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봐도 뻔한 게임이야. 결말은 언제, 어디서 봐도 똑같아. 그냥 이제 우리 서로 갈길 가자, "
나는 기성용에게 차갑게 말을 뱉은뒤 돌아섰고 기성용은 나를 멍하니 바라봤지만 잡지 않았다, 심장이 덜컥 가라앉는 느낌이다. 이제 진짜 끝난건가….
자조적인 웃음이 뱉어져 나왔다.우린 서로의 손을 놓았다, 그 질기다는 운명의 끈도 마음에 따라 끊어질 수 있다고 하던데, 우리는 그 질긴 운명을 서로 놓아버린 것이다.
집으로 걸어가는 내내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기성용과의 싸운일들, 다 생각나지 않았다. 다만, 지쳤다는듯한 기성용의 얼굴만 떠오를뿐.
그렇게 금방이라도 쓰러질듯, 위태위태 집에 도착했다. 집에 들어오자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그런 차가움에 움츠러드는 느낌을 받았고, 그 동시에 눈물이 났다.
" 진짜 끝이구나, 진짜 … "
끝내자고 한 사람이 누군데, 끝까지 미련을 갖는다. 이용대, 나쁜건 기성용이 아니라 너야. 가슴속의 무엇인가가 나를 질타하며 무차별적으로 찌르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 나쁜건 나야. 다 내 잘못이야. 왜 항상 나중에 후회하는걸까, 눈물이 닦을수 없을만큼 펑펑 흘렀다. 그렇게 바닥에 주저앉아 한참 우는데 , 문득 시간을 봤더니
저녁 9시반이였다. 11시에 런던으로 출국해야 되는데… 이런꼴로 간다고 나서면 다들 겁에 질려선 가지말라고 말리겠지, 타들어가는 목에 물을 한잔 마셨는데
목이 더 심하게 나를 조여오며 타들어가는것 같다. 머리도 금방 폭탄이든듯 터질것 같고. 결국 나는 감독님께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걸었더니 감독님은 기다렸다는듯 받으며 화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너, 어디를 그렇게 돌아다니길래 전화를 안받고 그래.
" 너 인마, 왜 전화 안받아 "
" 죄송해요…. 핸드폰을 모르고 던져서 고장이 나는 바람에 "
" 근데 너 목소리가 왜그래, 어디 아파 ? "
" 그냥… . 감독님 부탁드릴게 있는데요 "
어, 말해봐 . 대답을 요구하는 감독님의 목소리에 난 대답했다, 저 오늘 너무 아파서 런던 가기가 힘들거 같아요. 죄송해요 하며.
공인이 그런식으로 아프다고 행동하면 사람들이 널 뭐라고 생각하겠어. 감독님은 화난듯이 나를 몰아붙였다. 이러면 안되는거 아는데, 잘 아는데 지금은 대한민국의 대표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너무 힘들어서 아무것도 신경쓸 겨를이 없는데… 감독님은 대답없는 내게 한숨을 쉬며 말 하셨다.
" 많이 안좋은거야 ? "
" 너무 힘들어서요, 너무 지쳐서."
" 후, 그럼 언제 올건데. 그렇다고 잡힌 스케줄을 다 취소할 순 없잖아 "
" 몸 나아지면, 나아지면 바로 갈게요. 지금은 진짜 힘이 없어서…진짜 죄송해요. 감독님 "
감독님은 내 말에 뭔가 생각하시는듯 하다가 내게 말했다. 그래, 몸조리 잘하고 다 나으면 바로 와,다음부턴 안봐줘. 네,감사합니다.
감독님과의 마지막 말을 마치고 빠지는 힘에 전화기를 놓쳤다. 그리고 전화기에선 뚜뚜뚜, 하며 끝났음을 알리는듯한 신호가 들렸다. 모든게 다 멈춘거 같아,
문득 고장난 핸드폰을 바라봤을때, 핸드폰은 액정이 다 깨져 처참한 몰골로 나를 향해있었다. 진짜 끝난걸까, 이게 진짜 끝일까봐. 기성용이 날 잡아주면 했는데
나란 사람한테 질려서 돌아서 버릴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내 모습이 너무 한심해서 눈물이 나왔다. 그렇게 울었는데 눈물샘은 끝을 보일 생각을 하지 않나보다.
