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imal(애니멀)
W.리무버
04.
사람들의 시선을 스포트라이트삼아 집으로 돌아오는데 김준면은 그것이 마냥 낯선가보다.
"그렇게 엎드려있으면 내가 먹잇감 들고가는거같아요."
"그래도오.."
"얼른 일어나요.집에도 다왔어요."
하지만 김준면은 벌써 현관 저쪽이다.
"얼른 들어와요!"
털로 감싸진 발을 한여름 뜨끈한 시멘트에 내딛는데 바로 옆에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진다.
쉭하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귀를 스치고 까마귀 한마리가 준면의 집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까마귀라 하면 내가 예상하는 사람이 맞을거다.
"야,오세훈."
"불렀네?"
"불러야지.어쩌겠어.그나저나 너는.."
"아,그럴 일이 있어 그런거야.그런 눈으로 훑지마."
"변하기 싫다고 그렇게 난리를 치더니."
"사정이 있다잖아.치타한테 물리고 싶어?"
"치타주제에."
반항하는 세훈의 뒷덜미를 잡아챈 크리스가 까마귀가 들어간 집으로 뚜벅뚜벅 들어간다.
"쟤 근데 왜 이렇게 급하게 들어간거야."
"몰라."
세훈과 크리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준면의 비명소리가 집안을 울린다.
"뭔소리야.이게."
"..좀 놔봐!!"
크리스의 손에서 간신히 벗어난 세훈이 소리가 난 방안으로 뛰어들어간다.
환한 햇빛이 들어오는 창문은 비현실적으로 햇빛을 막아내고있다.
초조한 마음에 어두컴컴한 방안에서 급하게 준면을 찾던 세훈이의 정수리에 뭔가가 붙혀진다.
"이게 뭐냐."
"너 가만히 있어."
까마귀의 영물인 홍빈이 어느새 사람으로 변해 방안을 조심스레 살피고 있다.
"너만 가만히 있으면 귀신도 잠잠해."
"준면씨 어딨어."
"거울안에."
"뭐?"
세훈의 눈이 거울을 향하고 발걸음이 거울을 향하지만 몸은 조금도 움직이지않고 늘어지기만 한다.
"이홍빈!이거 안떼?"
"닥치고 귀신 좀 자극하지마."
팔짱낀 크리스가 여유롭게 들어와 홍빈의 옆에 선다.
"상황은?"
"귀신이 존나 빡쳐있음.원인은 저 치타새끼고."
"어떻게 빼낼거야."
"모르겠는데?"
"개새끼야!!!"
움직이지못하는 세훈이 핏줄까지 세워가며 고함을 지르자 홍빈이 부적 한장을 다시 꺼내 세훈의 입주변으로 붙힌다.
"좀 조용하네."
"부적 많이 있으니까 필요하면 말해."
"됐고 그냥 거울을 깨면 되는거아냐?"
"무식한 새끼야.거울 깨면 저 안에 있는 고객님은 무사할거같냐?"
"아.."
세훈의 눈앞이 깜깜해진다.저새끼들을 믿을수있을까.
"크리스.쟤 좀 데리고 나가있어."
홍빈이 깜깜한 방 한구석을 노려보는 모습을 보던 크리스가 가만히 축 늘어진 세훈을 한손에 들고 나간다.
마지막까지도 거울을 노려보던 세훈의 눈을 보던 홍빈이 문이 닫히자 노려보던 방구석으로 걸어간다.
"복잡하네."
벽 모서리에 실타래가 엉키듯 적혀있는 낙서를 만지자 찐득하게 배어나오는게 피가 맞았다.
역하단 표정을 지은 홍빈이 손으로 훑자 피가 있던 곳은 깨끗하게 지워진다.대신 등 뒤 거울은 끼끽거리는 소음을 내며 서서히 뒤틀리고있었다.
깨닫지못한 홍빈이 웅웅대는 소음으로 가득 찬 벽장으로 다가가 문을 열어제꼈다.벽장문을 연 순간 무겁고 어두운 것이 홍빈을 덮쳤다.
