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너 아는데?"
머릿속이 그냥 새하얘졌다. 무리의 남자애들은 부승관을 놀랐다는 표정으로 툭툭 쳤다. 야 너 진짜 쟤 알어? 뭐야- 난 그냥 장난 친 줄 알았네. '장난' 이라는 단어에 화를 느낄 새도 없었다.
"니가....나를 어떻게 아는데?"
어이가 없기도 하고, 내 생애 이렇게 궁금해본 적이 없었다. 나같은 애를 저렇게 인기많은 애가 알 리도 없었고. 그런데 부승관은 오히려 눈을 축 늘어뜨리면서 되물었다. 너....나 몰라? 나는 안다고 해야 할지, 모른다고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이 얘를 아는 것도 아니고 모르는 것도 아니니. 나는 그냥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어, 수업 종 치겠다."
그 말이 다였다. 부승관은 그냥 그렇게 교실을 빠져나갔다. 야 수업 종 친다면서 어딜 가! 녀석의 친구들이 소리를 지른다. 나 매점. 부승관은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건 뭐.....부승관이 나를 가지고 노는 느낌이다.
하도 머리가 아파 점심시간에 밥도 안 먹고 책상에 늘어져 있었다. 빈 교실에 혼자 있자니 익숙하면서도 얼떨떨했다. 그나마 세현이랑 같은 반이었을 땐 심심할 새도 없었는데.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나를 제대로 아는 친구 말이다. 세현이는 공부를 한답시고 이과로 가서 이제 잘 만날 일도 없었다. 너 친구 잘 사귈 수 있지?! 시끄럽게 잔소리를 늘어놓던 세현이가 괜히 그리웠다.
"김여주."
순간 누군가가 내 머리를 턱 짚었다. 뭐야.....? 너무 놀라 못 지른 소리가 목구멍으로 삼켜졌다. 누구지, 남잔데....책상에 엎드려 있던 내 머리를 누가 손바닥으로 꾹 누르는 것 같았다. 고개를 들 수가 없어 바보같이 팔을 휘휘 저었더니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야 너 뭐해, 진짜 웃긴다."
그러니까 이것 좀 놓으라고. 놈이 손바닥을 들자마자 벌떡 일어났다. 부승관이다. 마구 헝클어진 내 머리를 보며 실실 웃고 있었다. 너 머리 산발 됐다. 그러면서 내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슥슥 쓸어내린다. 짜증이 솟구쳐 부승관의 손을 탁 쳐냈더니 눈을 동그랗게 뜬다.
"지금 뭐하는 짓인데?"
"아니, 그냥 장난......"
"존나, 너 장난도 가지가지 한다."
".....화났어? 아니 난......"
"오늘 아침부터 나한테 왜그래? 막 우습게 보이고 만만하게 보이고 그래?!"
생애 내본 적 없는 큰소리로 따박따박 따져 물었다. 매사 능청스럽던 부승관이 그나마 진지해진 표정으로 입을 다문다. 내가 얼마나 바보 같았을까. 나는 다시 의자에 털썩 앉았다. 그런데 부승관이 뭔가를 내게 내밀었다. 여주야, 이거......
"이거 너 먹어."
".........."
놈이 내민 건 곰 모양 젤리. 내가 가만히 쳐다만 보고 있자,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봉지를 내 책상에 내려놓는다.
"그냥, 아까 샀어. 이거 애들이 많이 먹길래."
".........."
"나 사실 너, 계속 알고 있었어. 예-전부터."
"그러니까 어떻게."
"그냥."
".........."
"아까 아침에 그런 건....설명하기 힘드네. 그냥 너랑 친해지고 싶어서 그런 거야. 내가 좀 경솔했다."
".........."
"그래서 이거 사왔어. 부족하면 더 큰 걸로 사줄게."
나는 멍하게 젤리 봉지를 내려다 봤다. 부승관은 더 할말이 있는지 머뭇거리다, 그냥 제 자리로 가서 털썩 앉았다. 나는 녀석의 뒤에서 이 젤리 봉지를 가방에 넣어야 할지, 아님 버려야 할지 고민했다. 둘 밖에 없는 교실에 아주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아니, 나만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부승관은 아무렇지도 않게 교과서를 꺼내고 필통을 꺼내는 등 수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 때문에 밥도 안 먹은 건가, 싶었다. 조용한 교실 안에서 봉지를 건드리면 부스럭 소리가 날까봐, 나는 5교시 종이 칠 때까지 봉지에 손도 못 대고 어정쩡한 자세로 가만히 앉아 있었다.
늦게와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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