 입고 조금은 앳된 분위기를 풍긴 채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택운은 그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기억, 못 하는 거겠지…"
못 하는 게 당연하겠지. 하고 택운이 중얼거렸다. 택운의 입가에 애처로운 미소가 걸렸다.
-
"도련님, 무슨 걱정 있으세요?"
"넌 뭐 하냐? 앞치마는 왜 입고 있는 거야, 덩치는 산만한 게. 징그러, 임마."
"밥 해야죠. 도련님 혼자 밥 해 먹을 줄 모르시잖아요."
반박하고 싶었지만 사실 그대로여서 학연이 원식을 째려보았다. 사람 좋게 웃고 있는 원식은 사실 누가 봐도 좋은 보디가드이자 친구였다. 밥 다 해, 청소 다 해, 시키는 거 군말 없이 다 하고 힘도 좋았다. 은근히 유머러스한 면도 있었다. 하지만 학연은 거의 이십 년을 원식과 붙어 지내온 터라 원식이 귀찮기만 했다.
"…반찬 뭔데."
"도련님 좋아하시는 줄줄이 소세지랑 순두부찌개요."
학연이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맘에 든다는 소리였다. 원식이 작게 웃었다.
"도련님, 저는 가게 일 뭐 도와 드릴 것 없어요?"
"없어!"
"어머님께서 항상 도련님 옆에 있으라고 하셔서, 그냥 가게에 서 있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서요. 알바비도 아끼시고 좋잖아요."
"아우, 엄만 진짜, 주책이야… 그럼 너 그냥 홀서빙해라. 좋네."
학연이 입을 삐죽였다. 원식이 알았어요, 내일부터 출근할게요. 하고는 아, 소세지 타겠다! 라며 이층 계단을 두두두 내려갔다. 계단을 타고 고소한 냄새가 학연의 후각을 자극했다. 자꾸만 머릿속에 택운이 맴돌았지만 단순한 학연은 그냥 내일 생각하기로 했다. 어떻게든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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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2편입니다!!!ㅠㅠ 댓글 달아주시고 봐주시는 분들 너무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ㅠㅠㅠ!
택총러들 사랑해요ㅠㅠ!! 택총은 진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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