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루민클첸] 구중궁궐 07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f/e/0/fe08175842ad1cd65e4ef4f19df6fe28.jpg)
BGM :: 미인도OST - 월야밀회(月夜密會)
第 二 章 :: 바람에 스러진 꽃 (4)
화란정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다. 잠시뒤 가마가 도착하면 민석은 김대감집으로 떠나야 했다. 단촐하게 짐을 꾸리고 가마를 기다리며 방을 지키는 민석의 곁에 앉은 은영의 재잘거리는 말을 듣는 민석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걸렸다. 김대감이 보내온 비단필과 패물들을 구경하며 눈을반짝이는 은영의 꺄르르 터지는 웃음소리가 우울하던 민석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가볍게 해주었다.
"홍월언니, 이 비단좀 봐, 참말 곱다."
"그 비단, 은영이 너 주련?"
"정말?"
"응. 언니는 이제 필요없으니까. 너 가지렴."
고마워,언니! 통통한 뺨을 물들이며 웃는 은영을 보는 민석의 입가에도 설핏 미소가 서렸다. 어멈한테 옷지어 달라 그래야지! 자신이 건넨 비단을 든채로 쪼르르 달려가는 은영을 바라보던 민석이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활짝 만개했던 벚꽃은 어느새 다 져있었다. 바닥에 쌓인채 바람이 불때마다 사락사락 흩어지는 벚꽃잎을 멍하니 바라보던 민석이 손에 끼워진 가락지를 만지작거렸다. 루한… 조심스레 불러본 정인의 이름이 마음에 사무쳤다. 나는 정말, 너만 바라보고, 너만 연모하고 싶었어….
새삼 가슴 가득히 밀려오는 연심에 민석의 눈꺼풀이 가늘게 떨렸다.
"민석아."
방안으로 들어온 종대의 목소리에 민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모습에 그냥 앉아있으라는듯 손짓을 한 종대가 민석에게 다가왔다. 민석의 등뒤에 자리를 잡고 앉은 종대가 민석의 머리채를 풀어내렸다. 멀뚱히 앉아 있던 민석이 조용히 웃음을 지었다. 머리 빗어주게?
"응. 이것도 마지막 이니."
"흠, 좋다. 니가 머리빗어주는거 정말 오랜만이야. 팔려가는것도 할만한데?"
"…쓸데없는 소리 하기는."
어린시절, 민석의 머리를 빗어 땋아주곤 하던 종대와의 추억이 생각이나 민석이 베실베실 웃음을 흘렸다. 종대의 손에의해 민석의 머리칼이 곱게 빗어내려졌다. 평소같으면 조잘조잘 수다를 떨었을 두사람이것만, 오늘은 꿀이라도 먹은듯 조용하기만 했다. 사락사락 머리칼을 빗어내리는 소리를 묵묵히 듣고있던 민석이 입을열었다.
"종대야."
"응."
"고마워."
"…뭐가."
"그냥. 전부다."
베시시웃는 민석의 말에 종대의 손이 가늘게 떨려왔다. 나는 너 안좋거든? 퉁명스럽게 말하는 종대의 목소리게 물기가 가득했다.
"너 말은 그렇게 해도, 속은 아닌거 다알아."
또다시 침묵이 흘렀다. 아무말 없이 민석의 머리를 빗고 땋아내려 댕기까지 곱게 맨 종대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고개를 돌린채 눈가를 훔치는 종대의 모습에 민석이 종대의 손을 붙잡았다.
"종대야."
"…왜."
"나, 부탁하나만 들어줘."
"……."
무슨 부탁을 하려는지 민석은 한참을 뜸을 들였다. 잡고있는 종대의 손을 잡았다, 놓았다 하며 우물대던 민석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혹시나 나중에라도 루한이나, 다른사람이 내 행방을 물어오면, 절대, 절대로 팔려갔다는 말 하지말고, 그냥 준면어르신과 함께 떠났다고만 해주련. 응?"
"…못된것."
