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민석찬열경수세훈종인백현]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 새로운 꽃을 발견한 나비란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60221/40a968fe3725625ec077221cc40fb678.jpg)
일체유심조
一 切 唯 心 造
세상사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쏘크라테스
13
새로운 꽃을 발견한 나비란
중심가에 도착한 민석은 많이 지쳐 있었다. 날이 많이 저물어 있고, 아무래도 새벽부터 산에 오른 탓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비단옷을 입은 민석의 걸음걸이는 하나도 지친 구석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민석은 이 곳에서 그린내라는 기방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그곳에 아이가 있는지 살펴 보아야 했다. 그것이 오늘 민석의 하루가 끝날 것이란 포성을 알리는 것과도 같았다. 민석은 득실거리는 사람들의 틈을 이리 저리 헤집으며 다녔다. 술냄새, 야밤에 나는 달냄새, 여러 먹거리 냄새 등등이 혼잡하게 섞여 나기 시작했다. 민석은 손등으로 코를 막았다. 역한 냄새가 아직 민석에게는 적응 되지 않은 탓이었다.
"꽃 비녀가 단 5냥이옵니다!"
"임금님도 드시는 꼬치 구이 하나 드시고 가시오!"
"비단옷이 오늘 밤엔 10냥이올시다!"
여러 상놈들의 목소리가 시장을 시끄럽게 만들기 시작했다.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부모를 찾아 뛰어 다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그 곳에서 민석은 혼자였다. 민석은 혼자라는 기분을 잘 몰랐다. 어렸을 적부터 여러 덩치 큰 사내들의 틈에 끼어 살아왔던 터라 아무런 외로움 없이 자라왔다. 민석의 아버지는 한 마을을 이끄는 족장이었다. 중심부와는 거리가 먼 마을이어서 아무런 재해도 침략도 없었다. 민석은 그런 아버지 틈에서 자라왔다. 족장의 아들, 민석은 마을 사람들에게 귀한 존재였다.
민석은 족장의 아들답게 좋은 가르침을 받아왔다. 글을 읽는 것부터 시작하여 그림을 그리는 것, 서예, 무술 같은 것들을 민석은 어릴 적 부터 깨우쳐야 했다. 민석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꽤나 일찍이 알아차렸다. 자신은 족장의 아들이었으므로 이러한 수련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민석은 엄한 아버지의 시선을 피할 수가 없었다. 민석의 아버지는 마을 사람들에게는 한 없이 친절한 사람이었지만 민석에게 만큼은 엄한 사람이었다. 작은 실수 하나에도 회초리를 들었고, 윽박을 질렀다. 어렸던 민석은 그런 아버지를 미워했으나 점점 몸이 커가면서 알아가게 되었다. 저 아버지를 벗어날 수 없다고 말이다.
/
세훈은 자신에게 찾아온 경수를 다시 돌려보내었다. 시간이 늦은 탓도 있었지만 어딘가 얼이 빠져보이는 모습에 제대로 말이 통할 것 같지 않아서 였다. 세훈은 그런 경수를 돌려보내고는 다시 기생집 안으로 들어갔다. 점점 해가 기울었다. 이제 슬슬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 기방의 문이 열린 모양이었다. 낮까지 잠을 채우고 몸을 단장하는 기생들의 향기가 묘연하다. 아니, 기방 안에서 나는 향기는 세훈의 몸에서 나는 향기와 거의 같았다.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약초의 향기. 세훈은 이 약초를 마약(痲藥)이라 불렀다. 사람들이 끊이질 않는 이유가 바로 이 마약에 있다. 술에 소량의 마약을 타 넣으면 사람들은 정신이 묘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그 이유가 바로 술맛에 있다고 생각한다. 세훈은 이 점을 노려 찬열과 손을 잡았다.
시끄러운 방들을 지나쳐 세훈은 구석에서 가장 좋은 방의 방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몸을 단장하고 있는 백현이 있었다. 세훈의 등장에 뺨에 분을 칠하고 있던 백현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백현에게 세훈은 나이 어린 친구이기도 했고 얄미운 참새같기도 했다. 쉴틈없이 짹짹거리기에 지어준 별명같은 것이었다. 세훈의 등장에 백현은 이를 악 물었다. 이것은 소리를 지르지 않기 위한 방법이었다.
"너 친구 생겼다며."
