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뒤로 한동안 태환과 쑨양은 만나지 못했다.
둘 다 남은 1500m 경기를 위한 훈련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훈련하고, 지쳐 잠들고의 연속인 생활에서 그들은 서로를 떠올릴 여유조차 가질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고요한 흐름은 기어이 꺠질 수 밖에 없는 것이었나보다.
싫다니까요!!!!!!!!!!
야 임마!!!!!!! 잘하다가 갑자기 왜그래???
싫어요!!!!!!내가 안한다고 했잖아요!!!!!내가 안하겠다는데 코치님이 무슨상관이에요!!!!!!
네가 지금 그런 개인적인 감정에 휘둘려도 될때가 아니라는거 알잖아!!!네가 무슨 어린애야? 지금 넌 동네 수영장에 놀러온게 아니라, 한나라의 이름을 짊어진 국가대표야!!!!!!!
국가대표는 무슨 사람도 아니에요???나 진짜 못하겠다구요!!!!!!
야!!!!!!!!!!!!!!!!!!!!!!!!!!!!!!!!!!!!!!!!!!!!!!!!!박태환!!!!!!!!!!!!!!!!!!!!
싫다. 정말 다 싫다. 난 왜 여기있는걸까. 도대체 내가 뭘잘못했기에 내가 하기싫은 일마저 억지로 해가며 살아야하는건데!!왜!!!!!!!!!
삼일동안 밥만 먹으면 수영을 했다. 정말 그 외에는 아무일도 못할정도로 하루종인 물에서만 있었다.
주종목인 400m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둔탓에, 남은 1500m에 대한 부담감은 더욱 컸다. 하지만 마음과는 다르게 몸은 원하는 기록을 내주지 않았다.
400m와 1500m는 그 강도 자체가 비교가 안된다. 수영의 마라톤이라고도 불리는 1500m는 강인한 정신력과 페이스조절능력, 그리고 체력이 모두 받쳐줘야한다. 순간적인 스퍼트로 역전시킬 수 있는 400m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러니 당연히 400 m보다는 기록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나를 절망시키는 것은 하면 할수록 떨어지는 기록이었다. 한두번 정도는 그러려니했다. 난 여기에 특화된 선수는 아니니까, 노력하면 더 잘할 수 있을거야.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래도 그것도 한두번이다. 특히 둘째 날에는 하다가 중간에 페이스를 잃어버려 중지하고 바로 휴식을 취한 일도 있었다. 물에서 나와 잠시 쉬는동안,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나는 뭘 하고 있는걸까. 해도 안되는데, 그만두고 싶었다. 내 기록이 안좋을때마다 날 격려해주시지만, 나보다 더 어두운표정의 코치님. 밥도안드시고 나를 계속 따라다니며 지도해 주시는 코치님께도 미안하고, 이런 나에게도 기대를 거는 국민들에게도 미안했다.
이 상태로 경기를 망칠 바에는 차라리 출전하지 않고 400m의 은메달이라도 지키는게 낫지 않을까.
하아.........................................흡....
락커룸에서, 주저 앉아 버렸다.
난 대체 뭘까...도대체 왜 내가 국가대표인거야...나보다 더 잘하는 선수도 많은데..!!!!
흑...흐읍...흐흑.....
나 혼자밖에 없는건지, 내 처량맞은 울음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린다.
그게 서러워서, 아예 목놓아 울어버렸다.
흐어어...!!!!나 싫다고!!!!...흑..!!으어어어엉!!!!!!!!
그 때, 뭔가 쿵쿵거리는 발자국소리가 들리더니 커다란 그림자가 나를 덮친다.
Park!!Why are you crying?????(박!!!왜울어!!!!!!)
쑨이다. 세게신기록. 나보다 훨씬 수영도 잘하고, 젊고 유망한 스타선수. 그에 비해 나는 이제 곧 은퇴해야할, 곧 져버릴 별.
그런 그와 내가 너무나 비교되었다. 그는 장거리에 특히 강하니, 1500m에서도 당연히 좋은 결과를 낼 것이다. 과연 이따위 기록으로 그와 비교라도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꼬리를 물자, 그에 대한 원망마저 생겨났고, 종래에는 네가 뭘안다고 날 위로해!!!!!!!!라는 생각에 아무 잘못도 없는 그를 나도 모르게 그를 휙 밀쳐버렸다.
쑨은 잠시 당황한 듯한 표정이더니 내가 더욱 서럽게 울어버리자, 그냥 나를 꾹 끌어인아버렷다. 내가 숨도 못쉴정도로.
Don't cry...don't cry...please.........(울지마...울지마 제발.......)
그 외에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말을 끝내지도 않았다. 온기가 느껴지자 더욱 더 서럽게 우는 나와 그의 속삭이는 목소리만이 고요한 적막속에 있을 뿐이었다.
내가..내가 뭘 잘못햇는데!!!!!!왜 사람들은 결과만 보면서,우리가 얼마나 노력하는지 봐주지도 않으면서 욕부터 하는건데!! 왜 내가 욕먹고 불안하면서까지 수영해야되!!!!!자기들이 수영이 얼마나 힘든지 알아?400m 한번 뛸때 0.01초라도 빨리 들어오려고 발악하는 우리를 알아?????1500m 한번만 뛰면 탈진해서 쓰러지고 싶다고!!!!!!그런데도 그놈의 메달이 뭔데!!!그게 뭔데 날 욕해!!!!!!!!
마음속에 담아뒀던 말이 물을 가둬둔 제방이 터지듯, 쉴새 없이 입밖으로 흘러나왔다.