무릎에 고개를 묻고 한참을 떨며 울어대는데 집 전화기가 요란히 울렸다. 설마, 기성용일까.
" 여보세요 "
" 너 런던 가는거 연기됬다며, 기사떴어. 왜 연락 안했어, 핸드폰은 꺼져있고.맨날 친구소식을 인터넷으로 아네 "
" … "
" 이용대, 듣고있어 ? "
이규환이였구나…. 기성용 일리가 없는데 또 기대하는 내가 한심, 아니 이젠 한심을 넘어 멍청해보이기까지 한다. 규환이는 좋은 친구인데, 그 몇년 우정은
생각도 안하고 기성용이 아니라는 이유에 이규환이 미워지고, 실망스럽다. 얘는 도대체 무슨 죄길래 , 내가 뭐길래 나쁜놈을 만드는 걸까….
그 10년이란 우정을 버릴만큼 기성용이 내 가슴 깊이 박혀버린것일까. 빼기도 힘들만큼. 아까보다 더 많은 눈물이 흘렀다, 나도 정말 멍청하다. 심하게.
듣고 있냐는 이규환의 목소리에 힘없이 말했다. 응, 듣고있어.
" 너 런던 안갔다며, 무슨일 있어 ? "
" 아니… 아니야. 아무것도. 그냥 몸이 좀 안좋아서 "
" 너… 울어 ? 왜그러는데, 답답하다. 왜그러냐고 "
"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니야. 정말 "
이규환한테 미안해서 이제 얼굴을 어떻게 보지. 이규환은 나같은 놈도 친구라고 신경써주고 걱정해준다. 너가 멍청한건지, 내가 멍청한건지.
눈물이 벅차올라서 말도 못하고 입술만 깨물고 울음을 참는데, 이규환은 답답하다는듯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울지말고, 지금 내가 갈게.
" 안와도 돼… "
" 너 그렇게 우는데, 내가 어떻게 가만히 있어. 갈게, "
" … "
" 진짜 미치겠다 이용대, 꼼짝없이 기다려.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말고 "
이규환은 급하게 내게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진짜 되는일 없다. 안그래도 맨날 소심하고, 못난 꼴만 보였는데 오늘은 제일 추한 모습 보이겠네. 이규환은 나 같은 애가
뭐가 좋다고 친구라고 데리고 다니는지…. 별 이쁘다. 원망스럽게도 문득 본 하늘의 별은 나와는 다르게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었다. 나랑은 별개의 세상이라는듯,
내가 저기살면 저렇게 반짝일수 있을까. 이규환과의 전화통화를 마치고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이규환이니까 얼른 문 열어.
" 괜찮아 ? 아니다, 괜찮을리가 없지.얼굴이 말이 아니네. "
" … "
" 열은 엄청나고, 너 우선 누워야겠다 "
" …됬어 "
" 말 들어, 얼른 누워 "
짜증나, 이규환의 다정한 모습에 또 웃는 기성용이 떠오른다. 기성용이라면 엄청 놀라서 간호해준다고 허둥지둥 난리나겠지, 결국 또 나는 기성용의 모습을 생각하며
웃음을 짓는다. 먼저 헤어지자 해놓고 결국 후회하는건 나네. 생각만 해도 이렇게 좋은데, 정말 너 말대로 너 안보고 나 살수 있을까. 내 이마에 수건을 올리고 얼굴을
세심히 닦아주는 이규환의 모습에 기성용이 보인다. 나 진짜 못됬다, 이규환의 괜찮냐는 말에도 대답을 안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리곤 이규환의 한숨이 들려왔다.
미안해,규환아. 미안해, 성용아.