"닥쳐라. 걔 때문에 지금 기분 거지 같으니까."
"봐 줘라. 형이 좋아 한다잖아."
"그러니까 싫다고! 진짜 꼴보기 싫어, 어디서 막대먹은 애가 굴러들어와서는!"
역시나, 세훈은 백현을 잘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세훈은 백현의 방에 들어가 단장을 하고 있는 백현의 앞에 앉아 턱을 괴었다. 백현의 시선이 흘긋흘긋 세훈을 향했고, 결국 짜증을 내고 말았다.
"뭘 자꾸 쳐다봐, 새대가리야."
"내가 너보다 공부 잘해."
"기생보다 공부 잘해서 좋겠다, 공부 잘하는 놈은 그만 꺼져라."
"걔 너무 미워하지마."
"이런 개자식이, 야. 너 그 말 하려고 여기 까지 왔어?"
백현의 눈이 부릅 떠지고 말았다. 세훈은 그런 백현을 바라보더니 깊게 한숨을 내 쉬고 말았다. 백현의 소유욕은 참으로 대단했다. 처음 기방에 와서 백현을 보았을 때 세훈은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믿게 되었다. 저 또래같이 보이는데 나이는 몇살이나 더 많았다. 계집애처럼 예쁘장하게 생긴 백현이 세훈은 참으로 신기했다. 세훈은 그런 백현이 궁금했다. 낮에는 방에 나오지 않고 잠만 자고, 밤에는 아버지뻘 되는 양반들 품에 안겨 웃고 있는 꼴이 우습기도 했고 화가 나기도 했다. 백현은 모든 일에 무감각이었다. 여자 기생들의 질투에도 전부 반응을 하지 않고 오로지 홀로 지내왔다. 그런 백현이 화를 낼 때가 딱 하나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찬열에게 끼를 부릴 때였다. 그때마다 백현은 어디서 들고 오는지 모를 식칼을 들고 와 찬열에게 끼를 부렸던 기생들에게 협박을 하곤 했다. 세훈은 그런 백현이 점점 좋아졌다. 남자여도 상관이 없을 정도로 말이다.
"딱히 그런건 아니고. 걔 불쌍한 애잖아."
"뭐가 불쌍한데, 여기서 안 불쌍한 기생들이 어디있어."
"그렇긴 그렇지."
세훈이 씁쓸한 미소로 답했다. 백현은 단장을 다 끝냈는지 자신의 얇은 다리를 드러 낼 옷으로 바꿔 입었다. 그 모습을 뚫어져라 보고 있던 세훈은 이젠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것을 알아차렸다. 예전에는 심장이 벌렁거릴 정도로 뛰었었는데 말이다.
"야, 형한테 안 가보냐."
"그 새끼 짜증나서. 얼굴 보면 때릴 것 같애."
"보면 때리지도 못하는게."
"야, 너 자꾸 시비 걸거면 나가."
둘의 대화는 외줄타기를 하는 것처럼 아찔하다. 하지만 금세 꺼지는 불꽃처럼 반짝이다 사라진다. 세훈은 자신의 첫사랑이었던 백현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어 주었다. 세훈이 자신의 첫사랑을 그저 그렇게 보내야 했던 이유는 쉬웠다. 자신의 첫사랑이 자신과 함께 일을 하고 있는 찬열을 좋아해서. 찬열을 몇년동안이나 짝사랑했기에. 어떤 거센 바람이 불어도 그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에. 세훈은 첫사랑을 포기하기가 쉬웠다.
"야, 현아."
"왜 자꾸 불러."
"관심 가는 애가 생겼어."
"잡아."
세훈은 백현의 말에 눈을 찡긋했다. 백현은 세훈을 바라보고는 꽤나 진지한 어투로 말했다.
"관심간다며, 그 관심이 어떤 뜻의 관심인지 확인하지 말고 잡으라고. 그거 확실히 사랑이니까."
"진짜 사랑이 맞을까?"
"어."
어쩌면 백현의 대답을 진작에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뼈저리게 경험했던 감정. 세훈이 백현을 처음 보았을 때 생겼던 관심이 오늘 처음 본 여자에게 생겼던 관심과 같은 기분이었다. 궁금해서 참을 수 없을 정도로의 그런 느낌. 세훈은 미묘하게 미소를 흘렸다. 지루했던 세훈의 꽃밭에서 새로운 향기와 새로운 모양의 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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