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펀트-심심할때만)
우리 옆집엔 고딩이 산다 07
(부제: 진짜 진짜 좋아해)
w. 애기무당
1.
어제자 전정국의 말에 나는 그냥 아이에 넘어가 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입을 맞추었고, 나는 전정국의 말의 속뜻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차라리 술에 쩔어 있어서 필름이 끊기는 게 나을 뻔 했다. 어제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도 그 입술의 감촉이 내 볼에서 맴도는 듯 했다. 무슨 남자애가 그렇게 입술이 촉촉하냐.... 나 진짜 변태인가 봐. 자꾸 눈을 감으면 전정국 입술만 머리속에서 계속 오버랩 됐다. 아, 진짜. 어떡해! 그리고 내가 전정국을 못 알아볼 줄이야. 자기 주장이 강한 이목구비는 예전과 똑같았지만, 얼굴 선이라던가, 덩치라던가, 그런 게 남자다워져서 몰라볼 뻔 했다. 그 담배 피던 양아치가 공대 남자가 됐어요. 헝헝.
그리고 나는 깔끔히 밤을 새하얗게 불태웠다.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아 쿠크다스 같은 심장이 부셔질까 봐 안 들어갔었던 전정국 페이스북에 들어가 봤다. 활동을 하기는 하는 건지, 그냥 친구들이 타임라인에 올린 글로만 도배돼 있는 타임라인과 아무 사진도 안 올라와 있는 프로필에 나는 또 심장 폭행을 당했다. 넌 왜 이렇게 나를 힘들게 하는 거니.... 그렇게 페이스북을 뒤지다가 고등학교 때 축구부였던 건지, 유니폼을 입고 다른 애들이랑 같이 찍은 사진이 올라와 있는 것을 보았다. 전정국이 맨 앞줄, 그것도 가운데에 앉아 있었던 터라 쉽게 전정국을 찾을 수 있었고, 내 눈에 또 들어온 건 귀여운 외모와는 다른 허벅...지였다. 무슨 애 허벅지가 말 벅지야.... 착한 생각하자. 착한 생각, 착한 생각, 착한 생각.... 그렇게 다른 글들을 심호흡하면서 보다가 들어온 건 박지민이라는 친구가 타임라인에 남긴 글이었다.
박지민 ▶ 전정국
2012년 8월 2일 오후 12:06
ㅋㅋㅋㅋㅋㅋㅋㅋ울지 말고 말해 정국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쪼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 울고있지 지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누나 그만둬서^^
전정국 닥쳐라 안 그래도 서러우니까
뭐야 오전 4: 03
왜 안 자ㅋㅋ 오전 4: 03
피곤하다고 하지 말고 빨리 자 오전 4: 04
나 맨날맨날 봐야되는데 오전 4: 04
잠 안 자면 곤란해지지 오전 4: 04
오전 4: 05 몰라 잠이 안 와ㅠㅠㅠㅠ
오전 4: 05 너가 자장가 불러줘야 잠 와ㅠㅠㅠㅠㅠ
ㅋㅋㅋㅋㅋ아 귀여워 오전 4: 06
그래서 나를 집에 들이시겠다 오전 4: 06
나 성인인데ㅋㅋㅋ 오전 4: 06
오전 4: 06 근데 넌 왜 안 자?
좋아서 잠이 안 와 오전 4: 07
아 보고싶다 빨리 자 누나 집 들어가고 싶어져요ㅋㅋ 오전 4: 08
답장하지말고 자 잘자 내꿈 필수 오전 4: 08
2.
어제 나는 너무나도 설레는 심장을 주체하지 못했고 잠도 이루지 못했다. 그 결과 지금 퀭한 눈으로 전정국을 만나게 되었다. 파릇파릇한 이십대는 다르네. 나는 반 오십이라.... 잠을 안 자면 삭신이 쑤셔. 오후 3시가 되어서야 일어난 나를 보고 어이없단 듯 웃은 전정국이 이제는 무슨 자기 집 대하듯 우리 집 소파에 앉아 나를 보고 계속 웃음을 아끼지 않았다. 왜 웃어, 왜! 나 심장 떨려!
"나 눈 부은 게 그렇게 웃겨? 왜 자꾸 웃어!"
"눈 부은 것도 예뻐서."
"......."
"칭찬하니까 얼굴 빨개지는 것도 귀엽고."
"......."
"나 그냥 누나 학생 하고 싶다."
정말 오글거리는 말들의 연속이었지만 광대가 올라가는 건 왜 때문이죠. 하긴 전 세계 모든 여자들이 예쁘다는 남자의 말에 가슴 설레할 거라는 건 거의 명제에 가까운 말이긴 하다. 거기다 그 주체가 전정국이면.... 이제는 그냥 여과 없이 나오는 애정 표현에 면역력이 생긴 건지 오글거리기는 커녕 좋아 죽을 것 같았다. 내가 이렇게 닭털 날리는 연애를 해본 게.... 이번이 처음이지. 그냥 마주 앉아 있어도 좋은 마음을 자제할 수가 없다! 이것을 사랑이라 하자!
