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부승관] 반장과 부반장의 상관관계 06 (부승관 외전)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72121/655b15fe10488124aca76c0ceb9773ff.png)
내가 여주를 반장으로 추천하던 날, 나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른 걸 지도 몰랐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는 것은 괜찮다. 어떻게든 한번 관심을 끌어 보려는 알량한 수작으로 봐도 상관없고, 쓸데없이 못된 장난을 친다고 생각해도 상관없었다. 그러나 나는 그저 여주의 다른 표정이, 보고 싶었다.
항상 똑같은 표정과 말투로 일관하는 태도. 여주는 조용했다. 조용하게 나타났다가 조용하게 사라지는 학교생활이 습관화 된 아이였다. 물론 여주는 나를 딱히 좋아하지 않는 듯한 눈치였고, 나도 '거슬려' 라는 여주의 눈빛을 알아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더 이상 그 애에게 거슬리는 사람이 되기 싫었기에 나는 모험을 한 것이었다.
06
부승관 외전
"미치지 않고서야 그딴 민폐를 저지를 수가 없다."
"아......여주 엄청 화난 것 같아. 나 어떡해."
최한솔에게 그날 있었던 일을 모두 말했다. 최한솔은 일단 내 뒤통수부터 때렸다. 퍽, 소리가 나게 맞은 탓에 나는 표정을 찌푸렸고 한솔이는 그런 나를 한심하게 쳐다봤다. 정말로,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민폐를 저지를 수가 없다고 말이다.
""잘 보여도 모자랄 판에. 아주 막장이구만."
"아 나도 몰라 이제. 그냥 들이댈까."
"어디 한번 해봐라. 너 그런 거 존나 잘하잖아. 뺨맞고 까이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나 진짜 병신이야......"
아무 생각 없이 장난쳤다고 생각하겠지. 내심 불안해졌고 종국엔 억울하기까지 했다. 8년 만에 처음으로 대화해 본 건데.
"걔가 너한테 뭐라고 안 하던?"
"나한테 와서 막 화냈어."
"그래서 넌 뭐라고 했는데?"
"내가 좋다고 한 적 있어? 라고 묻길래 그럼 싫다고 한 적 있어? 라고 했지."
"......와 진짜 뭐 이런 1등급 병신새끼가."
"아 나도 몰라. 그런 말밖에 생각 안 났단 말야."
그 애가 먼저 와서 말을 걸 줄은 몰랐다. 나는 너무 심각하게 당황스러운 나머지 오히려 태연한 표정으로 대답했고, 결국 저런 멍청한 말이나 지껄인 거다. 한솔이는 혀를 쯧쯧 차더니 먼저 밥을 먹으러 간다며 급식실로 가버렸다. 나는 한솔이에게 한가지를 더 얘기하지 못했다.
나 너 아는데?
왜, 너를 안다고 해버렸을까.
* * *
여주는 나와 아주 가까운 아파트에 산다. 얼굴에 철판을 깐 채 며칠을 들이대서 알아낸 결과였다. 다행히 여주는 처음처럼 나를 아주 무시하지는 않았다. 사실 자존심이 약간 상했다. 8년동안 여주의 집도 모르고 있었다니. 그런데 심지어, 우리 아파트에서 몇 미터만 가면 되는 곳이었다니. 그리고 나는 거의 빌붙다시피 해서 여주와 함께 하교하는 것까진 성공했다. 몇백 발자국은 더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제발 나 혼자만의 착각이 아니길 빌었다.
여주네 미래아파트 입구까지 데려다 줄 동안, 내가 열 마디를 하면 여주는 한 마디를 했다. 그래도 나는 너무 행복해서 평소에 잘 하지도 않던 얘기까지 줄줄 뱉어냈었다.
"야, 폭스 가자."
"안돼. 오늘 미래 데리러 가야 돼."
"아 그래? 그럼 나 간다."
"잘 가."
시간이 벌써 여섯 시다. 한솔이는 혼자 피씨방으로 사라졌다. 오랜만에 미래랑 같이 집에 가는구나.
미래는 내 늦둥이 동생이다. 귀엽고 애교가 많은데 똑똑하기까지 한다. 최한솔이 언젠가는 미래를 데려갈 거니까 잘 키워놓으라고 하지만 택도 없는 소리다. 나는 가방을 챙겨서 일어났다.
"오빠!"
미래가 저만치서 뛰어오는 게 보였다. 이젠 혼자서 청솔 놀이터까지 잘 찾아온다. 나는 벤치에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섰다. 부미래 뛰지 마!
"오늘 재밌게 놀았어?"
"응."
"배 안 고파?"
"유치원에서 간식 먹었어!"
그랬어? 오구, 잘했네. 작은 머리가 내 허리에 올까 말까 한다. 우리 미래 키 컸다. 머리를 쓰다듬자, 미래가 갑자기 홱 나를 올려다봤다.
"오빠 오늘 좋은 일 있어써?"
"응?"
"표정이 이뻐."
응, 왜냐하면 오늘 오빠가 좋아하는 여자 번호를 땄거든, 이라고 말해봤자 이 어린 애가 무슨 이해를 할까 싶었다. 오빠 표정 이쁘면 뽀뽀! 허리를 숙여 볼을 내밀자 부리같은 입이 빠르게 닿았다 떨어진다. 사실 최한솔을 스파이로 이용할 목적으로 여주와 붙여 놨더니 오히려 자기들끼리 친해진 거다. 최한솔에게 니가 먼저 번호 따면 어떡해! 하고 으름장을 놨더니 특유의 한심하단 표정으로 한마디를 했다. 갖고 싶으면 니가 직접 따야지. 그래서 여주에게 번호를 달라고 졸랐다. 여주는 나를 꺼림칙하게 훑어보더니 결국 졌다는 듯이 번호를 불렀다. 빨리, 카톡하고 싶어서 죽을 것 같다. 괜히 미래의 머리를 한번 더 쓰다듬었다.
지는 해의 붉은 구름 아래로 미래아파트가 보였다. 너는 지금 그곳에 있을까.
넌 우리가 올해의 아주 추운 겨울에 만났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여주야. 사실은 아니야. 흔치 않은 네 미소처럼 따뜻한 봄에 우린 처음 만났어. 8년 전의 그 봄이 너무도 따뜻해서, 나는 항상 그 봄을 기억하고 있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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