*
우린 그렇게 1시간째 말을 하지 않았다. 일방적으로, 내가 대화를 거부한채 고개를 돌리고 있는거긴 했지만. 미안해서 , 지금은 너무 미안해서 이규환을
쳐다볼 자신이 없다. 이규환은 열심히 내 이마에 수건을 수시로 바꿔주며 정성스럽게 날 간호했고, 나는 눈물만 훔치며 바보같이 누워있었다.
그렇게 울고있는데, 밖에서 소음이 들린다 싶더니 누군가 현관문을 세게 두드렸다. 이용대, 안에 있는거 아니까 얼른나와. 기성용… 너가 어떻게 여길.
" 이용대, 누구야 ? "
" … "
" 누가 저렇게 남의 집 문을 매너없이 두드려, 기다리세요. 나가요 "
이규환은 짜증난듯 문을 열었고 그 곳엔 화나보이는 기성용이 서 있었다. 공항에 있어야 할 애가 여길…. 빌어먹게도 기성용 얼굴을 보니까 또 눈물이 나온다.
진짜 기성용이 내 앞에 있다는 자체가 너무 기뻐서, 기성용은 집 안으로 들어와 나에게 다가왔고 그걸 본 이규환은 인상을 찌뿌리며 기성용에게 물었다.
누구신데, 용대집에 그렇게 함부로 들어오세요.
" 그렇게 남의집 함부로 들어와도 되는겁니까 ? "
" 누가 남인데, 넌 뭔데 "
" 용대 친구인데. 그 쪽은 누구신데 그딴식으로 행동하세요 "
" 이용대, 니 입으로 말해봐. 내가 누군지 "
기성용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러게, 너는 대체 나한테 뭘까. 동생, 아님 애인? 그건 끝났잖아.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이는 내 모습에 기성용은
내게 다가왔다. 우는 얼굴을 들키기 싫어서 고개를 돌리자, 내 얼굴을 거칠게 잡으며 내게 화난듯이 말했다. 너 왜이러고 있는데.
" 너야말로 왜 런던 안갔는데 "
" 너 아프다고 그러는데 내가 어떻게 가 "
" … 기성용. 이제 너랑 나 상관 없다고 했잖아. "
상관 없다는 애가, 먼저 헤어지자고 말한 애가 이렇게 울고있어, 하며 기성용은 나를 노려봤다. 그니까 말이야. 헤어지자고 한게 누군데,
마음은 기성용을 잡으라고 , 안 잡으면 이제 끝이라고 말하지만 끝끝내 입은 매정하게 말을 내 뱉는다. 니가 상관할 문제가 아니야.
내 말에 기성용 표정은 끝도없이 차가워졌다. 마음이랑 행동이 다르게 움직인다. 왜 이럴까….
" 너 진짜 그딴식으로 밖에 말 못해 ? "
" 왜, 내가 뭐라고 해야 되는데 "
" 표정은 울것같다는듯이 지어놓고선 뭐 ? 상관 할일이 아니라고 ? 그걸 나한테 믿으라는거야 , "
" 나한텐 최선이야. 너 이제 나한테 이럴필요없어 "
" 이용대 ! "
내말에 기성용은 무척이나 답답한지 주먹을 꽉 쥐었다. 나 솔직히 믿음이 안가, 너가 나를 좋아해서 이러는건지. 아님 그냥 호기심을 좋아하는 감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건지. 너 이제 나한테 안이래도 되, 의무 아니고 죄책감 이런거면 더더욱 필요없으니깐,
" 너 지금 내가 죄책감으로 이러고 있다고 생각하는거야 ? "
" 난 솔직히 널 잘 모르겠어 "
" 그딴거 아니라니… 아니다. 너 아프잖아, 우선 누워 "
" 됬어 "
" 좀 ! 좀 내말좀 들어 "
기성용은 내 팔을 세게 잡고는 나를 침대쪽으로 끌어당겼다. 하지말라니깐, 기성용의 팔을 거칠게 뿌리치고 울면서 나는 말했다.
우린 끝났어, 이미 우리는 건널수 없는 강을 건넌거고, 신뢰란건 이미 떠난지 오래야. 그니까 현실을 직시해, 제발.