"윽!.."
숨을 쉬지못할만큼 목을 죄여오는 그림자는 혼령이 맞았다.그 영물인가.
끊어져가는 이성을 간신히 잡아 목을 죄어오는 팔에 신검을 그었다.
동시에 목을 옭아매던 팔은 힘을 잃고 혼령의 모습도 바닥으로 녹아내린다.
"씨발."
오질나게 힘도 세네.크리스도 능가하겠어.
발갛게 부은 목을 아는지 모르는지 쓰다듬은 홍빈이 녹아내린 혼령의 모습을 찬찬히 살폈다.
또다시 욕지거리가 나왔다.혼령의 영물은 커다란 개였지 늑대가 아니였다.
그런 홍빈을 비웃는듯이 등뒤에선 거울이 쩌쩍하는 소름돋는 소리를 낸다.
홍빈이 급하게 거울로 달려가 부적을 붙히자 멈추지만 이미 거울은 갈라져있다.
그리고 거울속에선 준면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비명이 날카롭게 거울사이를 갈랐다.
거울사이에서 피가 새어나오는걸 참담히 쳐다보던 홍빈이 눈을 감았다.
아무리 그래도 늑대의 영물인데 쉽게 생각한 제 불찰이였다.
"...."
뭔가가 잘못되어간다는건 크리스와 세훈도 오감으로 충분히 느끼고있었다.
게다가 공기를 타고 흐르는 이 비릿한 냄새는 피냄새가 틀림없었다.
일어날려고 용을 쓸수록 힘은 있는대로 쭉쭉 빠져 늘어졌다.
"까불지말고 가만히 있어.잘못하다간 너도 다치고 저안에 고객님도 다쳐."
크리스가 낑낑거리며 발톱을 세우는 세훈을 보지도않고 굳게 닫힌 방문을 굳게 쳐다본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이미 해가 지는지 집은 주황빛으로 물들었다.
크리스의 짙은 눈썹이 유연한 곡선을 그려내며 움직이기 시작할때 방문은 열렸다.
"...그만 좀 물어.저거 김종인 맞으니까."
바지가랑이를 붙들고 이빨을 세우는 세훈을 저지하고 크리스가 정면을 보았다.
진이 빠진 홍빈과 실신한 준면을 종인이 간신히 부축하고있다.군데군데 피비린내에 크리스가 눈살을 찌뿌렸다.
정신을 차리고 세훈의 부적을 떼어주자 달려가 종인에게 안겨있는 준면에게 받아들었다.
피에 젖어 정신을 차리지못하고 뜻모를 소리를 내뱉는 준면의 오른쪽 팔은 유난히 붉게 번져있었다.
"병원가야돼.이리 줘."
홍빈을 크리스에게 넘긴 종인이 준면을 안아든채 사라졌다.
"..여기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 찾아가."
"오세훈.그 모습으로 나가서 동물원에 끌려가지마라."
크리스의 충고에 영물을 푼 세훈이 두다리로 뛰기시작했다.
붉던 오른쪽 팔이 이상하게 허전했던 걸 회상한 세훈이 더욱 박차를 가했다.
"어떻게 된거야."
"꺼내기도 전에 거울이 깨졌어.그 안에 있던 고객님한테 당연히 영향을 미치지."
"김종인은 언제 온거야."
"아까 불렀어.거울안에서 빼내야되는데 도리는 없고 김종인 능력이 소환이라는게 기억나길래."
"...삭감."
"..뭐?!!!"
"고객님 부상에다가 우리쪽 능력까지 썼는데 무사할줄알았어?"
"야!!내가 어떻게 해낸건데!!!목숨이 담보였어!!!!그걸 삭감해?!!"
"그건 그쪽 사정이고."
"씨발.첸이 왜 너한테 붙어있는줄 모르겠어!!"
홍빈이 까마귀로 변해 날개를 퍼덕이더니 집을 나선다.
"저 씨발새끼가 또 첸을 들먹이네."
저걸 어떻게 족쳐버릴까.크리스가 심각하게 고민해본다.