너는 이런때도 정인생각뿐이니? 나는 걱정도 되지않지? 민석의 말을 들은 종대가 잡힌손을 뿌리치고는 방을 나가버렸다. 멀어지는 종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민석이 자신의 방을 휘 둘러보았다. 방안 가득 자신의 손때가 묻어있었다. 화란정의 존재는 항상 자신을 얽매는 족쇄같았는데, 막상 떠나려니 발이 쉬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살을 붙이고 살아온 곳이라 정이든것 같았다. 창밖으로 보이던 꽃들도, 종대와 함께 뒹굴던 따뜻한 아랫목도, 자신을 쫒아 종종대던 은영이도, 다시는 못보겠지. 이젠 정말, 가야하는구나.
"홍월아, 김대감댁에서 사람이 왔다. 나오너라."
방밖에서 들려오는 기생어멈의 목소리에 민석이 방을 나섰다. 화란정 앞에 놓여진 작은 가마옆에 가마꾼들이 민석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을 배웅하러 온 준면과 종대를 바라보는 민석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와, 나 간다고 이렇게 와준거야? 밝은 민석의 목소리와는 반대로, 종대와 준면의 표정이 어두워졋다. 뭐야, 두사람다 표정이 왜그래, 응?
"민석아, 미안하다."
"아니에요 어르신. 제가 더 죄송하죠. 마음만 무겁게 해드리고… 그래도 우리 종대, 잘 부탁드려요."
"…그래. 종대는 걱정말거라."
"너나 잘해. 가서 또 울지나 말고."
응, 알았어. 고개를 끄덕인 민석이 가마에 올랐다. 민석이 가마에 오르자 가마문이 닫혔고, 이내 숙련된 가마꾼들이 빠른걸음으로 김대감댁을 향해 멀어졌다. 멀어지는 가마를 바라보던 종대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못된것 같으니… 한번 뒤돌아보지도 않는구먼. 훌쩍대며 눈물을 훔치는 종대의 등을 토닥이던 준면이 말없이 무언가를 건네었다.
"종대야, 이거 민석이가 전해달라더구나."
"…무엇인데요?"
"그건 너가 확인하고, 또… 너도 이제 곧 우리집으로 가야지."
"…조금만, 시간을 주시오. 나 짐도 싸야하고, 민석이놈 방도 정리해야 하고, 또…"
"그래, 알겠다. 일주일 말미를 줄테니 준비하거라. 허고, 너도이제 계집애 옷은 그만 입고 사내옷을 입거라. 옷은 내가 곧 보내주마."
고개를 끄덕이는 종대의 머리를 쓰다듬은 준면이 자신은 이만 가봐야겠다며 발걸음을 돌렸다. 멀어지는 준면을 향해 꾸벅 고개를 숙인 종대가 화란정안의 민석의 방으로 들어왔다. 예전과 하나 달라진것이 없는 방이었건만, 왜이리 허전하게 느껴지는지… 방을 휘둘러보던 종대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준면이 건넸던 봉투를 꺼내들었다.
뭔데 이리 꼼꼼하게도 붙였누…. 단단히 봉해진 봉투를 열기위해 한참을 낑낑해던 종대가 힘겹게 연 봉투를 뒤집어 탈탈 털었다. 툭- 하고 떨어진 물건을 집기위해 손을 뻗은 종대의 움직임이 멈추어 섰다. 어,이거…
민석이 종대에게 남긴것은 낡은 댕기였다. 오랜 시간이 흘러 색이 바랜 댕기를 바라보는 종대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민석이놈, 뭐 이런걸 아직도 가지고 있누…
민석이 남긴 댕기는 종대가 처음으로 민석에게 선물한 것이었다. 화란정에 처음 들어와 계집아이 옷은 입지않겠다며 패악을 부리고, 물건을 깨부수는 종대는 화란정의 골칫거리였다. 그날도 역시나 계집아이 옷은 입지않겠다며 도망나온 종대는 여느때처럼 화란정 구석진곳에 숨어있는 종대의 앞에 조그마한 얼굴이 쑥 들이밀어졌다.
"니가 종대야?"
