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민석찬열경수세훈종인백현]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 애처로운 밤의 향연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60221/40a968fe3725625ec077221cc40fb678.jpg)
일체유심조
一 切 唯 心 造
세상사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쏘크라테스
15
애처로운 밤의 향연
내가 끌려간 곳은 화려했던 기생집 내부가 아닌 지하에 있는 곳이었다. 지하에는 윗층과 달리 붉은 빛이 도는 탁한 곳이었다. 게다가 윗층에서 났던 묘한 향이 이곳에서는 꽤 강하게 흐르고 있었다. 나를 끌고 온 덩치들은 二八이라 써있는 방에 나를 밀어 넣었다. 그 방은 윗층에 있는 방보다 더 작았고 허름했으며, 뭔가 무서운 기운이 엄습하는 곳이었다. 덩치들은 방 문을 닫아놓고는 돌아가버렸다. 이부자리가 펴져있는 곳에 나는 홀로 쭈그려 앉아 손톱을 물어 뜯었다. 삼패, 그렇다면 이곳은 몸을 파는 삼패들이 있는 곳이란건가. 나는 몰래 방 문을 열었다. 그리곤 다른 방들을 바라보았다.
방 마다 팻말이 붙어있었다. 내 방은 스물 여덟번째 방이었고, 거의 내가 마지막 방이었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 곳은 뭐하는 곳이길래, 무섭도록 조용하고 음침하단 말인가. 내가 다시 방문을 닫자 갑자기 내 앞방에서 문이 열렸다. 어딘가 성숙해보이는 여인이었다.
"얘들아, 스물 여덟번째 기녀다."
여인의 목소리에 하나 둘씩 방 문을 열기 시작했다. 여인들은 하나같이 성숙해보였다. 그리고 묘한 향과 어울리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길게 풀어헤친 머리와 속치마만 입고 있어 훤히 드러나는 다리. 붉은 입술, 자꾸 바라보게 되는 묘한 눈빛들을 가지고 있었다. 혼자 옷을 입고 있는 나는 그들의 놀잇감이 되버린 것 같았다. 나는 그들의 분위기에 눌려 머리를 숙이게 되었고 내 앞방에 있던 여인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내 방으로 천천히 건너왔다.
"처음이구나."
"……."
"처음인데 왜 이곳에 왔지. 포주 눈에 잘못 걸리기라도 했니?"
내가 아무런 말이 없자 여인은 알것 같다는 조소를 띄웠다. 그나저나 포주라니, 이곳 여인들은 찬열을 도련님이라 부르지 않고 포주라고 부르는 모양인가 보다. 게다가 모두 찬열에게 악 감정이 섞여 있는듯한 목소리였다.
"괜찮다, 여기에 있으면 다 괜찮다."
"…여긴 뭐하는 곳입니까?"
"아, 여기."
여인은 하나 하나 내 옷고름을 풀기 시작했다. 저고리를 풀고, 겉치마를 풀고, 정성스럽게 땋은 머리를 풀었다. 나는 점점 여인들의 모습과 같아지고 있었다. 여인은 마지막으로 내 뺨을 한번 어루만지더니 내 귓가에 자신의 입술을 대고 속삭이기 시작했다.
"네 모든 것을 파는 곳이지."
"……."
"네가 가진 젊음, 네가 가진 아름다움, 품었던 사랑, 가족, 너의 기교 전부를."
결국 눈이 풀리기 시작했다. 여인은 미소를 잃지 않고 내 어깨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이름이 뭐니."
"아이, 예요."
"아이, 좋은 이름이구나. 하지만 여기선 네가 받은 이름을 못 써."
"무슨……."
"여기선 다들 너를 계집년, 이라고 부르니까."
온 몸에 힘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여인은 느긋하게 일어나 내 방을 나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버리곤 문을 닫아버렸다. 여인이 문을 닫자, 같이 문을 열고 있던 다른 여인들도 하나 같이 문을 닫아버렸다. 나는 순간 위험함을 감지하곤 내가 있던 방을 빠져나와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더이상 달아날 곳은 없었다. 문은 막혀 있었고 창문이라고는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다급하게 문을 두들겼다. 하지만 들리는 것은 방 안에 있는 여인들의 웃음소리 뿐이었다.
/
민석은 다시 마을로 돌아갔다. 아까 시장에서 벌인 몸싸움 덕에 자잘한 상처가 남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신경쓸 대가 아니었다. 민석이 마을로 올라가 집을 찾아 갔을 때에 종인은 평상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종인의 옆엔 엄청난 크기의 보따리가 있었다.
"대장!"
"옆에 그건 뭐야."
민석의 눈이 보따리를 향해 있자, 종인은 꽤나 화가 난 표정으로 아까 전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어느 집의 하인인지는 모르겠는데 거래의 의미라며 던져주고 가더군요. 제가 다시 가져가라 뛰어도 갔지만 이미 사라진 후였습니다."
"파렴치한 놈들."
"무슨 일입니까."
"……아이가 지금 기생집에 잡혀 있다."
민석은 파르르 떨리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민석의 말에 종인은 아무런 말을 내뱉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 앉아버리고 말았다.
"이게 무슨,"
"지금 산에 간 동료들은 언제 도착할 예정이지?"
"내일 오후쯤에 올 것 같습니다."
"우린 그때동안 그린내를 조사하자. 반드시 아이를 구해야 해."
종인은 민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옷을 챙겨 입었다. 달빛이 중천에 떴다. 민석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다 깊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아까 전 시장에서 자신을 안았던 아이의 촉감을 잊을 수가 없었다. 민석은 답답한 가슴을 쳐대며 분노를 삭혔다. 그린내라 하였다, 민석의 눈 밑이 점점 붉어져 갔다.
/
집으로 돌아온 경수는 낮에 보았던 여인의 형태를 잊지 못했다. 여태껏 자신이 보았던 여인들 중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경수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쥐고는 눈을 살며시 감았다. 처음 느껴보는 미세한 떨림이 기분 좋았다. 경수가 눈을 뜨자 자신의 책상 위에 분홍색 비단으로 쌓인 선물이 보였다. 경수는 그 선물을 보고는 누구의 것인지 몰라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 그리곤 살며시 분홍색 비단을 풀었다. 비단을 풀자 보이는 것은 털이 부드럽고 고운 여러개의 붓들이었다. 붓 밑에는 예쁜 글씨로 적은 편지가 있었다. 자신과 맞선을 본 다른 여인에게서 온 선물이었다.
"어째서 향이 나지 않는 것일까."
경수는 아까 전 부딪친 자신의 어깨에 코를 대었다. 그리곤 미세하게 맡아지는 꽃내음을 음미했다. 아주 잠깐 부딪친 것인데도 이리 향이 강한데 이 선물에선 그 여인의 향이 전혀 나지 않았다. 경수는 분홍색의 비단을 다시 고이 접어 놓고는 책상 끄트머리에 두었다.
경수는 밤이 새도록 꽃밭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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