코가 아릿한 소독약 냄새에 준면이 차츰차츰 정신을 차렸다.
"일어났네."
예상대로라면 세훈이 걱정스럽게 눈을 맞춰야되는데..제 눈앞엔 나른하게 보조침대에 누워 쿠키런을 하는 종인이 보였다.
알수없는 허무감으로 맥이 빠진 준면이 고개를 푹 숙이자 붕대에 단단히 감싸진 팔이 보인다.
"어.."
따끔하게 통증이 몰려오는게 점점 느껴지고 준면의 눈에도 눈물이 몰려 초점이 희뿌얘진다.
쿠키런 기록달성을 하던 종인이 그제야 준면의 상황을 눈치채고 일어선다.안절부절못하며 늦게 오는 세훈을 탓할때 세훈이 급하게 들어왔다.
"준면씨!"
아니길바랬던 제 예상과 똑 들어맞는 모습에 세훈의 숨이 턱 막힌다.
"어떻게 된거야.씨발새끼야."
..내가 왜 멱살을 잡혀야하지.차근차근 생각해보던 종인이 복잡해지는 생각을 지우고 귀찮은듯이 내뱉는다.
"팔 잘렸어."
....내가 왜 맞아야하지..엎어진 모습 그대로 종인이 세훈을 올려다보자 세훈은 이미 준면의 옆자리를 차지했다.
"어떻게 된거에요?"
"모르겠어요...그냥.."
떠듬거리며 말을 뱉어내는 준면을 안아주니 몸이 사시나무마냥 떨려온다.
"괜찮아요."
연신 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세훈과 서럽게 울어대는 준면을 보던 종인이 부은 볼을 감싸주고 사라졌다.
"....."
"....."
"....."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첸이 내려간 옷을 추스리며 나가고 삭막한 정적 속에서 크리스의 살기등등한 눈빛이 번쩍거린다.
"미안해.섹스하고있을줄몰랐어."
"여기가 니 집 안방이야?!!!불쑥불쑥 나타나지 좀 마!!"
"내 안방은 아니지만 사무실이 니네들 모텔은 아니잖아."
"이새끼가 아직도 상황파악을 못하고."
..내가 왜 맞아야되는지 30자내외로 서술해줘.
만사가 귀찮은 종인은 사회부적응자다.
"들어가."
등딱지 속 숨어있던 첸의 얼굴이 삐쭉하고 나온다.
"대장이 섹스를 다시 이어가기를 원해."
그리고 그날내내 첸을 볼수없었다.
"대디.고객님 오셨는데?"
김종인을 깔쌈하게 죽일 방법 넘버 48까지 적어내려가던 크리스가 경수의 고개가 빼꼼 들어오자 황급히 감춘다.
"그거 뭔데?"
"응?"
"그거 뭐냐구우."
"아냐.경수야.가서 치킨팝 사먹어."
천이백원의 거금을 쥐여주고 내보낸 크리스가 식은 땀을 닦으며 어리둥절해하는 남성의 맞은편에 앉는다.
"무슨 일로 오셨어요?"
"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볼살 가득한 얼굴이 토마토처럼 익어버렸다.
"저기..그게 오해하지말고 들어주세요..."
비장하게 시작한 남자의 말이 이랬다.
저가 2년전부터 키웠던 사막여우가 있는데 그 사막여우가 요즘 발정이 났다는거다.
그러면 동물병원에 가면되지않냐고 물으니 돌아오는 답은 상상 이상이였다.
"..고객님이 키우는 사막여우가 발정이 날때마다..고...고객님도 발정이 난다고요?"
"네에..."
씨발.우리가 사회악을 처리하는거야.사회적변태를 처리하는거야.
사회적 변태고객을 여기로 돌린 중앙단체를 속으로 끝없이 욕하고 있던 크리스를 혼내듯 남자가 서러움을 토해낸다.
"내가 발정이 나면 걔가 날 비웃는 듯이 쳐다봐요!!!!!!"
"...걔?"
"루한이요!!!"
"루한이 누군데요."