자그마한 몸집에 까만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자신의 앞에선 아이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종대가 고개를 돌렸다. 저리가. 저기, 니가 종대야? 응? 계속해서 물어오는 아이의 목소리에 짜증이 치민 종대가 손을 뻗어 아이를 밀쳣다. 아이씨, 가라니까! 종대의 손에 밀쳐진 아이는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졋고, 그모습을 본 종대는 애써 놀란기색을 감추며 뚱한표정으로 앉아있었다. 넘어진 아이는 의외로 울음을 터트리지 않았다. 더러워진 치마자락을 툭툭 턴 아이가 종대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니가 종대야?
"아이씨, 그래. 내가 종대다. 김종대. 됐냐?"
버럭 소리치는 자신의 말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 아이가 목에 걸린 주머니에서 당과를 꺼내 종대에게 건냈다. 종대야, 이거 먹을래? 작은손에 들린 당과를 가만히 바라보던 종대는 못이긴척 당과를 받아들였다. 한입 베어문 당과의 맛에 기분이 조금 풀어진듯한 종대의 표정을 살핀 민석이 종대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나는 민석이야. 김민석."
"응."
"우리 친구할래?"
"엉?"
뭔 개풀뜯는 소리냐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종대를 본 민석의 얼굴에 곱게 미소가 피어올랐다. 나, 친구없거든. 나랑 친구하자. 응? 그런 민석을 멀뚱히 바라보던 종대는 비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 기집애랑은 친구안해. 종대의 말에 민석이 더욱 환하게 웃으며 종대의 손을 붙잡았다. 그럼, 우리 친구된거다? 아이씨, 뭐래. 나 기집애랑은 친구 안한다니깐! 응그러니까 친구! 야!!! 빽 하고 지른 고함에도 민석은 생글생글 웃기만 했다.
"나, 사내아이야."
"…뭐? 근데 너 왜이렇게 고와 가 아니라 치마는 왜입어? 어?!"
"…이건.. 사정이 좀 있어서. 여튼 나 계집애 아니야. 그러니까 친구 맞지?"
어,어어….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종대의 손을 잡고 위애래로 흔들며 환하게 웃는 민석의 얼굴이 해사하게 빛났다. 그날이후 민석은 종대의 뒤만 졸졸 쫓아다녔다. 처음에는 그런 민석이 귀찮고 싫었던 종대였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민석의 존재가 가슴 한구석을 따뜻하게 데워주었다. 가족을 모두 잃고 홀로 남은 종대에게 민석은 친구 그이상의 의미가 되었다. 그런 민석에게 종대가 용돈을 한푼두푼 모아 처음으로 선물한것이 이 댕기였다. 자신은 선물한것 조차 잊고있었던 이 댕기를 민석은 그동안 소중하게 간직해온듯 했다. 댕기를 내려놓은 종대가 함께 동봉되었던 편지를 펴들었다. 정갈한 글씨로 쓰여진 편지를 읽어내리던 종대의 눈에서 기어코 눈물이 떨어졌다.
「종대야, 우리종대. 많이 보고싶을꺼야. 나한테 미안해하지말고 꼭 행복해져. 응?
울지도 말고, 슬퍼하지도 말고, 죄스러워 하지도마. 종대야, 내가 너 많이 좋아해.
알고있지? 종대야, 꼭 행복 해야돼.」
편지를 쥔 종대의 손에 힘이들어가 편지가 구깃하게 구겨졌다. 구겨진 편지와 댕기를 품에 끌어 안은 종대가 엉엉울며 통곡했다. 민석아, 민석아… 펑펑 솟아오르는 눈물이 쉴새없이 종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 나쁜것. 니가 이러면 내가 어찌 안우니, 내가 너없이 어찌 행복해,이 나쁜것아…."
*
"으음…."
우판의 입에서 짧은 신음이 새어나왔다. 머리가 지끈거리는 느낌에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꾹꾹 누른 우판이 책상에 쌓인 문서들을 뒤적였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민석을 불러들일만한 구실이 없었다. 사내를 후궁으로 들인 전례가 없는것은 아니었다. 여식이 없는 가문에서는 아들을 후궁으로 들여보내는 사례가 왕왕 있었으나, 그것에는 한가지 전제조건이 따랐다. 왕권을 강화시킬수 있을만큼의 위세를 가진 가문. 용종을 품을수 없는 사내를 후궁으로 들인다는것은 일종의 거래였다. 여식이 없는 대신 아들을 통해 왕가와 연을 맺고, 왕은 그 가문을 이용해 왕권을 강화시키는것.
