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제민] 제목미정上
w. Aside
" 현재 남아있는 자리는 4인실 밖에 없는데 이 자리라도 괜찮으십니까?"
네. 그자리로 주세요. 마음같아서는 다음 기차를 타고 싶었지만 시간 차가 너무 많이 났다. 모르는 사람과 함께 타면 어때. 어차피 차 타면 잘거니까 괜찮겠지, 생각하고는 캐리어를 끌며 기차에 올랐다.
기차가 출발하기 5분 전. 4인실에는 나 혼자밖에 없었다. 어쩌면 이 칸을 나 혼자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참 좋을텐데. 출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이 객실을 혼자 쓰는 것은 거의 확정이 된 듯 했다. 게다가 이 기차는 직행이기 때문에 중간에 다른 사람들이 탈 염려도 없었다. 처음으로 혼자 떠나는 여행인데 시작이 나쁘지 않았다. 끌고 오느라 바닥쪽에 흙먼지가 부옇게 묻은 캐리어를 내려놓고 창가 좌석에 앉았다.
잠깐 창 밖을 보다 손목의 시계를 확인하니 출발까지 2분이 남아있었다. 이 시계는 Y가 줬던 처음이자 마지막 선물. 여행이 끝날때까지만 차고 새 시계를 사야겠다 마음먹었다.
드르륵-
시계줄의 흠집난 부분들을 매만지고 있는데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들어왔다. 남자는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하얀색 긴팔 셔츠와 블랙진을 입고 있었다. 셔츠 윗부분은 단추 두 개가 풀려 옷깃이 제멋대로 벌어져 있었다. 출발까지 1분. 운이 좋은 사람이다. 까딱했으면 할 일 없이 두 시간을 기다려야 했을텐데.
"시계가 예쁘네요."
남자는 더운 듯 손부채질을 하더니 소매 단추를 풀었지만 소매를 접어 올리지는 않았다.
"...더워 보이는데 에어컨 온도 좀 낮출까요?"
그래주면 고맙죠. 남자는 웃으며 접이식 테이블을 내린 뒤 맞은편에 앉았다. 기차 출발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우리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창 밖을 바라봤다. 한참 뒤 정적을 먼저 깬 건 남자였다.
" 혼자 가세요?"
보시다시피요. 동행은 없구요? 네. 왜 혼자가는거에요? 그냥요.
남자는 내 단답에 머쓱한듯 한 손으로 헝클어진 머리를 매만졌다. 단추가 풀려있는 소매를 몇 번 매만지던 그는 나를 불렀다. 저기요.
"나는요. 용서 해달라고 말하러 가는 길이에요."
이야기좀 들어줄래요? 대답이나 호응 같은거 안 바래요. 그냥 저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가보다, 그러고 듣기만 해줘요.
남자는 나에게서 더이상의 대답을 얻어낼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말을 덧붙였다.
"여자친구가 있어요."
얼굴도 예쁘고 마음씨도 너무 착한 사람이에요. 나한테도 너무 잘해줬어요.
여기, 이거 보이죠? 나 죽고싶다는 생각 정말 많이 했었거든요. 하루에도 몇 번씩 그랬어요. 그 사람 못 만났으면 난 벌써 죽었을지도 몰라요.
남자는 단추를 풀어놓기만 했던 소매를 한 번 접고, 다시 한번을 더 접어 올렸다. 그의 손목에는 무수한 흉터가 있었다. 흉터는 붉은 실처럼 남자의 손목을 동여매고 있는 듯 했다.
"가장 힘들때 내 곁에 있어줬던 사람이었거든요. 그러다가 그 사람이 고백을 했고 제가 받아줬어요. 근데 상처를 많이 줬어요, 내가. 뭐하냐 그러면 잔다 그러고 다른 여자랑 술 마시고, 클럽도 다니고, 양다리도 걸쳐봤고.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결국엔 걸렸어요. 그 뒤로도 몇번 더. 근데요. 그럴때마다 다음부턴 그러지 말라고, 괜찮다며 넘어가던 사람이었어요. 속상한게 뻔히 보이는데 왜 그랬냐는 말 한 마디를 안하더라구요."
원망도 하지 않았어요. 그냥 괜찮아. 다음부턴 그러지마. 그 말 뿐이었어요. 제가 헤어지자고 말할까봐 무서워서 그랬던 건지도 모르죠. 저를 정말 좋아했거든요, 그 사람이.
그러다보니까 아. 쟤는 내가 이런 행동을 해도 나를 떠나지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그런 행동들을 아무렇지 않게 하게 되는거에요.
듣고 있죠? 남자는 내 표정을 살피는 듯 하다 말을 다시 이어나갔다.
진짜 쓰레기처럼 굴었는데, 그래도 손톱 때만큼은 미안함이 있었나봐요. 우습죠. 저녁에 뉴스를 보는데 내일 오후부터 비가 엄청 온다 그러길래 그애한테 전화를 걸었어요.
신호음이 두 번 정도 갔을까, 바로 받는거에요. 내일 오후 늦게쯤 비온다니까 마치고 니네 과동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 태우러 갈게. 그러고는 전화를 끊었어요.
"결국 태우러 가지는 못했지만요."
씁쓸하게 웃는 남자의 입가에 자조의 빛이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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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무작정 생각나서 쓴 글인데 제목도 생각이 안나고 브금도 뭘 깔아야 할지 모르겠고..이렇게 똥망인 채로 일단 잘라놨습니다 너무 길면 지루하잖아요 그죠?ㅎ헣허 하편은 아직 쓰고있는 중입니다 언젠간 올라오겠지만 전 잉여니까 금방 올릴거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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