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현아," “말해" “...나 어떻게 되는거야?" 차마 너에게 말할수가 없어. 이렇게 밝은 너에게, 너무 밝고 깨끗해서 티끌하나 묻지않은 너에게, 곧 이별이라고.
그말을 도저히 할수가 없었어. 붙잡고싶어도 내 의지로 할수있는 일이 아니잖아. 마음같아서는 붙잡아서 옆에 묶어두고싶은데, 그럴수가 없잖아 “....나, 죽어?"
“..아니야. 니가 죽긴 왜죽어.. 너무 건강해서, 곧...나갈수 있을거래" “..." “..." “우현아," “..응?" “사랑해" 떨리는 입술로 말을 한마디씩 내뱉는 니가, 나도 안쓰러워서 미칠것같애.
이거봐. 또 눈물이 맺히잖아 “...울어?"
“...아니야" “울지말구, 뭐 하고싶은거 없어?" “...걷고싶어, 다른 연인들처럼." “그럴까? 안그래도 벚꽃 이쁘게 폈더라" . . . “우현아" “응?" “안아줘-" “..." 왠지 그의 눈빛이 슬퍼보였다면, 그랬다면 내 착각인걸까
“이쁘지...?"
“나보다 더?!" “...당연히 너하고는 비교도 안되지" 하얀 피부. 빨간 입술. 여리여리한 몸. 화사한 미소. 어찌보면 너도 정말 벚꽃과 닮아있는 듯해. “...생각나겠네..."
벚꽃만 보면, 니가.
내 곁에서 밝게 웃어주던 니가. “...아닐거야"
“응?" “아니야" “에이-" “하고싶은거 더 없어?" “난 우현이랑 같이하는거면 다 괜찮아" “..정말, 해보고 싶었던거. 다하고 들어가자" . . . “여기?" “응" “이거 해보고싶었어?" “응-" 남산, 그리고 자물쇠...
연인들끼리 와서 한다는 자물쇠걸기. “성규야, 여기 서로에게 하고싶은 말을 적는거야"
“알겠어" 무슨말을 적을까, 한없이 고민을 하다 결국 진심에서 우러나온 한마디.
'죽어서도 사랑해' . . . “다적었어?" “응, 아 됐다-" “이제 열쇠는," “어?" “필요없잖아" 열쇠를 멀리, 저멀리 던져버리고 뒤돌아선다.
. . . “밥 먹고 들어갈까?" “흐흥 그래" “뭐먹고싶어?" “니 사랑" “어디가 좋을ㄲ...어?" “헤헤" “너진짜 자꾸 이쁜말 할래?" 평소 안하던 애정표현도, 수줍어하는 너의 그 표정도, 내겐 다 너무 사랑스러운데. ***
제발 아니라고. 단 한번만이라도 이 모든것이 거짓말이라고. 다 장난이라고. 그렇게 말해줬으면...
우리는 첫만남부터 엇갈렸나봐. 긴 버퍼링처럼, 너와 내 사이엔 가시덩쿨이. 현실 속 죽음이라는 무서운 정글이, 가로막고 있으니까. “네 작은 마음에...네 작은 손에 상처는 남기지 말아줘"
잠에 든 너를 알기에, 그래서 조심스레 내뱉는 진심. 너의 심장위에 손을 얹고, 너의 작은 손 위에 내 손을 포개고. “네 작은 어깨에 네 예쁜 눈에...어두운...미래는 보이지...않기로 해"
여린 너의 어깨를, 항상 빛낯던, 그리고 지금 편안한듯 감겨있는 너의 두 눈을. 하나 하나 내 손안에, 내 눈에, 내 머리속에 가져다 박는다.
“내가 널 지켜줄수 있었다면,"
“..." “좋을텐데" 내 목소리를 들은건지 살며시 떠오르는 너의 미소.
이런 너를 지켜주기엔, 내가 너무 약한가봐. 내가 너무 어린가봐. 그렇게, 두손을 맞잡은채로, 난 너와 함께 잠에 빠져든다.
***
“...성규야?"
“..." “김성규!!!" “..." “...ㄴ...눈떠. 왜이래 너" “..." “...하아..." ...하얀 이불을 머리까지 둘러쓰는 너. 곧 일어나서 베시시 웃어줄것만 같은데.
그게 아니네. 이건 잠깐의 휴식일뿐, 영원한 헤어짐이 아니라고. 비록 몸은 멀리있더라도 내 마음은 변하지 않을거라고. 우리 사랑은, 영원하자고. ***
다시찾은 남산, 그리고 우리의 자물쇠.
지금쯤 니가 도착했을 저 하늘을 닮은, 너를 닮은, 그런 기분이 좋아지는 파란색. “...하늘에서도...지켜볼께...."
실컷 고민해서 적는다는 말이,
“사랑해..."
다짐했는데, 절대 울지 않기로 다짐했는데. 또 이렇게 무너지네.
***
어느새 1년. 순식간에 사계절이 돌고 돌아서, 다시 너와 함께하던 봄,
같은시간, 같은자리. 진짜 놀랐었어. 그 날이 올 줄은 정말 몰랐거든. 그럴줄 알았으면 더 잘해줄걸. 자존심, 이기심 이런거 내세우지말고 먼저 생각해줄걸.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나봐. 너의 소중함... 그걸 왜 몰랐을까. 365일마다 찾아오는, 내가 기다리는 너. 그때처럼, 그 마지막날 처럼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렇게 내 품에 다가 와서 안겨줘. 긴 기다림에 지쳐있는 나를 보듬어줘. “형아-"
아래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으응?"
“형아 왜 울어요, 어디 아파요?" “...형아는," “..." “여기가 너무 아파" 여기, 반쪽을 잃고도 멍청하게 계속 뛰는 이 심장이. 가슴이, 마음이 너무 아파. 너무 아파서 숨을 못쉬겠어
“아...어떡하지"
“왜그래?" “우리엄마가 쓰다듬어주면 낫는데 오늘 아빠랑 놀러왔는데..." “...싱긋-" “숙여봐요 내가 해줄게요" 저 작은 꼬마의 순수한 마음. 지금 너무 아픈데 너무 힘든데 그와중에 슬며시 웃음이 난다.
너라도 이런 행동을 했겠지. 그전에, 너와 함께하면 나는 아플일이 없었을테지만. 내가 서있는 이 곳. 매년, 잊어야지 잊어야지 하면서도 잊지못하는, 너를 느낄수 있는 장소.
남들에게는 그저 벚꽃이 휘날리는 거리일지몰라. 하지만 나는 달라. 저 끝을 바라보면 니가, 어깨에 날개를 달고 웃으며 내게로 날아와 안길것같거든. 사랑한다고 속삭여줄것같거든. “세상이 우리 사이를 질투 했다고 생각할게"
사람들은 많지만, 니가 없는, 그래서 내겐 텅 빈 거리지만...
“여기서는 너를, 아니 너와 함께 꿈꿀수 있으니까."
나중에 우리 꼭 다시 만나자. 내가 기도할게. 그때는 한순간 행복한 그런 새드엔딩이 아닌, 영원한 해피엔딩으로. 그렇게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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