쑨은 폭발하는 날 그냥 안아주었다. 아무말도 하지 않았음에도, 울음에 목이 메여 쿨록거릴때마다 등을 두드려주는 손길이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한참을 터뜨리고 나자, 힘이 빠져 더 이상 소리를 지를 순 없었다. 내가 좀 진정된것 같아 보이자, 그때서야 쑨은 날 놓아주었다. 그리고 내 눈물범벅 얼굴을 손으로 쓱-훔쳐주며 무슨일이냐고, 나긋나긋한 소리로 물어왔다.
다정한 목소리에 또 다시 눈물이 났다. 그쳤다가 다시 울자, 무척 당황한 그는 울지말라고, 제발 울지말라고 말하며 자기가 더 아픈 표정으로 날 껴안았다.
Sun.......
얼마나 울었는지 목이 다 쉬어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다.
I don't want to..I don't want to do 1500m race.....(나..나...1500m 나가기 싫어)
Why?(왜?)
I'm so worried and inconfident. There lots of great swimmers like you. They're much better than me. And, I don't want to be so frustrated anymore...(나 정말 걱정되고 자신이 하나도 없어. 너같은 잘하는 선수들이 너무나 많단말이야. 그들은 나보다 훨씬 잘한다고..그리고..나 더이상 절망하기는 싫어...........)
I always make mistakes in start. In Athene, and in London. 1500m race is not mine.
And, now I'm old. In contrast, you're young and you also have a world record. I'm just a short old asian. (난 항상 실수만 해. 아테네에서도, 그리고 런던에서도. 게다가 1500m는 내 주종목도 아니야. 그리고, 나는 이제 나이도 많아. 그에 비해 너는 젊고 세계신기록도 보유하고있지. 난 이제 그냥 작고 나이많은 동양인일 뿐이야.)
말하고 보니 더 서럽다. 그런데, 갑자기 조용히 듣고만 있던 쑨양이 날 들쳐맨다.
S..Sun!!!
발이 둥둥뜨는 느낌이 너무나 당혹스럽다. 그리고 날 화장대 위에 앉힌다. 쑨은 양손을 내 다리 양 옆으로 팔을 짚고는 나랑 눈은 맞춘다. 그 시선이 너무나 강렬해서 고개를 숙이자, 단호한 목소리로 Look at me.라고 말한다.
하아.... 가벼운 한숨으로 운을 뗀 쑨이 나직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한다.
Park.What did I said. I said you're my idol. I was so happy when I was swimming with you. 4 years ao, there was a small boy, who became my dream. He wasn't given good condition for swimming. But, that boy had acheived a medal. I can't forget the scene scince right now this moment.(박. 내가 뭐랬어. 넌 나의우상이라고 했잖아. 너와 수영할 때 나는 너무나도 기뻤어. 4년전에, 내 꿈이 된 작은 소년이 있었지. 그 소년은 수영으 하기위해 그리 타고난 좋은 조건을 가진것도 아니었어. 하지만, 그 소년은 당당히 메달을 따냈지. 난 아직도 그 순간을 잊을 수 없어.)
When I first saw you, I couldn't believe my eyes. Every moment that I'm swimming with you is so happy, and precious to me.(널 처음봤을 때, 난 내 눈을 믿을수가 없었어. 너와 함께 수영하는 매 순간이 나에게는 너무나 즐겁고, 소중해.)
Since you came into my sight, you bacame my dream forever.(네가 내 시야에 들어온 그 순간부터, 넌 나의 꿈이 된거야.)
또박또박 정확히 말하려 애쓰는 발음이 하나하나 내 귓가에 와 박혔다. 그의 말은 모두 진심이었다. 말의 진동 하나하나에도 모두 그의 감정이 묻어있었다.
그는 한 손을 움직여 내 손등을 덮었다.
그리고 너무나 따뜻한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다.
Please give me another chance to swim with you, 태환.(부디 나에게 너와 또 수영할 수 있는 기회를 줘, 태환.)
나는 그의 말에 싫다는 소리를 할 수 가 없었다. 너무나 간절해서, 거절하는 순간 내가 죄인이 될것만 같았다.
어느샌가 울음 후의 딸꾹질은 그쳐있었다. 내 앞에 서있는 커다란 그.
그의 진심이, 내 마음속에 스며 상처입었던 마음을 감싼다. 마르고 갈라져 피고름이 나던 자존심의 상처를 따스하게 적셔준다.
상대 선수에게 이런 따스한 말도 건넬 줄아는 멋진 선수. 마냥 어리고 천진하게만 보이던 그가 새삼 달라보인다. 이런 멋진 그와, 정면으로 승부를 겨뤄보고 싶다. 그리고 결과가 어떻게 되든 후회가 남지않도록 정정당당히 승부해 보고싶다.
그럴러면 지금 이럴 때가 아니다!!!!!
갑자기 의지가 마구 솟아올랐다. 나는 고마움의 표시를 하고싶었지만, 고맙단 말은 너무 진부해보여, 그의 목을 한번 세게 껴안았다. 그리고 결선에서 보자고 한뒤 얼른 다시 수영장으로 뛰어들어갔다.
열심히 해야지. 그래서 꼭 쑨과 다시한번 붙어보는거야.
가면, 우선 코치님께 사과부터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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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이번 편 좀 길게 썼더니 되게 뿌듯하네요ㅎㅎ
뭔가 글을 쓰는데, 자꾸 제가 더 서러워져서 혼났어요ㅠㅠ
에효, 벌써 일주일의 시작인 월요일이네요 ㅎ
모두 피곤하실테지만, 한주의 시작이니만큼 힘내서 아자아자!!열심히 보내는거에요^^
그럼 더위 조심하시고 다음편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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