" 나는 이용대, 너랑 왜 이래야 하는지 진짜 모르겠다, 정말 . 다시 생각해 "
" 아니, 생각할거 없어 "
" 다시 생각해 ! "
" 제발 … 제발 그만해, 다 끝났어. 이런 상황에서 돌아가봤자 뭐가 달라지는데 ? 넌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해 ? 아니, 절대 못그럴거야. "
" 너 나랑 헤어지고 나서 쭉 이럴거잖아 "
그래 , 나는 널 잊을때까지 계속 이렇게 울고 불고 지내겠지. 과연, 그 끝이 존재할지도 의문이지만. 그래도 헤어지는것보단 편할거야.
우린 끝없이 서로를 의심하고, 서로에게 씻을수 없는 상처를 주고 살겠지.
" 그것도 내가 감당할 문제야, 너랑 싸우고 아프고 그런거 보단 나으니까. "
" 야, 너 진짜. "
" 얼른 가, 내가 나갈까 ? 아님 너가 나갈래. 이제 구차하게 굴지마 "
결국 마음과 상관없이 말이 뱉어진다. 구차한건 너잖아, 가슴속에서 질타를 하지만 애써 외면하면서 아무렇지 않은척 하는 내가 너무 무섭다.
구차 ? 지금 넌 내 행동이 구차한걸로 밖에 안보이지. 기성용은 씩씩거리며 내게 말했다. 아니, 적어도 나보단 구차하지 않아. 마음은 울고 있지만
머릿속은 흔들리는 기성용의 마음을 무참히 짓밟아버리라는듯 날 조종했다. 그래, 구차해. 너 진짜 구차하다고. 그니까 그만해 ,하며
" … 구차하다고 ? 그래, 미안하다. 구차하게 굴어서 "
" … 알았으면 제발 가, 머리가 복잡해. 너 때문에 너무 머리가 복잡하다고 "
" 알았어, 나 갈게 "
흔들리는 눈으로 날 쳐다보던 기성용은 나에게 상처받은듯한 표정으로 뒤돌았다. 미안해,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지만 입을 떼어지지 않는다.
근데, 너가 사이 원만해지면 인사하자는거, 난 못하겠다. 기성용은 내게 말한뒤 욕을 읊조리며 나갔다. 기성용이 집을 나감과 동시에 나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기성용 앞에서 차가운척 하느라 꾹꾹 억눌렀던 울음이 터져나왔다. 내 모습에 멀리서 지켜보던 이규환은 놀란듯이 다가왔다. 괜찮아 ? -
" 규환아… 규환아. 나 어떡하지 "
" 괜찮아 ? "
" 아니, 전혀… 전혀 괜찮지 않아. 쎈척 했는데 , 그럼 나을줄 알았는데 전혀 괜찮지 않아. "
이규환은 내 모습에 안쓰럽게 날 쳐다보더니 나를 껴안고 토닥거렸다. 나 진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무렇지 않은척 해야 하는걸까 ? 그냥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나오는데, 어떻게 아무렇지 않은척 할 수 있어, 정말.
" 기성용이 너무 좋은데, 기성용 말 하나 틀린거 없는데 마음이랑 행동이 따로 움직여 "
" … 이용대 "
"헤어지자 해놓고선 내가 더 못그럴거면서,… 그럴 거면서 미련 남을 거면서 아무렇지 않은척 했어. "
" … "
" 기성용을 위해 헤어진척 했는데, 사실… 사실 다 나 힘들까봐 그래서 벽을 놓은거였어, 어떡해… 나…나 정말.. "
이규환은 아무말 없이 내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러다 내 말을 다 듣곤 나를 보여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그럼, 답 나왔네.
뭐가 답인데, 너라면 내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을까 이규환, 평소처럼 너 얘기 듣고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을까.
" 그럼 가서 잡아, 얼른 "
" … 어 ? "
" 좋아하는데 서로 잘잘못이 무슨 상관이야. 서로 양보하면서 지내는거지 "
" … 그렇지만 "
" 그렇게 좋아 죽겠다는 티 팍팍 내면서, 어떻게 안보고 살 생각을해, 이 바보야 "
이규환의 말에 나는 펑펑 울수 밖에 없었다. 쟤도 너 아프다고 달려온거 같은데, 너 무진장 좋아하나봐 하는 말에.