"내가 키우는 사막여우라고 했잖아요!!"
니가 언제 그랬어.
"나는..나는....발정이 나고싶지않는데...원치않는데!!!!"
"진정 좀,"
"내가 중성화수술이라도 받아야하는건가요?!!고자가 되야 이 지옥이 멈출까요?!!!"
"....."
상또라이가 고객으로 들어왔다.
"차 좀 드시고 진정 좀 하세요."
"네.."
"그러니까 상황정리를 하면 고객님이 2살된 루한이란 사막여우를 키우는데."
"네."
"그 루한이란 자식이 발정이,"
"잠시만요.자식이라뇨."
찻잔을 굳게 쥔 손이 옹골차다.
"..루한이란 아이가 발정이 날때마다 같이 발정이 온단 말이죠."
"네.."
"근데 그 새..아이는 발정이 왔단 걸 아는듯이 비웃는다는거죠?"
"네."
이게 지금 무슨..크리스가 머리를 감싸쥔다.
"백현씨."
'네?'
"백현씨는..."
'네?'
"..성욕이 폭발할때 어떤 느낌이에요?"
'.....다,다시 한번만 말해주실래요?'
"서,성욕이 폭발할때 어떤 느낌..."
'현아.성욕이 뭐야?'
수화기 너머 저멀리서 해맑은 찬열이의 목소리도 들린다.
'찬열아.잠시만 저기 가있어.얼른...크흠.그냥..싸고싶다라는 느낌?'
백현씨는 생각보다 표현이 저급했다.
"그런 느낌이에요?"
'네.'
"막 열이 나고 중요부위가 뜨겁지는 않아요..?"
'에이..우리가 동물처럼 뭐 발정이 나는것도 아니고.'
"그죠?"
'네?'
"아니에요.고마워요."
신속하고 빠르게 끊긴 수화기를 멍하게 쳐다보던 백현의 뒤로 찬열이 달려든다.
"열아."
"응?"
결좋은 찬열의 머리칼을 헤집던 백현이 나지막히 말한다.
"너를 애니멀에 안 보내서 다행이야."
"응?"
"아냐."
동그란 눈의 찬열이 귀여운지 웃어주던 백현에게 찬열이 해맑게 묻는다.
"근데 현아."
"응?"
"나 발정난거같은데."
아씨발.좆됐다.식은 땀을 흘리는 백현의 위로 찬열이 짙은 수컷의 냄새를 풍기면 올라탄다.
반면 크리스 쪽도 당황타기는 매한가지였다.
"아니,그 변태가 영물이 아닌 이상 어떻게 발정이 나냐고!!"
"영물이 아니라잖아."
"그러면!!!!"
"영물이 아니지.뭐."
이새끼야.너는 그 태도부터 고쳐.뒷통수를 맞은 사회부적응자 종인은 또 억울하다.
"첸."
"응?"
"어떻게 생각해요?"
"고객이 영물이 아니면 그 반대쪽이 영물인가보지."
"...사막여우?"
첸이 고개를 끄덕이고 크리스는 주먹을 탁 치며 일어났다.
"그러네!경수 어디갔어?경수랑 가야겠다."
"병원."
"..왜?"
"오세훈이 김준면씨 환심사겠다고 데려갔어."
"미친놈.삭감이라고 전해."
나갈채비를 하던 크리스가 승질이 뻗치는지 소파를 샌드백마냥 쳐댄다.
"갔다올게."
"....."
솜이 이러저리 터져나온 처참한 소파를 보던 종인이 첸에게 말을 건다.
"거친 플레이가 취향인지는 몰랐네."
"닥쳐."
+설마 세준에서 멈출거라고 생각했다면 나를 호구로 아는거↗야↘?!!
귀신이 나오는데 하나도 안 무서운 픽은 처음이라고요?예 피차일반입니다.
김준면 팔은 왜 잘랐냐고요?임팩트가 피료했습니다.
그래서 세준결말이 뭐냐고요?아마도 섹쇼겠죠.
가장 중요한 얘기를 빼놨네.저는 빅스엑소의 행복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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