"나 누나랑 하고 싶은 거 진짜 많아요."
"너 맨날 쓰는 게 반말이면서.... 그냥 말 놓지?"
"말 놓으면 그냥 너라고 막 이름 찍찍 부를 건데?"
"그...그건 아직 안 돼."
"아, 왜애!"
반존대에 여자들이 가슴 설레한다는 걸 잘 아는 연애 박사 전정국 같으니라고. 그래도 그냥 반말 쓰는 게 편할 것 같아서 아이에 말을 놓으라고 하니, 돌아오는 답변에 기절할 뻔했다. 너라고 한데, 너. 정국이가 내 이름 부르면 난 진짜.... 그날 부로 인생 마감할 겁니다. 지금 이것까지 허락하다가는 내 심장이 남아날 것 같진 않아서 안된다고 하니 전정국이 진심이 담긴 말투로 아, 왜애! 하고 앙탈을 부렸다. 어디서 앙탈이야, 앙탈! 너 나를 너무 순수한 여자로 보지 말란 말이야!
"......너가 막, 막 그러면."
"......."
"나 잠 못 자도 책임 질거야?"
"...와, 진짜."
"......."
"딴 데 가서 그런 말 하기만 해 봐. 혼나."
내 두 볼을 감싸면서 눈을 맞추고 혼나, 라고 하는 전정국에 나야 말로 전정국 혼내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저런 애가 대학 가면 여자들이 장난 아니게 꼬일 텐데.... 아무리 남자 밭 공대라 하더라도 여자애들이 어떻게든 너 알아내서 가만 안 둘 거란 말야. 그러면 난 또 혼자 부글부글 속을 끓이겠지. 전정국이 걱정되는 건 딱히 아니었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이 꽁기해졌다. 이 치명적인 남자야....
"근데 누나 왜 내 이름 안 불러줘?"
"......어?"
"왜 맨날 너, 너 그래. 나 이름 멀쩡하게 있는데."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그냥! 나도 습관적으로 그런 거야."
"앞으로는 정국아, 라고 그래. 누나가 불러줘야지 누가 불러."
"알았어, 정국아."
이름을 왜 안 불러주냐는 정국이의 말에 물을 마시고 있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내가.... 그게, 너무 마음 속에서 정국아, 정국아. 하다 보니까 막상 입 밖으로 낼 일은 없더라고.... 망상쟁이 변태 누나의 과도한 감상 탓이야. 얼굴에 철판을 깔고 그나마 제일 현실적인 답변을 내놓으니 입술을 쭉 내밀던 정국이가 앞으로 자기 이름 불러 달라고 말했다. 나는 정국이 보다는 정국오빠라고 부르고 싶단다, 정국아. 오빠라는 말을 양심상 삼키며 정국아, 부르니 전정국이 환한 웃음을 짓다 내 머리를 헝클어 놓고선 이마에 다시 입을 맞췄다. 그리고 죽은 자는 말이 없어요....
3.
"와. 나 완전 서운해."
"왜애."
"내가 찌개보다 못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진짜."
늦게 일어난 바람에 점심을 거르고 저녁만 먹으려고 했는데, 내 배가 그걸 감당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점심도 먹고, 저녁도 먹으라는 거지.... 그리고 난 딱히 거부하지 않았다. 장 안 본지도 꽤 됐던 터라 집에 먹을 것도 없곤 해서 전정국 데리고 집 주변 밥 집에서 된장찌개를 하나 시켰다. 너무 배가 고팠던 나머지 지나치게 본능적이었던 나는, 전정국을 의식하지도 않은 채로 뚝배기에 코를 박고 미친듯이 밥을 흡입했다. 누나가 원래 이렇게 먹...어. 정 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흑흑. 서운하다는 말에 드디어 고개를 들고 물끄러미 전정국을 바라보니 토라진 표정으로 저렇게 말해 왔다. 와.... 왠만한 여자보다 귀여운 놈.
"다음 생에는 찌개로 태어날까 봐. 나보다 먹는 게 더 좋지, 아주."
"......배고, 배고파서 그랬어!"
"엄청 복스럽게 먹더라. 어쩐지."
"밥 먹을 때 깨작 깨작거리는 건 음식에 대한 예의가 아니거든?"
