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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민] 아카시아 


 

 

검은 구름이 밤하늘을 매우더니 가느직한 빗방울이 떨어졌다. 소낙비처럼 거센 것도 아닌, 정말 그저 5월의 봄비였다. 양도 그리 많지 않아서 가방이나 재킷을 머리에 들쳐 맨 사람들이 뛰쳐 나갔다. 나는 그것을 그냥 바라만 보다 천천히 바깥으로 손 내밀었다. 여렸다. 벚꽃이 4월 느즈막 폈는데 일찍 지게 생겼다. 젖어 떨어지는 잎 너풀거리는 꼴이 꼭 나비같았다. 올해 꽃구경은 글렀네. 나는 손에 쥔 우산을 바닥에 몇 번 굴렀다. 대체 박지민은 언제 나와. 조금의 심통을 가미해서.
 

"김태형!"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나는 하는 짓을 그만두고 뒤돌아보았다. 입매가 흐물거렸지만 애써 참느라 가슴이 대신 간질거렸다. 큼큼 괜히 헛기침을 하며 뛰어오는 너에게 장우산을 불쑥 내밀었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내게 눈짓하는 것에 나는 짧게 대답했다. 늦었잖아, 니가 들어야지. 지민이 내 말에 입술을 비쭉 내밀며 우산을 확 낚아챘다. 미안해서 들어주는 거다, 너. 나는 탈탈 털며 우산을 피는 너에게 꾹 참은 웃음으로 대답했다. 내가 너의 뒷모습을 보며 귀여워했다는 표정을, 넌 아마 절대 모를거다. 

 

"얼른 와. 나 먼저 간다?" 

"아, 내 우산이잖아." 

"니꺼 내꺼가 어딨어." 

 

먼저 가진 사람이 임자지. 나는 발걸음을 뛰어 곁에 붙었다. 오늘 뭐 배웠어? 내 키만큼 팔을 높게 든 너를 보며 내가 키득거리자 코를 찡그리며 대답한다. 그냥 인물 조소. 결과가 마음에 안들었는지 뒷말이 꽤 길었다. 꿍얼거리는 입술이 예뻐서 웃음을 내뱉었더니 나 놀리는 거냐고 씩씩댄다. 주먹이 작아도 남자애라 그런지 내려치는 힘에 팔뚝이 저려왔다. 야!! 아프다고!! 아프라고 때렸지, 그럼 간지러우라고 때려? 샐쭉한 표정으로 두어 번 더 내려치더니 발걸음을 빨리한다. 키도 쪼끄만게 하여간 엄청 빨라요. 부러 중얼거리는 소리에 또 한 번의 주먹이 날라왔다. 아프다니까, 진짜? 아프라고 때린 거라니까? 

 

"아 됐고, 누구 했는데?" 

"뭘." 

"인물이라며. 누구 조각했는데?" 

"그냥, 아무나." 

 

잠시 머뭇거리던 입술이 대답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바깥으로 시선을 돌렸다. 우산이 투명했다면 떨어지는 비를 구경할 수 있을텐데. 불투명한 빨간 우산 천만 하늘에 동동 떠있다. 그새 팔이 저려오는지 자꾸만 낮아지는 높이에 내가 손잡이를 가로챘다. 어, 어- 얼빠진 소리를 내며 빼앚긴 손잡이를 보던 눈이 아래로 향한다. 우리는 서로 말이 없었다. 그 덕에 주변에 집중하게 됐다. 나는 자박자박 밟히는 꽃잎들을 바라보며 동시에 밤하늘을 날아다니는 꽃잎들도 쳐다봤다. 예뻤던 것들이 추락한다. 아마 내일이면 꽃이 다 떨어져있겠지. 아닌가, 약한 비라서 괜찮은가. 어물쩍한 공상을 하며 느릿한 걸음을 즐길 때였다.
 

"아, 꽃냄새 난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벚꽃만 머릿속에 가득 매우느라 다른 꽃의 향기를 찾지 못한 것이었다. 나는 그제서야 진하게 코끝을 스치는 향을 느끼기 급급했다. 

 

"이거 무슨 꽃이야?" 

"어?" 

 

…, 잘 모르겠는데. 나는 그때 정말 몰랐다. 어렴풋 동네를 지나가다 맡아 본 냄새인데 꽃은 알지 못했다. 그러자 지민이는 짧게 고개를 흔들며 아, 무슨 꽃이지-를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서 나는 너와 헤어졌다. 안녕, 짧게 손 흔드는 네 뒷모습을 보며 나도 손 흔들었다.  

 

근데 그거 아카시아래.  

아카시아래 지민아. 

 

말해주고싶다. 아카시아였다고.  

 

트위터 이사진보고 발려서ㅠㅠㅠ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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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어...??이거 제가 글잡에서보고 댓글달았던 건데...같은 작가님이신가..??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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