그러나 민석은 달랐다. 한낱 기생에 불과한 민석에게 든든한 뒷배가 되줄만한 가문따위는 애초에 바랄수가 없었다. 게다가 루한이 지금껏 혼인을 하지않는다 버텨 중전도, 후궁도 하나없는 상황에서 용종을 품을수 있는 계집도 아닌 사내를 후궁으로 들인다…. 조정관료들이 한목소리로 들고일어날일이었다. 어찌해야될까… . 머리에 손을 짚은채 곰곰히 생각하던 우판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서들로 어지럽혀진 책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밤도 깊었고,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앉아있어봤자 묘안이 나올것 같지도 않았다. 오늘은 이만하고 침소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책상을 정리하던 우판의 눈에 사탕봉지가 눈에 들어왔다. 얼마전 종대에게 주려고 사두었던 것이었다. 책상 한구석에 놓여진 사탕봉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우판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쨍알거리며 자신에게 바락바락 대던 아이를 생각하니 민석의 일로 답답햇던 머릿속이 좀 맑아지는것 같았다. 종종거리던 작은아이가 보고싶었다. 저번에는 아이가 뒤에서 자신을 붙잡았음에도 시간에 쫒겨 제대로 말한마디 못하였고, 또 그아이의 이름이 궁금하기도 했다. 침소로 가는 대신 화란정에 가는것으로 계획을 바꾼 우판이 집무실을 나서려는 찰나였다.
"우판."
깊은밤이라 그런지 붉은색의 곤룡포대신 쪽빛의 평복을 입은 루한이 우판의 집무실로 걸어들어왔다. 갑작스런 루한의 등장에 멍하니 자리에선 우판을 지나친 루한이 집무실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그렇게 서있지 말고 여기 앉게."
맞은편에 앉으라는 루한의 손짓에 우판이 루한과 마주앉았다.
"그래, 무슨 좋은 방법이 있느냐?"
무슨일로 이밤에 여기까지 왔는가 했더니, 역시 민석의 일로 찾아온 모양이였다. 어떻게 되어가느냐? 응? 계속되는 루한의 물음에 우판이 고개를 저었다.
"일단 방법을 찾고있기는 하온데, 딱 알맞는 묘안이 없사옵니다."
"너가 저번에 생각해둔 방법이 있다하지 않았니?"
"그 방법은…"
섣불리 말을 못한채 말끌을 흐리자 루한이 우판을 재촉했다. 그방법이 왜? 왜?
"민석이, 그아이가 사내인것을 숨기고 궁으로 들이는 방법입니다."
"…그럼, 평생을 궁에서 계집인척 살아야 한다는 것이냐?"
"예, 그때는 이것이 가장 좋은방법이라 생각하였으나 궁은 눈이 많습니다. 그 아이를 계집으로 속인다 하여도 수많은 궁인들의 눈마저 피해갈수는 없지요.
다른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방법은?"
"아직 못찾았습니다. 그 아이에게는 걸리는것이 너무 많습니다. 사내라는 것은 그렇다 치고 천한 기생이 아닙니까. 그런 천한신분…"
이어지던 우판의 말이 루한이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친 소리에 끊겨졌다.
"전하!"
딱딱한 탁자를 내리친 옥체에 생채기라도 났을까 하는 마음에 우판이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루한의 손을 확인했다. 살이 터져 생채기가 난 손에 흰 천을 감는 우판을 바라보는 루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말라. 천한 기생이라니. 나에게는 그 뉘보다 곱고 소중한 사람이다."
서릿발같은 목소리로 우판에게 경고한 루한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아이를 욕보이는 말은, 아무리 너라도 용서할수 없다. 방법을 찾아라. 사내임을 숨기고 계집인척 들이는 그런 방법은 안된다. 평생을 계집인척 하며 살아온 아이, 그 작은 가슴속에 얼마나 많은 한이 있을지 나는 감히 상상조차 할수없다. "
"…후궁으로 들이게 된다면 결국 계집의 복장을 한채로 살아가야 할것입니다."