… 그런걸까. 눈가가 시큰해진다.맨날 장난식으로 나한테 좋아한다고 했던게, 다 장난이 아니라 진심이었을까. 내 마음을 읽었다는듯, 이규환은 슬쩍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곤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얼른 가서 잡아.
" 무슨 오핸지 모르겠지만 너가 잡아, 지금 안잡으면 정말 끝일거야. "
" … "
" 너 포기하려 했는데, 또 이러니까 아무데도 못가게 잡아두고 싶다. "
무슨말이야 , 이규환의 말에 난 놀라 이규환을 쳐다봤다. 포기한다니…그게 무슨.
이규환은 내 말에 나를 보며 웃으며 뜻밖의 얘기를 꺼냈다. 나 , 너 진짜 좋아했어, 아니. 아직 진행형인가. 장난치지마, 내 말에 이규환은
장난 아니라는듯 고개를 젓더니 나를 보며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우리 만난게 중학교 2학년때였지.
" 그때부터 쭉 너 좋아했어, 너 몰랐구나. 눈치 더럽게 없네 "
" 야,너 … "
" 그렇게 불쌍하게 보지마, 나 정말 괜찮은거니까 "
이규환 진짜… 눈물이 터졌다. 너 내가 다른사람만 보면서 가슴앓이 할때 아무렇지 않은척 억지로 웃으며 나 위로해준거야 ? 나는,나는 이렇게 하루만 그래도
가슴이 찢어질거 같은데…. 눈물만 흘리는 내 모습을 보던 이규환은 눈물을 닦아주며 내게 말했다.
" 나는, 너가 행복하길 바라니까 깔끔히 포기하는거야 "
" … 규환아 "
" 그 새끼 아까 너한테 하던 행동보고 한대 패주려다가 말았네. "
미안해 정말, 울며 말하는 내 모습에 이규환은 담담하게 말했다. 미안하지마, 나 혼자 마음키운건데 뭘.
그래도… 그래도 미안해. 이런 상황에서도 기성용만 생각하는 내 모습에 너무 미안해서 그래. 이규환은 끝까지 멋있는 모습으로 내 등을 쓸어주며 말했다.
꼭 잡아, 진짜 못잊을거 같은 사람이면 잡아야지, 그 남자애 너 못잡으면 내가 너 채간다고 꼭 전해줘. 울면서 슬쩍 웃는 내 모습을 보며 이규환은 손을 흔들었다. 얼른가.
고마워, 옛날도 그랬고 지금도 쭉 …. 그리고 미안해.
*
11시.나는 규환이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기성용이 갈만한 곳을 돌아다녔다. 비가 나의 행동에 성이라도 내듯, 몰아쳤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이규환 말대로 지금 기성용이라도 잡지 못하면 난 두 사람에게 정말 나쁜 사람이 되는거니까, 빗속을 헤치며 돌아다녔지만 기성용은 어디도 보이지 않았다.
어딜 간걸까…. 결국 마지막으로 도착한곳은 기성용 집이었다. 기침이 나오고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난 신경쓰지 않았고 기성용의 집 현관문을 두드리며 외쳤다.
" 기성용 ! 있으면 나와, 숨지 말고 나와, 나쁜자식아 "
" … "
" …내가 미안해, 진짜 미안해. 너 좋아하면서 나 다칠까봐 이기적으로 굴었어 "
" … "
" 결국 이렇게 바보같이 굴거면서 .. "
말을 끝으로 주저앉았다. 결국 화내고, 숨고, 힘들어서 포기하려고 했던건 기성용이 아니라 나였다. 기성용이 잡으려 했던 마지막 손을 차갑게 내친것도 나였다.
다 기성용 탓으로 돌렸는데…. 진짜. 남는게 후회랑 미안함 뿐이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한심해서 그렇게 펑펑 울었다.
