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XX년 10월 13일
모처럼 전정국 표정이 좋더라구
모의고사 날이었는데, 평소와 다르게 편한 표정이어서 잘 봤나 싶어 물어봤지.
"시험 잘 봤어?"
굉장히 자신있게 시험지를 던져주더라구.
확인해봤는데...
"다 맞았네...?"
"대박이지"
"어..완전 짱!"
매번 한개에서 두개씩 틀리다가 드디어 실수를 줄인 날이라 그런지 아주 행복해보였어.
보는 내가 다 기분이 좋아졌지~ 그동안 완전 열심히했거든
"내가 한턱 쏜다"
"한턱 쏘기는...원서비나 모아 빨리. 지금 얼마 있어?"
"그런거 신경쓰지마."
"어떻게 신경을 안써.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돈이 없으면 지원을 못하는데"
"다 방법이 있어."
"돈도 한푼 없는게 왜 허세야"
"신경쓰지 말라고"
"내가 어떻게 신경을 안써..."
우울해졌어. 전정국이 돈때문에 기분나빠한다는 것도, 내가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는 것도.
내가 울적한 표정을 짓자 전정국이 다가와서 안아줬어.
"걱정하지마.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어. 나는 믿어"
"나도 믿어..믿지만.."
"너는 잠자코 기다려. 먹을 것 있으면 꼬박꼬박 챙겨먹고."
"그건 너가 시키지 않아도.."
"하긴.."
"하긴~?"
또 놀려 저 자식....
전정국이 가방을 메고, 나는 빗자루를 들자마자 누군가가 음악실 문을 열고 들어왔어
"나 오늘 모의고사 좀 잘 봤ㄷ..."
도련님 표정이 굳어졌어.
내가 음악실에 있는 건 어떻게 알고 오셨지...?
"도련님.."
"전정국 꺼져"
전정국은 두말않고 나갔어.
둘만 남았는데, 너무 무서웠어.
"이게 어떻게 된 일인건지 설명해봐"
약간 거짓말했어.
청소구역이 겹쳐서 서로 교대하는 중에 만났다고.
"내가 의심할만한 그런 일은 없었던거지?"
"네..."
"믿을게."
도련님이 일어나서 피아노 앞에 앉았어. 나는 뒤를 쓸고 있었는데,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감미로운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거야.
한 5분을 끊이지 않고 치는데 청소하는 내내 귀가 즐거웠어.
"어때?"
"진짜..좋아요.."
"너 생각하면서 만든 곡이야"
"우와..."
"맘에 든다니 다행이다"
그것만 들려주고 도련님이 가셨어.
나는 그 노래가 너무나 좋았지만, 죄송하게도 그 노래를 들으면서 정국이 생각이 났어.
.
.
밤이 되고, 마지막으로 체육관에 가는 길이었어.
나랑 전정국은 거의 체육관에서 만나거든.
전정국은 꼭 내가 청소하는 걸 확인해야겠다면서 체육관으로 오더라구.
나도 전정국이 오는게 싫진 않고, 주위 눈치 안보고 만날 수 있는 곳이 이곳뿐이라 더 좋기도 하고...ㅎㅎㅎㅎ
"아까 도련님이랑 뭐했어"
"그냥.."
"너한테 해코지 안했어?"
"응.."
"그럼 됐다"
내심 걱정됐나봐.
"너는 괜찮았어?"
"나야 뭐.."
그러고보니까 어쩐지 얼굴이 약간 불그스름했어.
"너 무슨 일 있었지."
"없었다고"
"솔직히 말해."
"솔직히 말하면, 말하면 어쩔건데."
"...."
전정국의 눈에 눈물이 고였어.
우는 걸 보여주긴 싫은지 뒤돌아서 눈물을 닦더라구.
"정국아..."
"오늘은 먼저 갈게. 조심히 들어가"
끝까지 얼굴을 보여주지 않고, 가버렸어.
따라가려 했지만 흐느끼는 어깨가 보였고, 내가 전정국을 잡는 게 더 상처가 될까봐 한 두발자국 다가간 후에 결국 끝까지 잡진 못했어.
오늘은..잠 못이루는 밤이 될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