"그 아이에게 자신을 숨기고 살아야 하는 일따위는 더 이상 겪게 하고 싶지 않다.
계집의 복장을 하게 된다하더라도 내가 연모하는 그아이는 사내다. 그것을 숨길 생각따위, 추호도 없다."
쾅-하고 큰소리로 닫히는 문을 바라보던 우판이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으로 향했다. 명백한 자신의 잘못이었다. 정인이 상처받을까 저어되어 전대를 치르고 데려오지 못하겠다던 주군의 앞에서 천한 기생이라는 말을 생각없이 내뱉었던 자신의 어리석음에 혀를 찬 우판이 정리해둔 문서들을 다시 펴들었다. 품에 넣어둔 사탕을 꺼내어 책상 한구석에 놓아둔 우판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나왔다. 사탕봉지를 보며 종대를 떠올리던 우판이 애써 생각을 떨쳐내며 문서에 집중했다.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방법을.
*
"…오늘도 아니 오려나."
우판을 만나기 위해 종대는 매일 새벽 후원으로 향했다. 준면이 말미를 준 일주일 내내 빠지지 않고 찾아왔것만, 자신의 이름만 가르쳐 주고 급히 떠났던 날 이후 우판은 화란정으로 한번도 발걸음하지 않았다. 오늘이 마지막 밤이었고, 해가 뜨고 아침이 되면 종대도 준면의 집을 향해 떠나야 했다. 민석의 부탁때문에 민석의 행방에 관한것은 말하지 않을테지만, 그래도 떠나기전에 한전쯤은 만나고 싶었다.괜히 발끝으로 땅을 툭툭차는 종대의 입안에서 우판이 주고 간 사탕의 달달한 맛이 가득 번졌다. 작아진 사탕을 까득까득 깨물어 삼킨 종대가 자리에 앉았다. 무릎을 세우고 꼭 끌어안아 고개를 괸 종대의 앞에 샛노란 민들레가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민들레를 톡톡 치던 종대가 줌치를 뒤적여 손수건을 꺼내들었다. 이것도 전해줘야하고, 내 이름도 알려줘야 하는데… 자기이름만 가르쳐주고 훌쩍 가버리는건 무슨경우람….
손에 들린 손수건을 보자 엉엉 울던 그날의 기억이 떠올라 민망함에 종대의 얼굴이 붉어졌다. 소리내어 울던 자신에게 말없이 건넨 손수건 한장. 자신의 목에 칼을 겨눈 첫만남때문에 천하에 몹쓸인간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것도 그날 이후였다. 오랜만에 느꼈던 타인이 베푼 다정함에 종대의 가슴에 따뜻함이 차올랐다.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혹시나 우판이 올까하는 마음에 한참동안 서성이던 종대는 푸르스름하게 변하는 하늘을 보며 손수건을 다시 줌치에 집어넣었다. 곧 해가뜰것 같았다. 서둘러 방으로 돌아가 준면의 집으로 떠나기위해 싸두었던 짐을 갈무리해야 했다.
방으로 돌아가기위해 발걸음을 옮기던 종대가 다시 걸음을 돌려 우판이 넘었던 담앞으로 다가갔다.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뾰족한 돌맹이를 주운 종대가 담앞에서 한참동안 무언가를 끄적였다. 손을 탁탁털고는 허리에 손을 짚은채 깊게 새겨진 글자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지켜보던 종대가 후원을 나섰다. 손수건은… 나중에 만나게 되면 주지,뭐. 어느새 떠오른 아침해의 햇살이 담벼락을 비추었다. 햇살에 어둠이 걷히며 담벼락에 종대가 새겨둔 삐뚤삐뚤한 글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판 종대」
황토빛 담벼락에 나란히 새겨진 두개의 이름위로 따사로운 아침햇살이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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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에서 보이는 오류(ex:등장인물의 이름이 바뀌는경우, 주어가 잘못됫 경우 등등)는 말씀해주시면 정말 감사할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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