새벽3시, 4시간이 지나도 기성용은 끝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내가 있는걸 알고 일부러 안온걸까…. 너무 두려웠다. 정말 날 안보려고 할까봐.
우리 정말 끝인걸까, 주저앉아 힘이 풀린 다리를 억지로 일으키고 집을 향해 걸어갔다. 가서, 가서 전화라도 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꼭 해야 할거 같아서.
비와 섞여 눈물인지 빗물인지 분간도 할 수 없었다. 다들 뛰지만, 그 속에서 나만 걷고 또 걸었다. 울며 모든걸 놔버린듯한 내 모습에 사람들은 이상하게
쳐다보고 갔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충분히 나 자신도 내가 이상하다는걸 잘 느끼니까, 내가 바보라는걸 아니까.
그렇게 집쪽에 도착했을때, 술 냄새가 강하게 풍겨왔다. 그리고 집앞에 도착했을때, 그 술냄새의 주인이 누군지 알았다. 기성용,
" 기… 성용 "
" … "
안도감에 눈물이 흘렀다. 화난듯한 표정으로 집 앞을 서성이는 기성용의 모습에 빌어먹게도 웃음이 나왔다. 내가 그렇게 모진말을 뱉었는데 다 무시하고 나만 봐준
기성용이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을만큼 흘러내렸다. 기성용도 내 모습을 본건지, 나에게 소리치며 말했다. 너 어디 갔다와, 이 늦은 시간에. 몸은 왜 다 젖고
" 너 어딜 그렇게 돌아다녀, 혹시 아까 그 남자랑 있었어 ?"
" … "
" 대답 해보라니… "
빨리 무시하고 와, 그게 너를 위한 길이야. 머리가 나에게 명령을 했지만 나는 듣지 않았다. 그리고는 기성용을 향해 뛰어 기성용을 안았다.
기성용은 내 모습에 놀랐는지 입을 다물었고, 나는 절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기성용을 꽉 안은채 말했다.
" 내…내가 미안해. 헤어지자 해놓고서는 이래서 미안해 "
"… 너 "
" 홧김에 한 말이냐고 물었을때 괜히 자존심 세운다고 아닌척 … 아닌척했어 "
" … "
기성용은 내 말에 내 손을 떼고는 나를 쳐다봤다. 기성용 눈가가 빨개진다 했더니, 나와 같이 , 기성용의 눈가에서 눈물이 흘렀다.
내가 미안해, 이렇게 매달릴거면서. 괜히 심술부렸어. 나는 기성용을 쳐다보며 말했다. 근데 너 왜이렇게 안색이 안좋아보여, 기성용의 안색은 금방이라도
죽을법한 사람으로 변해있었다. 다 나 때문이야, 내가 아예 시작조차 안했다면…. 울며 기성용의 얼굴을 쓸어주자 기성용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 … 이제라도 돌아와서 다행이다, 이용대 "
" … "
" 난 너가 영원히 안 돌아 올까봐. 용강아지, 내 걱정 많이 했나보네 "
용강아지, 옛날엔 듣기 싫었는데 왜 그 말을 듣고 그렇게 눈물이 흐르는지. 너무 좋다, 진짜 너무 좋아. 기성용을 꽉 껴안으며 말했다.
내가 정말 미안해. 아니야, 내가 그런식으로 말하는게 아니였어. 내 말에 기성용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 이용대, 너랑 깨질 생각하니까 ,진짜 "
" … "
" 심장이 덜컥하는게. "
" … "
" 지금까지 신뢰 안가게 한거 미안해, 이제야 말하게 되네 "
" … "
" 진작 말해줬어야 하는데, 사랑해. "
zzzzzzzzzzzzz으악이게뭐에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급하게 썼더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건 뭔데 진짜 ㅠㅠㅠㅠ
뭐라고 하는건지도 모르겠고 오글거리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허엏엏엏ㅇㅎㅇ헝헝헝헝 울고싶다 ㅠㅠㅠㅠ
내가 더 울고싶다그영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거진짜 뭐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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