물론 내가 지나치게 복스럽게 먹는 건 맞다.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댁이나 친구 집이나.... 뭐 애들끼리 밥을 먹으러 갈 때나, 나는 늘 밥 하나는 정말 기깔나게 잘 먹는다는 소리를 들었었다. 한번은 선생님들끼리 회식을 하는데, 진짜 야무지게 먹는다고 나이 드신 학년부장님께 때 아닌 칭찬을 받기도 했다. 내가 이렇게 된 데에는 오빠의 영향이 컸다. 워낙에 밥을 복스럽게 먹는 오빠한테 옮은 게 분명하다. 턱을 괴며 엄청 복스럽게 먹더라, 하는 전정국에 나도 모르게 근엄한 표정으로 음식에 대한 예의를 말했더니, 전정국이 또 눈이 휘어지게 웃었다.
"아, 진짜 미치겠다."
"......막 깨작거리면서 먹는 거 보기도 안 좋아."
"뭐가 그렇게 귀여워."
"......."
"자꾸 더 그러면 오빠라고 부르라고 한다."
제발 허락해 줘! 정! 국! 오! 빠!
4.
그냥 나온 김에 집 주변에서 장도 봐야되겠다 싶어서 대형 할인점에 들어갔다. 마트는 늘 오빠랑 오곤 했었는데, 전정국이랑 오니까 그 지루해 보이던 마트도 흥미롭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이 정도면 중증이야.... 완전 고질병. 언제 갔다온 건지 카트를 끌고 오는 전정국에 그냥 피식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마트에 있는 사람 다 오징어로 만드는 전정국 씨. 물론 나도 오징어가 되지만. 지나가는 여자들마다 정국이한테 시선이 한 번씩 돌아가는 걸 보면서 내심 뿌듯하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애물단지 같단 생각도 들고는 했다.
"아, 그냥 따라오지 말지."
"아, 왜애!"
"너 너무 잘생겨서 다 쳐다보잖아. 애물단지야."
"난 누나만 봐서 괜찮은데."
사귄 지 얼마 안 된 연인의 특권이랄까. 닭털 날리는 말들도 낯간지럽지만 좋다, 정말로. 으으.... 아마 내 친구들이 날 보고 변했다고 욕을 할 게 분명해. 그리고 전정국 말 하나 하나에 태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그냥 그 자리에서 사과가 돼 버리는 나를 보면, 내가 참 숙맥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부끄러운 마음을 참을 수가 없어서 먼저 야채 코너로 쪼르르 뛰어갔다. 방학이다 보니 학교에서 급식을 먹질 못하고 집에서 끼니를 해결해야 했기 때문에 별 다른 수 없이 알아서 해 먹어야만 했다. 다행히 학창시절에 배워놓은 게 있어서 그럭저럭 잘 해결하는 편이었다. 야채도 고르고, 필수품인 라면도 사고, 쌀도 사고, 이것저것 카트에 담는 나를 보던 전정국이 입을 열었다.
"맨날 장 혼자 봤지."
"뭐 많이 사면 오빠보고 같이 가자고도 하고.... 근데 거의 혼자?"
"그럼 이거 혼자 다 들고 갔어?"
"나 힘 세!"
"이제는 혼자서 다 해결하려고 하고 그러지 마."
전정국의 말엔 뼈가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처음 봤던 전정국과, 지금의 전정국의 괴리감은 컸다. 좋은 의미의 괴리감. 어른이 된다는 건, 쉬운 일이지만, 속까지 어른이 되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아직 전정국도, 나도 서투르다. 그러나 지금의 전정국의 말은 꽤나 어른스러웠다.
"......"
"옆에 사람 있는데 뭐하러 혼자 끙끙거려."
"......."
"보니까 나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하겠네."
"......"
"그냥 결혼해야 되나?"
응 정국아 결혼하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결ㅠㅠㅠㅠㅠㅠㅠㅠ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늘 제 똥글 읽어주시는 분들께 진심어린 감사의 맘을 표합니다ㅠㅠㅠㅠㅠ힝
대단한 탄들... 멋쟁이ㅠㅠㅠㅠㅠ
이번 편도 뭐 망했어요!!!!!!!!!!!!!
저는 왜 손이 이 모양일까요....매번 글 너무 좋다고 댓글 달아주실 때마다 저는 가슴이 설리설리해집니다ㅠㅠ
너무 과분한 말들이에여ㅠㅠㅠㅠ
최대한 이번주에 글을 자주 올리려고 노력해 보려구요ㅠㅠㅠ
다음주에 개학이라... 대한민국의 외고생은... 기숙사의 한계에 부딪히기 때문에
자주 글을 못 쓸 것 같아서요ㅠㅠ 많이 들어올게요!!ㅠㅠㅠ 늘 감사해요
그리고 이번 화부터는 당분간 암호닉을 받지 않습니다 ㅠㅠ
아마 10화 쯤에 다시 몰아서 받을 것 같아요!! 죄송해요ㅠㅠ 헝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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