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k Cliche 01
수많은 하객들이 똑같은 검정색의 옷을 입고 딱딱한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있다. 그들의 얼굴에는 미소만이 가득이다.
여러가지 생각들이 복잡하게 엉켜 들었다. 식장 내에 잔뜩 울려퍼지는 성가가 듣기 싫었다. 당장이라도 귀를 틀어막고 나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러면 형이 싫어할 테니까. 나는 이제 어른이니까.
하지만 하얀 드레스를 입은 그의 예쁜 신부를 볼 때마다 두통은 더욱 더 심해졌다. 속이 찝찝했다.
“형.”
아무렇지 않게,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그렇게 그냥 이 끔찍한 순간을 버텨내면 된다. 절대로 오지 않기를 바라던 이 순간을.
웃으며 인사를 하니 준면도 평소와 같은 해사한 웃음으로 세훈을 반겼다.
하지만 그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간다는 것을, 서로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평생 입밖으로 그 속내를 내뱉지 못할 뿐.
축하해ㅡ 라는 말 한 마디면 된다. 이 한 마디면 모두 끝난다.
정말 그거면 되는데, 딱 붙은 두 입술은 떨어질 생각이 없다.
고개를 푹 숙여 반짝이는 그의 구두 끝만 바라보았다. 얼굴을 보여주기가 싫었다.
가지마. 가지마요 제발ㅡ 하고 애원하는 그 표정을 들키기는 싫었다. 그러면 비참해지는 것은 결국 자신일 뿐이다.
“세훈아.”
결국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하는 세훈을, 꽉 쥔 두 손이 희미하게 떨리고 있는 세훈을 꼭 안아주었다.
이제는 자신을 꼬옥 껴안는 이 다정한 몸도 자신의 것이 아닐 텐데.
코끝에 닿는 플로랄 향이 나는 살랑살랑한 그의 머릿결도, 세훈아ㅡ 하고 부르는 그 목소리도. 이젠 모두 그녀의 것일 텐데.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서도 인정하기 싫어 손을 뻗어 그의 어깨를 꼭 끌어 안았다.
몇 번이나 연습했었는데.
언젠가 이 날이 와도 절대로 울지 않을 거라고, 웃는 얼굴로 형을 배웅할 거라고 몇 번이나 자신과 다짐했었는데.
막상 그 차갑고 가혹한 현실 앞에 닥치니 결국 자신은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연약한 존재에 불과했다.
꼭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그러면 분명 준면이 예전처럼 제가 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자신을 걱정할 게 뻔했다.
그래서 참고, 또 참았다. 마지막까지 그에게 그저 어리기만 한 사람으로 남고싶지는 않았기에.
“신랑 입장 준비해주세요.”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준면이 세훈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검은 턱시도를 입은 그의 모습이 꽤나 멋져보였다.
저 식장 안으로 들어가 그녀의 옆에서 영원한 서약을 할 그는 어째 더 빛나보여서. 더 행복해보여서.
지금 자신에게 지어주는 맑은 웃음은 꼭 영원할 것만 같아서ㅡ
“…미안해요.”
참지 못하고 입을 맞추어버렸다.
마지막으로 제 체온을 남겨두고 싶어서, 그저 그 치기어린 욕심에. 어린 마음에.
헐렁한 정장에도 다 드러나는 그의 얇은 허리를 한 손으로 잡고, 자신을 밀어내려는 한 손을 잡고.
조금만 더 형과의 키스를 기억해두고 싶어서. 혀끝으로 그의 놀란 입술을 핥고. 고른 치열을 훑고.
그의 팔이 자신의 목을 두르는 순간에는ㅡ 이성을 놓고 키스를 했다.
그 처절한 몸부림에 준면이 먼저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미안. 형이 미안해 세훈아.
가지마. 가지마요 형.
수백 번도 더 하고 싶은 말이었다.
그곳이 어디든, 내 곁을 떠나지 마요.
그에게 절대 내보이고 싶지 않은 치졸한 내 진심이었다.
하지만 내 곁에서 행복할 그가 아니였기에, 가슴 한 켠에 커다란 구멍 하나를 남긴 채 그를 떠나보내야 했다.
나는 그에게 한 때의 소중했던 사람으로, 그는 나에게 여전히 나의 세상인 채로, 나의 전부인 채로ㅡ
내 인생의 반을 차지했던 그를, 나를 뜨겁게 훑고 갔던 그를. 이제는 보낼 시간이다.
Oh lover, hold on.
오 나의 사랑, 그대로 있어줘요.
Till I come back again.
내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ㅡ
주저리 |
안녕하세요. 세준은 처음 써보는 거라 어떨 지 모르겠어요... 구독료 10포인트 받기에도 창피한 모자란 글이랍니다..ㅠㅠ Pink Cliche는 에피소드 형식의 글로 갈 예정이에요. 그러니까 똑같은 제목이지만 내용은 다른 조각글을 쓴다고 해야하나? 연재를 하기에는 한없이 한없이 부족한 제 필력 탓이죠.. 허허허. 아무튼 소재가 떠오를 때마다 가끔 이렇게 세준에 대한 제 넘치는 사랑과 망상을 풀겠습니다. 독자분들과의 소통을 아주 좋아해요, 남 얘기 들어하는 것도 좋아하고, 누군가 저에게 주저리 주저리 이런저런 사소한 것들을 얘기하는 것도 좋아하고. 피드백이 아니어도 좋으니 쉽게쉽게 다가와 주세요. 쉬운 여자랍니다. 단호박하게 점만 찍는다고 차가운 여자가 아니랍니다. 몇 안 되겠지만 읽어주시는 분들께 무한한 애정을 드리겠습니다. 싫어도 받으세요. 하아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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