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너무 다른 말을 하는 내게 나는 의자를 내주네
창문 앞이니 창문을 바라보았지
비 내렸고, 그것은 내가 가장 오래 들여다본 눈동자였네
창문을 보다보면 창문을 보면서도 창문은 아닌 기분
눈맞춤 할 때는 지난 일을 읽으려 하지 않는 게 예의라고
기억이 아니라 기억으로 쌓이려는 순간을 지켜보는 게 신사적인 창문이라고
서로 너무 다른 마음을 먹는 동안 저녁은 일곱 시나 여섯 시 사이를 어쩌면 열 시나 아홉 시의 모퉁이를 돌아갔네
왜 하필 그 시간의 창문인가요, 내게 물었더라면 나는 아직 대답을 듣지 못했지
비는 내리고, 비가 와 다행인데, 비는 창문에 숱한 지문만을 찍고
얼룩은 굉장히 무감한 자들의 악취미입니다
인광을 인가의 불빛으로 착각한 사람은 더 깊은 곳에서 길을 잃습니다
서로 너무 다른 표정을 신기해하며 얼굴에 손끝을 뻗어도
눈꺼풀 닫지 않는 창문, 내리는 비가 있었으니까
헤어지자마자 귀신을 본다고 고백한 옛 애인을 떠올렸는지
한 번도 얘기한 적 없는 미확인비행물체를 입 밖으로 날려보고 싶었는지
창문을 볼 게 아니었으면 창문 앞에는 앉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품이 난다, 신비 앞에서 저절로 벌어지는 입을, 이해했네
창문을 보다보면 언제까지나 이대로 있어야만 할 것 같고
창문을 보면서도 창문은 없는 느낌
서로 너무 다른 빗소리를 들으며 상한 비 냄새를 맡으며
아마 나는 창문이 되고 싶었나보다
열린 눈동자에서 벌어진 입속에서, 비 내리고
어째서 창문인가요, 내게 물었더라면 나는 무어라 대답해야 했을까
물에 잠겨 망해버린 나라를 상상하는 창문 밖에는 창문밖에는 안 보이고
서로 너무 다른 일기예보 속에서 눈감은 건 창문을 보려던 건 아닌데
이쪽은 젖거나 저쪽은 젖지 않네 저쪽은 젖어들거나 이쪽은
지상으로 흘러드는 빗방울들은 경계를 서성일 줄 알았는지
이현호, 국지성 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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